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0 (수)

대학알리

사람

한 사람을 위한 지고지순한 마음, ‘그대라는기억 연숙씨’

영화 <그대라는기억 연숙씨> 심미희 감독 인터뷰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라는기억 연숙씨’에는 모든 기억이 잊혀져 가지만 유일하게 한 남자를 기억하는 여성, 연숙씨가 등장한다. 그리고 자신을 기억해 주는 한 여성을 옆에서 든든히 지켜주는 규홍씨가 등장한다. 쓰라린 결핍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보듬어주는 두 사람을 보고 사랑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남을 배려하고 남을 위하는 규홍씨의 따뜻한 사랑, 한 사람의 곁을 계속해서 지켜주는 연숙씨의 사랑을 보고서 필자는 진심의 가치를 느끼게 되었다. 사람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가 진실되게 느껴지는 영화이기에 진심이 담긴 마음을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인터뷰를 요청했다. 심미희 감독은 사람의 아픔과 상처를 감수하고 그 사람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근원이 아닐까라는 이야기를 함과 동시에 절대적인 기억과 관련해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대라는기억 연숙씨’의 제목을 보고서 ‘그대라는’과 ‘기억’을 붙인 의도는 잊혀져 가는 기억 속에서도 잊히지 않는 기억이 바로 당신임을 나타내고 있다. 서로가 유일함으로 빛나는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따뜻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이 영화를 연출한 심미희 감독과 인터뷰를 나눴다. 이하 일문일답.

 

 

Q. ‘그대라는기억 연숙씨’를 연출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방송 다큐멘터리 피디로 일을 하고 있다. 가정의 달 특집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중 제작사 측에서 후속으로 영상을 만들자고 제시해 주셨다. 제작사 대표님께서 영화로 만들어보자고 제안 주셔서 제가 메가폰을 잡았고, 저 또한 아버님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어서 연출 제의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촬영 기간은 2018년부터 시작해서 2019년까지 찍었고, 그 이후에 계속해서 편집을 했다.

 

Q. 촬영하면서 느꼈던 감정 혹은 생각 등에 관련하여 말씀 부탁드린다.

 

할아버지께서 시한부라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할머니께서도 언제까지 살아계실지 모르는데 할아버지께서 시한부라는 소식에 계속해서 눈물이 났다. 두 분께서 따로 병원에 계시면서 혼자서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일 년간 촬영을 해서 그런지 이야기가 많이 축약이 되었는데 스크린에 보이지 않았던 부분은 ‘시간’이었다. 할머니께서 식사를 하실 때 최소 1시간 남짓 걸린다. 더불어 할머니께서는 새벽에 두 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을 가셔야 한다. 그런데 영화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 시간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없기에 아쉬웠다. 힘든 일이지만 그것을 극복할 만큼 무한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기에, 할아버지의 보살핌이 감동적이었다.

 

Q.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면.

 

할머니께서 중환자실에 계실 때 할아버지께서 병원으로 찾아오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봤을 때, 할머니께서 유난히 밝으셨고 할아버지의 말을 잘 들어주었기 때문에 두 분의 관계가 애틋해 보였다. 두 분 모두 아프신데 서로의 눈빛 속에서 서로를 애정 하는 느낌이 들어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입을 떼지 않아도 눈으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침묵 속에서 피어난 애틋함이 눈에 보여서 마음이 뭉클했다.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장면은 할아버지의 생신잔치 장면이었는데, 할머니께서 할아버지의 하이파이브를 받아주지 않고 가족들의 하이파이브만 받아주었기에 그 부분이 재치 있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할머니의 모습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편하게 관람했으면 싶었다.

 

 

Q. 계속해서 서로의 곁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사랑이라는 감정을 넘어서서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었기에 두 분이 서로의 곁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오래간 옆에 있었기에 이성적인 사랑을 넘어서서 가족의 사랑으로 발전한 듯 보였고, 그렇기에 두 분은 서로가 없으면 살지 못하는 관계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분의 사랑은 정의하기 어렵지만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사이이고, 그래서 같이 있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Q. 어떤 의미로 ‘그대라는기억 연숙씨’라는 제목을 지었는지.

 

할머니께서는 오직 할아버지만을 기억하고 계셨다. 기억을 잃는 도중에도 할아버지 만은 할머니 곁을 계속해서 지켰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더군다나 할머니께서는 ‘이연숙’이라는 할아버지의 부름에만 반응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오직 ‘이연숙’이라고 불릴 때만 반응하기에 ‘그대라는기억 연숙씨’라는 제목이 알맞겠구나 싶었다. 할머니께 남은 기억은 할아버지밖에 없으니까 이 제목이 타당하다 싶었다.

 

Q.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영화는 누구나 쉽게 찍을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 혹은 가족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많이 찍어서 추억을 마음속에 품고 각자만의 영화를 완성했으면 좋겠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가족 분들도 영화가 만들어진 것을 보고 두 분을 기억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감사함을 전해주셨다. 그렇기에 관객분들도 이 영화를 보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영상 혹은 사진을 많이 남겨두었으면 좋겠다.

 

 

Q. 아픈 사랑이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인 인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랑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소한 것만으로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픈 사랑이더라도 정말로 사랑한다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에게 큰 만족감을 주는 일이 아닐까. 힘든 상황에서도 누군가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다. 아픔과 상처를 감수하고 옆에 있어주는 것이야말로 믿음을 주는 일인 것이다.

 

Q.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과도한 연출을 표현하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질문 혹은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고, 일상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많이 노력했다. 꾸며진 상황 말고 날것 그대로 표현되길 원했고,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담으려고 개입하지 않으려 많이 노력했다. 실제로 영화를 들여다보면 대화 자체가 많지 않다. 제가 여쭤보는 것 또한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여쭤보지 않는다. 할아버지께 감사했던 것은 먼저 이야기를 해주시려는 노력이 보여서 그 점이 감사했다. 되도록 제 생각이 개입되지 않도록 노력했기에 이 영화는 두 분이서 만들어간 다큐멘터리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Q. 차기작 계획 말씀 부탁드린다. 

 

삶과 죽음을 모두 영화 속에 담아내었는데, 다음 차기작 기회가 주어진다면 죽음보다 삶에 관련된 것을 만들고 싶다. 아직까지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힘들고, 정이 많아서 슬픔을 감당하기엔 벅찬 감이 있다. 삶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슬픈 상황이더라도 긍정적인 기운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사람의 ‘생’에 관련된 차기작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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