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이주’, ‘이주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우리의 일상은 사실 “이동”으로 가득합니다. 매일 아침 출근과 통학을 하고,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고,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런 사소한 이동부터 지역과 지역 간의 이동까지 이동의 범위는 다양합니다. 한국에 사는 이주민들 역시도 이러한 ‘이동’의 결과로 “이주민”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액트-잇(ACT IT)”은 이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한 캠페인 영상 제작 그룹으로, 이주민의 다양한 삶과 이야기를 더 가까이 전하는 '이주 인권 컨텐츠 랩'을 지향하는 단체입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액트-잇(ACT IT)”의 이율도 대표님을 만나봤습니다.
Q. 먼저 “액트-잇”이라는 팀명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이름 자체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었어요. 미디어를 다루는 그룹의 이름이다 보니 트렌디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근데 또 저희 미디어가 이주 인권 활동가들이 만든 것이라는 의미도 전달하고 싶었어요. ‘미디어’가 풍기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벗어나 활동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제작하는 미디어가 계속해서 발품을 팔고, 행동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는 의미도 담고 싶었어요. '잇(IT)'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은 이주 문제의 한 면만 다루지 않고 전반을 다루자는 의미에서 붙였습니다.
Q. “액트-잇”이라는 단체를 조직하고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액트-잇 활동 이전에도 이주 인권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제 경우에는 특히 이주 노동자 문제에 주력해서 활동해왔어요. 한국 사회에서 이주 이슈가 대두 된지 30년 정도 되었어요. 이쯤 되니 이슈 파트가 세분화되어 있고, 전문적입니다. 결혼이주여성, 미디어 활동. 지역운동 등 이렇게요.
본래 저는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에 있었는데, 노동조합은 거시적인 싸움을 하는 곳이거든요. 인권문제와 사회문제의 최전선에 있으면서도 가장 큰 문제를 건드려야 하는 싸움을 하다 곳이니까요. 2년 가까이는 노동조합 활동을 집중해서 하다가, 시간이 지나니 이주 인권 이슈 자체가 사회적으로 매몰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계속 알린다고 하는데, 요즘 여론은 좋지 않았어요. 예멘 문제가 문제가 터졌을 때도 그렇고요. 그래서 “우리가 하고 있는 싸움의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었습니다.
우리가 싸워온 방식, 즉 노조의 운동방식은 어쩌면 장점도 있지만, 시민의 여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엔 약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그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의미보다는 제가 노조의 구성원으로 있으면서, ‘아 나는 거시적인 싸움보다는 시민들과 같이 하는 활동에 더 관심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깨달았던 것에 대한 의미가 더 커요. 그래서 노조에서 나와 시민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이주 인권 문제에 관해 활동하면서 알게 된 또래 활동가들이 있었어요. 연대투쟁 집회가 끝나면 잠깐 모여서 서로의 개인적 고민을 나누기도 했고요. 서로의 의견과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그들과 함께 뭔가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노조를 나오게 되면서 이렇게 쌓인 생각들을 어떤 상상이나 구상 정도의 것으로 놔두지 않고 ‘사업계획서’로 한 번 써봤어요. 계획서를 쓰다보니 5개년 정도의 작업이 필요하다는 계획이 나왔고요. 이 사업계획서를 함께 수다 떨던 활동가들에게 어필하고, 그들에게 공감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같이 일하고자 하는 활동가들이 모여 “액트-잇”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Q. 원래 활동 분야에서 나와 다른 방식을 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원래 경험과 전혀 다른 방식의 미디어 활동을 운동 방식으로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노조의 활동 방식을 애정해요. 하지만 이렇게 싸워온 방식이 30년이 되었어요. 이토록 오래 지속됐었음에도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어요. 아무리 해도 현실이 바뀌지 않으니 전시적으로 해올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런데 이제는 ‘한 축이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이주 인권 단체들이 대체적으로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어요. 한두 명 정도로. 그러다 보니 단체마다 홍보 인력이 따로 마련되지도 않아요. 그래서 우리가 알려야 할 사실은 많은데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친숙하지도, 지속적이지도 않다는 문제가 있었어요. 이와 같은 이주인권운동의 상황 속에서 이주인권운동자의 스피커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Q. 액트-잇만의 강점과 차별성에 대해 말씀 부탁드려요.
저희의 차별성부터 말씀드리면, “이야기하는 대상이 다르다”는 거에요. 기존의 이주인권단체의 목소리는 행정기관이나 정부 쪽을 향한 것이었는데, 액트-잇의 목소리는 시민들한테 향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 것 같습니다.
