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기부로 이어진 대학생 러닝 문화

  • 등록 2025.11.23 12: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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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문화유니온, '2025 대학생 RUN' 개최

 

2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대학문화유니온 주관의 '2025 대학생 RUN'이 개최됐다.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느려도 괜찮아, 함께 달리자!'로, 경쟁과 갈등에서 벗어나 하루만은 함께하는 사람들과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MZ세대가 이끌고 있는 러닝 문화는 단순히 건강을 위한 취미가 아니다. '기부 런' 등의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달리기는 시민의 일상을 바꾸는 선한 문화가 됐다. 이날도 600여명의 참가자들이 대학생의 상징인 '과잠'을 입고 문화비축기지 산책로를 찾아 3㎞·5㎞ 코스를 달리기 위해 모였다. 행사에 앞서 수도권 13개 대학에 '러닝캡틴'을 두고 4500여명에게 홍보한 덕분이다.

 

 

접수 부스에서 배번호와 반다나를 지급받은 참여자들은 운동장에 모여 행사 의료팀장의 안내사항을 전달받았다.

이해지 기획단장은 개회식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는 에세이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라며 매일 꾸준히 달리는 행위 자체를 중요하게 여겼고, 이러한 꾸준함이 자신에게는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며 "오늘 함께 멋진 우리를 마주하자"고 외쳤다.

김삼렬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은 "일제 시대에도, 군사 독재 시대에도 학생들은 들고 일어나 나라를 되찾았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여러분과 함께 축제를 만들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광희 RunOn(러논) 대표의 주도로 스트레칭을 마친 참가자들은 달리기에 나섰다. 코스 곳곳에는 치어풀이 마련됐다. 행사 취지에 맞게 "독립운동가분들의 헌신으로 이룬 나라, 그들의 뜻을 이어 달립니다", "경쟁으로 지친 마음, 달리면서 모두 날리자" 외에도 개별 동아리의 의제를 담은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코스를 완주한 참가자들은 기념품으로 완주메달, 카라비너, 스티커를 받을 수 있었다. 이어 취업·기후위기·세대갈등 등을 다루는 체험부스에 몰려 이벤트 및 연서명에 참여했다.

취재진을 만난 참가자 류민선(22)씨는 "러닝에 참여한 건 처음이었다. 독립유공자를 돕자는 좋은 취지여서 참여하게 됐다"며 "기록이 아닌 완주에 의미를 두고 뛴 것도 마음에 들었고, 서로간의 연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김모(23)씨는 "끝까지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최측이 각자의 속도와 안전을 강조해줘서 따듯했다"고 전했다. 곁에 있던 이모(21)씨도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뛰며 연결되는 것 같았다. 유공자 분들을 위한 기부까지 이뤄져 보람차다"고 덧붙였다.

 

 

클로징 콘서트에는 브라질리언 퍼커션 앙상블팀 '호레이', 치어리딩팀 '유니스', JTBC 프로그램 '싱어게인4'에 2호 가수로 등장해 '치고 달려라'를 부른 밴드 '타카피'가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현장에 부스를 차린 독립유공자유족회 관계자는 "대학생들이 우리를 돕겠다고 해서 감사하고 기특하다. 독립유공자가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데, 이런 행사가 있는 덕에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대학생들이 역사를 기억하고 살펴 바른 나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달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는 희망이 있다"고 웃어보였다.

또 다른 독립유공자유족회 관계자는 "기부금을 통해 어려운 분들에게 긴급생계비를 지원하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지 기획단장은 기자회견에서 "MZ세대 문화로 자리 잡은 러닝을 통해 경쟁과 갈등으로 지친 대학사회에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확산하고자 행사를 기획했다"며 "경쟁·갈등·혐오를 넘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대학생들이 연결되는 터닝포인트가 되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행사가 처음인데도 흔쾌히 도와주신 독립유공자유족회와 마이피클, RunOn(러논), 소이조이(한국오스카제약), 천호앤케어, 첫번째펭귄부스에 감사하다. 덕분에 대학생 주도로 의미있는 행사를 열 수 있었다"고 전했다.

대학문화유니온은 '2025 새내기 교양대학(UFLA)'을 계기로 간호·정치외교·기후·경제·문학·미디어 등 7개 분야의 동아리가 모여 지난 8월 발족한 연합체다. 대화와 소통의 대학문화를 창조하고, 대학가에서 공동체 문화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출범했다. 단체는 내년 2월 새내기 교양대학을 준비할 예정이다. 대학생 RUN도 또 다른 형태로 찾아온다.

 


취재: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차종관, 임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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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관 기자 chajonggwan.m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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