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입결 하락의 원인과 대안 [2편] - 입학처에 묻다

  • 등록 2025.08.01 18: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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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처와의 대면 인터뷰
“49개 모집 단위 관련한 지적 알고 있지만, 학교 입장에선 고려해야 할 요소 많아”
“외대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학생 선발이 입학처의 가장 큰 존재 목적”
“올해 신입생 데이터 분석 후 필요하다면 군 배치는 조정 가능해”

 

외대알리(이하 본지)는 1편에서 보도한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입학처 이일규 팀장 외 2인과 한국외대의 입결 하락과 대안에 대한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입학처는 이공계 쏠림 현상으로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편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우수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정시 선발 방식에 대한 본지의 지적에는 일부 수긍하면서도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외대 입결 소폭 하락한 것은 맞아, 하지만 일부 자료는 잘못된 자료”


Q. 현재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올해 외대의 몇몇 학과(ELLT학과 등)의 평균 백분위가 80% 초반대까지 내려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실제로 대교협이 운영하는 대학어디가 홈페이지에 공개된 과목별 백분위를 단순히 나눠서 계산해 보면 입결이 상당히 낮은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ELLT 학과 등 몇몇 학과의 평균 백분위가 80% 초반대까지 하락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대학어디가’에 공개된 국어, 수학, 탐구 과목의 백분위를 단순히 나눠서 계산하는 것은 잘못된 계산입니다.

 

작년까지 ‘대학어디가’는 최종 등록자 상위 70%의 국수탐 평균 백분위 점수를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국어, 수학, 탐구1, 탐구2 각 과목별 70% 컷으로 양식을 변경해서 공개했습니다.

 

따라서 올해 ‘대학어디가’에 공개된 과목별 70% 컷을 단순히 나누게 되면, 최종 등록자 상위 70%의 국수탐 백분위 평균값을 보여줬던 전년과는 상이한 결과값이 나오게 됩니다.

 

과거와 같이 평균 백분위를 산정하면, 한국외대의 평균 백분위는 전반적으로 약 0.3 정도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80% 초반대까지 하락한 학과는 없었습니다.

 

 

 


“우수한 학생이 자연계열에 쏠려 있어, 모 교육특구 같은 경우, 문과반이 1개인 경우도”


Q. 한국외대의 입결을 유지·상승시키는데 입학처가 겪고 있는 대내외적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A. 입학처는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홍보 등 많은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대외적인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한국외대 서울캠퍼스의 경우, 절대 다수가 인문계 학과인데 우수 인재들의 자연계 선호 현상이 너무 심합니다.

 

홍보차 고등학교를 방문하다 보면, 모 교육특구의 경우에는 문과반이 한 개, 많으면 두 개인 경우도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우수 인재 유치에 이런 어려움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자연계열 학생도 외대에 많이 지원하게 만들기 위해 융합학과 만들어”


Q. 입학처는 본교의 입결 유지 및 상승을 위해 어떠한 정책적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는 어떤 정책적 노력들이 진행될 예정인가요?

 

A. 보통 정시 모집을 시행하기 2년 전 전형 계획을 수립합니다. 그 전에 입학처는 데이터를 통한 시뮬레이션으로 영역별 반영 비율 및 군 배치 등을 조정합니다.

 

일례로 과거에는 인문계열 영역별 단일 반영 비율을 운영했지만, 이제는 두 개로 나누어 외대에 보다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자연계 학생들의 인문계 지원을 유도하게 하기 위해 융합 학과를 신설했습니다. 또 본교의 경우에는, 정시 지원 시 탐구 과목과 수학 과목에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최대한 학생 친화적으로 전형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홍보하면서 복수전공 늘 강조해, 올해부터는 온라인 홍보도 더 강화해 나갈것”


Q. 현재 고교 수험생들은 한국외대의 유연한 복수전공 시스템*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어문학과 지원을 더욱 꺼린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입학처의 홍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외대의 유연한 복수전공 시스템: 재학생들의 이중전공 의무화, 대다수 학과에서 정원의 150%이상을 이중전공으로 선발, 상경학사를 취득 가능하면서 신청에 인원 제한이 없는 BRICs 전공의 존재

 

A. 입학처에서 진행하는 수많은 고교방문설명회에서 늘 이중전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중전공이 가능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BRICs 등 상경학사를 딸 수 있는 이중전공이 존재한다는 것과,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이중전공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의 취업처까지 다양하게 홍보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이중전공 이수가 외대의 좋은 아웃풋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입학처는 이러한 이중전공 제도를 1순위로 홍보합니다.

