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언론법'이 재입법 논의를 거치고 있어 대학언론인 사이에서 주목 받고 있다. 대학언론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발의하여 처음 등장했다. 윤 전 의원의 임기 만료로 인해 입법화되지 못하고 폐기되었으나, 지난해 11월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해 다시 입법 논의를 거치고 있다.
'대학언론법', 무엇인가?
대학언론법은 정 의원이 지난해 11월 22일 발의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제안됐다. 대학언론의 독립과 자유가 법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대학언론인을 향한 학측의 권익침해 및 기사 검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고등교육법에 대학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명시하는 제19조의 4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개정 내용은 ▲대학언론 설치·운영의 자유 ▲대학언론 업무 명시 ▲대학언론의 자율·독립적인 운영 보장 ▲기타 대학언론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근거 명시 등 총 4가지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방송, 신문과는 다른 대학언론의 '공백'
우리가 흔히 접하는 방송, 신문 등은 「방송법」,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약칭 '신문법')」에 의해 독립과 자유를 인정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당시 이정현 전 새누리당 의원이 방송법에 근거해 기소·처벌된 판례가 있다. 이 전 의원이 KBS 보도국장에게 직접 연락하여 정부 대처와 구조 작업상의 문제점을 다룬 기사를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 요구한 사실이 방송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된 것이다. 이처럼 보도 내용이 다른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면 누구도 방송과 신문에 간섭할 수 없고, 이러한 보호 구조가 있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언론은 사정이 다르다. 위와 같은 기성 언론과 달리 대학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명시한 현행 법률이 '공백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교수 측의 간섭 및 검열 사실이 있어도 이를 처벌할 수 없고, 학생 기자 또한 해임 및 징계를 당할 위험성이 있어 학측에 적극적으로 반발하기는 힘든 환경이다.
이미 존재하는 현행법이 대학언론의 자유까지 포괄할 수는 없는걸까. 방송법·신문법의 대상은 방송 사업자, 신문 사업자이다. 상업을 목적으로 두지 않은 대학언론인은 현행법의 적용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언론법', 입법 가능성 있는가?
대학알리와의 인터뷰에서 정 의원은 '대학언론법의 입법 가능성'에 대해 "당위성이 충분한 법안이므로 입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제1항에서 언론의 자유를 명백히 보장하고 있으며, 방송 매체와 신문 매체의 자유를 각각 보호하는 현행 방송법·신문법과 달리 대학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령 조항은 없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월 18일 게재된 교육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와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대학언론 관련 사항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며 대학언론법에 회의적이거나 신중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 의원은 "대학 자율성이 학내 언론을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하며, "그동안 대학 자율성만으로 대학언론이 운영되었을 때 대학 당국에 의한 편집권 침해, 기사 검열, 예산 삭감 등의 개입이 반복되어 왔다. 대학 당국이 '자율성'을 명분 삼아 대학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은 언론 자유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정 의원은 대학언론법 발의 목적에 대해 "이번 개정안은 대학언론이 대학 당국의 홍보 수단이 아닌,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언론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임을 명확히 했다. 대학언론인이 갖는 기대와 관심 또한 인지하고 있으며, 대학언론법이 통과되기 위해선 '대학언론인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법률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순으로 상정되어 입법 논의가 이루어진다. 대학언론법은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논의 준비 중이다. 정 의원은 올해 안에 대학언론법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언론법이 우리의 동아줄 될 것인가"
원지현 경남대 학보사 편집국장은 대학 측의 제지로 쓰지 못했던 기사가 있다. 교수의 범죄 사실을 다룬 기사다. 학생들의 알 권리를 위해 학보사 회의에서 해당 내용을 발제했으나, 학보사 주간 교수 역할을 맡는 언론출판원장이 "이런 내용은 학보에 담을 수 없다"며 원지현 국장이 적은 발제문 내용을 붉은 펜으로 지워버렸다.
원지현 국장은 자대 교수의 범죄 사실에 대한 기사를 발제했다는 이유로 편집국장 발령이 취소될 뻔하기도 했다. 그가 쓰고자 한 기사 내용이 '학교 이미지를 나쁘게 한다'는 이유다.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학보사 조직이 학측이 개입하려 한 사례다.
원 국장의 사례가 특수한 건 아니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에 따르면 1991년~2022년 사이 발생한 대학언론 탄압 사례는 총 38건으로 알려졌다. 주요한 내용으로는 ▲지면 발행·배포 중단(19건) ▲기사 삭제·검열(14건) ▲기자 해임·징계(11건) ▲재정보조 중단(5건) 등이 있다. 모두 학보사가 학측의 검열 없이 자유로운 기사를 발행하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무시한 치명적인 내용이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의 의장을 겸하고 있는 원지현 국장은 "대학언론법은 그동안 개별 대학의 학칙에 주로 의존하던 대학언론의 운영을 법률에 명문화한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고 말하며, "학교 구성원의 알 권리 보장, 대학의 민주적인 여론 형성이라는 대학언론의 목적의식과 더불어 편집과 운영상의 자율권이 명시되었다는 점 역시 매우 중요하다. 대학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화의 첫걸음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대학언론법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이지수 기자(horag1234@gmail.com)
*본 기사는 대학알리 지면 VOL.1 <알리가 본 세상>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