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돌아가는 소식은 알자며 뉴스를 켠 대학생들은 어려운 용어들, 이해하기 힘든 정치 시스템, 전후 상황을 모른 채 발생해버린 사건·사고로 가득 찬 뉴스에 이내 TV를 꺼버리고 말죠. 진입 장벽이 높아진 뉴스,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워진 뉴스, 지금이야말로 ‘뉴스를 위한 뉴스’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태섭의 뉴위뉴]가 여러분이 뉴스를 끄는 대신, 누구보다 뉴스를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연금개혁 논의
대학생들이 정을 붙이려고 아무리 노력해 봐도 어려운 주제라면 아무래도 연금이 아닐까요? 연금을 직접 납부해 본 대학생은 거의 없고, 보험료율이니 소득대체율이니 단어도 너무 어렵고, 정치인들은 왜 1%를 두고 저렇게까지 논의를 이어가는지도 이해하기 어렵죠.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흥미도 관심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 지금의 2030 세대는 누구보다도 연금개혁에 주목해야 합니다. 국민연금을 받을 사람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반면, 낼 수 있는 사람은 점차 줄어들고 있죠. 모두가 앞다투어 막으려고 하는 국민연금의 고갈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날이 오면 승자는 없죠. 국민연금을 이미 수십 년간 냈지만 받지 못하는 4050 세대들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국민연금을 수십 년간 내야 하는 2030 세대만이 남을 뿐입니다.
[김태섭의 뉴위뉴] 세 번째 시간에는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연금이 무엇인지, 연금 제도는 현재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현재의 연금 제도를 개혁하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연금개혁 논의는 왜 진행되고 있지 않은지,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Q. 연금이 정확히 뭔가요?

연금은 쉽게 말해 돈을 버는 동안 적립해 놓다가, 은퇴 후에 소득이 사라지면 적립해 놓은 돈을 돌려받는 방식을 이야기합니다. 연금은 운영하는 주체에 따라 성격이 조금 다른데, 크게 국가가 운영하는 공적연금제도와 국가가 운영하지 않는 사적연금제도로 나눌 수 있어요.
국가가 운영하는 공적연금제도의 대표 주자는 흔히 우리가 국민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과 함께 묶어 4대 보험이라고 부르는 국민연금입니다. 국민에게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위험에 대해 국가가 보험이라는 방식으로 대처하여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일종의 복지 제도라고 볼 수 있죠. 이외에도 만 65세 이상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금과 소위 ‘연금 받는 직업’인 공무원, 교사, 군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직역연금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사적연금제도는 국가 대신 금융기관, 흔히 은행이나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이 운영합니다.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사적연금은 개인이 스스로 본인의 노후를 대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가입이 필수는 아닙니다. 다만 국가 입장에서는 개인이 각자 노후에 찾아올 경제적 위기에 대비하는 것이 이상적이기 때문에 사적연금제도에 각종 세금 관련 혜택을 제공하죠. 크케는 연금저축처럼 돈을 낼 때 세금 감면 혜택을 주거나, 연금보험처럼 돈을 받을 때 세금 면제 혜택을 주는 형태가 있습니다.
뉴스에서 강조하는 연금개혁은 공적연금제도 중에서도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국민연금의 개혁이기 때문에 다른 연금들은 조금 뒤로 미루어 두고, 이번 시간에는 국민연금에만 집중해 보도록 합시다.
Q. 국민연금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국민연금은 크게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로 나눌 수 있죠. 내는 돈은 쉽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입니다. 기준소득월액, 조금 더 간단하게는 월급의 9%를 국민연금으로 적립하는 셈이죠. 만약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4.5%는 개인이, 4.5%는 기업이 부담합니다.
받는 돈은 조금 어렵지만, 사실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는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서 쉽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식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연금액에 어떤 변수가 영향을 미치는지만 확인해 보도록 하죠.
소득대체율은 연금 수령액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수치로, 생애 평균 소득 대비 받는 돈을 의미합니다. 만약 소득대체율이 50%라면 내가 평생 받은 월급의 평균을 낸 뒤, 그 평균의 50%를 매달 받게 되는 것이죠. 국민연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의 소득대체율은 70%에 달했지만, 현재는 40%까지 내려왔습니다. 받는 돈이 왜 적어지기 시작했는지는 현행 연금 제도의 문제점 파트에서 자세히 다루어 봅시다.
