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형 개인형이동장치(이하 PM)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PM은 최고 시속 25킬로미터 미만, 자체 중량이 30킬로그램 미만인 전동 킥보드, 전동 이륜 평행차 등을 말한다. 특히 지난 6월 무면허 상태의 10대 여고생이 60대 부부를 전동 킥보드로 치어 아내를 사망케 한 사건은 전국민적인 분노를 자아냈다. 2021년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른 현행법상 PM은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2종 원동기 면허 이상을 소지해야만 운전 가능하다. 하지만 면허 조건을 포함한 기타 안전 규제들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일 경찰청이 제출한 ‘전동 킥보드 법 위반 적발 현황’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불법 운전 적발 건수가 18만 8505건에 육박했다. 적발 유형은 △안전모 미착용 △무면허 운전 △승차정원 위반 △음주운전 △보도통행 △13세 미만 어린이운전 △기타로 구분되었으며, ‘안전모 미착용’이 13만 6,346건(72.3%)으로 가장 많았고, ‘무면허 운전’이 3만 1933건(16.9%)으로 뒤를 이었다.
우리 대학가는 어떨까. 공유형 PM의 주 이용층이 젊은 세대인 만큼, 주로 20대가 생활하는 대학가는 PM 안전 문제로부터 분리되어 있지 않다. 이에 2024년 9월 기준,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소재지(서울특별시 동대문구)를 중심으로 공유형 PM 현황 및 안전 규제 준수 여부를 점검해 봤다.
우리 대학가, 공유형 PM은 얼마나?
▲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대학가 SWING-GCOO PM 현황 지도. 사진=김민기 기자
동대문구 이문동에 공유형 PM을 공급하는 업체는 대표적으로 스윙(SWING)과 지쿠(GCOO)다. 각 업체는 PM으로 구분되는 ‘전동 킥보드’ 등 다양한 유형의 이동장치를 공급하고 있다. 2024년 9월 26일 17시 50분 기준, SWING은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정문 구역에 32대의 PM을, 후문 구역에 136대의 PM을 배치하였으며, GCOO의 경우 정문 구역에 4대, 후문 구역에 2대의 PM을 배치했다. 이외 학생들의 주거지역인 신이문 및 휘경동까지 산정 범위를 넓힌다면, 결코 적지 않은 수다.
유명무실, 공유형 PM의 면허등록절차
▲ PM 공급 업체 GCOO 운전면허등록 단계 이미지. 사진=김민기 기자
현행 도로교통법상 PM을 운행하기 위해서는 2종 원동기 면허 이상을 소지해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 대학가에 PM을 공급하는 SWING과 GCOO에 직접 가입 및 대여 절차를 진행해 본 결과, 면허 등록은 필수 절차가 아니었다. 간단한 휴대전화 인증 절차와 결제 수단 등록만 끝내면 면허 등록 없이도 전동 킥보드를 대여 및 이용할 수 있었다. 면허증 등록에 대한 안내 문구는 사용자가 클릭한 후 첫 화면에 나타난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포함) 취득자만 전동 킥보드 이용 가능하며, 무면허운전에 따른 사고 책임은 이용자에게 있습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전부였다. 현행법상 면허 등록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개인의 책임에 맡길 뿐, 무면허 운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헬멧은 모르겠는데요
2023년 전동 킥보드 법 위반 적발 현황 중 13만 6346건(72.3%)으로 압도적 비율을 차지했던 ‘안전모 미착용’ 문제는 어떨까. 경사 때문에 PM 이용이 활발한 한국외대 후문 구역에서 관찰했다. 수많은 사람이 경사길을 오르거나 내려갈 때 공유형 전동 킥보드를 이용했지만, 안전모를 착용한 이용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평소 SWING 전동 킥보드를 자주 이용한다는 한 모씨는 “안전모를 착용하고 운행하시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쓰고 운전한 적이 없다”며 “쓰고 싶어도 챙겨 다니지 않는 한, 없어서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현재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주변 PM 공급 업체 두 곳은 대여 시 안전모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만약 전동 킥보드를 합법적으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이용자 개인이 자신의 안전모를 소지해야만 가능하다.
아무 곳이나 반납하면 주차완료?
▲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가 SWING 반납 위치 현황. 사진=김민기 기자
공유형 전동 킥보드를 둘러싼 또다른 논란 중 하나는 주차 문제다. 개인형 이동장치(PM)라는 이름에 걸맞게 원하는 장소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하지만 PM의 해당 특징은 주민들에게 큰 불편을 안겨주고 있다. 현재 외대 근처 골목마다 공유형 전동 킥보드 및 여러 공유형 이동장치가 주차되어 있다. 심지어는 집 문 앞에 주차를 해 놓기도 한다. 이를 막고자 몇몇 건물 소유주는 외벽에 ‘전동 킥보드 주차금지’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 외대 캠퍼스를 중심으로 정문구역, 후문구역을 살펴본 결과, 업체에서 지정한 주차구역보다 그 외에 주차되어 있는 공유형 전동 킥보드가 훨씬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업체에서 공식적으로 마련한 주차구역도 정문 구역에 한 곳으로, 매우 부족하다. 현재 PM업체 측에서 반납 절차 시 반납금지구역을 안내하고, 민원을 토대로 반납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반납금지구역에서도 반납 버튼을 반복적으로 클릭하면 반납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색 맞추기’ 일뿐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
▲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내부 안내판에 킥보드 운행금지가 명시되어 있다. 사진=김민기 기자
현재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내부는 전동 킥보드 운행 금지 구역이다. 학교본부는 캠퍼스 내로 출입할 수 있는 공간마다 표지판을 세워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적극적인 관리는 부재한 상황이다. 현행법상 전동 킥보드를 포함한 PM은 보행로로 통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캠퍼스와 같이 도보 이동이 주가 되는 공간에서 전동 킥보드와 보행자가 충돌할 경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SWING 반납 가능 여부 지도 경희대(좌측), 한국외국어대학교(우측). 사진=김민기 기자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의 경우 캠퍼스 전체를 반납 금지 구역으로 지정하여 공유형 전동 킥보드의 운행과 반납을 통제하고 있는 반면, 한국외대 서울캠퍼스는 SWING에서 여전히 반납 가능 지역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실제로 한국외대 서울캠퍼스에서는 캠퍼스 내부로 운행 후, 캠퍼스 내에 반납-주차되어 있는 기기를 찾아볼 수 있었다.
▲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내부에 전동 킥보드가 주차되어 있다. 사진=김민기 기자
한국외대 서울캠퍼스를 중심으로 PM 안전 문제를 확인한 결과, 안전 관리 측면에서 미흡한 점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학교 본부는 캠퍼스 내 전동킥보드 통행을 적극적으로 통제하고 있지 않았으며, PM 공급 업체는 면허 등록 및 안전모 등 현행법상 준수돼야 할 규제들에 무책임한 모습이었다.
김민기 기자 (alsrl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