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30 (화)

대학알리

1분만에 마감되는 MZ세대 봉사, 유튜버도 함께한다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 ‘빠니보개’에 100인의 청년 참여
MZ세대 봉사단체 ‘연봉인상’과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의 합작

 

벚꽃이 만개한 4월의 주말, 꽃구경 대신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MZ세대 봉사단체 '연봉인상'과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 그리고 이들이 주최한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 ‘빠니보개’에 자원한 100명의 봉사자들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2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해 발생하는 유기동물은 11만 마리, 이중 주인에게 다시 반환되거나 새롭게 입양, 혹은 기증되는 동물은 42%에 불과하다. 자연사·안락사 비율(43.7%)보다 낮은 수치다. 연봉인상은 “유기견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더불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이번 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봉사자로 참여한 김영준씨는 “기존에 해보지 않은 봉사에 참여해 보고 싶었다”며 빠니보개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흔치 않은 봉사에 함께할 기회를 얻은 만큼 즐겁게 임하되 다치지 않게 조심하겠다”며 봉사 의지를 불태웠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보호소로 들어간 봉사자들을 맞이한 것은 처음 보는 사람들에 신난 강아지들이었다. 봉사활동은 소형견 쉼터, 강당, 놀이터, 훈련장 네 장소로 나누어 진행됐으며 오전은 견사 청소 및 보수, 오후는 강아지들과 놀아주는 활동이 중점이 되었다. 

 

 

참여자들에게는 봉사 전 주의 사항이 고지됐다. 보호소 내부 공간은 강아지의 성격과 몸집에 따라 철저히 분리되어 있기에, 봉사 장소를 오고 갈 때 강아지들이 섞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봉사자들은 견사에 입장하기 위해 시설 관계자의 문단속에 응해야 했다.

 

처음 겪어보는 시스템에 몇몇 봉사자는 당황하기도 했으나 이내 무사히 봉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견사에 처음 들어간 뒤, 참여자들은 3분간 아무 활동 없이 견사 내부를 걸어 다녔다. 갑작스러운 봉사 시작으로 강아지들이 경계심을 가지는 것을 막고, 봉사 이후 강아지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분리불안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보호소에는 각종 신체장애를 앓고 있는 강아지도 여럿 보였다. 대부분은 학대받고 버려진 개체들을 구조한 것이다. 불법 개 농장이나 번식장 업주들은 원하는 품종을 얻기 위해 근친교배를 진행하는 경우가 흔한데, 그 과정에서 강아지의 건강에 이상이 발생한다.

 

그래서일까, 강아지들은 봉사자들 주변에 와서 핥거나 놀다가도 발을 조금만 움직이면 화들짝 놀라 도망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어쩌면 이들이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대상은 사람의 발이나 손이 아닌, 인간의 이기심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견사 청소 및 보수는 오전 내내 계속됐다. 강아지들의 분변을 치우고, 사료 그릇을 세척하고, 깨끗해진 그릇에 새로 물을 가져다줬다. 어질러진 시설을 보수하고, 파헤쳐진 땅을 다지고, 더러워진 집을 닦아주기도 했다. 흙과 물을 퍼 나르고, 삽질과 설거지를 반복하면서도 강아지와 함께하는 봉사자들의 입에는 웃음이 떠나지를 않았다.

 

유기견 보호소 봉사 경험이 여러 번 있는 해내(가명)씨는 “강아지와 놀아주는 것만 생각하고 봉사에 오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힘을 써야 하는 일과 허리를 숙여야 하는 일 외에도 잡다한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람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이 사람을 무서워하거나 경계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하루 종일 데면데면하다가도, 집에 갈 시간쯤엔 친해져서 안기는 아이들을 보면 힘들었다는 생각은 전부 사라진다”며 뿌듯해했다.

 

 

보호소 차원에서 전문 촬영 감독과 사진작가를 대동해 봉사자와 강아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보호소 관계자는 “봉사자가 활짝 웃고 있는 강아지를 안고 있는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나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입양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동물이 다시 사람에게 돌아가기 위해서 밝은 미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연봉인상과 함께 봉사활동에 나선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박재한)씨는 “팬들과 봉사를 하며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안 가본 곳을 가보고 안 해본 경험을 하는 것이 봉사와 여행의 닮은 점”이라며 “새로운 활동이 주는 에너지와 보람이 분명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사회는 결과 중심적이다. 봉사를 통해 꼭 세상이 결과만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오후 봉사를 마지막으로 빠니보개의 모든 봉사활동은 마무리됐다. 서울로 돌아온 봉사자들은 빠니보틀과 연봉인상의 지원으로 단체 회식을 즐기며 봉사 현장을 회상했다. 서로 초면이었음에도 아침부터 함께 이동해 봉사활동, 식사, 뒷정리 모두를 함께 한 봉사자들은 이미 하나의 공동체나 다름없어 보였다. 

 

 

성공적인 봉사활동을 이루어 낸 연봉인상은 연마다 봉사를 늘린다는 뜻의 MZ세대 봉사단체다. 임원진을 맡고 있는 이한나 씨는 “봉사라고 하면 고루하고, 지루하고, 착한 사람들만 한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 인식을 바꾸고 봉사를 재미있는 문화로 만들자는 목표로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월 2회 토요일마다 봉사에 나서기 위해 임원진들은 기획부터 브랜딩, 후원과 시뮬레이션을 사전에 진행한다. 임원진 각자의 본업이 따로 있음을 고려한다면 그 열정에 감탄하게 된다.

 

브랜드팀장을 맡고 있는 김채림 씨는 “연봉인상의 봉사 활동은 같은 MZ세대와 함께 활동할 수 있다는 차별점 덕분에 인기를 얻고 있다. 재방문율도 46%가 넘는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홍하고 있고 봉사 신청도 간편해 유입이 원활하다”고 연봉인상의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임원진 박혁진 씨는 “봉사를 기획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완성도다. 참여자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남겨줄 때 보람을 느낀다. 봉사자가 행복해야 수혜자분들도 행복하다는 마음가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해내씨는 “유기견에 관심이 있어 봉사에 참여한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는 빠니보틀을 통해 유입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들에게 이번 봉사가 유기견 봉사를 재미있다고 느끼는 계기가 되고, 앞으로도 자주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동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레인보우센터 유기견의 80% 가량은 국내가 아닌 해외로 입양된다. 동물의 권리 보장이 비교적 우수한 미주, 유럽 국가들은 사람과 더불어 동물 역시 사회적 약자에 포함한다. 동물과 관련된 사건들을 남의 일 바라보듯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유기견 봉사 역시 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는 행위와 다를 것이 없다.

 

 

김영준씨는 “봉사는 돈을 받지 않으면서도 나의 시간을 투자하는 행위다. 돈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얻어가는 게 없는 것은 아니다. 봉사를 하면 나의 내면을 새로운 것들로 채워가는 기분”이라며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설명했다. 

 

다수의 참여자들은 “유기 동물에 대한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늘어나고, 더 나아가 많은 청년들이 봉사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는 소감을 남기며 봉사를 마무리했다.

 

글: 대학알리 김태섭 기자, 한국체육대학보 강현석·김세준 기자

 

사진: FIXER 차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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