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와 와인이 함께하는 수업 시간 7월 11일 오후, 사각 칠판과 책상으로 이루어진 강의실 대신 경기 성남시의 한 격식 있는 레스토랑이 학생들로 채워진다. 손에 든 것은 전공 서적이나 노트북이 아닌 와인잔과 포크다. 이 날 테이블 앞에 모인 인원은 열 두 명, 준비된 주류는 약 10가지다. 중앙대학교의 대표적인 이색 교양 강좌 <술의 세계와 주도> 수업 현장이다. 이 날 강의에서는 주류 시음과 안주 시식이 진행됐다. 국내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페일 에일 맥주로 시작해 화이트, 로제, 레드 와인으로 넘어가면서 와인의 역사와 제조 과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됐다. 모인 학생들은 네 명이 한 팀이 되어 식사를 즐기고, 좋아하는 주류와 미식에 대한 경험을 나누면서 하나의 ‘수업’을 만들어 갔다. 캠퍼스 안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일이 이 강의에서는 이뤄지고 있었다. 대학 교양이 ‘이론’에서 ‘체험’으로 향한다면 <술의 세계와 주도>를 이끄는 손진호 교수는 프랑스 농촌 현장에서의 체류 경험에 힘입어 이 강의를 개설했다. 손 교수는 프랑스에서 ’식탁의 힘‘을 온 몸으로 느꼈다고 강조했다. 모든 가족이 음식 준비에 참여하고 식탁에서 대화를 나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본관, 대기 의자에 앉은 청년들의 시선이 노트북 화면과 병실 문 사이를 오간다. 모니터에는 대학교 비대면 강의가 재생되지만 이들은 강의보다 환자 호출 벨 소리와 보호자 출입 통제에 더 자주 반응한다. 이처럼 전국의 수많은 대형 병원 복도는 가족이나 친지를 간병하기 위한 청년들, 이른바 ‘영케어러’들로 가득하다. 영케어러는 부모나 조부모 등 가족을 돌보는 34세 미만의 청년을 뜻한다. '간병 지옥'이 삼켜버린 청춘의 궤적 대학생 조 씨(25)는 사고로 입원한 아버지와 지병 치료를 받는 어머니를 동시에 돌봤다. 다른 학생들이 학점 관리와 취업 스펙 쌓기에 분주할 때, 조 씨는 보호자 간이침대의 협소한 공간과 소음을 버티며 전공책을 읽고, 사이버 강의를 듣는 중에도 때마다 환자의 소변 통을 비워야 했다. 그는 “하려던 일과 인생 계획을 모조리 포기하고 간병에 뛰어들어야 했다”며 “준비할 시간도 없이 피보호자에서 가장의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3년 넘게 이어진 간병 뒤 조 씨의 삶은 사뭇 바뀌게 됐다. 조 씨는 본래 체육계 진로를 꿈꾸고 있었으나 부모님의 간병을 시작하면서 더 이상 연습을 할 수 없게 됐다. 떨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