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상’ 수여한 중앙대 성평위, 사이버불링 표적 돼

  • 등록 2022.02.12 19: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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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위 '뿌리' 폐지 찬성자 59명 명단 공개
공개표결이니 문제 없다 VS 명예훼손이다
"인터넷서 성평위 향해 사이버불링 지속"

지난해 12월 30일 ‘중앙대학교 성평등위원회’(이하 성평위) '뿌리'의 공식 SNS 계정에 성평위 폐지 안건에 찬성한 학생 대표자 59명의 실명과 학적이 그대로 공개됐다. '뿌리'는 '2021 중앙대학교 성평등 어워즈(AWARDS)'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통해 성평위 폐지 안건의 찬성과 반대 측 투표자들에게 각각 '걸림돌상'과 '디딤돌상'을 수여하였다. 

 

 

이를 두고 "하루 종일 너무 무서워서 SNS를 다 비활성화했다"라며 자신을 걸림돌상 수상자라고 주장한 한 익명의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 회원의 글이 외부로 퍼지면서 ‘뿌리’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번졌다. 동시에 “성평위가 내부 자료인 찬성측 명단을 유출해 걸림돌상을 만든 것이 아니냐"라는 의혹이 한 커뮤니티 포털을 통해 유포되었고 논란이 짙어지자 ‘뿌리' 측은 지난달 31일 게시물을 삭제했으며 SNS 계정 또한 일시적으로 비공개 처리했다.

 

 

이후 지난 1일 ‘뿌리’는 SNS 계정을 공개 상태로 전환함과 동시에 해당 논란에 대한 입장문을 게시했다. 이날 ‘뿌리'는 '걸림돌상 수상자'라는 지칭으로 대표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지적에 대해 "여성단체와 지자체가 매년 개최하는 시상의 형식을 차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표결은 공개적으로 이루어졌고 투표 과정과 결과는 중앙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SNS나 회의록을 통해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었다."라고 주장하며 "자신들을 이미 공표된 결과를 다시 전달한 것 뿐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뿌리’ 측 관계자는 "본래 학생대표자 의결기구는 강당에서 이뤄지고 모든 과정이 생중계된다” “비대면 학사에 이뤄진 학생대표자 의결기구는 줌이라는 기술의 특성이 반영된 것일 뿐, 중계되고 기록되고 공개된다는 점에서 전제가 다르지 않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학생대표자들의 이름이나 학과를 일부 가리는 것은 오히려 ‘공개’의 취지를 훼손한다"라고 주장했으며 대표자들의 정보를 일부를 가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표자들이 목적에서 벗어난 비방에 노출될 것을 우려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성평위 SNS 팔로워에게까지 악성 메시지 보내"

 

 

또한 ‘뿌리'를 향한 사이버 불링 실태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해당 관계자는 “게시물을 업로드한 이후 인스타그램의 댓글과 다이렉트 메시지로 (뿌리가) 수위 높은 혐오 발언에 노출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확인 결과 성적 모욕을 비롯한 욕설이 여러차례 쌓여있었으며 받지 않는 영상통화를 지속적으로 거는 등의 공격적인 메시지가 다수 확인되었다.

 

이어 외부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도 다수의 집단적인 사이버 불링에 대한 모의 정황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성평위의 SNS 팔로워에게까지 위협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는 말과 함께 임시적으로 계정을 비공개 처리하고 댓글 기능을 해제한 이유 역시 ‘뿌리’의 구성원과 SNS 팔로워들을 위한 보호차원의 조치였음을 설명했다.

 

“중앙대 에브리타임에도 비판 속출”

 

 

이러한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뿌리'에 대한 중앙대 내부 여론은 여전히 냉소적이다. 한 익명의 에타 회원은 “대표자들의 신상이 외부에 퍼져 혐오발언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일말의 언급이라고 해줬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으며 ‘뿌리’의 입장문 중 ‘학우들의 알 권리에 대한 대표자들의 설명 책임’에 대해  “그렇다면 ‘뿌리’가 짊어질 책임은 어디에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이 가운데 한 중앙대 소속 학생자치 관계자는 매우 흉흉한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댓글과 공감 비율이 높은 ‘HOT 게시판’에서도 “시위 때 자신들의 신상을 걱정하여 얼굴을 가렸던 뿌리가 정작 타인의 신상을 공개해버린 상황에서 ‘무엇이 부끄럽냐’는 말로 (학생 대표자들을) 조리돌림하는 중이다”라는 등의 논조가 현재 에타 내의 지배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뿌리’가 후원 계좌를 개설한 것과 관련해 “(학생 대표자들의) 소송을 대응하기 위한 용도냐고 했던 글을 예를 들면서 “해당 게시글은 그 비아냥의 수위가 약한 정도”라고 주장했다. 

 

 

한편 걸림돌상 수상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소프트웨어학부에서는 지난 12월 31일 ‘(전) 성평등위원회 뿌리 입장 표명 촉구 성명문'을 공개한데 이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뿌리’ 측에서는 “성평등위원회와 SNS 계정 팔로워들을 향한 혐오와 공격을 중단하라"라는 말과 함께 폐지 이후에도 제도권 밖에서의 성평등위원회 운영을 이어나갈 뜻을 밝혔다.

 

“학생대표자, 성평위 어느측도 고소 어려워”

 

이에 모 로펌 변호사는 “형법 제310조(명예훼손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연한 사실을 적시하였을 때 조각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성평위 폐지에 찬성이 성평등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 될수도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행위자가 그렇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이에 해당하며, 공익성은 특정 집단의 관심과 이익도 포함하기 때문에 그 (명예의 훼손) 정도에 따라 참작될 수 있다.”라고 답변했다.

 

다만 사이버불링에 대해서는 “SNS 상의 다이렉트 메시지로 받은 욕설은 1:1 개인 간의 소통임으로 모욕죄 성립 요건인 공연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비방 게시글에 대해서도 “해당 집단(뿌리) 구성원 개인을 제3자가 인식할 수 있는 정도의 특정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또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성립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송유진 기자 sing.s.euge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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