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테무·알리 공습… 국내 이커머스 ‘직격탄’

  • 등록 2024.08.19 17: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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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 위메프, 대금 미정산 사태... 일각에서는 '알리' 매각설
“장단기적으로 C커머스 확산에 대한 구체적인 시나리오 마련 필요"

 

최근 소셜 이커머스인 티몬·위메프가 판매업체 대금 미정산 사태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위기에 놓인 위메프가 중국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에 회사를 매각한다는 설이 제기됐으나,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위메프 인수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는 지난 1일 "현재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는 위메프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관련 기업과 접촉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티메프의 미정산 사태, 예측된 결말?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불거지자 피해를 본 판매자와 소비자들은 연합해 피해 규모를 알리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이들은 공동 집회를 열고 아직도 많은 피해자가 있다고 강조하며, 정부와 정치권, 관련 기관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9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미정산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대상으로 긴급경영안정자금에 신청·접수를 개시했다. 현재까지 747건, 1483억 원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는 소진공 긴급경영안정자금을 1700억 원 규모로 운영할 예정이다. 중기부는 앞으로도 소진공 자금에 대한 신청·접수를 지속 이어 나갈 계획이다.

 

티몬·위메프가 이런 결말을 맺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티메프 사태'가 발생하기 전, 티몬·위메프의 모기업 '이커머스 큐텐'은 2022년 티몬을 시작으로 △인터파크 △위메프 △미국 쇼핑 플랫폼 위시를 인수했다. 큐텐은 무리하게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 후 주력 사업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계획했지만, 사장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유동성 문제로 인해 두 회사의 재정 상태가 악화됐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티메트 사태 관련 소상공인 피해 긴급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들 대다수가 티메프 사태로 인한 피해 정도가 크다고 대답했다. 전체의 67.2%가 심각한 피해를 겪었다고 응답했다. ‘매우 크다’ 50.3%, ‘다소 크다’ 16.9%로 조사됐다. 또한 사태 발생 초기에는 피해 금액이 1000억 원대 수준으로 추정됐지만, 실제 미정산 금액 규모는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체 피해 금액이 5000억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티몬과 위메프의 부도 사태가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는 분석이다.

 

한국 이커머스의 위기는 테무·알리의 성장으로 예측된 결말이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공개한 '최근 5년간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을 중국 기업이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전자상거래 3대 기업의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은 41%에 달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회사들의 매출 순위에서 1위는 미국 기업 아마존이 차지했지만, 2~4위가 모두 중국 업체인 △징동닷컴 △알리바바 △핀둬둬가 자리했다. 5위는 쿠팡이었다. 세계 전자상거래 5대 기업 중 3개를 중국이 싹쓸이한 셈이다.

 

각종 SNS에서도 테무·알리 유행어 열풍

 

C커머스(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인 테무·알리는 티메프 사태 이후로 성장세를 보였다. 테무·알리는 지난달 결제추정 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64% 폭증했다. 업계는 티몬과 위메프가 값싸게 공수하던 중국산 상품이 지난달 발생한 ‘지연 정산’ 이슈로 인해 테무·알리로 이동했고, 그 결과 결제액과 이용자 수를 견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테무와 알리는 이미 우리나라에서 직구로 큰 인기를 끌며 다양한 유행어도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테무에서 다양한 물품을 구매한 뒤, 이를 개봉하면서 쓸만한 제품인지 평가하는 ‘테무깡’과 알리를 한 번 쓰면 계속 쓰게 된다는 뜻의 ‘알리지옥’이란 유행어가 탄생했다. 이 밖에도 테무에서 옷이나 물건을 사서 실패한 경우를 바탕으로 특정 연예인과 억울한게 닮은 상황에서 사용되는 말로 ‘테무에서 산 OO’라는 밈도 생겼다.

 

실제로 테무를 이용한 오예림(23·여)씨는 “SNS에서 테무·알리에 대한 정보를 얻고 테무에서 여러 옷과 가방을 산 적이 있다”고 전했다. 오 씨는 “기대와 달리 옷과 가방의 품질이 많이 떨어졌고, 한 계절만 쓰고 버릴 정도의 수준이었기에 많이 실망했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저럼한 가격에 여러 가지 옷과 가방을 살 수 있는 곳은 한국 이커머스에서 찾을 수 없다”며 “바짝 인기 있는 옷과 가방을 싸게 구매 후 한 철만 입고 버려도 가성비 좋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오 씨는 “자신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의류 폐기물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 같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변지오(23·여)씨는 “SNS에서 프로모션에 저렴한 가격에 옷과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솔깃해 알리를 이용해 봤다”고 말했다. 변 씨는 “모든 물건이 성공적인 쇼핑은 아니었지만, 그 중 맘에 드는 것이 있었고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며 “알리나 테무를 이용할 의향이 있고 저렴한 가격이 큰 메리트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C커머스의 공습… 한국 이커머스의 미래는

 

한국경제 산업연구원 김광석 경제연구실장은 대한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C커머스가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계 쇼핑 앱이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이후, 중국으로부터의 해외직접구매액이 매우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며 “2023년 중국으로부터의 해외직접구매액은 전년 대비 121.2% 늘어 약 3조 3,000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김 경제연구실장은 “미래 한국인의 소비가 점차 중국 쇼핑 앱에 의존하게 되고, 중국은 독점적 영향력으로 공급차단과 같은 위협을 가할 때 더욱 흔들리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요소 공급차단으로 국내 요소수 대란이 오듯, C커머스 독점력은 한국에 어떤 위협으로 작용할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C커머스는 한국의 유통업뿐만 아니라, 제조업마저 잠식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경제연구실장은 “초기 해외직구가 유럽 명품 소비에만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의류·패션, 가전제품, 전자제품, 스포츠·레저용품, 화장품, 음·식료품 등 생활 전반에 걸쳐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직접구매액의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한국 소비자가 중국의 제조업 매출에 기여하고, 한국의 제조업 기반은 점차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경제연구실장은 “장단기적으로 C커머스 확산이 한국경제의 미래에 어떤 충격을 주는지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국내 산업이 잠식당하거나 서민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가는 등의 경로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안들을 구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은빈 기자 dmsqls05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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