저희의 강점은, 아무래도 활동가들이 만든 미디어다 보니 시선의 깊이가 다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 문제에 대해 전혀 연구하지 않았거나 활동하지 않았을 때에 가질 수 있는 호기심이나 문제 정의는 그 깊이가 얕을 수 있는데, 액트-잇은 그런 부분에서 시선의 깊이가 있어요. 어떤 문제든지 달처럼 한 면만 보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저희는 활동가들로 이루어진 단체다 보니 달의 이면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시야와 시선이 더 넓다는 게 저희의 강점입니다.
Q. “액트-잇”이 비영리 스타트업에 참여해서 해결하고자 했던 일이 무엇인가요?
일단 이주 이슈 자체에 대해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제대로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자국민 의식이 높아져만 가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이주민’은 어찌 보면 남의 나라에 기회를 찾으러 온 자들처럼 보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들에게 우호적인 마음을 갖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마음의 장벽을 건드리는 일부터 시작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을 미디어의 방식을 통해서 하고 싶었어요. 왜냐면 시민들이 모인 곳이 미디어 공간이니까요.
Q.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사업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너무 많은 걸 얻고 있어요. 일단 스타트업의 이름으로 지원받는 게 다른 사업 프로젝트의 지원과 구도 자체가 달라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일이란, 이들이 지향하는 가치의 마중물을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나의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코칭하고, 같이 고민해주는 과정을 통해서요. 그러면서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제안해주기도 하고요. 이런 점들이 프로젝트성 사업과 구별되는 지점 같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여기 지원사업의 매니저님들이 저희 단체에 대해 되게 열심히 공부하세요. 저희 조직에 대해서도 열심히 공부하시고, 저희가 주목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어쩌면 저희보다 더 치열하고 치밀하게 공부하시는 것 같아요. 저희에게 더 좋은 제안을 주시기 위해서요. 코치 메이트로 붙여주시는 분들도 저희한텐 한 분 한 분 도움이 됐어요. 또 이렇게 저희 사업을 실험해 볼 수 있도록 지원금을 주시는 게 큰 힘이죠. 그리고 5개월 동안 함축적으로 조직을 운영해보고 결과를 내보는 거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엄청 강도 높고 힘들긴 하지만, 동시에 엄청 값진 경험인 것 같습니다.
Q. 액트-잇의 활동 주제와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실행한 내용은 무엇이며,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요? 액트-잇의 5개년 계획 중 지금은 어느 단계인지도 궁금합니다.
일단 “액트-잇”의 5개년 계획은 기초작업으로서의 5년에 해당하는데요. 2020년은 1년차에 해당해요.
1년차는 조직 운영에 대한 실험 단계로 잡았어요. 이런 운영방식과 이런 조직문화로 액트-잇을 운영하는 게 가능한지 경험해보는 것으로요. 미디어 제작에 있어서는 액트-잇의 목적에 맞게 콘텐츠가 구현가능한지를 실험해보는 단계로 설정했습니다. 2년차는 비영리 단체로 인가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3-4년차에는 온라인 사업과 오프라인 사업을 병행할 계획이에요. 5년차에는 시민들과 같이하는 캠페인 운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3-4년차에 하게 될 오프라인 사업이라 함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주민과 교류하는 사업을 해보고 싶어요. 미디어를 통해 저희와 뜻을 같이할 작은 규모의 시민 그룹(응원 또는 후원그룹)이라도 생기면, 그들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사업을 진행하는 거죠. 예를 들어, 머리 드레드와 같이 이주민이 자기 문화에 대한 어떤 부분을 가르친다거나, 요즘 유행하는 이국 취미와 관련해서 요리 교실이나 댄스 교실을 연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선주민들이 이주 문화를 배우거나, 혹은 서로의 문화를 교환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활동 주제와 관련해서 지금까지 실행한 내용으로는 아무래도 콘텐츠 제작이겠죠. 비영리 스타트업 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된 후, 이주 노동을 역추적하는 영상을 만드는 것과 유튜브 채널 운영을 대표 사업으로 잡았어요.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영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이주 노동자를 주제로 한 깊이 있는 콘텐츠이고, 다른 하나는 이주민의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모습을 조명하는 콘텐츠에요.
첫 번째 콘텐츠는 실제로는 역추적의 느낌은 아니지만, 섬에 직접 가서 선원 이주노동자들을 만나 제작했어요. 7박 8일 일정으로 두 번의 촬영을 들어갔는데, 거기서 이주민들이 남긴 흔적들을 발견했고. 그걸 주제로 마이크로 다큐멘터리를 하나 제작했습니다. 두 번째 콘텐츠는 유튜브 시장을 겨냥한 건데요. 예를 들어 asmr, 쿡방, 커버 메이크업과 같은 영상을 이주민과 함께 찍는 거에요. 유튜브 고유의 콘텐츠 소재와 포맷을 차용하되, 구성원들은 이주민과 활동가로 채워 같이 놀아보는 느낌으로요.
