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 한국외대의 부끄러운 민낯 [1편]

  • 등록 2024.09.19 17: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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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에 불과한 등록금심의위원회
한국외대의 골칫거리, 송도캠퍼스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외대)는 올해로 개교 70주년을 맞았다. 그 긴 시간 동안 외대는 글로벌 캠퍼스 개교, 서울캠퍼스 스마트도서관 건립 등을 통해 학교의 위상을 높였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에 명과 암이 존재하듯 한국외대도 현재 ‘암’에 해당하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다. 외대알리가 다루고자 하는 학교의 ‘암’은 다음과 같다. 불평등한 등록금심의위원회 의사결정구조로 인해 학생들의 권리가 무시 받고 있는 현실과 아직 건립되지 못한 송도캠퍼스.


두 문제점의 직접적인 책임은 학교의 미래를 건설하는 ‘학교 운영진’에게 있다. 외대알리는 두 사안의 잘못된 운영 측면을 따져보고자 한다. 등록금심의위원회 내부의 불평등한 의사결정구조와 그로 인해 야기되고 있는 추가적인 문제들, 송도캠퍼스 건립을 둘러싼 문제들을 낱낱이 파헤쳤다. 문제의 발단부터 결과까지, 이어지는 단계들에서 학교는 점점 ‘퇴보’하고있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불과한 등록금심의위원회

 

대학은 단순히 지식과 교양을 쌓는 공간이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작은 사회 안에서 민주주의를 스스로 터득하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공간이다. 함께 만드는 세상을 미리 공부하는 곳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대학 안에는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꽃 피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대학의 민주주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에 의해 시들어가고 있다.

 

등심위는 한 해 등록금 액수를 결정하는 의사결정기구다. 등록금은 학생과 학교 모두에게 민감한 사안이다. 따라서 위원회는 학생을 대표하는 위원과 학교를 대표하는 위원으로 구성된다. 각 위원의 투표를 통해 등록금 액수를 정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 있다. 등심위는 불평등한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등심위는 학생 위원과 학교 위원, 그리고 외부 전문가 1인으로 구성된다. 각 학교 규정에 따라 위원 구성에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학교의 등심위에서는 학생 위원과 학교 위원의 수가 동일하거나, 학생 위원 수가 더 적었다. 안건 의결을 진행할 때, 외부 전문가가 행사하는 한 표가 큰 힘을 가진 이유다.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외부 전문가를 선출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은 총장이 외부 전문가를 직접 위촉한다. 그렇기에 학교 측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 선출이 가능했고, 이는 학교 위원의 수가 실질적으로 한 명 더 확보된 것과 다름없는 결과를 낳았다. 학생 위원이 모두 반대표를 행사한다 하더라도 학교 위원과 외부 전문가가 모두 찬성한다면 어떠한 안건도 가결되는 비민주적 의결구조를 띠고 있던 것이다.

 

 

교육부는 불평등한 의결구조를 막고자 지난 2020년 10월 고등교육법을 개정했다. 요점은 ‘학교 대표와 학생 대표 간 협의를 통해 외부 전문가를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가 외부 전문가를 일방적으로 선임하는 행위를 저지하여,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평등한 의결구조를 조성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개정안에 담긴 ‘협의’라는 단어는 효력을 지니지 못했다. 교육부가 이야기한 ‘협의’에는 수준과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 애매함으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유명 무실한 교육부 등심위 개정안, 결국 바뀐 것은 없었다

 

