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색다른 시각으로 전공을 바라본 외대인을 만나다 [3편]

  • 등록 2024.09.12 18: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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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컵 안에 세계를 담다. 베브릿지 창업주 '김연지 이사'

외대알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70주년을 맞이하여 전공을 색다르게 재해석한 동문 세 명을 만났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혁신적인 접근을 통해 주목받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공의 새로운 가능성을 조명해 봤다. 튀르키예를 활용한 일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 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 하지우 학우(27); 아프리카 음악 장르를 힙합과 접목한 래퍼, 남아프리카어 전공 백승호 학우(24); 그리고 세계 각국의 음료와 디저트를 제공하는 ‘베브릿지’의 전략경영 이사, 경영학 전공 김연지 학우(34)까지. 이들의 독창적인 시도와 성취가 미래를 고민하는 외대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길 기대한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경영학과를 졸업한 11학번 김연지입니다. 현재 하는 일은 세계 음료 디저트 카페인 베브릿지의 CSO, 즉 전략경영 이사입니다. 구체적으로 제가 하는 일은 세계의 여러 미래 먹거리를 사업에 접목하고, 트렌드를 파악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베브릿지를 창업하신 조현우 대표님은 한국외대 이란어과를 졸업하셨고, 음료 개발을 포함해 베브릿지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역할을 맡고 계십니다.

 

Q. 베브릿지라는 카페를 창업해야겠다 생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요?


A. 사실 계기는 단순했습니다. 저와 조현우 대표님은 한국외대 창업 동아리에 소속돼 있었는데, 그 동아리방에서 보이는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를 보고 “저 카페를 이겨보자!” 하는 치기 어린 생각에서 시작됐습니다. 우리가 카페를 창업해 이미 인기가 많은 카페를 이긴다면, 나중에 각자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잘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일종의 체험이었죠. (웃음)


당시 저희가 국제학사 건물 3층에 차린 카페의 차별 전략은 공정무역 커피였어요. 그러나 3층에 제대로 된 수도도 없는 카페에 학생들이 오기에 해당 전략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런 실패를 겪고, “우리만의 차별점을 찾자!” 해서 나온 것이 세계 음료 전문점이었어요. 외대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길이기도 했고요. 중국어학과, 인도학과 등등 여러 친구들이 주는 세계 음료 아이디어가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다행히 세계 음료 아이템은 반응이 폭발적이었고, 후에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세계 음료 전문점이라는 타이틀은 유지한 채 지금의 베브릿지가 되었습니다.

 

Q. 한국외대의 전공과 교내 프로그램이 현재의 베브릿지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A. 어릴 때부터 저는 창업을 해 경영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아버지를 통해 여러 외식업 관련 사업을 접하기도 했고, 경영자가 돼 사회에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도 컸죠. 그래서 대학을 경영학과로 입학한 후에 보니 창업에 관심이 있는 학우는 과에 저 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저는 창업에 대한 확고한 꿈으로 학교의 거의 모든 활동을 창업과 관련된 것으로 참여했습니다. 학과 수업은 물론이고, 교양, 동아리까지 창업과 관련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경영과 관련된 지식과 여러 아이디어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사실 2012년도부터 베브릿지를 시작하고, 정식으로 오픈을 할 때까지만 해도 제가 학교에서 배운 경영학이 많은 도움이 되진 않았어요. 그러나 2017년 베브릿지가 프랜차이즈로 전환을 한 후, 경영학과에서 배운 본질을 계속해서 상기할 수 있었고, 제가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은 저에게 일종의 나침반이 돼 주었습니다. 2019년 베브릿지 프랜차이즈가 성공 궤도를 달릴 때, 경영학에 대해 더 많은 배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경영 대학원을 가야겠다 고민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수업은 기업의 CEO들이 직접 와서 한 강연이었어요. 원래부터 경영인이 되고 싶었던 저는 해당 강의로 너무나 큰 동기부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베브릿지의 시작인 창업 동아리와 많은 교양 활동이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했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외대에 뿌리를 두고 있는 베브릿지이기 때문에 피치 못 할 사정으로 외대를 떠나야 했을 때도 항상 외대에 돌아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당연히 외대에서 시작했고, 저희 모든 단골도 외대에 있고, 저희가 외대생이 아니었으면 없었던 결과이기에, ‘무조건 외대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가지고 있었죠.

