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밖청소년, 'LED' 되어 배움정책 다시 비추다

  • 등록 2025.12.06 15: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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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서울특별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Dear L.E.D.' 개최

 

학교 밖에서 배움의 길을 찾는 청소년들이 이번에는 '정책의 주인'으로 무대에 올랐다. 지원사업을 통해 자격증을 따고 창업을 준비한 경험, 고립·은둔 상태에서 벗어난 가족의 변화 등 구체적인 사례가 공유되며, '학교 안팎을 가르지 않는 청소년 정책'의 필요성이 다시 한 번 제기됐다.

 

서울특별시가 주최하고 서울특별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가 주관한 성과공유회 및 정책박람회 'Dear L.E.D.'가 5일 오후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 개최됐다. 센터는 배움의 경험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청소년들을 'LED(Learning Experience Designer)'라고 부르고 있다. 이번 행사는 학교밖청소년이 당사자로서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지원사업을 통해 성장·변화한 우수사례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 12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회사에 나선 서현철 서울특별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센터장은 "서울시에서는 매년 1만 명의 LED가 탄생한다. 도시를 밝혀줄 별 같은 친구들이 스스로 배움의 경험을 디자인하며 사회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밖청소년과 함께한 꿈드림 교사·대안교육기관 교사·멘토·인턴십 기관 관계자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이 아이들이 결코 빛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성과공유회 첫 사례 발표에 나선 송하준군은 디지털 의약품 관리 서비스 '필리오'를 소개했다. 그는 "창업동아리 지원사업을 통해 각자 맡은 기획·디자인·개발 영역에서 전문성을 검증받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고립은둔가족지원사업에 참여한 한 보호자는 "아이가 학교 밖으로 나왔을 때, 부모인 저도 세상 밖으로 던져져 소외되는 상실감을 느꼈다"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센터 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고민을 가진 부모들과 '그 마음 나도 안다'를 나누면서 해결보다는 이해를 배웠고, 그 연대감이 저를 다시 숨 쉴 수 있게 해줬다"고 했다. 이어 "예전에는 아이가 변화가 더디면 불안하고 방 안에만 있으면 조급했지만, 지금은 그 시간을 쉼과 회복의 과정으로 바라보게 됐다"며 "아이의 속도와 감정을 존중하는 법을 배운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일경험 지원사업 '공중정원 기획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유하양은 "일경험 지원을 통해 공중정원을 기획하고 조경 모형을 직접 만들면서, 머릿속에만 있던 상이 실제 공간처럼 눈앞에 나타나는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경험을 계기로 조경 분야 진로까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족챌린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박호규씨는 "초등학생 자녀와 대화의 단절이 심했는데, 매주 아이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아이의 생각을 공감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대화의 수준도 깊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유치한 프로그램까지 부모가 같이 해야 하나' 싶었지만, 막상 참여해 보니 내 생각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알게 됐다"며 "다른 곳은 아이만 참여시키고 부모는 밖에서 기다리는데, 이곳은 부모도 함께 참여해 아이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평가했다. 박 씨는 "잘못된 학생은 없고, 잘못된 부모의 교육 방식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인턴십 지원사업에 참여한 김가빈양은 "꼭 한 번 카페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꿈을 '청소년문화공간 JU'에서 인턴십을 하며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손님이 많아 몇 마디 영어 문장을 외워 응대하면서 사람들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고 편하게 대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기업가정신 해외탐방에 선발돼 일본 오사카를 방문한 경험에 대해 "우메다 공중정원, 100년 넘은 오므라이스 가게, 오사카 엑스포 등 산업·문화·기술 공간을 직접 탐방하며 팀원들과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우리가 해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창업동아리 지원사업에 참여한 '동글지대' 팀의 조이현양은 "청소년들이 필요한 지원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앱 서비스 '팅커벨'을 개발하고 있으며, '학교밖청소년 마음돌봄 데이'를 주최하는 등 청소년을 직접 만나는 자리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와 같은 청소년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활동이 더욱 뜻깊었고, 앞으로도 청소년들의 정보 사각지대를 둥글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곧이어 '정책제안 토크콘서트-배움의 경로를 다시 그리다'가 진행됐다. '학교밖청소년과 함께 만드는 미래 정책'을 주제로, 전문가, 학교밖청소년 등이 함께 참여해 현장의 경험과 공공정책을 연결하는 실질적인 정책 대화의 장을 펼쳤다.

학교밖청소년 우예인양은 "센터에게 학원비와 응시료를 지원받아 제과제빵 학원에 다녔고, 자격증도 여러개를 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턴십으로 실제 케이크 가게에서 손님에게 판매하는 경험을 쌓고, 올해는 일본 디저트 기업 탐방까지 다녀오며 '내가 가지 못한 세상이 이렇게 넓고 멋지구나, 뭐든 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겠다'는 시야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교밖청소년이 늘어난 만큼, 장학금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좋겠다"고 정책을 제안했다.

