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1 (금)

대학알리

학점의 역설

변별력 잃은 학점, 기업의 시선은 ‘경험’으로

심화되는 ‘학점 인플레이션’,.. 학점만으로는 지원자 평가 어려워져
기업 “학점보다 실무 경험이 더 우선”
단순 학점 문제 아닌 채용 시장 전반 변화라는 해석 내놓기도


| 편집자 주


코로나19 이후 완화된 평가 방식으로 대학가의 평균 학점은 높아졌다. 높아진 학점은 대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안겨준 듯 보인다. 그러나 모두가 높은 학점을 받는 현실에서 A 학점은 더 이상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학생들은 성적이 아닌 또 다른 기준을 찾아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학점 인플레이션이 경쟁을 없앤 것이 아니라 경쟁의 무대를 성적표 밖으로 옮겨 놓은 셈이다.


<대학알리>는 이러한 ‘A 학점의 역설’을 추적했다. 대학알리미 성적평가 데이터를 비롯해 학생과 인사담당자,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학점 인플레이션 이후 대학생들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성적표가 잃어버린 의미와 신뢰를 되짚어본다.


높아진 학점은 대학생을 더 자유롭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성적표 밖에서 또 다른 경쟁을 시작하게 했을뿐일까.


 

최근 기업들의 채용 기조는 학점보다 직무 경험과 실무 역량을 중시하는 경향이다. ‘몇 점 이상의 학점’이 마치 취업을 위한 필수 조건처럼 여겨졌던 과거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이러한 변화의 주된 요인으로는 코로나19 시기 심화된 대학의 ‘학점 인플레이션’이 지목된다.

 

이 시기를 겪은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취업에 뛰어들게 되자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과거에는 학점이 지원자의 성실성과 전공 지식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됐다. 그러나 지금은 A학점을 받는 비율이 2명 중 한 명일 정도이니 객관적인 기준으로서 효력을 상실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학점 인플레이션을 겪기 전 세대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확연해져 기업들의 눈이 흐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한나 웍스피어(구 잡코리아) PR팀장은 “채용 시장에서 학점은 여전히 기본적인 평가 요소이지만 과거처럼 당락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단순 업무 수행 능력보다는 AI를 활용한 문제 해결 능력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학습 능력이 중요해졌다”며 “기업은 높은 학점보다 어떤 경험을 통해 어떤 역량을 키워왔는지, 그리고 이를 직무에 어떻게 연계할 수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점으로 경쟁력을 판단할 수 없다면 실제 현장에서 더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원자들을 선택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취업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체감된다. 취업 컨설턴트 윤승규 씨는 “코로나 학번이라고 불리는 세대부터 평균 학점이 점차 높아지며 예전에는 경쟁력이 있다고 말하던 학점이 이제는 흔해진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에 상담한 학생이 면접에서 인턴 이력 유무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며 “이제 막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도 실전 사례를 요구할 정도로 직무 경험이 부각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단순히 학점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최재혁 인천대학교 취업경력개발원 원장은 “과거에는 수많은 지원자를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선발하기 위해 공개 채용을 활용했기 때문에 정량적 수치인 학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그러나 시대가 달라지면서 기업들은 지원자를 더욱 세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나 유럽 기업같이 적합한 능력을 지닌 인재를 취사선택해 채용하는 방식으로 점차 발전하는 것이다”라며 “자신들의 사업에 높은 직무 이해도를 갖고 다양한 경험을 한 인재를 더 선호하는 것은 단순히 학점 인플레이션 때문이라기보다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은 학점에 신경 쓰던 비중은 다소 줄이되 희망하는 직무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연관된 경험을 쌓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학점 자체에 얽매이기보다 자신만의 경험과 능력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증명할 수 있는지가 취업 준비생들이 가져야 하는 핵심적인 자세로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학점의 중요도가 하락하고 기타 활동의 중요도가 상승하는 것이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스펙 경쟁’으로만 여기기보다는 채용 시장이 직무 적합성과 실무 역량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홍다인 대학알리 기자 (hongdain74@gmail.com)

김준희 대학알리 기자 (huii1225@naver.com)
조예원 대학알리 기자 (yewon021075@gmail.com)

최민혁 대학알리 기자 (fhtsgy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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