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중징계에 존립 위기 겪는 대학 내 인권 기구

  • 등록 2025.11.30 0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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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소인위·여위 통폐합, 성균관대 '정정헌' 강등 등 ... 올해 대학 내 특별기구 통폐합·강등 사례 잇달아 발생
학생 사회 인권 보호 기능 약화 우려 커져

대학 내 인권 특별기구들이 연이어 징계를 받으며 존립 위기에 놓이고 있다. 올해 4월 성균관대 여성주의 교지 ‘정정헌’이 중앙동아리로 강등된 데 이어, 6월에는 고려대 소인위·여위의 신설 합병 징계가 잇달아 결정됐다.

 

고려대 소수자인권위원회(소인위)와 여학생위원회(여위)는 6월 1일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에서 통폐합과 감사 실시 안건이 논의된 뒤 신설합병 징계를 받았다. 두 기구는 새 조직인 ‘여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로 통합됐고, 정기 전체대표자회의 인준을 거쳐 2학기부터 단일 기구로 출범했다.

 

신설합병 징계는 기존 특별기구가 모두 소멸하고 새 기구가 이를 승계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통폐합 결정이다. 이에 두 단체는 징계 재심의를 요구하는 이의제기서를 두 차례 제출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또한 두 기구는 학내외 구성원 1,067명의 연서명을 받아 ‘여위·소인위 징계성 통폐합 및 감사위원회 설치 규탄’ 입장을 총학생회에 전달했지만, 총학생회 ‘바다’는 연서명 일부를 허위 사실로 규정하고 정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총학생회는 이에 대한 추가 대응 방침도 밝혔다.

 

 

중운위가 ‘신설합병’이라는 중징계를 결정한 주요 사유는 ‘활동 목적의 불분명성’이다. 특히 “외부 연대 활동이 기구의 설립 목적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여위는 기후정의행동의 ‘다이인(Die-in) 퍼포먼스’에 참여한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전학대회 학생 대표자들은 해당 활동이 여성 인권 신장이라는 여위의 설립 목적과 무관하다며 재인준을 반대했다. 소인위는 ‘노동절 전야제 공동 주최’가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중운위는 두 기구 모두 ‘학내 사업 수행이 미비했다’고 결론 내리고 합병 수준의 징계를 의결했다. 

 

학내 특별기구에 ‘합병’ 징계가 내려진 것은 이례적이다. 소인위와 여위 대표자는 지난 5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행사들은 매년 활동 계획에 포함됐고, 이전까지 중운위에서 문제 없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기존에 문제시되지 않았던 활동들이 올해 전학 대회에서 징계 사유로 지목된 것이다. 

 

 

성균관대 여성주의 교지 정정헌도 ‘활동 인원 미비’를 이유로 중앙동아리에서 강등됐다. 정정헌은 이후 활동 인원 명부 등 추가 자료를 제출했으나, 성균관대 동아리연합회는 “사진상 활동 인원이 부족해 보인다”는 이유를 들며 준강등 처분을 유지했다.

 

대학 인권 단체에 중징계가 이어지면서, 학내 소수자 인권 보호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려대 여위는 총여학생회의 후신으로 약 30년 동안 여성 인권 보장을 담당해왔으며, 총여학생회 폐지 이후 사실상 유일한 여성 자치 기구로 활동해왔다. 소수자인권위원회는 2016년 학내 인권 침해 사건을 계기로 신설된 이후 소수자 권리 증진을 담당해왔다. 

 

여위와 소인위는 기본 기조부터 서로 다르다. 여위는 ‘여성주의’에, 소인위는 ‘상호교차성’에 기반해 사업을 진행해왔다. 사업 내용도 구분된다. 소인위는 ‘인권 가이드 배포’, ‘배리어 프리 사업’, ‘비건 간식 사업’을, 여위는 ‘생리대 배치’, ‘성폭력 대응 창구 운영’ 등을 추진해왔다. 두 기구가 사실상 통합되면서, 각자 맡아온 별도의 기능을 대체할 조직은 사라지게 됐다. 

 

‘민주적 학생사회를 위한 고려대 공대위’는 지난 6월 기자회견을 통해 “여위와 소인위의 신설합병 결정은 대학을 거점으로 민주주의와 사회적 연대를 실현하고, 여성·소수자 담론을 이어오던 특별기구의 자율적 활동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조치”라며, “민주적 학생사회의 발전을 후퇴시키는 백래시의 맥락을 지닌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잇따른 징계가 단순한 운영 문제를 넘어, 대학 사회 전반의 인권 담론이 후퇴하는 신호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학이 소수자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구축해 온 제도가 약화되는 가운데, 학생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김수영 기자 (suyoung8649@gmail.com) 

김수영 기자 suyoung86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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