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서울’ 대학임에도 재정지원 대상 탈락 ”
“학령 인구 600만 명 선 붕괴… 본격적 위기 예고”
“새롭게 등장하는 인공지능 학과들, 그러나 대학으로서의 고민 필요”
산업 구조의 혁신과 변화의 물결 속에서, 대학의 역할 또한 달라지고 있다. 더불어 저출산 및 고령화 현상으로 학령 인구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많은 대학들이 신입생 인원을 충족시키지 못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대학은 ‘매력적인’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대대적인 학제개편을 실행하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2021년 대학 사회를 주도한 3가지 이슈인 대학 기본역량 진단, 학령 인구 감소세, 그리고 대학의 학제개편을 간단하게 정리한다.
‘대학 살생부’, 대학 기본역량 진단
지난 8월 17일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가 공개되었다. 2021년 진단은 진단 대상 대학 319개교 중 참여를 신청한 일반대학 161개교, 전문대학 124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대학의 발전계획의 성과, 교육여건, 대학 운영의 책무성, 수업 및 교육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사한 이 진단서는 ‘대학 살생부’ 로도 불린다. 이 진단으로 일반재정지원 대학을 선별하기 때문이다. 일반재정지원 대학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혁신지원사업을 지원받는다.
가결과에 따르면 일반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은 일반대학 136개교, 전문대학 97개교로 총 233개교(진단 대상의 약 73%)이다. 일반대학 25교, 전문대학 27교가 재정지원 대상에서 제명된 것이다. 지난 13년간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었으므로, 대학은 재정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정부로부터의 재정지원은 사실상 대학의 존립 여부까지 흔들 수 있는 조건이다. 한편으로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학은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재정지원 대상에 선정된 대학들도 대학별 발전계획에 따라 자율혁신 및 이와 연계한 강도 높은 적정 규모화를 추진해야한다. 교육부는 2022년 하반기 일반재정지원 대학에 대해 유지충원율을 점검해 미충족 규모에 따라 정원 감축을 차등 권고하고, 미이행 시 일반재정지원을 중단한다. 재정지원 대상에 합격했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인하대와 성신여대는 각각 경기권과 수도권에 속하는 대학으로 흔히 ‘명문 대학’으로 알려져있지만 이번 진단 가결과에서 재정지원으로부터 탈락해 충격을 안겨주었다. 두 대학은 가결과 발표 직후 이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출했으며 재학생, 동문, 학생회, 그리고 학교 운영진들이 모두 나서 가결과를 규탄하는 자리를 가졌다. 또한 재정지원 대상 미선정 대학 52교 중 25개 대학은 26일 교육부와 기획재정부에 공동 건의문과 대학별 건의문을 제출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임을 감안해 평가에 참여한 대학에 대해서는 평가 결과를 토대로 차등 지원하되, 모든 대학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진단의 형평성과 공정성, 그리고 투명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최종 결과는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8월 말 최종적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신입생 부족, 위기의 대학
저출산 여파로 인한 학령 인구의 가파른 감소세로 대학의 신입생 충원이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 전체 학생 수. 출처는 교육통계서비스 홈페이지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6일 발표한 ‘2021년 교육 기본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국의 유·초·중·고등학생 수가 약 595만 명으로 600만 명 선을 붕괴하며 역대 최저 수준을 갱신했다. 2011년 전체 학생 수가 760만 명이었으므로 지난 10년 간 약 160만 명 이상 감소한 것이다.
사진: 고등교육기관 신입생 충원율. 출처는 교육부
한편 전국의 모든 고등교육기관(일반대·전문대·대학원)의 신입생 충원율이 2021년 4월 1일 기준으로 전년도 보다 3.1%포인트 하락한 84.5%로 기록되었다. 2011년부터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던 신입생 충원율이 21년에 이르러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이 중 일반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4.9%로 전년 대비 4.0%포인트 하락했으며 전문대학의 충원율은 84.4%로 전년 보다 9.3%포인트 하락했다. 10여년 전부터 예고되어왔던 전문 대학의 존폐 위기가 실질적인 통계로 증명된 셈이다.
융복합 인재 양성으로 변화 도모
4차 산업 혁명 시대 대학생이 갖추어야 할 미래역량으로 기대되는 것은 ‘융복합 역량’이다. 이 역량은 공학과 인문, 그리고 예술 분야를 모두 아울러 다양한 학문들 간의 상호교류와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능력으로부터 기인한다. 소위 ‘문과’와 ‘이과’의 고전적인 구분을 뛰어넘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학령 인구의 감소와 산업 혁신으로 급격히 변화한 시대에 잘 적응해 갈 핵심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대학의 주요한 목표가 되었다. 따라서 대학은 직업 트렌드와 시대 변화에 맞추어 학제 개편을 시행하며 신입생을 모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은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구분없이 빅데이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들을 개설하고 있다. 이는 날로 심해지는 취업난 속에서 산업 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대학은 순수학문과 관련된 학과의 정원을 줄이거나 통합하는 동시에 산업 인력 교육에 적합한 학과들을 새롭게 개설해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
한편으로 이러한 학제 개편이 순수학문을 경시하고 기업만을 위한 인재를 양산해내는 공장식 교육이라는 비판도 있다. 학문을 수양하는 공간으로서의 대학의 본질이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 재단의 재정 위기,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 자본의 논리에 포섭된 대학 사회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얽혀있는 문제이므로 섣불리 신설 학과를 개편하는 것이 마냥 긍정적인 결과만을 도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성화 전략으로 고강도 혁신을 도모하는 대학들은 오히려 그들의 근본적인 재정 위기 원인과 대학(大學)으로서의 의의를 제고해야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