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싸우는 사람들 - 유니브페미의 'F5 프로젝트' 1부

  • 등록 2020.09.16 18:41:26
크게보기

학내 커뮤니티의 혐오와 싸우는 사람들
'유니브페미'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학가는 온라인 활동으로 운영되고 있다. 강의, 동아리, 대외활동 할 것 없이 온라인 활동으로 대체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표적인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은 소통의 장으로 떠올랐다. 에브리타임은 학교 인증을 거친 재학생과 졸업생만 해당 학교 커뮤니티에 글을 작성하고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완벽한 익명 시스템’이라는 기능을 자랑한다. 작성된 게시물, 댓글, 1:1 대화 내용 등은 익명 처리가 된다. 익명 처리된 작성자의 이름, 닉네임, 학교, 학번 등의 정보는 이용자나 게시판 관리자에게 보이거나 전달되지 않는다. 게시물의 외부 유출 역시 엄격히 막는다. 에브리타임은 기본적으로 익명성과 폐쇄성을 보장한다.

 

 

에브리타임은 전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다. 에브리타임의 게시판은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자유게시판과 비밀게시판 같은 경우는 별도의 관리자가 없다. 이외의 게시판은 학생들이 직접 개설하고 운영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학생이 관리자가 되며, 관리자는 게시판의 글을 삭제할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삭제는 선택 사항이기에 게시판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 글이 올라와도 관리자가 삭제하지 않으면 그대로 유지된다. 커뮤니티 이용자 개인이 글을 삭제하는 방법도 있다. 이용자가 커뮤니티 이용규칙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는 글을 신고버튼을 눌러 신고하면 된다. 일정 횟수 이상 신고가 누적되면 게시물은 삭제된다.

 

정확히는 다수가 가진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다. 앞서 설명한 시스템을 통해, 다수가 듣기 불편한 이야기는 삭제된다. 익명성과 폐쇄성 아래 혐오는 증식하며, 소수의 담론은 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에브리타임은 현재 혐오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조치를 가하지 않고 있다. 에브리타임은 금지 행위에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혐오 표현을 제재한다’고 명시된 조항은 없다. 설령 법적으로 위배되는 혐오 표현이 쓰였더라도, 에브리타임에게 책임은 없으며 사용자 개인이 직접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에브리타임의 답변이다. 사실상 직접적인 제재 없이 혐오를 방치하는 셈이다.

 

오히려 사용자가 직접 나서서 ‘에브리타임의 방관적 태도’를 바꾸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여기, 혐오와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새로운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다.

 

 

 

 

유니브페미는 에브리타임을 새로 고친다는 의미의 ‘F5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유니브페미가 에브리타임에 대한 제재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7일 유니브페미는 ‘에브리타임’ 측에 N번방 2차가해, 여성혐오성 게시물에 대한 제대로 된 신고 및 삭제 시스템과 윤리규정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에브리타임은 ‘답변 없음’으로 일관해왔다. 이를 해결하고자 유니브페미는 프로젝트를 기획했으며, 대학알리는 이에 대해 자세한 사항을 알아보고자 했다. 인터뷰에는 유니브페미 대표이자 F5 프로젝트 사업위원장인 노서영 활동가(이하 서영)와, F5 프로젝트 법률 팀장인 양승연 활동가(이하 승연)가 함께했다.

 

 

 

 

Q. ‘유니브페미’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설명한다면?

 

서영: 평소에는 정형화된 방식으로 유니브페미를 많이 설명한다. 설립배경 부터 추구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똑같이 해왔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설명을 해달라는 요청에 고민을 해봤다. 유니브페미의 단체 명함이 있는데, 명함에 있는 문구를 소개하고 싶다. 명함에는 ‘대학 내 페미니즘이 필요한 당신을 위한 유니버스’라고 쓰여 있다. 유니브페미의 이름은 3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university’라는 대학의 의미이다. 다른 하나는 ‘universe’라는, 당신에게 새로운 세계를 제안하는, 같이 이 세계를 만들자고 제안하는 의미이다. 마지막은 ‘universal design’이라고 해서 보편 설계의 의미가 들어가 있다.

 

승연: 더해서 유니브페미가 표방하는 것, 추구하는 것, 그리고 소개하는 말에 대학 공동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지금까지 회원들을 직접 만나거나 조직하는 활동들을, 상황상 많이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집행인 차원에서 내부 구성원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어떤 소속감을 주는 공동체다. 여러가지 활동이나 사업을 통해서, 회원들도 소속감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학 페미니스트를 위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기에 우리는 ‘대학 공동체’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Q. 그렇다면 유니브페미가 구체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서영: 우리가 비영리 단체고, 연합동아리나 연대체의 방식을 넘어서 중심이 있는 단체로 만들자는 합의가 있었다. 만들면서 알게 된 것은 비영리단체 에는 미션과 비전과 사업을 정하게 되어 있다. 우리 단체의 존재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우리 단체의 미션이다. 여성주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대학의 연대를 꾀하고, 결과적으로는 성평등한 사회이자 대학을 만드는 것으로 이야기했다. 큰 틀의 이상향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승연: 나도 동의한다. 덧붙이자면, 우리 단체는 교차성 담론을 적극적으로 말한다. 젠더만이 아니라, 성소수자, 노동, 장애와 같은 다양한 소수자 의제를 포함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성평등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평등한 대학을 그리는 것이 목표다.

