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반환 논의 너머로 우리가 보게 된 것

  • 등록 2020.09.09 21:5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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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드러난 외대의 불통

 등록금 반환・성적 장학금 논의의 불합리함은 예정된

‘새벽으로부터’ 총학생회장과의 인터뷰 

 

 

 친애하는 학생과 존경하는 학부모님께

 

 

 답신을 요구하지 않는 메일. 통보에 가까운 문장으로 가득 찬 총장의 말에 이어, 학교에서는 ‘코로나 19 특별 장학금’과 성적 장학금 지급에 대한 공지가 게재되었다. 미증유의 전염병 사태에, 1학기 개강 직후부터 현재까지 등록금 반환 관련 담론은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어 왔다. 온라인 강의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 학교 시설 이용 불가, 경기 침체로 인한 구직난 등으로 일반적인 상황에서 납부하는 등록금과 같은 수준으로 1학기 등록금을 책정함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에서는 등록금 반환 집단 소송을 진행하였다. 6월 국회에서도 이를 논의하는 등 빠르게 담론의 전개가 이루어졌다. 한국외대 역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총학생회 ‘새벽으로부터’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따르면, 학교 본부는 코로나 19 특별 장학금의 재원을 성적 장학금 일부에서 충당하려는 논의를 거쳤다. 이는 재정난을 이유로 학생 경비를 장학금 마련에 이용하겠다는 의미이다. 이에 총학생회는 학교 측의 행보는 특별장학금 지급 목적에 어긋난다며 여러 차례 학교 측에 입장을 표명・총장과의 면담을 진행했으나, 학교 본부에서는 일방적으로 장학금 지급 계획을 결정하고 공지를 게시했다. 공지는 수강신청 다음주, 8월 19일 게재됐다. 분명한 늑장 공지였다.

 

 이토록 혼란스러운 1학기, 코로나 19 특별 장학금을 둘러싸고 학교는 학생들과 대치를 이어온 끝에 통보로 답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본부와 소통을 주도한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새벽으로부터’ 총학생회장 김나현씨를 만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인해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Q. 코로나 19 특별 장학금과 관련하여 학교 본부와 명백하게 대립각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안과 관련하여 학생회가 피력한 주요 입장은 무엇인가?

 

A. 학교에서 코로나 19 특별 장학금 지급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접했다. 재원 마련을 성적 장학금, 학생 자치 활동비 잔여금에서 충당된다는 원안을 확인했다. 애초에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했던 재원을 이용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확인 이후, 총장과 기조 차장을 만나서 거부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했다. 초반에는 학교에서 성적 장학금 폐지를 계획했으나, 총학생회와의 논의 중 30% 지급을 제안했다. 이후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50%로 공지가 나가게 되었다. 공식적인 입장이 발표된 상황이라, 더 이상 손쓰기는 어려워져 총학생회는 2학기 등록금 논의를 진행하려고 한다.

 

 얼마 전 총학생회가 업로드한 카드뉴스를 보면 알겠지만, 학교 재정 상황이 악화된 것은 맞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교의 자체 예산에서 마련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 법인에 재원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여러번 면담을 통해 전달했으나,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법인의 재원을 확보할 생각은 별로 없는 듯 하다.

 

Q. 이번 코로나 19 특별 장학금 논의 과정에서 학교가 가장 잘못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A. 학교의 태도다. 지금 코로나 19와 관련한 대학생들의 여러 담론이 왜 나왔는지 공감하지 못하고 있고, 이해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와 같이 미흡한 대안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논의 과정에 있어서 학교가 먼저, ‘학생들이 이러한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구나, 학생들의 요구도 충분히 일리가 있구나.’와 같은 적극적인 소통의 자세를 보여주지 않는다. 교육부에서 시켜서 억지로 하는 느낌을 받는다. 학교의 진심과 합리적인 절차가 없다는 말이다.

 

Q. 8월 19일 발송된 총장의 메일, 총학생회에 미리 고지된 후 보내진 것인가?

 

A. 메일 발송 전날, 국차장단 회의 전 사안이 결정되었다는 것을 전달받았다. 그후 총학생회 국장들과 같이 총장실에 기습방문했다. 여담이지만, 총장 비서가 ‘총장님은 밖에 계시다.’고 했지만 총장실에 총장이 있더라. 들어가서 일방적인 결정에 대해 따졌다. 그 다음날 바로 면담을 잡은 후, 글로벌 캠퍼스 총학생회장님과 함께 학교 결정사항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바로 그날 총장 메일이 발신되었다. 더 이상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Q. 2학기에도 1학기와 마찬가지로 비대면 수업이 이어진다. 2학기 등록금 반환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나?

