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코 장호영 대표, “민간외교 실현을 통해 한국 알리고 싶어”

  • 등록 2022.12.29 02: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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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도 초가집과 비슷한 게 있어요”

 

한국 관광을 온 인도인들은 남산 한옥마을에서 자국의 문화를 떠올렸다. 그들 옆엔 능숙한 영어로 초가집 구조를 설명하는 대학생들이 있었다. 역사문화해설단체 예코(YECCO)다. 외국인들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장소에서 예코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다. 나라별로 기후, 문화, 생활양식 등은 모두 다르지만 서민의 삶부터 전쟁의 상처까지 인류가 지나온 역사에서만큼은 교집합이 생긴다. 그 중심에 있는 장호영 대표를 만나 외국인에게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역사해설을 마친 장호영 대표(좌). 26살인 그는 서강대학교에서 미국문화와 아트·테크놀로지를 전공하고 있다. 예코에선 3년간 활동했다. 출처: 장호영 대표

 

Q. 예코는 어떤 단체인가.

 

예코(YECCO)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해설해주는 비영리단체이다. ‘Youth Exchanging Cultural Communicator Organization(청(소)년 문화 전달자 조직)’의 약자를 사용한다. 외국인들이 단순히 한국을 관광하는 것을 넘어 좀 더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고 무언가를 배워갔으면 해서 단체를 만들었다. 한국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알리고 상호 간의 문화교류를 통해 ‘민간외교’를 실현하고자 한다.

 

Q. 비영리단체라고 했는데, 동아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동아리는 비슷한 관심사를 나누는 조직이다. 비영리단체는 단순히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일정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집합체라고 생각한다. 책임 의식과 사명감을 크게 느낀다. 체계가 확실한 것도 특징이다. 인수인계서 작성이나 회칙 등을 통해 조직을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그냥 우리끼리 모여서 재미있는 걸 하자는 게 아니다. 외국인에게 한국의 역사를 알리고 글로벌한 대학생 인재를 육성하고자 한다. 공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게 차이라면 차이인 것 같다.

 

Q. 자연환경, 도시문화 등 다양한 해설 분야가 존재한다. 왜 역사인가.

 

한 국가를 이해하는 데 역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를 방문하던 그 나라 사람들의 생각, 문화, 생활 방식 등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 근간이 되는 역사를 알아야 한다. 외국인들에게 역사를 해설하면 다른 분야를 해설하는 것보다 한국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우리나라 대학생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역사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것은 역사 보존 차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외국인에게 한국을 알리면서 한국인 스스로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Q. 어떤 기준으로 해설 장소를 선택하는지 궁금하다.

 

접근성을 고려해 서울에 있는 장소를 선정한다. 해설 장소가 너무 멀면 외국인들이 방문하기 힘들다. 역사적 함의가 있는 곳인지도 중요하다. 함의가 클수록 한국의 역사를 더 압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대중적으로 알려진 장소인지도 고려한다. 제일 자주 가는 곳은 경복궁이다. 앞서 말한 조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으면서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라 해설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다. 경복궁을 위주로 하고 나머지 장소들은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Q. 정확한 역사 해설을 위해 교육이 중요해 보인다.

 

교육을 심도 있게 진행하려고 노력한다. 첫해에는 경복궁만 배우고 그 이후엔 활동하는 사람들이 희망하는 장소를 공부한다. 학기별로 클래스도 운영한다. 매 학기 교육팀에서 원하는 주제의 클래스를 신청 받고, 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한다. 덕수궁 해설 클래스, 역사 드라마 클래스 등 유익하고 특색 있는 팀들이 운영되고 있다. 의문이 드는 부분이 생기면 조언을 구할 고문들도 있다. 사학과 석·박사 과정에 있거나 역사 해설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도움을 준다. 역사적 사실을 정리하다 보면 자료 차이로 궁금증이나 의견충돌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코의 임원들이 공신력 있는 도서들을 검토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후에도 의문이 해소되지 않으면 고문들의 도움을 받는다.

