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이틀 전 밤샘 농성... "만장일치 파면해"

  • 등록 2025.04.03 16: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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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추위 속 안국역 앞에서 24시간 버틴 시민들

지난 1일 안국역 인근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을 요구하는 24시간 철야 농성이 진행됐다. 본 집회는 본래 판결 촉구를 위해 계획됐으나, 선고 기일이 발표됨에 따라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요구하는 집회로 변경됐다. 길이 150m가량의 도로에 마련된 농성장은 시민단체, 노동조합, 학생 등의 시민들로 가득 찼다.

 

농성은 1일 저녁 광화문에서 진행된 집회를 마친 시위대가 안국역에 도착한 오후 9시에 시작됐다. 봄기운이 완연한 4월이었지만 새벽이 되자 기온이 5도 아래로 떨어졌고, 시민들은 패딩과 핫팩으로 무장해 추위를 이겨내려 했다. 주최 측은 저체온증에 대비해 은박 담요를 배부했고, 간혹 침낭을 덮거나 텐트를 설치한 참가자도 있었다.

 

 

농성장 한쪽 끝에는 대형 스크린과 무대가 설치됐고, 반대쪽에는 푸드트럭과 난방 버스가 자리했다. 중앙분리펜스에는 시민들이 윤 대통령 파면을 비롯한 소망을 적은 리본이 묶여 있었다. 참가자들은 응원봉과 피켓을 들고 '윤석열 즉각 파면', '헌재는 만장일치 인용하라'와 같은 구호를 연호했고 소리에 맞춰 각종 단체의 깃발이 휘날렸다.

 

발언대에 오른 노정현 진보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윤 정권은 공정과 상식이 아닌 공포와 상처, 공갈과 상납으로 민주주의를 더럽혔다"면서 "윤 대통령이 이 모든 고통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용기를 잃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며 "내란을 종식시키고 공정과 상생의 가치가 넘쳐나는 새로운 나라를 일으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주은 씨는 "(국회와 남태령 시위에서) 시민들께 빚을 졌다"며 철야 농성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이 씨는 "행동하는 정의, 올바른 정의란 모두가 배려하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며 "대학생도 숨어 있지 말고 목소리를 내자. 지식인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살아가자"고 말했다.

 

 

지쳐 잠드는 참가자가 많아지자, 시민들은 번갈아 쪽잠을 자며 농성장을 지켰다. 추위에 떠는 사람을 발견하면 장갑과 담요를 건네고 상태를 살폈다. 주최 측은 율동을 따라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늦은 새벽까지도 집회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노량진에 사는 황종원 씨는 "윤석열의 내란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뿌리 깊이 썩었는지를 보여주었다"며 "내란을 철저히 진압해 썩은 곳을 도려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청년 빈곤과 주거권 문제 등을 지적한 황 씨는 "(윤 대통령 탄핵) 이후 세상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헌법재판소는 민주주의 질서를 지키는 것이 그 역할이다"라면서 "만일 이 과정에 정치적인 판단이나 사사로운 이해관계가 개입된다면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에 존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헌법재판소가 본연의 역할에 맞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이 트자 대부분의 참가자가 잠에서 깨어 집회에 참여했다. 2일 오전 10시부터는 사회 각계의 기자회견이 진행됏고 12시에는 헌법재판소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을 요구하는 탄원서와 100만인 서명을 제출한 주최 측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불교계는 종로구 조계종 대웅전부터 오체투지·삼보일배 행진을, 진보당은 농성장 옆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농성 108배'를 진행했다.

 

오후 7시에는 24시간 동안의 농성을 마무리하는 집회가 시작됐고 전날 농성 개시 당시의 2배가 넘는 시민들이 몰리며 경찰은 도로 통제 구역을 확대했다. 주최 측은 다음날(3일) 재차 철야 농성을 예고하며 오는 4일 오전 11시에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만장일치 인용을 촉구했다.

 

 

안재현 기자(screamsoloo@gmail.com)

 

안재현 기자 screamsol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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