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억합니다” 낯선 이를 위한 따뜻한 배웅, '나눔과 나눔'

  • 등록 2024.10.05 10: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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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나눔 상임이사 박진옥 씨 인터뷰
매년 증가하는 무연고 사망자, 사후자기결정권 보장이 해결의 실마리 될까
공영장례와 ‘내 뜻대로 장례’는 막막한 순간에 필요한 사회적 약속

보건복지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무연고 사망자는 2018년 2447명에서 2022년 4842명으로 최근 5년 동안 2395명(98%)이나 증가했다. ‘무연고 사망자’란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사망자, 연고자가 있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 당한 사망자를 뜻한다. 여기서 ‘연고자’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배우자 △자녀 △부모 △자녀 외의 직계비속(손자·손녀) △부모 외의 직계존속(조부모) △형제·자매 △사망 전에 치료·보호·관리하고 있었던 행정기관 △시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비영리단체 ‘나눔과 나눔’은 2012년에 설립되어 현재까지 매주 무연고 사망자의 공영장례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2018년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 통과, 2020년 ‘가족 대신 장례’ 지침 마련 등 공영장례의 제도화 및 개정에 힘쓰고 있다.

 

지난 9월 11일, 마포구에 위치한 비영리단체 ‘나눔과 나눔’의 사무실에서 상임이사 박진옥 씨를 인터뷰했다. 나눔과 나눔은 서울시를 중심으로 무연고 사망자, 취약 계층에게 △장례 상담 △장례 지원 △리멤버(Re’member) 캠페인 및 교육 △정책제안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진옥 상임이사는 지난 2022년 무연고 사망자 수가 약 5000명으로 집계되었는데, 5000명에서 1만명이 되는 시기는 이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무연고 사망자 증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박진옥 이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나눔과 나눔에서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진옥입니다. 나눔과 나눔 시작부터 같이 활동해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습니다.


Q. 나눔과 나눔의 홈페이지에 ‘30년 후 단체 문을 닫겠다’는 말이 있던데, 이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나눔과 나눔이 하고 있는 활동들이 장기적으로는 사회보장제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자면 4대 보험처럼요. 아파서, 산재 당해서, 나이가 들어서 또는 실업자가 됐을 때 너무 빈곤하게 되지 않도록 일정 정도 사회가 안전망을 치는 거죠.


지금의 장례는 유가족이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 무연고 사망자가 급증하는 상황 속에서, 장례도 하나의 사회보장제도로 도입돼야 하지 않을까요? 30년이 지나 나눔과 나눔이 사라진다면 우리가 목표하는 미션이 클리어 된다는 개념입니다. 지금 10~12년 정도 됐는데 앞으로 20년 정도 더 가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우리 사회가 사회문제로서의 ‘죽음’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누군가의 죽음이라는 건 공동체가 그 사람을 떠나보내는 방식인 것 같아요. 나눔과 나눔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죽음보다는 죽음 이후에 진행되는 죽음 의례, 즉 장례입니다. 사회가 한 사람이 사망했을 때 그 사람을 어떻게 떠나보내느냐, 이 의례를 통해서 우리는 사회가 그 사람을 어떻게 기억할 것이고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알 수 있어요. 그건 곧 살아 있는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이냐는 것의 반증이기도 해요.


예를 들어서, 예전에는 유가족들이 전부 장례를 했죠. 그런데 이제는 가족들이 못하는 사회가 된 거예요. 돈이 없어서, 때로는 가족 관계가 단절되어서 등의 이유로요. 그렇다면 유가족들이 장례를 안 하면 사회가 이를 그냥 방치할 거냐는 거죠. 우리 사회가 (사회 속에서) 가장 변두리에 있었던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결국 그 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간혹 쪽방촌 주민들이 본인도 그렇게 장례를 치러달라고 말씀하세요. 그분들에게는 사회적 약속입니다. 그게 바로 사회적 연대가 되는 거고, 사회적 안심이 되는 거죠. 사회가 필요한 이유는 그런 거잖아요. 


설령 내가 혼자라고 해도 우리 사회가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야 해요. 그게 바로 공영장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고, 우리가 사회적 장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한 거죠.

 

Q. 무연고 사망자 증가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고 계신가요?


아직도 그 분석이 안 됐어요. 아무도 분석하지 않는 게 더 놀라운 거죠. 무연고 사망자가 몇 명인지 현황은 있어요. 그런데 이들의 사망지와 생전에 살던 곳이 어디인지, 어떤 원인으로 사망했는지 등 여러 가지 데이터가 없어서 분석이 안 되고 있어요. 다만 저희가 추정하는 거죠. 


