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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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인권유린 A 교수, 결국 해임 처분

재학생에게 수 년간 인권 유린한 홍익대 미대 A 교수
“더 이상 알파벳 교수가 등장하지 않는 지성과 존중의 대학을 만들자”

 

오늘(21일) 홍익대 미대 인권유린 A교수 파면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홍익대 정문에서 권력형 성폭력·인권유린 A 교수 해임 결정을 알리면서 환영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익대 미대 A 교수는 재학생에게 성희롱과 외모 비하 등을 일삼은 바 있다(지난 기사 참고). 피해자들은 지난해 9월 9일 홍익대 성평등상담센터에 피해 사실을 알렸고, 지난해 12월 홍익대 성폭력등대책위원회는 조사 결과 A 교수의 성 비위를 인정했으며 그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결국, 지난 5일 홍익대 교원징계위원회는 A 교수를 향해 해임 징계처분을 내렸다. 신고로부터 209일 만에 내린 결정이다.

 

피해자의 법률대리를 맡아 징계 절차에 참여한 정상혁 사단법인 선 변호사는 “A 교수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지만, 거짓임이 탄로 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슷한 수법으로 피해를 본 피해자들이 여럿이었고, 피해자들의 진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당사자라면 꾸며내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됐다. 피해자들이 제출한 증거가 너무나도 명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변호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 특히 이 대학사회에서 권력형 성폭력이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권력형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인 보완과 정비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제 다신 A 교수 해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기자회견 발언자들은 A 교수 해임에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앞으로의 산적한 과제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양희도 전 홍익대 미대 학생회장은 “홍익대가 인권센터를 설치해 학생들을 모든 종류의 인권침해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A 교수 사건은 성폭력·노동착취·협박 등이 포함된 복합적인 성격의 인권 침해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므로 홍익대에 인권센터를 조속히 설립할 것을 요청했으며, 인권센터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정규직 직원 채용과 사업비 보장 및 권한 부여를 통한 독립적 활동을 요구했다.

 

양 전 학생회장은 교수윤리헌장 제정도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05년 서울대에서 헌장이 제정된 이후 많은 대학에서 제정했다. 헌장을 제정해 학생들이 존중받는 대학,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대학을 선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예림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는 “해당 결정은 피해자들이 자체적으로 학내 위력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쟁해온 결과라는 점, 피해자 회복에 가장 결정적인 가해자와의 분리가 학교 공식 체계를 통해 가능해졌다는 점, 이번 사건의 선례를 남김으로써 다른 학내 성폭력 사건을 방지하는 일에도 긍정적인 힘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징계처분을 환영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징계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가해자 해임이라는 상식적인 결과를 얻어내기까지 피해자들은 지난한 조사 과정을 통해 과거의 피해 내용을 마주해야 했으며, 공론화 과정에서 입는 2차 피해를 감내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활동가는 “이 사건 이후에는 피해자들이 당연한 권리를 찾기 위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일도, 더 나아가서 학내 성폭력 사건이 재발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당신에게 부탁합니다”

 

“부디 조금 더 예민해지기를. 부디 당신의 옆을 살펴주기를. 부디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용인하지 않기를”

 

피해자 쟈스민(가명)의 발언을 대독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그는 “우리는 앉아서 울기만 하는 것보다 나서서 행동해야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상처를 돌보기보다 옳은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미숙하지만 갖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고백한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이 자리에서 종결되는 것이 아니고, A 교수가 처벌받음으로써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며 “학내에 학생들의 인권을 지켜줄 수 있는 인권센터가 운영되고, 학내 성폭행 사건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비로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공동행동 측은 징계처분 이후에도 "계속해서 감시하고, 후속 처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박주현 기자

qkrwngus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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