 

 

Q. ‘F5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준비하면서, 많은 커뮤니티 중 에브리타임으로 결정하게 된 이유가 따로 있는지?

 

서영: 개별적인 커뮤니티는 관리자가 명확하지 않다. 실제로 에브리타임이 가장 많은 대학에 공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4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고, 대학 전체 흐름을 읽는데 중요할 것 같아 한정했다. 말한대로, 대학 고유 커뮤니티도 같이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환경의 한계가 있다.

 

승연: 실제로 대학을 다니면서 에타(에브리타임)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SNS에 에브리타임을 중심으로 고발 계정이 많이 만들어져 왔다. 그런 사례를 수집하기 쉬웠고, 프로젝트의 경향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그리고 사전 지식을 얻기 좋다는 배경이 있었다. 그래서 에타를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게 되었다.

 

서영: 그리고 에타의 삭제 시스템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다른 커뮤니티는 게시물이 삭제되는 방식이 제각기 다르다. 에타는 신고 누적에 의한 자동처리 시스템을 사용한다. 그것을 계속 자랑처럼, 왜 삭제했는지 물으면 이유는 모르고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서 신고가 누적이 되었기에 삭제했다고 답한다. 그 시스템이 실은 공론장을 너무 해치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했다. 여러 대학에서 게시판의 주류 의견이 아니면 몇 초, 몇 분만에 삭제되는 현상이 많이 보였고, 아예 공론장 자체가 열리는 것을 방해해왔다고 생각한다.

 

 

Q. F5 프로젝트를 위해 에브리타임 사례 조사를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에브리타임 조사 중 심각하다고 느꼈던 사례는 무엇인가?

 

서영: 여성혐오와 장애혐오는 밥 먹듯이 일어난다. 한창 페미니즘 성격을 띈 에브리타임 고발계정이 생길 때가 있었다. 그때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F5 프로젝트에 모니터링팀이 모은 자료를 본 적이 있었다. 여전히 차별적이고 여성 비하적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쓰이고, 그 이야기로 대화나 토론이 이어진다. 더 강화된 부분은 여성 혐오는 하지 않지만 페미 혐오는 한다는 말을 한다. 아예 페미니스트 자체를 어떻게 해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말한다. 때려도 되고, 욕해도 되는 그런 존재로 전락한다. 학교를 오프라인으로 다니지 않는 시기일수록, 온라인의 담론이 오프라인 전체의 담론처럼 느끼기 쉽다. 에브리타임이 과잉으로 대표되는 현상도 있다.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생각을 오프라인에서 말하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 다른 소수자 혐오들은 대학의 형태를 막론하고 이슈 중심으로 발생한다. 사례로, 흑인 차별 플로우가 있을 때는 흑인도 아시안을 차별한다는 말에 크게 반응하기도 한다. 어떤 이슈가 터지면 그것에 대해 이야기가 쏟아진다. 주로 그 방향은 한정적이고, 재미를 추구한다. 그런 방향이 힘을 얻는다.

 

승연: 작은 사례지만, 에타에 나오는 말 중 하나가 ‘메갈이나, 일베나.’이다. 최근에는 여성혐오적 게시글이 올라오면 경계하는 분위기가 생기긴 했다. 그 와중에도 댓글에는 메갈이랑 너네랑 뭐가 다르냐는 말이 있다. 그걸 보면 심경이 복잡하다. 이 공간에 일베와 다름없는 수준의 게시글이 많이 올라온다. 일베식 화법이나 소수자 혐오 문화가 온라인 전반에 많이 퍼져 있다. 일베와, 일베라는 진원지부터 발생하는 영향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일베와 완전히 선을 그을 수 없는 문화적인 측면과 양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에브리타임도 그런 커뮤니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소수자 혐오 커뮤니티와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일베를 하수구 취급하면서, 그런 문화를 답습한다. 메갈리아와 같은, 페미니스트라고 상정되는 집단에 대한 강렬한 불쾌감과 혐오감을 표출한다. 사유나 논의 없이 메갈리아, 일베를 동급으로 취급하고 커뮤니티와 선을 긋는 것을 볼 때마다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특히 대학 공간에서 여성혐오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도, 여전히 페미니스트로 선언하는 것은 어렵고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느낀다. 여전히 글을 통한 사이버불링(cyberbullying)은 에브리타임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고, 그런 것들이 오프라인까지 이어진다. 논의를 불가능하게 하고, 실명을 언급해서 실질적으로 대학생활에서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그런 문제가 생각난다.