저는 무연고 사망자 증가 이유가 경제적 어려움인 것 같아요. 코로나 시기에 사회적으로 사망자가 엄청 증가했어요. 그럼 산술적으로 무연고 사망자도 그만큼 더 증가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합리적이죠. 그런데 그냥 예년에 증가했던 비율만큼 증가했어요.

 

증가하지 않았는지 보면, 코로나 사망자한테는 1300만 원의 장례비가 지원되었어요. 그 당시는 ‘선 화장 후 장례’였거든요. 그렇게 하면 정부에서 장례 비용을 지원했어요. 돈이 없어서 시신을 포기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돈이 있으니 장례를 할 수가 있게 되지 않았을까. 그걸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렇게 사회보장제도가 있으면 장례를 한다는 거죠. 


Q. 21대 국회에서는 무연고 사망자가 증가하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를 개정했습니다. 이로써 무연고 사망자와 친밀한 관계의 사람도 <장례주관자>로 지정받아 연고자가 아니어도 장례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보시나요?


이런 제도가 하나씩 바뀌는 게 얼마나 기뻐요. 그러나 여전히 한계가 있고, 근본적으로 저희 나눔과 나눔이 주장하는 건 ‘내 뜻대로 장례’예요. 지금 이건 ‘가족 대신 장례’이고요. 다시 말해서, 이제 가족이 아닌 사람도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된 거잖아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생전에 그렇게(내 뜻대로 내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하면 더 좋지 않겠어요? 생전에는 장례 주관자가 뭘 할 수가 없어요. 아무것도.


예를 들어, 나는 자녀들이 있지만 못 믿겠고, 부담도 주고 싶지 않아요. 내가 정말 절친한 친구가 있어서 부탁을 하는 거죠. “내가 천만 원을 줄 테니 이 돈으로 내 장례를 치러줘” 이걸 유언으로 남겨서 공증까지 받고, 신탁으로 돈도 맡겨 놓는 거죠. 이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법 개정을 통해 한 단계 나아갔지만, 여전히 미흡한 점이 있다는 겁니다.


Q. 어떻게 하면 무연고 사망자에 관해 관심이 적은 대학생들의 문제의식과 공감을 일깨울 수 있을까요?


무연고 사망자로 한정하기보다는 공영장례로 확장했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8월 말에 ‘내 장례를 부탁해’라는 워크숍을 했는데 20~30대 청년들이 많이 왔어요. 1인 가구로 혼자 사는 청년들,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이 문제가 피부로 와닿는 자신의 문제가 되는 거죠. 저는 청년들이 이 문제를 단순히 타인의 고통 정도로 안 봤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이게 나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 당장은 부모님도 계시고 앞으로 살 날도 많을 것 같지만, 조금만 더 나이가 들면 이 문제가 다르게 보일 수 있어요.


예전에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었던 분이 오셨어요. 그 지인분들도 당연히 이분이 무연고 사망자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하지만 그분은 미혼이었고, 형제자매도 다 돌아가셔서 가족이라곤 조카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조카는 장례를 치를 권한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무연고 사망자가 되신 거예요. 무연고는 홈리스(homeless, 노숙자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 관계가 단절된 누군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Q. 마지막으로 ‘죽음’이나 ‘장례’와 관련해서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나눔과 나눔에서도 많이 쓰는 말인데, 저는 ‘인기척’이라는 말을 굉장히 좋아해요. 혹시 주변에 외로워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인기척을 내주면 좋겠어요. 혼자 살면서 ‘앞으로 내가 무연고가 될 수도 있겠다’ 아니면 ‘내가 고독사할 수도 있겠다’라고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을 수 있어요. 그렇기에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인기척을 계속 내주시면 좋겠어요.

 

 

나눔과 나눔은 사후자기결정권을 제도화하기 위해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하나는 현재의 ‘가족 대신 장례’가 ‘내 뜻대로 장례’로 바뀔 수 있게 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공영장례가 사회보장제도로 자리잡도록 만드는 것이다. 두 가지 계획을 완수하고, 약속대로 20년 후 단체의 문을 닫을 수 있을까.
  
나눔과 나눔은 매주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무연고 사망자의 공영장례를 지원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도 자원봉사를 신청해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도울 수 있다. 활동 내용은 △공영장례 예식의 대리 상주 및 조사 낭독 △화장장으로 들어가는 고인의 시신 운구 △무연고사망자 화장 종료 후 유골함 운구 등이다. 봉사 일정은 나눔과 나눔 홈페이지(http://goodnanum.or.kr/) 및 1365 자원봉사포털(https://www.1365.go.kr/vols/main.do)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수연 기자 jsyeon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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