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화)

대학알리

오피니언

세상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를

자립준비청년, 중요한 건 ‘경제적 지원’ 아닌 '곁에서 함께하는 것’

 

자립준비청년의 안타까운 선택...우리는 왜 그들을 지키지 못했는가

 

2022년 8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광주 지역에서 자립을 앞두고 있던 청년 2명이 며칠 간격으로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자립준비청년은 보육원, 그룹홈, 쉼터와 같은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등의 보호를 받는다. 이들은 만 18세 이후 보호 종료와 함께 홀로서기에 나서야 한다.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사회복지사를 꿈꾸며, 보육원을 나와 광주에 있는 한 대학에 입학한 자립준비청년이 자신의 기숙사 방에서 남긴 마지막 쪽지에 적힌 말이다. 2022년 8월 21일, 광주 광산구에 있는 모 대학교 기숙사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내가 살아온 삶이 고달프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던 다른 자립준비청년이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 속 내용의 일부이다. 그는 유언과 함께 자신의 삶을 스스로 포기하였고, 2022년 8월 24일, 광주 지역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자립준비청년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 소식보다 마음이 아팠던 것은 그들이 남긴 메시지였다. 메시지 속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와 ‘내가 살아온 삶이 고달프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나의 마음을 칼로 찌르는 것과 같았다.

 

삶을 살아내려고 했지만, 심리적인 압박과 고독감을 버텨내지 못한 두 청년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마음의 벼랑 끝에 선 그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함께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에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넘어 우리 한국 사회를 향한 원망의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꽃다운 두 청년의 죽음 후에야,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2022년 9월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 이후 첫 일정으로 충남 아산에 있는 충남자립지원전담기관을 방문했다. 광주에서 일어난 두 자립준비청년의 비극을 염두한 행보였다. 그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강조하면서, “전보다 더욱 과감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나는 '기회와 평등'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동행과 응원'이라는 말도 함께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경제적 어려움만이 이들을 절벽 밖으로 내몬 것은 아니다.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중압감과 고민을 나눌 또래 친구와 어른이 없었다는 것이 그들을 내몬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동생과 또래 친구, 선생님과 함께해온 보호시설을 떠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익숙함을 버리고, 세상이라는 낯선 곳으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지원 확대를 넘어, 자립준비청년의 곁에서 꿈을 응원해주고,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정서적 지원이 절실하다.

 

두 청년의 비극적인 선택 이후에야, 우리는 그들의 아픔을 알게 됐다. 우리 사회는 이제야 알게 된 것일까. 간절했던 그들의 SOS 메시지는 왜 무시한 것일까.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삶이 고달프지 않도록

못 읽은 책들을 다 읽으며,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이제, 그들의 곁에는 우리가 함께할 수 있도록

 

광주에서 발생한 꽃다운 두 청년의 죽음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기억해야 한다.

 

중요한 건 ‘경제적 지원’이 아닌, ‘그들의 곁에서 함께하는 것’

 

2022년 11월 17일, 이기일 보건복지부 차관은 2023년부터 자립 수당을 월 35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하고, 지자체 정착금은 1,000만 원 이상으로 권고하는 경제적 지원 대책 등이 담긴 ‘자립준비청년 지원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자립준비청년의 다수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만, 정서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나아가 자립해야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방법을 모르기도 한다. 자립의 과정에서 많은 부담감과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어 고충을 겪기도 한다.

 

경제적 지원을 통해 자립준비청년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것도 중요하나, 그들의 ‘심리적 자립’을 돕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립준비청년을 우선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인 브라더스 키퍼의 김성민 대표가 KBS와 한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하고자 한다.

 

“사회적 가족 제도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위로해주고 사랑해주고 그런 관계를 통해서 아이가 '이 세상을 살아갈 만하구나. 또 나를 믿어주고 인정해주는 어른이 있구나'라고 생각해서”

 

자신의 꿈을 깊게 고민하고, 시도할 기회의 장을 마련하는 것, 그 가운데 실패를 하여도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 자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받게 될 부담감과 고민 등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를 통해 자신만의 꿈을 찾고,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자립준비청년의 ‘심리적 자립’이다. 앞으로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할 때, 그들의 심리적 자립을 위한 커뮤니티와 상담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매일 새벽에 버스를 타고 강남에 있는 빌딩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에겐 엄연히 이름이 존재한다. 하지만, 빌딩 속 사람들은 이들을 이름 대신 '아저씨'나 '아주머니'라 부른다. 그들이 청소하는 모습을 아무도 의식하지 않는다. 존재하지만, 우리는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사는 것이다.

 

우리는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 때로는 옆을 바라보는 삶을 살아야 한다. 옆에는 자립준비 청년뿐만 아니라, 청소노동자와 같이 우리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존재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이뤄낸 노력과 헌신, 이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그들을 의식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앞만 보고 달리면 보이지 않는다. 옆을 바라보고, 손잡고, 함께해야만 보인다.

 

자립준비청년의 꿈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딜 힘과 기회가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어른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과 수많은 사회적 약자를 위로해주고, 사랑해주며, 나아가 응원하는 사회로 변화되기를 바란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우리 모두 함께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 길에 우리가 모두 함께했으면 좋겠다. 아니, 그렇게 해야 한다.

 

권민제 기자

writming0314@gmail.com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권민제 기자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닌,
옆을 바라보며 함께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