 

 

Q. 온라인 공간의 사이버불링이 현실 공간까지 이어진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구체적으로 실제 대학과 에브리타임의 연관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서영: 실제 대학에 어떤 공론장이 있고, 에브리타임이 부수적인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상 오프라인 공론장이 사라지다시피 했기 때문에, 에브리타임에서 논의가 곧 어떤 대학의 여론처럼 여기는 현상이 굳어졌다. 에브리타임의 여론이 실제 여론이 아닐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여론이 펼쳐질 수 있는 공간이 부재하기 때문에 에브리타임의 여론이 곧 전체의 여론으로 치환된다. 이 안에서 어떤 혐오의 대상이 되는 실제 학내 구성원은 오프라인에서도 공론장을 열자고 요구하거나, 참여하는 것조차도 어려워진다. 그런 점에서 더 이상 부수적인 공간이 아니라 ‘해결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시대에 와서 많이 느끼는 것은, 기성 세대가 온라인이 오프라인의 부수적인, 혹은 대안적인 공간이라고 여기지만,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구분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에브리타임의 문제는 우리에게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승연: 동의한다. 요즘 ‘온라인 드웰링(online dwelling)’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온라인이 생활공간으로 자리잡는 현상을 말한다. 서영의 의견에 덧붙이자면, 학생회가 에브리타임 게시판을 만들어서 공지사항이나 행사 안내를 올린다. 에브리타임과 같은 대학 커뮤니티가 많은 학생들의 현실 생활, 대학의 실제 생활에 침투하고 있다. 그 점을 학생회에서 포착하고 에브리타임에 올라오는 의견을 모니터링하기도 한다. 실제 총여학생회 운동을 했을 때, 에브리타임에서 시작된 의견을 마치 학생회에서 경청해야 될 학생들의 의견이라고 발언했다. 실제로도 에브리타임에서 개진되는 의견이 많은 학생이 공유하는 의견일 거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특히 학생회 차원에서 의견을 들을 자리가 없으니 에브리타임의 여론에 많이 호도된다. 그러한 양상을 봤을 때, 에브리타임을 단순히 온라인 커뮤니티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Q. 그렇다면 ‘F5 프로젝트’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서영: F5의 뜻이 ‘새로고침’이다. F5 프로젝트는 대학 내 온라인 혐오 표현 대응 프로젝트이다. 그럼 우리가 에타를 닫게 하는 것이 목표인지, 에타를 다같이 탈퇴하는 게 목표인지에 대한 고민을 나눴을 때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에타를 새로 고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에타를 새로 고친다고 하는 것은, 대학의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이 더 이상 구분되지 않는다고 했을 때 두 공간을 혐오와 차별이 없는 곳으로 만드는 게 프로젝트의 방향성이었다. 그 목표에 가까워지고자 프로젝트 차원에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플랫폼의 책임을 공부하고, 그것에 대한 법제화나 할 수 있는 노력을 연구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사실 근본적인 원인은 여기 글을 올리는 이용자의 인식이다. 인식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 학교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지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학교가 우리는 혐오를 용납하지 않는다, 우리 구성원은 혐오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외국 대학에서는 차별 금지 선언 혹은 평등 선언을 채택하기도 한다. 최근에 서울대에서도 교내 구성원을 다 포함할 수 있는 인권규정 제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이런 노력을 시작할 수 있게끔 촉진하는 활동을 할 것 같다.

 

승연: 우리가 에브리타임을 떠나서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자는 목표는 가능하지도 않고, 그렇게 해서 우리만 모인다고 대학과 온라인 커뮤니티가 변하지 않는다. 목표하는 게 페미니스트만 모여서 안전한 곳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성평등한 공간과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브리타임을 페미니스트에게 안전한 공론장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이 주된 의견이었다. 법률팀에서 활동을 하면서, 에브리타임의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는 별개로 자체적으로 자율 규제를 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방안을 찾아보고 있다. 시스템 관리자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혐오 표현이 어떤 것인지 공부도 해보고, 관리자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논의할 수 있게 촉진하는 것을 법률적으로 구상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가이드라인과 구상하고 있는 법률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그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어쨌든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공존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어보는 게 목표다.

 

 

 

2부에서 이어집니다.

 

인승연 기자 actyeony@gmail.com
<저작권자 ⓒ 대학알리 (http://www.univall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프로필 사진
인승연 기자

이제 나는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생의 행복과 꼭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