뒤에 있는 A는 전체 가입자, 즉 국민 대부분의 평균 소득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국민연금은 사회가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복지 제도의 성격이 강합니다. 소득이 많은 사람은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소득이 적은 사람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형태를 만들고자 추가한 변수죠.
반대로 B는 나의 평균 소득입니다. 아무리 복지를 위해서라고 해도 한 달에 국민연금을 15만 원 납부한 사람과 60만 원 납부한 사람이 같은 금액을 가져가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도입한 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20년 전에 납부한 100만 원과 지금의 100만 원은 가치가 다르죠. 그렇기 때문에 B는 평균 소득에 재평가율, 즉 현재의 물가와 납부 당시의 물가를 비교한 보정치를 곱해서 구합니다. 예를 들어 2025년 기준 2001년의 재평가율은 2.386입니다. 2001년의 100만 원이 현재 238만 6천 원의 가치가 있다는 의미죠. 따라서 2001년 당시 100만 원을 납부한 근로자의 B는 238만 6천 원으로 계산하게 됩니다.
자칫 복잡해 보일 수 있는 마지막 식은 20년을 기준으로 더 오랜 기간 국민연금을 납부한 경우 지급액을 늘린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국민연금을 30년간 납부했다면 20년 초과 납입 월수는 120개월이기 때문에 1.5배의 연금을 수령할 수 있죠.
Q. 현재의 연금 제도를 개혁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제도 자체의 문제, 그리고 문제를 가속하는 저출산 고령화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연금 제도는 처음부터 지속이 어려운 체계로 도입되었습니다. 국민연금을 처음 도입한 1988년 당시에는 아직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국민연금 때문에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서 정부는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국민연금을 채택했죠.
당시 보험료율은 3%, 소득대체율은 70%에 달했습니다. 내는 돈은 지금의 1/3, 받는 돈은 2배 수준이었지만 이 혁신적인 수치 덕분에 국민연금은 새로운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었죠. 역설적이게도 국민연금 도입에 가장 반대하던 당시의 2030세대는 높은 소득대체율과 물가 상승률, 늘어난 평균 수명으로 인해 누구보다 이상적인 연금 혜택을 받은 세대가 되었습니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개선 노력은 있었습니다. 정부는 보험료율을 1993년 6%, 1998년 9%까지 올렸고, 소득대체율을 1998년 60%, 2008년 50%까지 낮추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그럼에도 소득대체율은 여전히 국민연금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고, 정치권은 2008년부터 2028년까지 매년 0.5%p씩 소득대체율을 감소시켜 2028년 40% 도달하도록 합의했습니다. 올해 소득대체율은 41.5%이겠죠.
이러한 연금개혁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증폭시키는 것이 저출산 고령화입니다. 일하면서 국민연금을 낼 사람은 점차 줄어드는데, 앞으로 국민연금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점차 늘어나고 있죠.
2024년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75명입니다. 지난 9년간의 하락세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죠. 반대로 지난해부터 은퇴를 시작한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는 전체 인구의 20%가량인 954만 명입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민연금 적립금은 1212조 9천억 원입니다. 전문가들은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39년 최대 적립금을 기록한 뒤 점차 감소하여 2054년경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더 이상 개혁을 미룰 수 없는 시점이죠.
Q. 연금개혁이 그렇게 급한데 왜 이루어지지 않고 있나요?
연금개혁에 대한 논의는 매 국회마다 있었습니다. 그러나 늘 정치권 합의 단계에서 무산되었죠.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가장 대립하던 주제는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중 무엇을 우선할지에 대한 논의였습니다. 모수개혁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적립금이 부족하니 더 내거나 덜 받자는 개혁이죠. 반면 구조개혁은 시스템 자체를 바꾸자는 방식입니다. 구조개혁은 다양한 방향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적립과 지급의 방식을 재구성하는 방법이 제시되죠.
지난 21대 국회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지난해 기준 42%에서 45%까지 올리자는 모수개혁을 제시했습니다. 모수개혁을 우선 진행하고, 이후 구조개혁을 진행하자는 입장이었죠.