마이크로 다큐멘터리 한 편, 유튜브 콘텐츠 네 편 정도로 제작이 완료됐고, 지금은 편집단계 후반입니다. 주위로부터 리뷰를 받고 있는 피드백 단계에요.
▲ asmr, 쿡방 등 유튜브 콘텐츠 제작 현장
Q. 마이크로 다큐멘터리의 주제인 ‘이주민들이 남긴 흔적’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이주 노동을 역추적하는 영상을 만들고 싶었는데, 이걸 현실적으로 기획하는 게 어려웠어요. 누구를 어디서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안이 필요한데 그게 생각보다 빨리 안 나왔거든요. 그러다가 ‘선원 이주노동자 인권 네트워크’라는 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됐고, 함께 하게 되었어요.
저희가 영상으로 찍은 섬은 “개야도”라는 곳인데, 500명 정도만 사는 섬이라서 규모가 되게 작았어요. 섬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에 여유가 생겨 마을을 구경했는데, 통역 활동가 선생님께서 벽에 뭐라고 적힌 영어를 보더니 “아 이 사람 옛날에 우리 단체에 와가지고 상담 받았었는데, 이제 여기 안 살지.”라고 얘기를 하시는 거에요. 적어놓은 글씨만 보고도 그 이주민을 떠올리는 게 신기했어요.
통역가 선생님께서 가리키신 걸 보니, 벽에 파란 스프레이로 자신의 이름을 적어놓은 것이었어요. “Zuragang” 이렇게요. ‘왜 이렇게 이름을 적어놨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걸 찍어만 놨어요. 이를 소재로 영상을 제작할 생각까지는 못했고요. 그런데 찾아보니 한두 개가 아니었어요. 차에도 써놓고, 매표소에도 써놓고. 바닥에도 써놓고. 그래서 이를 주제로 한다면 액트-잇의 철학이 담긴 영상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액트잇의 마이크로 다큐멘터리 “나, 주라강(I, ZURAGANG)"을 촬영했던 개야도
사실 미디어에서 이주노동이나 이주민을 조명하는 방식은 이들을 불쌍하거나 힘든 존재, 또는 엄청난 사회적 약자로 보는 식이에요. 아니면 뉴스에서 나오는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 또는 예비범죄자 같은 식으로 보여지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방식에 아쉬운 마음이 있었어요. 저희가 만나는 이주민의 모습은 되게 다양했거든요.
섬 곳곳에 남겨진 이주민의 이름이 기존의 미디어의 조명 방식을 얘기하고 지적하기 좋은 포인트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 사람들이 남긴 이름을 주제로 잡아서 ‘존재’를 보여주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었습니다.
Q. 콘텐츠에 출연하는 대상이 주로 이주민일텐데, 출연자를 어떻게 섭외하시나요?
저희가 활동가들이다 보니, 출연자들을 구하기 쉬운 환경이에요. 활동하면서 친해진 사람들을 주로 섭외하죠. 저같은 경우는 노조 조합원이었던 친구를 섭외하기도 하고, 미디어 단체에서 멤버는 프로그램 참여자 분들을 섭외하기도 하고요. 마이크로 다큐멘터리에 출연하신 분들의 경우는 로케이션 중심으로 섭외했습니다.
Q. 출연을 제안했을 때 이주민 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선원이주 노동자의 경우에는 좋아하셨어요. 제가 카메라를 들고 다가가면 저를 “journalist”라고 부르면서 자신들의 모습을 찍어달라고 먼저 부탁하기도 하셨어요. 대체적으로 신기해하고 호기심 어린 반응들인 것 같아요. 물론 내밀한 인터뷰를 하는 경우에는 인터뷰 내용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저희의 기획을 말씀드리면, 다들 반가워하셨어요.
제가 직접 들은 이야기는 아닌데, 인터뷰이 한 분께서 저희 다른 멤버에게 “누군가 우리가 사는 얘기를 묻는 걸 되게 기다렸어요.”라고 얘기하셨대요. 누군가 내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나에게 집중하는 것 자체가 그분들께는 위안과 반가움으로 다가가는 것 같아요.
