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코로나19 이후 완화된 평가 방식으로 대학가의 평균 학점은 높아졌다. 높아진 학점은 대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안겨준 듯 보인다. 그러나 모두가 높은 학점을 받는 현실에서 A 학점은 더 이상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학생들은 성적이 아닌 또 다른 기준을 찾아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학점 인플레이션이 경쟁을 없앤 것이 아니라 경쟁의 무대를 성적표 밖으로 옮겨 놓은 셈이다.
<대학알리>는 이러한 ‘A 학점의 역설’을 추적했다. 대학알리미 성적평가 데이터를 비롯해 학생과 인사담당자,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학점 인플레이션 이후 대학생들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성적표가 잃어버린 의미와 신뢰를 되짚어본다.
높아진 학점은 대학생을 더 자유롭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성적표 밖에서 또 다른 경쟁을 시작하게 했을뿐일까.
대학 내에서 성적은 균등하게 배분될까. 대학 내 전공별로 A학점 비율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경희대학교 2024년 2학기 성적 분포 조사 결과, 상위 25개 학과는 A학점 비율이 57.4%로, 하위 25개 학과 A 학점 비율(42.7%)과 간극이 컸다. 같은 학교에서 비슷한 성적평가 규정을 적용받음에도 학과에 따라 극적인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경희대학교 영어학부에 재학 중인 김민지(가명·22) 씨는 “우리 학과는 A+ 비율이 다른 어문 계열 학과들에 비해 유난히 낮은 편”이라며 “왜 우리 학과만 성적을 낮게 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취업을 준비하게 되면 응용영어통번역학과 학생들과 경쟁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는데 비슷한 전공임에도 성적 차이가 확연한 점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학교별 성적평가 규정은 어떨까. 경희대학교는 「학사운영에 관한 규정 제34조(성적평가 방법)」에서 ‘성적평가는 상대평가를 원칙으로 하며 교과목에 있어 성적등급별 분포는 A- 이상 45% 이내로 한다. ’고 안내한다. 다만 ▲수강인원 20명 이하 강좌 ▲교직과목 ▲군사학과목 ▲실험·실습·설계, 실기과목 (단, 이론 병행강좌 제외) ▲전체영어강좌 ▲교무처장의 허가로 별도의 평가기준이 지정된 강좌 등은 상대 평가를 적용 여부는 교수의 선택에 따른다.
반면 고려대학교는 학사운영 규정 제 76조(성적평가)에서 ‘성적평가는 절대평가로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다만 ▲교과목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개설 학과(부)에서 지정한 교과목(교과목 단위로 시행하여야 함) ▲선택교양 교과목은 상대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 또 상대평가 교과목 중 ▲수강생이 20명 미만인 교과목 ▲외국어강의는 절대 평가가 가능하다. 상대평가 일반 교과목은 A+, A 학점 비율을 최대 35%, 실험, 실습, 교직, 외국어강의, 교양외국어과목은 최대 40%다.
학교별로 성적평가 규정이 다른 점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건국대학교를 졸업한 박 모씨는 “우리 학교는 성적을 짜게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학점이 다소 낮다는 이유로 면접 때 지적 받은 경우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른 학교들은 성적을 퍼주면 나는 처음부터 불리한 선상에서 시작하는 것이 억울하다”고 말했다.
교양과목 선택에 있어 학점이 잘 나올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 경향도 있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재학 중인 박주원(가명·23) 씨는 “듣고 싶은 수업이 있지만 성적을 위해 빠르게 포기한다”며 “성적 잘 주는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수업을 신청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학생들이 다 성적으로 우선으로 수업을 선택한다. 내가 원하는 공부보다 좋은 성적이 우선이 된 현실이 씁쓸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2026년 2학기부터 A학점 비율을 기존 35%에서 40%로 완화했다. 또 재수강 신청 가능 성적 기준을 아예 폐지하면서 A0를 받더라도 재수강을 할 수 있게 됐다. 재수강 취득 성적 상한 기준 역시 폐지해 A+ 취득이 가능하다.
이종혁 경희대학교 미디어학과 교수는 “변별력 있게 규정대로 C, D 등급을 주려고 해도 다른 학교들의 학점 인플레이션이 존재하는 만큼 우리 학교 학생들이 피해 보는 상황을 묵과하긴 어렵다”면서 “대학들끼리 협의해서 평가체계를 유사하게 가는 방안이 합리적이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홍다인 대학알리 기자 (hongdain74@gmail.com)
김준희 대학알리 기자 (huii1225@naver.com)
조예원 대학알리 기자 (yewon021075@gmail.com)
최민혁 대학알리 기자 (fhtsgy71@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