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개인의 성공과 경쟁을 강조한다. 물질적 성과와 외모, 관계 등에서 '성공'과 '실패'를 구분짓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사회 구조 속에서 소외된 이들은 자존감을 상실하고 스스로 실패자라는 낙인을 내면화한다.
이러한 남성들 중 일부는 실패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며 특히 여성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인셀(비자발적 독신자)이라는 정체성으로 표출되며, 일부는 극단적 여성혐오로 이어지고 있다.
일베저장소와 디시인사이드
한국에서 일베저장소(이하 일베) 및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시)와 같은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가 극단적 여성혐오, 계층혐오 및 정치적 극단주의의 온상으로 지적되어 오고 있다. 해당 커뮤니티의 이용자들은 신자유주의적 경쟁 사회에서 자신들의 남성성이 위협받고 있다 느끼며 여성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젠더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여성들을 전략적으로 통제하고자 한다.
과거 소수의 극단적 담론에 불과했던 이러한 사상은 이제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양지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커뮤니티의 의견은 단순한 온라인 담론을 넘어 사회적 분열과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 존재가 된 것이다.
이들의 혐오는 남성성의 위기와 열등감에서 비롯된 공격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기형적으로 양극화된 사회에서 억눌린 분노와 좌절을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에게 전가하며, 이를 통해 혐오를 수단 삼아 자신들의 우월성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여성혐오
한국은 스펙 경쟁, 집값 상승, 결혼과 연애의 경제적 부담 등으로 인해 청년들의 삶이 더욱 고립되고, 일부 남성들이 이러한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연애와 결혼'을 성취하지 못한 자신의 상황을 여성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자본주의는 성공과 실패의 명확한 경계를 그려내며 연애 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논리가 적용된다. 특히 한국에서는 외모, 재력, 학벌 등 특정 조건이 관계 성립의 필수 조건으로 부각되면서 '상위 20% 남성'만 연애와 결혼에 성공할 수 있다는 왜곡된 믿음이 퍼지고 있다. 이는 하위 '80% 남성'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어 여성혐오와 인셀 사상을 키우는 토대가 되고 있다.
일베와 디시 등에서 등장하는 여성혐오적 발언은 단순히 온라인상의 담론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지난 2016년의 강남역 살인 사건처럼 여성혐오적 동기를 지닌 범죄가 발생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온라인에서의 증오 발언이 실제 폭력과 범죄로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교제 관계에서 발생하는 교제폭력 역시 여성혐오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교제폭력은 '데이트 폭력'이라고도 불렸으나, 이는 여전히 문제의 심각성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해외에서는 교제폭력을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이라 폭넓게 규정하여 친밀한 관계에서도 언제든지 폭력이 발생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는 교제폭력에 대한 독립적인 별도의 법적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성폭력처벌법(1993), 가정폭력처벌법(1997), 스토킹처벌법(2021) 등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교제폭력은 법의 사각지대에 위치해있다.
2018년에 제정된 성폭력방지기본법에서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을 여성폭력으로 규정했으나, 정작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의 구체적인 내용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기본법이라는 특성상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규제나 처벌 조항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헌법에서는 형법상 폭행죄, 협박죄 등으로 처리될 뿐이다. 경찰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거나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범죄는 아동학대, 가정폭력, 스토킹 범죄뿐이기에 교제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에 한계가 존재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보복이 두려운 피해자가 가해자가 처벌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경찰도 더 이상 개입할 방법이 없다"며 "접근금지 명령은 (가해자)처벌이 아니라 (피해자)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일선 경찰관들도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교제폭력은 근거 법률이 없으니 보호조치를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고로 우리 사회는 극단적인 사상을 조장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단순한 사이트 폐쇄나 차단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우며, 이러한 커뮤니티들이 생겨나는 사회적 배경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또 남성과 여성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젠더 문제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소통의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와 직장 등 공공 영역에서 성평등 교육을 강화하고 여성혐오를 부추기는 왜곡된 정보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청년층은 취업, 주거, 연애 문제를 주로 겪고 있는데 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해결 노력이 필요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극단적인 사상에 빠지지 않도록 심리적, 경제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성취를 강조하며, 경쟁에서 뒤처진 이들에게는 강한 소외감을 안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인셀의 증가와 여성혐오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며 교제폭력과 같은 사안에서도 그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해결을 위해 구조적인 접근에 더불어 건강한 담론과 정책적 접근이 절실한 상황이다.
신수민 기자(necrotixm@gmail.com)
조연우 기자(yunyoo14_10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