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7 (일)

대학알리

사람

한계를 깨고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하는 소녀

영화 <니얼굴> 서동일 감독 인터뷰

 

필자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주변 환경을 극복하고 도전적인 자세로 부딪히는 사람들의 사례를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영화 <니얼굴>을 발견하게 되었고, 어느 곳에도 속할 수 없었지만 그 경계를 허물고 세상에 발걸음을 내딛는 소녀의 모습이 작품의 첫 시작점이 되었다는 감독의 말에, 인터뷰를 청하게 되었다. <니얼굴>은 발달장애인 은혜 씨가 그림을 그리면서 내면을 치유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은혜 씨의 모습을 조명함으로써 관객들에게 긍정의 기운을 전달해 줌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안겨주고 있다. 결핍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준 영화일뿐더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자는 메시지가 담겨있어 관객에게 따뜻함을 전해주고 있다. 서동일 감독은 세상의 수많은 은혜 씨가 영화를 통해 긍정의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Q. <니얼굴>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영화의 주인공이 된, 은혜 씨의 그림이 계기가 되었다. 선의 형태가 독특해서 눈길을 끌었고, 무엇보다 개성 있게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주어서 인상적이었다. 은혜 씨는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그림 그리는 일을 하는데, 그곳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곳이다. 그런데 날씨를 극복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감격스러웠다. 계속해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은혜 씨를 보고 있으니,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낱개의 그림 속에서 은혜 씨의 삶의 의지가 보였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그림 그리는 과정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린 후부터 자존감도 높아지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은혜 씨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은혜 씨의 성장과정을 프레임 속에 녹여내고 싶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은혜 씨가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더더욱 완성해야겠다는 결심을 가지게 되었다.
 
Q. 작품을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 혹은 바람이 있다면.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해 힐링과 위로를 전해주고 싶었다. 위로받아야 할 존재가 오히려 상대방을 위로하는 모습이 굉장히 따뜻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장애에 관련된 기존의 방송들은 대부분 그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현실, 그들이 받고 있는 차별 등을 이야기하기에 진중하게 생각하게 되는 동시에 무거운 마음을 갖게 된다. 더불어 발달장애인의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장애를 갖고 있는 자식들은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인물로 비치게 된다. 하지만 그런 톤 앤 매너하고는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보고 나서 기분 좋고 유쾌해질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기에 은혜 씨의 존재가 매력적으로 보이길 바랐다. 은혜 씨가 더 주체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어머니의 비중을 최소화했고, 은혜 씨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귀엽게 보일 수 있도록 편집해나갔다.

 

 

Q. 은혜 씨를 프레임 속에 담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어머니와 동행하지 않고 은혜 씨 혼자 출근을 한 적이 있는데, 주문받고, 사진 찍고, 포장하는 것까지 스스로 다 해냈다. 은혜 씨가 과연 어떻게 상황을 대처할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는데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니 대견스러웠다. 그 장면을 본 은혜 씨의 어머니도 뿌듯해했고, 저 또한 그 장면이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아닌가 싶었다. 사람들은 발달 장애인이 주체적이라기보다는 수동적인 성향이 짙다고 생각하는데, 실상을 보니 그것은 선입견이 아닐까 싶었다. 은혜 씨를 보면서 발달 장애인도 자기 스스로 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Q.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있다면.

 

장애인 고용 공단에서 은혜 씨에게 단행본에 들어갈 서른 컷 삽화 작업을 의뢰했다. 작업비를 받고 작업을 시행한 것이라 스스로도 뿌듯해했다. 열정을 다하여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을 뿐더러, 작업을 마친 이후에 바닷가에서 좋아하는 지인과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미소가 지어졌다. 폐공장에서 본인이 그린 작품 2000점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그 속에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은혜 씨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본인이 만족해하고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니 그 모습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Q. 스스로가 생각하는 좋은 사회는 무엇이며, <니얼굴>을 통해서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싶었는지. 

 

선입견과 차별이 없는 세상이 아닐까. 상대방이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편하고 무거운 마음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형제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장애에 관련된 선입견이 사라졌으면 한다. 그렇기에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 편히 길거리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과거, 은혜 씨가 지하철을 탔을 때, 따가운 시선을 견디면서 남몰래 상처를 받아야 했지만, 문호리 리버마켓에서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존중받고 사람들과 허물없이 어울릴 수 있어서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문호리 리버마켓이 은혜 씨의 유토피아였던 것처럼 그런 공간들이 많아지길 기도해 본다.

 

 

Q. 은혜 씨의 그림 중 가장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은혜 씨가 그린 자화상이 있다. 하나밖에 없는 자화상이기도 하고, 작가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어서 굉장히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그림을 팔고 똑같은 것을 그려보자고 권유해도 은혜 씨는 절대로 팔고 싶지 않다고 말했는데, “나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라는 믿음을 굳게 먹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계속해서 보관하고 싶다는 은혜 씨의 이야기를 듣고 저 또한 은혜 씨가 언제나 자기 자신을 사랑했으면 하고 바랐다.
 
Q. 이 세상의 모든 은혜 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절대 포기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무리 힘겹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긍정의 힘으로 삶을 버텨내고 이겨냈으면 좋겠다. 누구나 마음속에 긍정의 힘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한 힘을 믿으며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니얼굴>의 은혜 씨가 자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내보임으로써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화두로 던지고 싶다. 역경이 드리워진 삶이어도 극복하고 이겨내면 자신이 목표한 바를 꼭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지인들 또한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믿어줬으면 좋겠다.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Q.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무엇을 중점으로 두고 만드는지.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내가 인물의 편이라고 생각하고 제작한다. 그전에 작업했던 작업물인 <두물머리>에서 유기농 단지를 농부들이 지켜내는 싸움을 3년 넘게 기록한 바가 있다. 그때, 농부들의 편에 서서 카메라를 잡았었다. 그들한테 필요했던 것은 누군가가 옆에서 자신들의 상황을 지켜봐 주고 기록해 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명령불복종 교사>를 찍었는데, 해임된 교사들의 편에 서서 그 상황을 기록하였다. <니얼굴>또한 은혜 씨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든 것이기에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의 태도는 철저히 그 사람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들에게 있어서 카메라가 응원이 되고 힘이 되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영화 속 장면 중 전시회가 인상 깊었는데, 준비 중인 은혜 씨의 전시회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8/23일부터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포옹 전시회를 연다. 그동안 은혜 씨가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찍은 사진들을 보니 포옹하는 장면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 모습에 영감받아 사람의 품에 안기는 장면들을 모티브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이번 전시회에서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전시장 내에서도 사람이 오면 포옹을 하는 퍼포먼스도 펼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거리 두기가 실시되었을 때는 하기 어려웠던 포즈이기에, 이번 전시회를 통해 사람들끼리의 유대가 더욱 돈독해졌으면 한다. 
 
Q. 차기작 설명 부탁드린다.

 

직장 안에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발달장애 창작자를 조명하여 촬영을 진행하였다. 창작 과정 속에서 고난과 시련도 있었지만 그것을 딛고 저마다의 창작세계를 선보이는 그런 영화다. 작품만 보고서는 알 수 없는 창작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그 과정에 집중하길 기대했고, 그 속에서 발달 장애인들의 소통 방식에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더불어 발달장애인들도 사회적 존재로서 스스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현재, 편집 중에 있으며 개봉 계획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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