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코로나19 이후 완화된 평가 방식으로 대학가의 평균 학점은 높아졌다. 높아진 학점은 대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안겨준 듯 보인다. 그러나 모두가 높은 학점을 받는 현실에서 A 학점은 더 이상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학생들은 성적이 아닌 또 다른 기준을 찾아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학점 인플레이션이 경쟁을 없앤 것이 아니라 경쟁의 무대를 성적표 밖으로 옮겨 놓은 셈이다.
<대학알리>는 이러한 ‘A 학점의 역설’을 추적했다. 대학알리미 성적평가 데이터를 비롯해 학생과 인사담당자,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학점 인플레이션 이후 대학생들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성적표가 잃어버린 의미와 신뢰를 되짚어본다.
높아진 학점은 대학생을 더 자유롭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성적표 밖에서 또 다른 경쟁을 시작하게 했을뿐일까.
서울 주요 상위 15개 대학의 전공과목 A 학점 비율이 평균 45.5%로 집계됐다. 일부 대학은 전공 수강생의 절반 이상에게 A 학점을 부여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24년 1학기 기준 서울 주요 상위 15개 대학의 전공과목 A 학점(A+, A0, A-) 평균 비율은 45.5%다. 서강대(29.7%)와 경희대 (32.5%)는 상위15개 대학 평균인 45.5%보다 10%p 이상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건국대(39.1%)와 한국외대(39.7%) 역시 평균치를 밑돌았다. 반면, 성균관대와 중앙대는 전공과목 수강생의 절반 이상에게 A 학점을 부여했다. 두 대학의 A 학점 비율은 각각 53.4%와 54.8%였다.
동국대학교의 경우, 경영학과의 전공 A 학점 비율은 2022년 43.9%에서 2024년 35.2%로 8.7%p 감소했다. 같은 경영대학의 경영정보학과는 2022년 53.6%에서 2024년 43.7%로 9.9%p 줄었지만 감소 후에도 40%를 유지했다.
전공과목에 비해 교양과목의 A 학점 부여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24년 숭실대학교 성적 분포를 보면, 전체 전공과목의 연간 A 학점 평균 비율은 36.9%인 반면 전체 교양과목은 48.5%로 집계됐다. 전공과 교양 간의 격차는 11.6%p다. 특히 숭실대 교양과목은 2학기 기준으로 A 학점 비율이 52.1%를 기록해 수강생의 과반이 A학점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국대학교 역시 교양과목의 A학점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났다. 2024년 동국대의 전체 전공과목 연간 A 학점 평균 비율은 35.2%였으나 전체 교양과목은 47.9%로 전공 대비 12.7%p 높다. 동국대 전체 교양과목의 A·B학점 합산 비율은 87.5%로 조사돼 교양 수강생 중 B 학점 이상 취득자 비율이 90%에 육박한다.
졸업평점 백분율 역시 높아졌다. 2024년 기준 졸업생 중 졸업평점 백분율 90점(평점 3.5~3.7 상당) 이상을 취득한 비율은 ▲한국외대 58.3% ▲서울시립대 63.6% ▲건국대 64.3%로 조사됐다. 성균관대학교는 74.2%, 중앙대학교는 76.5%의 졸업생이 백분율 90 이상을 기록했다.
졸업생들의 학점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기업 채용 과정에서 학점이 가지는 변별력과 신뢰도 역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롯데건설에서 기획인사 실무를 담당해 온 담당자 M 씨는 “최근 대졸 지원자들의 학점이 과거와 달리 상향 평준화되면서 일부 대학의 과도한 학점 부여 경향에 대해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채용 시 학점은 여전히 1차 서류 전형의 선택 기준 중 하나로 기능하지만, 고학점자가 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서류상으로 지원자를 걸러내는 과정에서 실무적인 애로사항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채용 시장에서는 학점이나 정량적 스펙 관리 못지않게 대면 면접의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다. 기업들은 면접 과정을 통해 지원자가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는지,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한다. M 씨는 "서류 전형 이후 진행하는 단체 면접이나 그룹별 문제 해결 과정에서 지원자들의 팀워크와 조화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며 "실질적인 변별력은 이 단계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에 아무리 학점이 높은 지원자라도 이를 통과하지 못해 탈락하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홍다인 대학알리 기자 (hongdain74@gmail.com)
김준희 대학알리 기자 (huii1225@naver.com)
조예원 대학알리 기자 (yewon021075@gmail.com)
최민혁 대학알리 기자 (fhtsgy71@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