최새연 서울시 청소년육성위원은 "중학교를 마친 뒤 일반고 대신 대안학교에 진학했지만, 행정상 '학교밖청소년'으로 분류됐다"며 "청소년 관련 회의체와 의회가 많지만, 정규교육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일정과 경험에 맞춰져 있어 학교밖청소년의 고민을 진정성 있게 다루는 곳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 "청소년을 미성년자,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 때문에 사업도 거기에 맞춰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며 "청소년기본법에서 정한 만 9~24세 기준이 청소년 정책 전반에서 통일된 기준으로 쓰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김민승군은 "학교밖청소년이 대회나 콘퍼런스에 나가려 하면, 생활기록부 제출이나 '초·중·고 재학생만' 참가하도록 한 규정에 막히는 경우가 많다"며 "좋은 아이템과 역량이 있어도 출전 자체를 못하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처음 공고를 낼 때부터 학교밖청소년의 참가를 전제로 규정을 정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학교밖청소년 김재경군은 교내에서의 차별과 모욕적인 발언으로 자퇴를 선택한 뒤, 센터에서 처음 제안받은 사업이 학업지원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재 지원으로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마음의 병을 앓으면서도 수능에 도전할 수 있었다"며 "서울시 학업지원금과 서울런, 그리고 꿈드림 선생님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군은 "학교 안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연 1200만원 수준인데, 전국 학교밖청소년에게 돌아가는 학업지원금은 60만원 정도에 그친다"며 "서울에 산다는 이유로 100만원과 인터넷 강의를 지원받지만, 여전히 교육받을 권리에서는 뒷전"이라고 짚었다. 그는 "심사와 지급까지 두 달 가까이 걸리는 구조를 고쳐 상시 심사·지급 체계를 도입하고 예산을 늘려, 카드값 결제일을 걱정하지 않고 제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다.

 

 

학교밖청소년 한혜민양은 "학교 밖에서 나만의 길을 찾고 꿈을 쫓는 시간은 의미 있지만, 언젠가는 대학과 취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불안이 컸다"며 "학교생활기록부가 없다는 이유로 원서조차 넣어보지 못하거나, 서류 단계에서 벽을 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밖청소년이 어떤 전형과 경로로 대학에 진학했는지 통계와 성공 사례가 더 많이 공개되고, 정보가 잘 정리돼야 후배들이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며 "입시를 준비할 수 있는 전용 학습공간과, 대학에 진학한 학교밖청소년 선배들과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소속의 김희진 학교밖청소년연구센터 센터장은 "학교밖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해오며,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와 욕구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진로 탐색을 위해 주체적으로 학교를 나오는 사례와 부모의 지지가 늘었지만, 여전히 차별·낙인·제도적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청소년들이 제기한 학업지원, 입시, 경진대회 참가 문제는 연구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의식과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학교 안팎을 가르지 않고, 청소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라는 관점에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 참석한 한 보호자는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의 공백을 짚었다. 그는 "꿈을 찾아 학교 밖으로 나온 친구들도 대견하지만, 방 안에서만 지내며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는 점을 정책 담당자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며 "서울 시내 여러 기관을 이용해 봤지만, 고립·은둔 상태의 청소년이 이용하기에는 공간 분위기가 거칠고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고립·은둔을 다루는 전문기관은 조금씩 생기고 있지만, 청소년 시기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한 전담 센터와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은 거의 없다"며 "방 안에만 있는 아이들의 특성상 담당자가 자주 바뀌지 않고, 12~2월 예산 공백으로 프로그램이 끊기지 않도록 안정적인 예산과 인력을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본행사가 마무리된 후 참가자들은 ▲나만의 작은 정원 만들기 ▲포토부스 ▲동물 '캐릭커쳐' ▲근로권익캠페인 ▲동아리 전시부스 ▲인턴십 영상전시 ▲멘토링전시 등에 참여했다.

 

 

주호돈 서울시 청소년정책과장은 "지금은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가능성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서울시는 청소년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의 참가자는 "학교밖청소년의 정책 참여권을 논하고, 전문가와 청소년이 함께 정책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학교밖청소년이라는 말은 행정상 분류일 뿐, 이들의 가능성과 인격, 미래를 설명해 주는 말이 아니다"라며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스스로의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주체적인 삶의 주인공을 응원한다"고 했다.

취재진을 만난 학교밖청소년은 "센터는 '왜 안 나오니'가 아니라 '괜찮아, 너의 속도로 오면 돼'라고 말해주는 곳"이라며 "마음의 상처가 있는 더 많은 은둔·고립 청소년과 부모들이 센터를 찾아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학교 안팎을 넘어 모든 청소년이 자신의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차별과 편견 없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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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관 기자(chajonggwan.me@gmail.com)

차종관 기자 chajonggwan.m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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