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인 지난 토요일 서울 각지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이어졌다.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에는 ‘Stop the Steal’, ‘사기탄핵 기각하라’ 등 탄핵 반대 피켓이 거리를 채웠고, 안국역 일대에는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 탄핵 찬성 피켓이 어지럽게 나돌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를 앞두고 많은 국민들이 시위에 동참하며 5호선 광화문역은 한때 무정차로 통과하기도 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전국 대학생 연합 시국선언이었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전국 모든 대학생들’이라는 슬로건 기반의 탄핵 반대 대학생 조직 ‘자유대학’은 지난 1일 12시경 혜화역 인근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해당 행사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2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시국선언이 끝난 뒤 종각역 보신각 인근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부정선거 수사하라’, ‘탄핵 무효’, ‘선관위를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이어갔다. 선두에는 대학생들이 주를 이루었고, 이어 탄핵 반대에 동조하는 시민들이 후미에 순차적으로 합류하며 행진은 점차 길어졌다.
주최 측인 ‘자유대학’에 따르면 해당 행사에는 서울대, 이화여대, 한동대, 울산대, 서울시립대, 건국대 등 총 40개 대학이 공식적으로 참여를 신청했다. 각교 학생들은 과잠을 입고 학교 상징이 그려진 깃발을 흔들거나 대학 시국선언에 사용했던 현수막, 피켓 등을 들고 행진에 참여했다.

학생들의 참여 동기도 다양했다. 연세대 24학번 정 모 씨는 시국선언 참여 동기를 묻는 질문에 “시국선언 당시 연설을 진행했던 학우가 친한 지인이어서 소개를 받아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립대 22학번 이 모 씨는 “계엄령을 통해 공부에만 매진하느라 알지 못했던 사회 곳곳의 여러 문제점을 확인했다. 대통령의 탄핵 절차가 저의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어렵지만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모 씨는 이어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은 결국 나라를 위해서 일해야 하는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는 말과 함께 “개인적으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2030 청년들이 살아갈 나라에 닥친 위협을 알리거나 해결하려는 메시지를 전혀 주지 않았다”는 양비론을 덧붙였다.

다만 일부 대학생들은 탄핵 반대 논리의 핵심 근거 중 하나인 부정선거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 모 씨는 “부정 선거 의혹은 우리의 주권과 관련된 중요한 내용인데, 어느 하나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부정선거론을 직접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다.
이어서 인터뷰를 진행한 한국외대 25학번 진 모 씨 역시 “부정선거가 있느냐 없느냐 문제보다는 투명한 선거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진 모 씨는 “며칠 전 보도된 선관위 친인척 비리 등을 보며, 과연 우리가 선관위를 믿을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되어 ‘부정 선거’, ‘선관위를 수사하라’같은 구호를 외치는 것”이라며 부정선거를 직접적으로 옹호하기보다는 선관위에 대한 의혹 제기에 집중했다.

집회에 참석한 것은 대학생뿐만이 아니었다. 총 4개의 팀으로 구성된 행진 대열의 선두는 대학생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후미에는 졸업생과 교직원, 일반 시민 등이 주를 이루었다. 행진에 동참한 한 고려대 교수는 대학생 시국선언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처음에는 학생들도 국민들도 계엄령을 왜 선포했는지 몰랐다가 시간이 지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중국 등 반국가세력의 위협, 29차례에 달하는 야당의 탄핵, 부정선거 등을 규명해야 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계엄령을 선포한 것이고, 그래서 청년들도 ‘계몽’이라고 하지 않느냐”고 답변했다.

태극기, 성조기, 각교 깃발과 현수막을 들고 종각역 인근에 도착한 대학생들은 주최 측의 구호에 맞춰 ‘대한민국 만세’를 연신 외쳤고, 애국가 제창을 끝으로 전국 대학생 연합 탄핵 반대 시국선언 행진은 마무리되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대다수의 대학생들은 여의도나 광화문에서 진행되던 탄핵 반대 집회로 이동했다.

이번 시국선언 기획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자유대학 박준영 부대표는 “탄핵 반대를 외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많이 들리는데, 대학가에서는 이런 목소리가 잘 일어나지 않는 판을 깨고 싶어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을 릴레이로 주도하여 열기를 모았다”고 설명하며 “1919년 3월 1일 학생들이 주도하여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정신을 이어받아 이번에 꼭 집회를 진행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박 부대표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탄핵 반대와 탄핵 각하가 끝이 아니다. 아직 너무나 많은 반국가 세력들이 카르텔을 잡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알리고,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더더욱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현장을 지나가던 이 모 씨는 대학생들의 행진에 대해 “개인의 의견을 표출하는 시위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서는 받아들여야 한다”며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 반면, 시국선언으로 인한 교통 혼잡으로 골머리를 앓는 시민도 있었다. 몇몇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우천으로 우산을 구매한 일부 참여자들이 비닐 쓰레기로 거리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