반면 국민의힘은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 강화를 위해 구조개혁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험료율을 13%로, 소득대체율을 43%로 올리는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진행하자는 입장이었죠.
개혁의 우선순위와 2%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연금개혁의 공은 22대 국회로 넘어왔지만, 여야는 여전히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야는 모수개혁의 시급성을 바탕으로 보험료율을 13%까지 끌어올리는 방향성에는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42~43%의 소득대체율을, 국민의힘은 44~45%의 소득대체율을 주장하며 논의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여야의 줄다리기는 오히려 ‘자동조정장치’라는 새로운 의제의 등장으로 더욱 격해지고 있어요. 자동조정장치는 기대 수명과 가입자 증감, 물가 상승 등에 따라 연금 지급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자동조정장치가 결국 연금 지급액을 줄이기 위한 장치라며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모수개혁부터 논의하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자동조정장치가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도입을 촉구하고 있죠. 여야의 대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Q. 연금개혁을 이루어낸 해외의 사례는 없나요?
연금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사례로 흔히 영국을 꼽는데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영국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대표되는 두터운 복지 체계를 도입합니다. 그러나 과도한 복지 체계를 감당하기 위해 기업과 시민들은 많은 조세와 사회보장 부담에 시달려야 했고, 이는 기업과 시민들의 투자·근로 의욕 저하로 나타나게 되죠. ‘영국병’, 혹은 ‘복지병’이라고 부르는 영국 경제 침체의 시작이었습니다.
1979년 집권을 시작한 마거릿 대처는 통화 유통량 조절, 재정지출 삭감, 복지 모델 대폭 개선을 통해 영국의 침체를 극복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공적연금은 축소되고, 그 자리는 사적연금제도가 차지하게 되죠.
그러나 영국은 결국 공적연금을 좌시할 수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영국은 이미 1930년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7% 이상)에 진입했고, 1975년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14% 이상)에 진입했습니다. 사적연금만으로는 점차 악화되는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죠.
결국 2002년 영국은 총리실, 재무부, 노동연금부에서 각각 추천한 3명으로 연금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의 탈정치적 태도를 기반으로 개혁을 이루어 나가기 시작합니다. 연금개혁 도중 발생한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연금위원회는 당초 개혁안을 그대로 유지하며 점진적 개혁을 이어갔죠.
영국의 연금개혁의 핵심은 ‘합의’였습니다. 갈등의 최소화를 첫 번째 과제로 삼았죠. 영국 정부는 우선 영국 8개 지역에서 일반 대중과 함께 ‘전 국민 연금토론’을 개최합니다. 연금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동시에 시민들이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었죠.
인식을 공유한 뒤에는 홍보와 논의가 필요하겠죠. 연금토론이 끝나고 6개월이 지난 뒤, 영국 정부는 여론조사와 협의를 위한 ‘전 국민 연금의 날’ 행사를 기획합니다. 사람들은 연금위원회가 제시한 대안에 대해 토론하고, 투표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결국 10년에 걸친 개혁 끝에 영국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수령 나이 조정까지 끝낸 새로운 연금 체계를 가지게 됩니다.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
연금개혁은 정치인 입장에서 참 손대고 싶지 않은 과제입니다. 괜히 먼저 손을 뻗었다가는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책임론의 단두대에 올라설 수밖에 없죠. 조기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는 지금 연금개혁 논의는 다시금 뒷전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연금개혁은 소위 ‘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과제니까요.
그러나 연금개혁은 정당의 이해관계를 내세울 문제가 아닙니다. 발생 가능성이 낮은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기우도 아니죠. 연금 제도의 한계는 명확하고, 이를 가속화하는 저출산 고령화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었습니다.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습니다. 그러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망연자실하며 문제를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치우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행동이죠. 초당적 협의체 구성과 해외의 우수 사례를 바탕으로 당정이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지난 6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만나 모수개혁 우선 합의를 결정했습니다. 논란이 되던 자동조정장치는 우선 미루어 두고, 이후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구성되면 구조개혁과 함께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죠.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연금개혁의 새로운 골든타임은 지금부터가 되어야 합니다. 여야의, 더 나아가 여야와 정부의 원만한 합의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