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2 (토)

대학알리

학점의 역설

같은 공부해도 대학 따라 학점 달라진다…”똑같은 노력해도 낮은 학점, 억울해”

학과별로 학점 차이 커… 비슷한 전공인데 유불리 발생
학점 제도 완화 드러나 “학점 인플레이션 때문에 변별력 주고 싶어도 학생 피해 우려”


| 편집자 주


코로나19 이후 완화된 평가 방식으로 대학가의 평균 학점은 높아졌다. 높아진 학점은 대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안겨준 듯 보인다. 그러나 모두가 높은 학점을 받는 현실에서 A 학점은 더 이상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학생들은 성적이 아닌 또 다른 기준을 찾아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학점 인플레이션이 경쟁을 없앤 것이 아니라 경쟁의 무대를 성적표 밖으로 옮겨 놓은 셈이다.


<대학알리>는 이러한 ‘A 학점의 역설’을 추적했다. 대학알리미 성적평가 데이터를 비롯해 학생과 인사담당자,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학점 인플레이션 이후 대학생들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성적표가 잃어버린 의미와 신뢰를 되짚어본다.


높아진 학점은 대학생을 더 자유롭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성적표 밖에서 또 다른 경쟁을 시작하게 했을뿐일까.


대학 내에서 성적은 균등하게 배분될까. 대학 내 전공별로 A학점 비율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경희대학교 2024년 2학기 성적 분포 조사 결과, 상위 25개 학과는 A학점 비율이 57.4%로, 하위 25개 학과 A 학점 비율(42.7%)과 간극이 컸다. 같은 학교에서 비슷한 성적평가 규정을 적용받음에도 학과에 따라 극적인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경희대학교 영어학부에 재학 중인 김민지(가명·22) 씨는 “우리 학과는 A+ 비율이 다른 어문 계열 학과들에 비해 유난히 낮은 편”이라며 “왜 우리 학과만 성적을 낮게 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취업을 준비하게 되면 응용영어통번역학과 학생들과 경쟁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는데 비슷한 전공임에도 성적 차이가 확연한 점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학교별 성적평가 규정은 어떨까. 경희대학교는  「학사운영에 관한 규정 제34조(성적평가 방법)」에서 ‘성적평가는 상대평가를 원칙으로 하며 교과목에 있어 성적등급별 분포는 A- 이상 45% 이내로 한다. ’고 안내한다. 다만 ▲수강인원 20명 이하 강좌 ▲교직과목 ▲군사학과목 ▲실험·실습·설계, 실기과목 (단, 이론 병행강좌 제외) ▲전체영어강좌 ▲교무처장의 허가로 별도의 평가기준이 지정된 강좌 등은 상대 평가를 적용 여부는 교수의 선택에 따른다.

 

반면 고려대학교는 학사운영 규정 제 76조(성적평가)에서 ‘성적평가는 절대평가로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다만 ▲교과목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개설 학과(부)에서 지정한 교과목(교과목 단위로 시행하여야 함) ▲선택교양 교과목은 상대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 또 상대평가 교과목 중 ▲수강생이 20명 미만인 교과목 ▲외국어강의는 절대 평가가 가능하다. 상대평가 일반 교과목은 A+, A 학점 비율을 최대 35%, 실험, 실습, 교직, 외국어강의, 교양외국어과목은 최대 40%다.

 

학교별로 성적평가 규정이 다른 점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건국대학교를 졸업한 박 모씨는 “우리 학교는 성적을 짜게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학점이 다소 낮다는 이유로 면접 때 지적 받은 경우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른 학교들은 성적을 퍼주면 나는 처음부터 불리한 선상에서 시작하는 것이 억울하다”고 말했다.

 

교양과목 선택에 있어 학점이 잘 나올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 경향도 있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재학 중인 박주원(가명·23) 씨는 “듣고 싶은 수업이 있지만 성적을 위해 빠르게 포기한다”며 “성적 잘 주는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수업을 신청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학생들이 다 성적으로 우선으로 수업을 선택한다. 내가 원하는 공부보다 좋은 성적이 우선이 된 현실이 씁쓸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2026년 2학기부터 A학점 비율을 기존 35%에서 40%로 완화했다. 또 재수강 신청 가능 성적 기준을 아예 폐지하면서 A0를 받더라도 재수강을 할 수 있게 됐다. 재수강 취득 성적 상한 기준 역시 폐지해 A+ 취득이 가능하다.

 

 

 

이종혁 경희대학교 미디어학과 교수는 “변별력 있게 규정대로 C, D 등급을 주려고 해도 다른 학교들의 학점 인플레이션이 존재하는 만큼 우리 학교 학생들이 피해 보는 상황을 묵과하긴 어렵다”면서 “대학들끼리 협의해서 평가체계를 유사하게 가는 방안이 합리적이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홍다인 대학알리 기자 (hongdain74@gmail.com)

김준희 대학알리 기자 (huii1225@naver.com)
조예원 대학알리 기자 (yewon021075@gmail.com)

최민혁 대학알리 기자 (fhtsgy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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