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마감 하루 전, 김 모 양은 챗GPT 창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했다. 쓰자니 부정행위가 될까 두렵고, 안 쓰자니 AI로 무장한 동기들을 따라잡을 자신이 없었다. 이처럼 많은 대학이 AI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지만 세부기준은 여전히 모호하고 실제 운용도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주요 대학의 생성형 AI 대응은 학교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중앙대는 생성형 AI 활용 안내 사이트를 별도로 운영하며 AI 개념, 활용 사례, 학교 및 학술지 가이드라인, 교육 영상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서울대도 2026년 AI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교육·학습, 연구·개발, 행정 영역에서의 AI 활용 원칙과 윤리 기준을 제시했다. 서울시립대는 생성형 AI 정보서비스 ‘AI Chat’을 도입했고 지난 5월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공식 발표했다.
성균관대는 AI 종합 안내 홈페이지를 통해 교강사 대응 가이드와 학습 윤리 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나 전교생에게 일괄 적용되는 통합 규정이라기보다는 수업별 기준 확인에 가까운 형태다. 한양대 역시 AI 활용 윤리와 인용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지만, 공개 자료상 전교 차원의 과제 활용 규정은 확인하기 어렵다. 한국외대 서울캠퍼스의 경우 전교생과 전공 전체에 적용되는 통합 성격의 공식 규정은 대외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해외 대학은 생성형 AI 활용을 추상적 윤리 원칙이 아니라 과제 단위의 실무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호주 UNSW는 과제에서 AI 활용 가능 범위를 ‘사용 불가’, ‘단순 편집 보조’, ‘기획 및 설계 보조’, ‘출처 표기를 전제로 한 보조’, ‘AI 활용 자체가 평가 요소인 과제’ 등으로 나눈다. 영국 UCL도 평가에서 AI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 AI 활용이 과제의 핵심인 경우를 구분한다. 리즈대는 이를 빨강·노랑·초록의 신호등 체계로 설명해 학생이 과제별 허용 범위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교수들은 AI 활용 기준을 무조건 통일하는 것에도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인철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AI 사용은 이미 보편화되어 있지만, 학계에서는 아직 수용성이 천차만별”이라며 교수마다 AI에 대한 친숙도와 이해 수준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보고서 작성 수업과 코딩 수업처럼 교과목의 목표가 다른 만큼 AI 활용 기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대학 차원의 공통 가이드라인은 필요하지만, 최종 적용은 교과목 특수성을 고려해 교수자의 재량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AI 감지툴 활용 역시 과목별 차이가 고려돼야 한다. 신 교수는 문장 유사성을 탐지하는 표절 검사 도구는 보고서/발표 과목에서 표절 방지를 위해 필요할 수 있지만, AI를 활용한 코딩 수업에서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결과가 불가피하게 도출될 수 있어 효용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감지툴은 부정행위의 확정 근거가 아니라 과목의 성격에 따라 해석돼야 할 보조 도구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신 교수는 일률적 기준보다 교과목의 내용과 수업 방식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되는 영역별·부분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료 검색, 문장 교정, 아이디어 구상, 코드 작성, 결과 해석 등 AI가 개입할 수 있는 단계를 세분화하고, 과제별로 허용 범위와 표기 방식을 명확히 제시하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성형 AI가 이미 대학 학습 과정 안으로 들어온 이상, 대학의 역할은 학생에게 AI 사용 여부를 묻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의 사용이 학문적 진실성을 해치지 않는지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데 있다.
박휘빈 대학알리 기자 (gnlqls012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