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3 (수)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지금 외대의 머릿속엔?! - 2019 총장/부총장과의 대화 키워드 분석

  지난 수요일(22일) 한국외대에는 ‘대화의 장’이 펼쳐졌습니다. 서울캠퍼스에서는 ‘도서관 간담회 및 총장과의 대화’가, 글로벌캠퍼스에서는 최근 이슈가 되었던 ‘레지덴셜 프로그램’과 관련해 ‘부총장과의 대화’가 각각 열렸기 때문인데요. 학교와 학생들이 한국외대의 발전을 위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였습니다.

 

  외대알리 역시 매 학기 ‘대화의 장’이 열릴 때마다 현장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독자 여러분에게 전달해왔습니다. 하지만 워낙 다양하고 많은 내용을 다루는 만큼 학우님들에게 효과적으로 이슈를 알려드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컸는데요. 그래서 올해 총장과의 대화 및 부총장과의 대화에서 다뤄진 내용들을 ‘구름단어 분석’을 통해 정리해봤습니다.

 

  구름단어 분석이란 일명 ‘워드 클라우드’라고도 불리는데, 키워드나 주제, 개념 등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핵심 단어들을 정리해 보여주는 시각적 기법을 뜻합니다. 이 분석기법을 통해 이번 대화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무엇이었는지, 지금부터 한눈에 보여 드릴게요!

 

 

<2019 상반기 총장과의 대화>

 

#공간 #안전 #예산

  올해 총장과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들은 ‘시간’, ‘공간’, ‘안전’이었습니다. 스마트도서관 공사로 공부할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24시간 개방’ 요구가 많았기 때문이죠. 또한 현재 임시 면학공간인 국제학사 1층 열람실의 외부인 출입 문제, LD학부 면학실 건물 흔들림 문제 등 ‘안전’ 이슈 역시 많이 제기되었습니다. ‘예산’도 많이 나타난 단어였는데, 동아리연합회가 9월 말에 계획하고 있는 경희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와의 ‘대항전’과 관련해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 또 안전 관련 예산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 등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밖에 ‘대필’, ‘도우미’ 등의 키워드도 눈에 띄었는데요. 21일 서울캠퍼스 정기총회에서 시력이 좋지 않은 학우가 어려움을 호소했던 ‘장애인 대필 도우미 지원 제도’에 관한 내용에서 등장한 단어였습니다.

 

  사실 공간이나 안전 문제는 학교를 다니는 모든 학우분들이 공감하는 내용일 겁니다.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은 채 계속 언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거 총장과의 대화에서는 이러한 주제들이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있었던 총장과의 대화 내용들도 분석해봤습니다.

 

 

 

<2018 상반기 총장과의 대화>

 

#학점특혜 #명예교수 #대화

  2018년 봄의 한국외대는 ‘사건’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가 가능합니다. ‘김인경 학점 특혜 의혹’, ‘박철 전 총장 명예교수 임명 철회’, ‘권력형 성폭력’ 등 외대의 흑역사로 남을 법한 사건들이 여럿 터졌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와 관련된 키워드들이 중심을 이룬 가운데 상대평가 제도의 절대평가 전환, 인기가 많은 전공과목들에 대한 수강인원 확대 등 학습권과 관련된 문제제기도 많았습니다. 즉 외대 사회 구조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셈인데요. 김인철 총장은 당시 자리에서 ‘대화’, ‘절차’, ‘제도’를 언급하며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공간’, ‘안전’ 등 올해 대화에서 등장한 핵심 키워드들은 찾아볼 수가 없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네요.

 

 

<2018 하반기 총장과의 대화>

 

#흡연 #엘리베이터 #장학금   

   그럼 지난해 하반기는 어땠을까요? 상반기 주요 내용들 중 박철 전 총장 관련 이슈가 여전히 문제로 제기된 가운데, ‘흡연구역’, ‘엘리베이터’, ‘장학금’이 새롭게 떠올랐습니다. 흡연구역이 지정되어 있음에도 건물로 담배 연기가 들어와 불편함을 겪었다는 내용, 학내 엘리베이터 설치 진행에 관한 질문, 학생들에게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한 ‘장학금 지급 기준 상향’에 대한 비판 등에서 비롯된 것이죠. 학내 구조와 관련된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그동안 언급되지 않았던 새로운 이슈들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는데, ‘자치공간 24시간 개방’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김인철 총장은 ‘안전’‘비용’을 이유로 사실상 개방이 어렵다는 뜻을 밝혔었는데요. 올해 대화에서는 ‘(24시간 개방에 대해) 학교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노력을 하겠다. 가급적 한곳에 집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면서 지난해보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지난 세 학기 동안 있었던 총장과의 대화 키워드들을 종합해 본 결과, 학내 의제가 학기마다 계속 변화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외대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컸던 반면, 올해 대화에서는 학습권과 안전권 등 학생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의견이 훨씬 많았습니다. 면학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시험 기간마다 자리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이문근린공원’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외부인들이 자유롭게 캠퍼스를 드나드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러한 문제들이 앞으로 열릴 총장과의 대화에서는 언급되지 않도록 학교 본부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필요해 보입니다.

 

 

 

<2019 상반기 부총장과의 대화 – 레지덴셜 프로그램>

 

   4월에 갑작스럽게 알려졌던 ‘글로벌캠퍼스 레지덴셜 프로그램 시행’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그동안 학교가 정책을 시행할 때 특별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부총장과의 대화는 나름대로 의의가 있는 행사였는데요. 이 자리에서 오간 내용들도 핵심 키워드로 풀어봤습니다.

 

#문제 #기숙사 #굳이 #아직

   분석 결과 ‘레지덴셜 프로그램’에 대한 학교 측과 학생들 사이의 시각차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조기성 부총장은 ‘신입생들의 영어 실력 향상 및 입시 시장에서 각 단과대의 홍보를 위해 레지덴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비어문계열인 자연대학, 공과대학, 경상대학의 차별화 전략을 마련함으로써 성공확률이 높은 해결방안을 제시했다’고 정책을 도입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생각은 좀 달랐는데요. 레지덴셜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전에 학교의 재정 문제, 양 캠퍼스 간 중복학과 통합 문제 등 해결되지 않은 사안들을 먼저 처리해야 하지 않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특히 기숙사 문제와 관련해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나머지 4개 단과대학의 신입생 기숙사 배정 비율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고, 레지덴셜 프로그램을 통해 영어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즉 ‘굳이’ 이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대부분이었던 셈이죠.

   이에 대해 조기성 부총장은 레지덴셜 프로그램의 의의를 계속 언급하면서도, ‘약간의 불확실성은 감안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무엇보다 여러 질문에 대해 아직 검토 중인 단계다’, ‘고민 중이다’라는 답변을 남겼는데요. 학생들의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습니다.

 

   이처럼 외대 구성원들의 의견들을 핵심 단어로 정리해보니, 정말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학내 이슈에 관심이 없으셨던 분들, 혹은 어떤 일이 있는지는 궁금하지만 어려울 것 같아 주저하셨던 분들 모두 이번 기사를 통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한달수 기자(hds802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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