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에 게시물을 붙이려면 학생지원과의 검인 도장을 받아야 한다. 검인이라곤 해도 딱히 빡빡하게 하지는 않는다. 게시물을 가져오면 직원이 슥 한 번 보고는 알아서 찍으라며 도장을 내어주는 게 보통이다. 지난달에 세종알리에서도 신입모집 포스터에 도장을 받기 위해 학생지원과에 갔다. 그런데 웬걸. 돌아온 건 도장이 아니라 “회의 후에 알려주겠다”는 답변이었다.
“검인 도장은 찍어드릴 수가 없어요.”
하루가 지나서야 받게 된 대답이다. 학교에 이미 공식 언론사가 있으니 우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언론은 학생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검증과 절차가 필요하다나. 그런데 우리는 세종알리라는 단체를 승인받으려던 게 아니라(승인받을 생각도 없다) 게시물을 승인받으려는 거였다. 보도 내용을 붙이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홍보 포스터를 붙이는 건데 이게 우리를 인정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냐고 물어보자 “다 연장에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게시물 도장을 찍으러 갔다가 도장도 못 받고, 신청한 적도 없는 단체 승인을 거절당했다.
우리 기자가 납득을 못하고 계속 항의하자 학교는 규정을 꺼내 들었다. 규정에 의해서 인가된 단체가 아니라면 개인이고 단체고 게시물을 허가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규정에도 인가된 단체가 아니면 게시물을 허가할 수 없다는 내용은 없다. ‘홍보게시물관리내규’에 ‘검인에 관한 사항은 학생지원처 학생지원과에서 담당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다음 날, 세종알리 기자가 신분을 밝히지 않고 게시물 부착 기준을 물어봤다. 그러자 학생지원과 직원은 ‘인가된 단체이건 개인이건 상관없이’ 내용에 문제만 없으면 허가한다고 답변했다. 어이가 없어서 두 번이나 다시 물어봤으나 대답은 같았다. 신입회원 뽑는다는 내용에 큰 문제가 있었던 걸까. 하.. 우리가 싫으면 핑계 대지 말고, 싫다고 그냥 말을 했으면 좋겠다.
게시물을 붙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건 알리만은 아니다. 학내의 다른 몇몇 단체도 이런 취급을 받고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단체라는 점이다. 그리고 학교에 인가받지 않았다. 학교는 자신들의 통제 범위 밖에서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는 걸 막고 싶은 모양이다. 학생의 목소리가 그렇게 두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