Q. 액트-잇 활동을 전개하면서 겪었던 현실적인 어려움 또는 시행착오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단 저희 멤버들이 각자 기존의 소속과 활동이 상태로 겸직을 하면서 하다 보니 너무 바쁘다는 게 현실적인 어려움인 것 같아요. 짬을 내서 이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시행착오라 하면, 사실 저희는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라서 활동 경험이 다들 있기 때문에 세련되고 전문적인 콘텐츠가 기획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처음 짠 기획서를 들고 피드백을 받아보니 너무 계몽적이고 어렵고 재미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지금의 작업이 나오기까지 기획이 서너 번은 엎어졌던 것 같아요. 콘텐츠의 눈높이를 설정하는 데 있어 시민들의 시작 지점과 활동가들의 시작 지점을 맞추는 게 진짜 어려웠어요.
Q. 반대로, 이 활동/사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보람이나 뿌듯함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 즉 제작된 콘텐츠들에 대한 리뷰를 받아보는 이 시기가 가장 보람있는 것 같아요. 콘텐츠를 만드는 곳이다 보니 기획-제작 단계에서는 우리 기획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막상 결과물이 나오니 그것 자체에 대한 감사함도 있어요.
가장 기분 좋았던 반응은 저희가 이주인권 활동을 하면서 사귄 이주민 친구들의 반응이었어요. 그분들이 저희가 제작한 영상을 보시면서 “이런 미디어가 진작 있었어야 했다. 너무 필요했다.”라고 말씀해주시는 게 좋았어요. 그분들이 말씀하시길, 본인들이 한국 사회에서 예비범죄자, 어눌하고 바보 같은 사람, 불쌍하고 도와줘야 하는 사람과 같은 짐스러운 존재이거나 또는 시위하는 사람, 즉 마치 과도한 걸 요구하는 존재로 보여지는 게 불만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이 영상들에서는 본인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반갑다고 이야기해주신 것이 가장 보람찼어요.
Q. 액트-잇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일단 이주민분들이 저희 영상을 재밌어하고, 필요하다고 하니까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의 철학과 시선이 담긴 방식으로 만나고, 보여주고 싶은 이주민 친구분들이 있다는 것도 저희한테는 원동력이에요. 그리고 이들에 대해 보여줄 게 많다는 것도요.
“이주”라는 이야기를 가지고 다양한 인문학적 지점들을 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미움’에 대해서, 역사에 대해서, 경제에 대해서, 정치에 대해서요. 이런 것들의 산물로 이주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기도 하죠. 다양한 인문학적 관점들과 이주 문제를 연결 지어 이야기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액트-잇의 향후 목표, 그리고 궁극적인 지향과 가치가 궁금합니다.
이 활동을 계속 하는 것 자체가 저희의 목표에요. 이 활동을 통해 다른 무언가를 하겠다는 것보다는, 이 프로토 타입 자체가 생존하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조직을 유지시키는 것이 비영리 스타트업 ‘액트-잇’의 다음 단계이자 숙제인 것 같습니다.
저희 활동의 궁극적인 지향이라면, 이주인권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거에요. “이주인권문제”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냉소적이고 뚱한 반응이 돌아오는 게 아니라 마음이 동하게 되는 반응을 원하는 거죠. 그런데 이 마음이 동하려면 이주민들의 존재 자체를 인식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그들의 생활, 문제, 행복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니까요. 그러려면 만나야 하고,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일들을 개인이 개별적으로 하기에는 너무 시간도 많이 걸리고 가능성도 낮으니까요. 저희 콘텐츠를 통해서라도 이주민과의 만남이 간접적으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요. 그런 만남들을 통해서 “그래 그 문제 해결해야지!”라고 생각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플라스틱을 덜 써야 한다’라는 주장이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여기에 누구도 반박하지 않는 것처럼, 이주인권문제도 어렵긴 하지만 모두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주장으로 여겨졌으면 좋겠습니다.
“평등”이라는 말에 고개를 내젓는 이는 없습니다. 누구나 “평등‘”이라는 가치에 동의합니다. 누구든 손해 보기 싫은 건 똑같으니까요. 이주민들이 말하는 평등 역시 우리가 원하는 평등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이 원하는 평등은 욕심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마땅히 주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보다 앞선 출발점을 원하는 게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위치에서 시작하길 원하는 겁니다. 이주민들의 현실은 우리가 서 있는 지점보다 뒤처져 있는 게 현실이니까요.
어쩌면 “우리”라는 단어부터 넘어서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와 그들을 구분 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배제되는 존재들을 떠올립니다. 당연하게 지워졌던 존재들을 호명하고, 그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이주민을 덮고 있던 불쌍하고 불쾌한 이미지를 지워내고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부터요. 이를 위해 액트-잇(ACT-IT)은 열심히 얘기하고 있습니다. 액트-잇과 함께 시작해보실래요?
※ 이 콘텐츠는 서울시NPO지원센터와 비영리스타트업 3기 대학알리의 협력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이 콘텐츠는 서울시NPO지원센터 블로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snpo2013/2221372015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