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2026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도약' 행사의 일환으로 기고된 전직 대학언론인 활동 수기입니다.

내가 잘난 줄 알았다. 대학언론에서 무려 해직당한 뒤... 중략, 시사IN 대학기자상 수상. 대학알리 입성에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라는, 이름도 참 긴 비영리단체 대표! 멋있지 않은가, 남 글에 지적하고 내 글에 자뻑하는 삶.
자세히 말해볼까. 대학 1학년에 장학금 비리를 폭로하는 기획 기사를 써냈다. 단과대학 회장과 부회장이 합심해 몇천만 원의 장학금을 학생으로부터 빼앗았다. 취재해 보니 단과대학 수준이 아니었다. 총학생회에서 조직적으로 해오던 짓이었다. 총학생회 자체가 거대한 사기였다. 이 기사를 내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신문이 발행되던 날 모든 가판대에서 신문을 훔쳤다. 그 단과대학 회장이 트럭을 몰고 캠퍼스를 누볐다더라.
지역 신문은 물론 한겨레에서도 내게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냐"고. 나도 몰랐지. 내 역작이 그렇게 사라질 줄은. 시사IN 대학기자상에 출품했는데, 놀랍게도 최종 후보까지 갔다. 떨어졌는데 아쉽지는 않았다. 나는 대학언론 소속이 아니었거든.
혼자 취재하다보니 동료 기자들과의 갈등이 많았다. "허락도 없이 취재하냐"는 편집국장, 그 사람도 한패였다. 원고료 들어오는 학생증 통장 비밀번호를 전부 통일시키고, 모든 후배 기자의 원고료를 갈취했다. 아직도 이름이 기억난다. 넌 기자 하지 마라.
그 외에도 사회생활 한 번 해본 적 없는 대학 새내기는 갖은 말썽을 일으켰고, 기자가 기사 외의 사유로 해고됐다. 그래도 다행이지. 이후론 후배들이 원고료를 제대로 받았단다. 한 푼 없던 취재 지원금도 생겼고. 또 나의 승리네.
교환학생을 다녀오니 대학이 망해가고 있었다. 뭐, 부실대학? 옛말이 됐지만 당시엔 교수들이 발 벗고 해명해야 했다. 우리 그 정도 아니라고. 아무튼 조용할 날 없었다. 대학언론도 마찬가지, 완전히 죽어 있었다. 나를 잘 아는 교수가 학보사 주간으로 왔다. 그리곤 기획 기사를 후배와 함께 써보라고 제안했다. 하, 또 내가 나서야 할 때인가. 단번에 수락했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었다. 총선과 대학을 엮는 기사를 쓰고 싶었다. 대학언론 기자는 대학에 관해 써야 한다, 는 지론이 있었으니. 3개월 동안 매일 발로 뛰며 취재했고, 세 편의 기사를 냈다. 생각처럼 된 것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아무렴 어때, 조회수는 잘 나왔잖아. 시사IN 대학기자상에 출품할 때도 그랬다. 출품에 의의를 두자고. 그런데 상 받았다. 대학 기자 평생의 꿈이 이뤄졌다. 만세. 나 성공했구나.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는 나의 절정이었다. 차종관이라는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 광화문 스타벅스에서 기다리는데, 그가 도통 보이질 않았다. 아, 면접 노쇼인가. 아니면 탈락인가. 1시간 뒤에 나타난 그는 "휴대전화를 집에 뒀는데 잃어버렸다"고 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그래도 비전은 좋았다. 전국에 있는 대학언론을 엮어보고 싶다고 했다. 괜찮은데. 공동대표로 일해보자더라.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나는 한 가지를 더 제안했다. 대학언론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해보자고.
대학 새내기 시절, 그러니까 잘리기 전 이야기다. 선배 기자들이 2학기에 군대에 갔다. 그래서 가르침 받을 선생님이 없었다. 1학년이 할 줄 아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물어보니 다른 사람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럼 우리가 강의해주자고 생각했다. 대학알리를 살린 사람과 나. 그리고 우리보다 더 대단한 사람들을 섭외해서 후배들을 가르치자고. 그렇게 대학언론인 아카데미가 탄생했다.
처음에는 뭐, 주먹구구지. 1. 단 아는 선배에게 연락해. 2. 그리고 그의 인맥을 활용해. 정중히 메일과 카톡을 보내곤 기다림. "우리를 가여이 여겨 주시옵소서." 기도했다. "할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학언론인 아카데미 1기가 열렸다. 전체 수강생 1,600명, 대성공. 2기에는 2,400명. 미쳤다. 또 내가 해냈다. 아니, 우리가 해냈다.
이게 나의 회광반조였다. 절정의 끝에는 번아웃이 있었다. 그리고 빚이 쌓였다. 비영리 전업 활동가의 생명이 다했다. 정신과에 가니 불안 장애라더라.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는 차종관이라는 거목이 있으니 잘 되겠지. 그리고 정말 잘 됐다. 이렇게 멋진 콘퍼런스가 열렸으니.
나는 망가진 자신을 믿을 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신을 믿을 수도 없었다. 무신론자니까. 나는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는 여전히 잘나간다. 차종관 리스펙. 그리고 지금의 운영진을 리스펙.
앞으로도 내가 평생 꺼드럭댈 수 있게 도와주길.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여, 날자. 날자. 날자. 날아보자꾸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