 

다만, 외대에 대한 관심이 없어 이중전공을 모를 수는 있습니다. 입학처는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올해부터는 유튜브 같은 온라인 홍보를 더욱 강화해 불특정 다수가 이런 외대의 장점을 인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49개 모집단위 관련한 지적 알고 있지만, 학교 입장에선 고려해야 할 요소 많아”


Q. 현재 본교는 정시에서 어문계열을 통합·계열 모집과 학과모집을 병행하여 선발합니다. 그러나 해당 방식은 입결에 좋지 않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습니다. 기존 방식보다는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 확대라는 시대적 요구에 맞게 학과 모집을 폐지 또는 대폭 축소하고, 통합·계열 모집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입학처도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올해, 즉 2026 신입생 선발부터 수시에서는 학과모집, 정시에서는 통합모집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기조로 가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 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모집 요강을 보면, 정시에서 학과 모집을 전년에 비해 줄이고, 통합모집을 확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기자의 보충 질문) 수시 모집 요강을 확인해보니, 정시모집에서 학과 모집을 줄이고, 통합모집 선발을 늘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여전히 정시 전형에서 상당수를 학과 모집으로 선발할 것으로 보이는데, 학과 모집을 조금 더 줄이고 통합모집을 더 늘릴 수는 없는 것인가요?


A. 이 부분은 대학본부와의 소통과 관련 학과 설득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학교 입장에서는 통합 모집 확대 시행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습니다. ‘통합 모집’은 통합 모집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원하는 학과에 진학 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선호 학과와 비선호 학과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통합 모집을 더 확대한다면, 일부 학과 운영이나 학생들이 입학해서 공부하는데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학교 운영에 있어서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덧붙여, 통합모집이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떤 방식의 학생 선발이 우리 대학에 도움이 될지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도 감안 바랍니다.

 


“2015년에 광역화 모집 시행한 적 있어, 1년만에 바로 폐지”


Q. 어문 계열 통합·계열 모집이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확대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 확대라는 시대적 요구와 입결 유지 및 상승을 위해 통합·계열 모집의 범위를 조금 더 확대하실 계획은 없으십니까?

 

A. 입학처도 학교 본부 부서의 하나로서, 학생들이 학과를 선택하고 학업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시행할 경우, 학과 운영이나 학생들이 입학해서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거 2015년에 *광역화 모집을 시행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 학교 내에서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고, 결국 시행 1년 만에 폐지되었다는 점도 고민거리입니다.

*광역화 모집: 2015년 일부 단과대학(서양어대, 동양어대 등)을 학과 구분없이 하나의 모집단위로 선발한 방식. 시행 당시 한국외대 대나무숲(익명 커뮤니티)과 단과대학 학생회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있었다.

 

 

 


“자유전공학부 다 군 배치 등 군 배치에서도 노력 중…분석하고 우수한 학생 많이 뽑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노력할 것”


Q. 본교의 정시 군 배치가 입결 유지 및 상승에 유리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가령 수험생들에게 중상위 선호도를 가진 사회과학계열과 상경계열이 나 군에 거의 몰려 있고, 가 군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다 군의 자유전공학부와 경영학부는 지원자 풀이 겹친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사실 말씀하신 지적들에 대해서 입학처에서 전혀 검토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군 배치와 관련한 여러 지적들에 대해 입학처도 인지하고 있고 매년 전략적인 군 배치를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유전공학부를 ‘다’ 군에 배치한 이유도, 지난해 처음으로 신설한 학과로서 입결을 조금 더 고민한 결과입니다.

 

입학처는 군 배치에 대해서는 특정 방향을 고집하기보다, 앞으로 지속적인 분석과 연구를 통해서 최대한 본교에 유리한 방향으로 배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한 학과를 특정 전형으로만 선발하는 게 옳은지 의문, 외대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학생들을 뽑는 게 입학처의 가장 큰 존재 목적”


Q. 근본적으로, 외대가 장기적으로 입결을 유지 및 상승시키기 위해선 성균관대와 같이 수시에서 보다 많은 어문계열의 학과를 선발하고, 정시에서는 비어문계열(상경, 사회과학 계열)을 많이 선발하는 게 입결을 상승시키는 데엔 유리하다고 생각되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우수한 학생들을 더 선발하기 위해서 수시, 정시 비율 조정이 필요하다면 고민해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단순히 입결 상승만을 위한 목적으로 이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입결 역시 중요한 지표임은 분명하지만, 입학처의 가장 큰 존재 목적은 ‘외대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우수한 학생 선발’에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특정 학과를 전부 한 전형으로만 선발하는 것보다는, 학생부 교과, 학생부 종합, 정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선발된 학생들이 같이 모여 공부하는 것이 학생들의 발전에 좀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입결 하락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한국외대는 외국어 특성화 대학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인·어문계열 학과들이 많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수험생들 사이 자연계 선호 현상이 심화하고, 인·어문계열의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외대의 입결 하락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시대적 흐름을 학교의 의지만으로 거스르기는 어렵다. 그러나 비효율적인 학생 선발 방식으로 스스로 입결 하락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물론 학교에는 여러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원활한 학사 운영을 위한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기에 모집 단위 49개 문제를 당장 개선하기엔 어려울 수도 있다. 타 대학들과 같은 수시·정시 비율 조정 역시 시간과 논의가 필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적어도 통합 모집과 학과 모집을 병행해서 선발하고, 심지어 이 두 모집 단위를 같은 군에다가 붙여놓는 기형적 선발 방식은 지금 당장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대학본부의 유연성을 기대한다.

 

 

강승주 기자(math.sang.j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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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주 기자 math.sang.j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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