 

Q. 예코의 해설가가 되기 위해 교육 외에도 거치는 과정이 있는가.

 

단체 내에서 자체적으로 테스트를 진행한다. 통과하지 못해서 자동 제명되는 구성원 비율이 약 1/3 정도이다. 그만큼 꼼꼼하게 평가한다. 우선 교육한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외국인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한지 본다. 완벽한 영어 구사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외국인이 언어를 들었을 때 불편함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설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목소리 크기, 자세 등 해설하는 태도를 평가한다.

 

Q. 제대로 된 해설가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이 느껴진다. 이런 부분이 예코가 외국인과 교류하는 다른 단체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인 거 같다.

 

다양한 클래스를 운영할 뿐만 아니라 박물관을 탐방하거나 팟캐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론과 실습 두 가지 측면에서 제대로 된 공부를 한다. 우리 단체의 목적은 외국인과의 역사·문화 교류이다. 그 취지를 잘 살리고 있고, 주제에 대한 몰입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차별점은 상업성과 거리를 둔다는 것이다. 일부 단체들이 사이트에 후원 계좌부터 띄우는 모습을 종종 보곤 했다. 예코 활동을 절대 상업화하지 말자는 건 우리가 지금까지 지켜온 하나의 신념이자 불가침의 영역이다. 그래서 역사 해설도 무료로 진행한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돈을 받는 순간 봉사라는 활동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대가성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이 아닌 활동 자체의 가치를 추구하고자 한다. 우리의 활동은 공공성의 영역에 머물러야 한다.

 

Q. 활동에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대표로서 단체구성원들이 활동에 유익함을 느끼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낀다. 예코의 일원으로 역사를 해설할 때 긍정적인 말을 들으면 뿌듯하다. 무료이면서 대학생이 하는 해설이다 보니 특별한 기대 없이 듣는 외국인들이 많다. 근데 우리가 역사를 자세하게 설명하면 해설의 준비성과 전문성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좋은 해설 잘 들었다는 감사 인사도 많이 들었다. 한국인들도 예코의 활동을 의미 있고 뜻깊은 일이라고 말해준다. 사람들의 따뜻한 격려와 호응이 힘을 낼 수 있는 원천인 것 같다.

 

Q. 반대로 어려운 순간도 존재할 것 같다.

 

예코를 알릴 기회를 찾는 게 쉽지 않다. 단체가 많이 알려져야 활동 동력을 얻고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 돈을 주고 광고를 할 수 있는 재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엔 다 발품이다. 라디오에 출연한 것도 예코 활동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다른 단체와 홍보, 협업 등을 논의할 때 학생들이 운영해 신뢰가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받기도 한다. 예코의 활동 자체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동등한 협상 대상으로선 불신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덧붙여서 임원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드는 것도 어려움 중 하나인 것 같다. 임원들이 단체 내부 일을 원활하게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말 그대로 열정페이다. 몇 가지 경험을 제외하면 금전적 대가와 같은 실질적인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항상 열심히 노력하는 임원들을 보면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한다. 구성원들에게 좀 더 좋은 활동과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Q. 장 대표에게 예코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학생들이 경험을 쌓기 위해 인턴이나 공모전 같은 활동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일정한 틀이 정해져 있는 일은 자신의 매력을 보이는 데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어떤 단체에서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고 이를 위해 주체적으로 성과를 만들어 가는 건 인턴이나 공모전 당선에 비할 수 없는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기업에서도 이런 활동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얻는 거 없이 열정만 쏟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 그 순간들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활동의 의미가 달라진다. 처음엔 단순히 이 활동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어느새 단체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했다. 예코는 나의 밑거름이다.

 

Q. 언제까지 예코를 하고 싶은가.

 

시간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예코에 머물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고생하는 팀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들 덕분에 지금의 예코가 있다.

이은서 기자 euntto01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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