한국외대는 교육부 개정안 시행 전부터 등심위 의결구조를 두고 오랜 기간 골머리를 앓았다. 학생들은 불평등한 의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학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외대알리는 개정안 시행 이후, 외부 전문가 위촉 과정에서 학생 대표와 총장 사이에 ‘협의’가 진행됐는지 알아봤다. 먼저 외대 등심위 규정을 확인한 결과 지난 2021년 외부 전문가 선임 규정이 개정됐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외부 전문가 선임 과정에서 ‘협의’라고 지칭할 수 있는 절차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규정에는 ‘학생 대표와 총장 간 협의를 거친 후, 총장이 외부 전문가를 위촉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등심위 학생 위원은 투표로 선출된 각 캠퍼스 총학생회장단이 맡는다. 따라서 외대알리는 먼저 개정안 시행 시점인 2021년 당시 총학생회장을 만나 상황을 파악했다. 지난 2021년 학생 위원으로 등심위에 참여했던 제55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 이주원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총장과의 협의 테이블 자체는 있었지만, 선출과 관련한 공식적인 회의체 혹은 의결기구가 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아서 비공식적인 면담을 진행했다”며 “학교에 학생 측 추천 인사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으나, 이후 답이 없었고 결국 총장이 학교 측 추천 인사를 일방적으로 선출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교육부 개정안이 시행됐고, 학교 등심위 규정에도 변경된 부분이 반영됐음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2023년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제57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 배귀주씨는 “당시 학생 위원이었던 제56대 총학생회장에게 인수인계를 받은 결과, 당시엔 협의 테이블 자체도 존재하지 않았다”며 “학교 측 추천 인사를 총장이 일방적으로 선임했다고 전달 받았다”고 말했다. 2023년에는 총장과 학생 대표 간 대화의 장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협의의 부재’는 제58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여운’까지 이어졌다. 오창화 총학생회장은 “올해 외부 전문가 선임 협의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운을 뗐다. 이어 “외부 전문가의 임기가 1년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2021년 당시 선출됐던 외부 전문가가 지금까지 임기를 이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관례적으로 1년씩 임기를 연장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부 전문가 임기 연장 결정 과정에서 학생 측과의 협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오 회장은 이에 대해 “22년, 23년도 모두 협의(외부 전문가 임기 연장 결정)가 진행되지 않았다. 사실상 무제한 임기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대응을 준비하고 있고, (임기 연장이) 협의 없이 진행된 과정들은 비민주적인 처사”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바뀐 것은 없었다. 교육부가 개정안에 명시한 ‘협의’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교육부 개정안을 반영했던 2021년 이후 김인철 전 총장은 학교 측 추천 인사 중에서 외부 전문가를 최종 위촉했고, 이후에는 학생 대표들과의 협의 없이 ‘관례’에 따라 일방적인 임기 연장이 결정됐다. 이 같은 과정을 ‘협의’라고 지칭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교육부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사실상 실패했다. 그리고 이는 또 다른 불평등으로 이어졌다.

 

바뀌지 않는 의결구조, 막을 수 없는 ‘등록금 인상’

 

지난 2023년 2월 2일 제1차 등심위 회의가 진행되기 일주일 전, 등심위 학생 위원 배귀주 씨가 전달받은 회의 안건 목록에는 ‘전년 대비 각 4% 인상된 외국인 유학생 및 대학원 등록금 인상안’이 포함돼 있었다. 배 전 회장은 “규정에 따르면 회의 소집 7일 전 회의 일시 및 장소, 안건을 각 위원에게 전달해야 한다. 규정상 문제는 없었지만, 안건을 상정하기 전 등록금 인상 안건 계획을 수립할 때 학생 측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서울-글로벌 캠퍼스 총학생회 및 중앙운영위원회는 ‘구성원들의 사전 의견 수렴을 거친 후 등록금 관련 안건을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학교의 일방적 등록금 인상안 통보에 반발하는 피케팅 시위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배 전 회장은 “해당 안건을 논의하고 의결하는 회의에서도 일방적인 인상 통보, 등록금 인상에 따른 두 집단의 교육 환경 개선 등의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점에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했다”며 당시 회의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학생 위원 전원 반대표를 행사했지만, 외부 위원을 포함한 학교 측 위원들의 전원 찬성으로 해당 안건은 가결됐다.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며 의결구조의 부당함을 토로했다.

 

올해도 상황은 같았다. 지난 1월 진행된 2024학년도 제1차 등심위 회의에서 ‘통번역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등록금 인상(안)’ 안건이 가결됐다. 학생 대표 4인은 반대표를 던졌지만, 학교 대표 4인과 외부 전문가가 모두 찬성하며 안건은 가결됐다. 오 회장은 “등심위 학생 위원은 모두 학부생이다. 따라서 상정된 안건을 통보받자마자 대학원 총학생회에 바로 연락했고, 각 대학원 원우회 측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비합리적 의결구조로 인해 안건은 당연히 가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원우회 측은 통번역대학원과 법학전문대학원의 시설 개보수 작업을 약속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소통 과정이 부재하다는 현실에 대해 큰 상실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등심위 규정에 따르면 위원장(총장)이 회의를 소집하려는 경우, 회의 개최 7일 전까지 각 위원들에게 회의 안건을 통지해야 한다. 아울러 자세한 회의 자료는 개최 5일 전까지 보내야 한다. 두 사례를 미뤄볼 때, 학교 측은 학생들과의 논의를 진행하지 않은 채, 자체적으로 등록금 인상 안건 상정 논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학생 위원 측은 회의가 진행된다는 사실과 그 회의에서 등록금 인상 안건이 다뤄진다는 내용을 불과 회의 개최 일주일 전 통보 받은 것이다. 회의장 안팎에서 학생 측 의견을 전달했지만, 학교 측이 상정한 안건들은 결국 가결됐다. 의결구조가 가진 한계 때문이었다. 그렇게 총 네 개 단위 등록금 인상이 결정됐다.

 

학생 반대에도 등록금 인상 강행…학교 측 의도는 무엇일까?

