2024.04.30 (화)

대학알리

성공회대학교

학생자치 위기론 파헤치기

학생회가 무너지고 있다. 많은 이들은 이를 보고 학생자치, 더 나아가 학생 사회의 위기를 떠든다. 학생들이 무관심하다며 읍소하거나 비난하기도 한다. 커질대로 커진 학생 사회 위기론을 파헤쳐봤다.

 

 

*이 기사는 2024년 3월에 발행한 회대알리 18호 지면에 수록한 기사입니다.

 

학생회의 위기는 학생들의 무관심 때문?

학생회는 실제로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2021년, 사상 처음으로 후보자가 없어 총학 선거가 무산되었다. 해당 연도까지 한양대학교는 총학생회장 4년, 총여학생회장은 7년째 공석이었다. 성공회대학교도 19년도 보궐선거로 당선된 제34대 총학생회 <바로> 이후 계속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학부 학생회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소집 공고문에는 궐석이나 겸직이 빼곡하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이제 일상이 됐다.

 

기성 언론은 이를 학생 자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해석한다. 동아일보는 “총학 위기 원인은 취업난과 개인주의로 인한 학생들의 무관심”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개인이 부상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졸업하고 취업하는 게 중요해지고 사회 구조나 체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까지 이어지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정말 학생회의 위기는 단지 학생들이 무관심하기 때문에 찾아온 걸까? 학생회가 무너지면 학생 자치가 무너지는 걸까?

 

왜 학생회가 출범하지 못했을까? 2018년도 이후 성공회대학교에서는 ‘입후보자 없음’ 혹은 ‘입후보 과정의 문제로 인한 선거 무산’은 12회, 투표율 미달 등의 이유로 ‘개표 불가’ 4회로 집계된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원인은 입후보자의 부재다. 대표로 나올 사람이 없다면 학생들이 무관심한 게 맞지 않을까? 이에 박준형 전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표자의 벽이 너무 높아서 그렇다. 학생회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많다. 국원 모집에 어려움은 없다”라며 대표자에게 가중되는 부담과 책임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2018~2024학년도 학부별 선거결과. 정인욱 기자

 

후보자가 나온 선거에서는 선거율 미달로 무산된 선거가 많다. 만일 개표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19년도 이후 개표에 성공한 후보는 모두 당선됐다. 평균 89%의 압도적인 찬성률이었다. 이는 대부분의 선거가 단일 후보로 치러졌다는 의미기도 하다. 개표가 곧 당선인 상황이다. 경선이 성립되지 않으니, 반대를 표하고 싶은 학생들은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선택지가 점점 유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들에게 투표 독려가 의미 있게 들리기 힘들다.

 

두 가지의 문제는 복합적이다. 무엇이 먼저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결론적으로 대표자와 학생회로만 이해되는 학생 자치와 학생 사회가 핵심이다. 대표자에게 가중되는 책임과 부담 끝에, 대표자가 선출되어야 출범할 수 있는 학생회는 위기를 맞았다. 이런 구조가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도리어 학생회를 출범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만든다. 학생회의 대표성은 끝없이 추락한다. 이 모든 게 단지 ‘학생회의 위기’이며 ‘학생들의 무관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윤영우 전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이하 ‘미콘학부’) 학생회장은 “지금 학생회의 형태가 학생의 수요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인지, 운영에 효과적인 형태인지에 대한 질문이 없었기 때문에 위기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형태가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한다.

 

학생들은 무관심하지 않다.

이대학보에 따르면 2020년 이화여자대학교 공식 창구를 통해 접수된 학생들의 요구사항은 약 5,000건이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적다고 말할 수 없는 숫자다. 또한 연세춘추는 2022년 약 5%의 투표율로 마친 연세대 학교 총학생회 선거에 대해 “학생 사회에 대한 무관심이 아닌, 후보자에 대한 투표 거부의 분위기가 무산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성공회대학교에서 23년도 2학기 대동제가 열리지 않았다. 학우들은 학생 자치의 공백을 여실히 느꼈다. S학우는 대동제 무산을 아쉬워하는 친구들이 많았다며, “대학임을 느끼게 하는 행사 중 하나가 무산돼 총학생회의 빈자리를 체감했다”고 말했다.