 

 

Q. 현재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베브릿지의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모든 외식업 관련 종사자들이 그렇듯, 코로나19 시절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고, 매장이 25개까지 늘어났다가 6개로 줄어들기까지 했죠. 그땐 파산까지 고려하며 매 달 간절하게 살았습니다. 더 큰 절망은 코로나19가 풀리고 나서도 매출이 이전같이 돌아오지 않은 것이었죠.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베브릿지의 리브랜딩을 시작했습니다. 원인 분석부터 시작해서, 현재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파악 후 세 번의 리브랜딩을 거쳐 2023년 하반기에 내놓은 아이템은 이국적이고 건강한 브런치 라인이었습니다. 초기 베브릿지 소비자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고집과 해외의 다양한 브런치가 만나 스무디 볼, 그릭요거트 등 새로운 브런치 라인이 탄생하게 된 거죠.

 

Q. 카페를 운영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당연히 제품의 퀄리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콘텐츠는 제품이니까요. 이 사업을 오랫동안 하면서 느낀 것은 제가 먹을 수 있는 걸 팔아야 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먹었으면 하는 걸 팔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랜차이즈 방면에서 생각하면, 본사는 노하우를 파는 것은 당연하며, 브랜드의 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다른 카페와의 차별점이 중요하겠죠. 저희는 단순하게 건강한 카페가 아니라 전 세계 음료들과 브런치들을 발굴해서 특색있게 가공한 이국적인 브런치와 음료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직업이 만족스러운지, 그 계기나 사례가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A. 제 생각엔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직무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내 적성과 직무가 잘 맞으면 그 직업이 만족스러운 거죠. 제가 만약에 똑같이 창업주고 사업가인데 조현우 대표님이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면 저는 불행할 것 같습니다. (웃음) 실제로 서로 안 맞는 옷을 입고 있을 때는 같이 힘들어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잘 구분이 돼서, 현재 제가 CSO라는 직무로 전략경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베브릿지의 리브랜딩도 제가 낸 아이템으로 이뤄진 것이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기 때문에 저의 직업에 매우 만족스러운 상태이죠.

 

 

Q. 종사 중인 직업과 관련하여,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A. 물론 베브릿지의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생각하면 점포의 확장이죠. 그러나 저는 꿈이 액수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정말 큰 목표를 말씀드리면, 해외의 100년 넘는 프랜차이즈 기업처럼 베브릿지가 100년 글로벌 프랜차이즈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베브릿지가 해외에서 이름만 들어도 아는 한국 브랜드가 되는 거죠.

 

Q. 외대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외대 후배가 아니라 누구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지만 일단 꿈을 좇았으면 좋겠어요. 만약 아직 꿈이 없다면, 많은 경험을 해봤으면 해요. 또, 그런 경험을 기반으로 자기 인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장점을 알고 최대한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끈기와 결단력입니다. 끝까지 버티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결단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외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자신의 전공을 꼭 100% 살려야 한다는 강박은 버리면 좋겠어요. 사실 외대의 후배들이 이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단순히 언어를 잘하는 것이 아닌, 글로벌 네트워크라고 생각합니다. 외대라는 넓은 시각을 가지고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외대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후배들이 세상을 더 크게 보면 좋겠어요. 취미를 새롭게 접목한 시도가 직업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저희 베브릿지의 사례가 후배들에게 많은 영감과 자극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다연 기자(dayeon226@naver.com) 
김태훈 기자(dhfkehd4386@naver.com) 
유현화 기자(hyeonhwa27@naver.com)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39호: '외대의 '명'과 '암'을 '알리'다'에 실린 기사로, 2024년 7월에 작성되었습니다.

유현화 기자 hyeonhwa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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