 


 

학교가 등록금을 인상하는 이유는 외대 재정구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에서 진행한 2021 한국외대 재정보고조사에 따르면, 전체 재정 수입 중 등록금 재원이 절반 이상인 65.5%에 해당한다. 대학 재정의 절반 이상을 ‘등록금’에만 의존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등록금을 제외한 타 수입 항목의 비율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학교 법인의 법인전입금 지원 상황은 열악했다. 2021년 법인전입금은 20억 원으로 전체 수입 중 0.9%에 해당하며, 이는 법인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법정부담금의 약 23.3%에 불과했다. 법인은 학교의 원활한 운영 지원에 대한 책무를 온전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등록금 의존 운영을 해소하는 또 하나의 방법인 학교 자체 수익사업의 경우, 부진한 실적으로 수입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수입 중 법인전입금과 자체 수익사업 등의 재원 부족 및 성과 부진은 학교가 지속적으로 등록금 재원에 의존하는 경향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결국 학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고 확실하며, 방해 없이 즉각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바로 ‘등록금’이었다. 학교 측은 국가장학금 Ⅱ유형 등 국고보조금을 지급 제한 조건인 학부생을 제외한 외국인 유학생, 대학원 등록금을 인상하여 재정난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려 했던 것이다.

 

지난 1월 통번역대학원과 법학전문대학원 등록금 인상이 논의된 2024 제2차 등심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예산조정팀장(이하 예산팀장)과 위원장은 등록금 인상 안건을 상정한 이유로 ‘학교 재정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학교 재정 운영이 어렵기에 등록금 인상을 통해 이를 해소하겠다는 의도로 비춰진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전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진행한 '대학 등록금 및 사립대학교 운영손익 현황 분석'에 따르면 15년째 등록금이 동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사립학교의 실질적 등록금은 19.8%, 국·공립학교 또한 20.8% 감소했기 때문이다 등록금 동결 이후 15년 간 물가 상승률이 증가하는 데 비해 등록금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어, 현재 물가의 흐름에 맞는 재정 운영이 어려운 현실은 맞다.

 

그러나 등록금 인상 의지 이면에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바로 ‘송도캠퍼스 세금’이다. 학교는 부지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오랜 기간 공사를 진행하지 않아 불필요한 세금을 지출하고 있었다. 현재 등심위에 학생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단은 외대알리에 “등심위 회의 자료에서 확인한 지난해 납부된 송도캠퍼스 세금이 약 80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오 회장은 이 지점을 지적했다. 그는 “학교의 지출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송도캠퍼스 세금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송도캠퍼스 세금으로 약 79억이 지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2,300명의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줄 수 있을 정도로 큰 금액이다”라며 “이 정도의 금액이 세금으로 지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등록금을 인상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법인의 책무도 온전히 이행하지 않을 뿐더러, 학교 본부 또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등록금 수입으로 재정 악화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결국 학교가 재정난에서 헤어날 수 없는 주요인 중 하나는 ‘송도캠퍼스 세금’이다. 아울러 재정난 해소를 위해 등록금을 인상한다는 논리는, 부실 운영으로 발생한 세금 지출의 구멍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채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외대의 재정 상황을 미뤄볼 때, 학교가 안정적이며 확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수입은 ‘등록금 재원’ 밖에 없다. 등심위의 의결구조를 바꾸지 않는 학교 입장 너머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는 의혹이 떨쳐지지 않는 상황이다.

 

의결 과정과 예산 관리, 두 마리 토끼를 놓친 한국외대

 

불평등한 등심위 의결구조를 좇은 결과 외대의 민낯이 드러났다. 원인은 다양했다. 운영 부실로 인해 발생한 송도캠퍼스 세금,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열악한 재정구조, 부실한 이사회 법인 전입금 지원이었다. 등록금으로 부족한 재원을 조금이나마 충당하기 위해, 학교는 등심위 의결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외부 전문가를 ‘협의 없이’ 선출 해왔다.

 

학교는 자체적인 개혁부터 시작해야 한다. 수익 사업 확대 방안을 고민해 등록금 의존 비율이 낮은 재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사회는 법인전입금을 확대해 학교 재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방만한 운영으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송도캠퍼스 세금 지출을 막아야 한다. 문제 해결의 근본 대책이 없다면, 등록금 인상은 회피책일 뿐이다. 결국 등록금 인상을 위해 학교에 유리한 등심의 의결구조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앞서 말했듯 대학은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스스로 터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작금에 펼쳐진 상황과 과정은 불평등했다.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는 과거부터 지속됐지만, 2024년 현재까지 불평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등록금심의위원회는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에 불과한 불평등 의결기구로 남아 있다.


 

박진우 기자(ggj05398@naver.com)
박찬빈 기자(chan.b2an@gmail.com)
정현채 기자(good3055@naver.com)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39호: '외대의 '명'과 '암'을 '알 리'다'에 실린 기사로, 2024년 7월에 작성되었습니다.

박찬빈 기자 chan.b2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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