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2026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도약' 행사의 일환으로 기고된 전직 대학언론인 활동 수기입니다.

저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경북대신문에서 학보사 기자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경북대 복현교지에서 편집위원과 고문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지금도 언론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당연하게도 저는 본디 기자를 꿈꾸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학부와 대학원 시절 대학언론의 현장은 즐거웠습니다. 취재를 하고 글을 쓰며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은 그저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처음 수기를 써 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적지 않게 고민했습니다. 많은 대학언론인들이 말하는 ‘사명감’이나 ‘맞서 싸울 용기’가 제게는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학보사와 교지는 결이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학내 공식이라는 타이틀과 주간 교수가 없다는 점에서 교지가 좀 더 자유롭긴 하지만, 그렇다고 고충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2014년 복현교지에서 활동하던 시절, 예산도 인력도 늘 부족했습니다. 교지 발간이 학생회비로 운영되다 보니 전학대회에서 매 학기 인준을 받아야 했으며, 매 학기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습니다. 몇 안 되는 교지 편집위원들이 취재나 글뿐만 아니라 출판과 운영까지 해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2019년 총학생회 예산심의 소위원회에서 연 3%(150만원)의 예산을 0.25%(25만원)으로 줄이면서 폐간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외부의 압력이 아닌 총학생회에서 스스로 자치 언론을 포기하는 행태가 아쉽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사명감만 가지고 교지를 짊어지고 나가는 후배들의 어깨가 가벼워졌다는 안도감도 들었습니다. 학내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필요할 때는 연대할 수 있는 대학언론의 존재 자체의 명분도 중요하지만, 저는 ‘그냥’ 교지가 좋았고 함께하던 선후배들이 좋아서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그냥’의 시간들이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취재를 마친 뒤 마감일에 쫓기며 한 문단, 한 문장을 끝까지 교열하고 기사를 완성해 나가던 경험은 지금의 제 삶에서 나름의 기준과 가치를 세우는 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2015년부터는 ‘내가 학보사 노답이라 그랬잖아’에서 기획한 ‘데드라인 세미나’ 팀에서 전국 대학언론 실태조사를 맡아 진행했습니다. 그 이전부터 국민대, 성신여대, 한국외대 등 여러 대학에서 대학언론 탄압을 계기로 자치언론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았고, 그들을 직접 만나 취재하면서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 보자’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데드라인 활동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방점을 찍었던 사업은 ‘교육’과 ‘실태조사’였습니다. 당시 대외적으로는 ‘디지털 퍼스트’가 유행처럼 확산되며 디지털 전환이 중요한 과제로 강조되던 시기였습니다. 주류 언론뿐 아니라 대학언론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한편 대내적으로는 대학 당국의 탄압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여러 이유로 대학언론이 하나둘씩 사라지던 때였습니다. 그 현실을 마주할수록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대학언론을 기록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대학언론 신입 기자를 위한 표준화된 교육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데드라인 팀에서 여러 학보사와 예전 전대기련의 자료들을 수합하고 최신화하여 표준화된 교육 자료집을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 하나의 과제는 사라져 가는 대학언론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었습니다. 전수조사를 목표로 실태조사를 기획했고,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질문지를 설계해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각 대학이 처한 여건은 달랐지만, 대학언론이 느끼는 위기의 결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는 사실도 그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일이 대단한 사명감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함께하던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돌아보면, 대학언론에 몸담았던 시간은 그래서 더욱 혼자가 아닌 ‘함께’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행히도 저와 비슷한, 아니 저보다도 용기 있는 사람들이 모여 2024년부터 대학언론인 콘퍼런스를 통해 매년 교류의 장이 열리고 있고, 그 연결이 이어지고 있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대학언론을 위해 힘써 주시는 대학알리와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이번 콘퍼런스에 참여하는 모든 대학언론인 여러분들의 앞으로의 도약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