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 청년이 떠나는 이유: 일자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정착의 조건들

  • 등록 2026.02.19 17: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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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준영 더불어민주당 해운대(을) 전 대학생위원장

 

“희망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다”

 

요즘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친구는 취업을 위해 서울로 갔고, 친구의 동생은 졸업 직후 수도권에 원룸을 구했다. 이유를 물으면 답은 비슷하다. “고향이 싫은 건 아닌데, 여기서는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장면이 반복될수록 분명해진다. 지방 청년의 이동은 애정의 문제가 아니라 전망의 문제에 가깝다. 남고 싶어도 남기 어려운 조건이 이어지면, 떠남은 감정이 아니라 계산이 된다.

 

지방 청년 문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일자리 숫자부터 본다. 물론 일자리는 핵심이다. 그러나 현실의 선택은 더 복합적이다. 청년은 직장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주거비, 이동 시간, 안전, 배움의 기회, 관계망의 밀도까지 함께 따진다. 월세 부담은 큰데 통근 시간은 길고, 퇴근 뒤 역량을 키우거나 교류할 공간이 부족하며, 늦은 귀갓길까지 불안하다면 정착은 의지보다 구조적 비용의 문제가 된다.

 

특히 사회초년생 시기에는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온다. 첫 취업, 첫 독립, 첫 실패와 재도전이 한꺼번에 겹치기 때문이다. 이때 지역이 최소한의 버팀목을 제공하지 못하면 청년은 더 큰 시장, 더 많은 기회, 더 촘촘한 네트워크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이를 개인의 인내 부족이나 지역 애정 부족으로 해석하면 정책은 현실을 놓친다. 지방 청년이 떠나는 이유는 ‘의지의 결핍’보다 ‘조건의 결핍’에 가깝다.

 

정책의 노력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청년정책을 꾸준히 확대해 온 점, 그리고 일정한 성과가 있었던 점은 분명하다. 다만 현장 체감에는 한계가 남아 있다. 사업은 늘었지만 분절돼 있고, 신청 절차는 복잡하며, 정책 간 연결이 약해 청년의 일상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구호가 아니라 더 정확한 설계다. 좋은 정책은 결국 반복 가능한 일상을 만든다.

 

지역마다 여건은 다르지만 공통으로 점검할 기준은 분명하다. 첫째, 정착 가능성 중심의 정책 재배치가 필요하다. 교통·주거·안전을 따로 보지 말고 청년의 실제 생활 동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새로운 간판 사업을 늘리기보다 기존 정책의 중복을 줄이고 공백을 메우는 조정이 우선이다. 정책은 화려함보다 일관성이 중요하다.

 

둘째, 첫 취업 이후 경력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취업률은 출발점일 뿐 목적지가 아니다. 청년이 지역에 남으려면 이직·재교육·직무전환이 가능한 경력 사다리가 필요하다. 지역 대학, 기업, 공공기관은 단기 인턴 중심의 실적 경쟁을 넘어, 역량 축적과 경력 이동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셋째, 청년 참여를 형식에서 실질로 전환해야 한다. 간담회와 자문은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의제 우선순위 설정, 예산 배분 제안, 사후평가 등 일부 영역에서라도 청년에게 단계적으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참여는 의견 청취에 그치지 않고 책임 있는 결정으로 이어질 때 의미가 생긴다.

 

넷째, 평가 기준을 단기 실적에서 중장기 성과로 바꿔야 한다. “측정되는 것이 관리되고, 관리되는 것이 개선된다” 단년도 집행률이나 행사 참여 인원만으로는 정책 효과를 설명하기 어렵다. 청년층 순유입 변화, 지역 내 첫 직장 유지 기간, 정주 의향, 야간 이동 안전 체감도 같은 지표를 꾸준히 추적해야 한다. 속도가 다소 느려 보여도 방향이 맞는 정책이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든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단순한 진영 논리로 소비하지 않는 일이다. 해법을 시장에만 맡기거나, 반대로 재정 확대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접근 모두 한계가 있다. 지방 청년 유출은 노동시장, 주거시장, 교육·훈련 체계, 생활안전망이 맞물린 구조 문제다. 따라서 해법도 복합적이어야 한다. 기업은 일경험과 성장 경로를, 대학은 현장 연계 교육을, 행정은 조정과 집행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제도는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집행으로 완성된다” 청년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버티라고 말하기 전에 버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내일도 여기서 살아갈 수 있다는 예측 가능성이다.

 

이제 문제를 말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떠나는 청년을 탓하는 언어에서, 남을 수 있는 조건을 설계하는 언어로 전환해야 한다. “청년을 붙잡는 도시는 없다. 청년이 선택하는 도시만 있다” 지역이 해야 할 일은 그 선택의 조건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쌓아가는 것이다.

 


마준영 더불어민주당 해운대(을) 전 대학생위원장(mama2246@naver.com)

대학알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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