 

윤영우 전 미콘학부 회장은 “많은 학우분이 (대동제를) 없어서는 안 되는 축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평소에는 학생회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데 이번 일을 계기로 학생회의 존재를 크게 느끼시는 것 같다. 평소에도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덧붙이며 “관심만으로 되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총학생회의 투표 무산은 학우의 무관심으로 볼 수 있지만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궐석인 것은 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도 크다. 이 두 가지 문제가 맞물려서 돌아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인터뷰이들의 답변에 따르면 학생 자치는 학생의 몫이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학내의 특수한 사회”라고 답했다. S학우는 “학교라는 작은 사회를 학생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답했으며, Y학우는 “학생들이 스스로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윤 전 미콘학부 회장은 “학생이 본인 서사의 편집권을 가지고 스스로를 대변하려는 모든 발언과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위해서 어떤 조직이 필요할 때도 있고, 없다면 새로운 단위를 만들어 내거나, 개인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이 중 누구도 학생 자치를 만들어가는 것은 학생회라고 답하지 않았다. 앞선 기성 언론들의 논조는 학생회가 아니면 학생 자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학생 사회의 위기는 학생회가 아니면 학생 자치가 불가능하다는 논리에 기반한다. 학생 사회의 위기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윤 전 미콘학부 회장은 "학생 자치를 이룰 수 있는 어떤 방안도 없을 때가 학생 사회의 위기이다. 학생회는 학생 자치를 이루는 수단 중 하나이다. 도구가 하나 없어졌다고 해서 학생 자치가 휘청이게 된다면 그게 곧 학생회의 위기이자 학생 사회의 위기다. 지금 형태의 학생회가 아닌 다른 형태의 학생회가 충분히 구비되어 있고, 그런데도 학생회를 선택하는 거라면 지금 형태의 학생회가 없다고 할지라도 학생회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학생회가 아니면 학생이 학교에 어떤 요구나 제안하기 어려운 구조”가 위기를 만들었을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윤영우 당시 총학생회비상대책위원장이 전체학생총회의 빈 좌석을 응시하고 있다. 이 날 전체학생총회는 결국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권동원 기자

 

새로운 형태의 학생자치가 필요하다
 

“학생은 학교 공동체 안에서 끊임없는 요구를 해야 한다. 바뀌지 않음에도 만족하고 있다면 상관없지만, 원하는 것이 있다면 끊임없이 이야기해서 학생회에 요구하거나, 직접 학교에 이야기하는 등 요구하는 것과 아닌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 S학우

 

“학생회가 없다는 게 매년 기사화되거나 문제시된다. 놀라울 일이라는 게 6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위기는 상시가 된 지 오래지 않나. 이걸 위기라고 이야기하며 공포를 조성하는 것보단 더 나은 선택지를 조성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선거하고 학생회를 출범하는 게 무의미한 건 아니지만 한 번쯤은 이렇게 계속 사람이 없는 상황에 대해서 고민하고 학생 자치의 형태를 재구성해 봐도 좋지 않을까. 학생 자치가 똑같은 모양일 필요는 없지 않나. 원래 모양의 학생회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기절할 만큼의 위기는 아닐지 모른다. 원래 모양의 학생회를 만들기 위해 사람을 궁지로 내모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를 직조해 보기 위해서 고민하고 노력해 보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학생회의 구조가 학생들이 변하는 것이나 사회가 변해온 것을 충분히 녹여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꽤 자주 했다. 그래서 이런 고민이 특정 몇 사람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과 공유되었으면 좋겠다.”

- 윤영우 전 미콘학부 회장

 

학생 사회의 위기를 제대로 바라봐야 할 때다. 학생회의 위기, 모호하고 증명할 방법은 없는 학생들의 무관심에 휩쓸려 본질을 놓친 논의들이 난무한다. 학우들은 스스로 주체임을 알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학생 자치를 원하는 학우도 있다. 현재 학내 학생회는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상시가 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능성이 필요하다.

 

 

글, 취재 = 정인욱 기자

사진 = 정인욱 기자, 권동원 기자

디자인 = 정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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