 

A.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는 학교 시설, 원격수업의 질과 관련해서 학생들의 논의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주거권 문제도 마찬가지로 계속 대두될 수 밖에 없는 문제다. 위기 상황이고, 많은 사람들이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학교 집행부의 강력한 권고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학기도 1학기와 비슷한 피해들이 발생할 것이기에, 학교에 계속해서 이와 관련한 요구를 할 것이다. 원격수업의 질 개선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학생들의 피드백역시 지속적으로 받을 것이다,

 1월에 등록금 심의위원회가 개최된다. 11월 선거가 진행된다면 다음 총학생회장이, 임기가 연장된다면 제가 들어가게 된다. 그 자리에서 등록금 인하 등의 사안을 제안해볼 예정이다.

 

Q. 학교는 논의 테이블에서 학생들을 아예 배제하려는 입장인가? 의사소통 과정에서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나?

 

A. 계속해서 학생처장을 거쳐 이야기를 하라고 말한다. 결정권자에게 바로 의견이 전달되지 않고, 학생처장을 거치게 되면 저희의 의견이 왜곡 또는 누락되기도 한다. 따라서 결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회의체에 학생들이 참여하여 발언을 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학교측에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을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많이 배제한다. 사실 ‘학생처장을 거쳐라’는 학교 측의 태도가 굉장히 불쾌하다. 총학생회는 자치기구지, 학교 내부의 조직도 내의 부서가 아니다. 절차를 내세우며 학생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 것이 답답할 따름이다.

 

 그래서 더 ‘총장을 잘 뽑아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사실 직원 선생님들은 실무 측면에서 진행을 하고, 결정은 교수들로 이루어진 집행부에서 한다. 집행부 역시 총장이 임명하기 때문에 리더를 닮아간다. 총장의 선출권에 대한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낀다.

 

코로나로 우리가 잃은 ,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코로나 19로 학생들이 침해받은 것은 비단 학습권 뿐만이 아니었다. 불안한 재난 상황에서 학생들은 학업과 생활을 이어나가야 했다. 학교의 늑장 공지는 주거 불안으로 비롯된 매몰비용을 생산했다. 학교와 국가가 이를 분담하지 않으면, 고통은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 된다. 등록금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대학의 재정부족을 고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생떼로 치부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이번 등록금 반환과 특별장학금에 관련된 학교 본부의 대응은 새로울 것이 없다는 의미이다. 등록금 납입 직전에 등장한 통보식 공지와 빈번히 발생하는 학교와 학생 간 불통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다. 총장 선출권, 학내 공간 마련 문제 등 학생 자치와 권리 보장에 있어 학교는 늘 소극적인 대처,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독단적 결정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한시가 급한 재난 상황에서 안이한 학교의 태도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뿐이다.

 

우리가 있는

 

 

 

 

 코로나 이후 학내 공동체 운영과 학생들의 삶은 갈피를 잡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월 24일, 모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한 ‘한국외대는 소통하라’는 학생들의 열망을 드러냈다. 학교와의 소통과정에 있어서 구조적인 어려움에 좌절하는 대신, 학교에 의견을 표출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찾아나선 것이다.

학생자치와 관련한 질문에서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가진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는 숫자다. 인원이 많다는 점을 잘 활용하면 학교에 의견을 관철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학생회가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통해 의제를 전달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라고 답했다.

 

 이번 사건은 등록금 반환비율 조정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앞으로 학내 민주화, 학내 자치권에 대한 논의가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전염병으로 학교의 물리적 공간과 멀어지면서, 학내 공동체에 대한 사유의 기회가 주어졌다. 한때 민주주의, 자유와 자치의 공간이었던 학내 공간이 자본과 효율성의 논리에 잠식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 논리에 기반한 일방적 결정이 학생 개개인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인지하고, 어떻게 하면 학내에 유효한 공론을 형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지금 펼쳐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총장의친애하는 학생 누구인가

 

 이번 등록금 반환・특별 장학금 사태를 겪으며 우리는 무엇을 보았는가. 총장의 ‘친애하는 학생’과의 대화는 어디에 있는가. 부족한 논의의 과정과 졸속 행정 처리 속 다가온 2학기, 앞으로 학교 본부가 학내 구성원과 어떻게 갈등을 풀 수 있을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다.

배시은 기자 bc05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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