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인권 단체들의 존립 위기 원인으로 대학사회 내 ‘백래시’와 ‘학생 사회 내 의사결정 구조’가 지목된다. ‘백래시’란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을 뜻하는 용어로, 페미니즘 등 진보적 사회 의제에 반대하는 경향을 지칭할 때 쓰인다. 인권 기구 폐지 담론에 페미니즘, 퀴어 등 진보적 의제에 대한 주류 사회의 반발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송지현 전 중앙대 성평등 위원장은 올해 일어난 대학가의 인권 기구 폐지에서 나타난 ‘백래시’가 이전부터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다는 점을 짚었다. 송 전 위원장이 활동했던 중앙대 성평위는 2014년 중앙대학교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뒤 총학생회 산하에 설치된 기구다. 중앙대 성평위 폐지는 지난 2021년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위원회 폐지 연서명 게시글에서 시작됐다. 이어 10월 8일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에 성평위 폐지 안건이 올라왔고, 출석 인원 101명 중 59명의 찬성으로 성평위 폐지가 결정됐다. 회의에서 반성폭력위원회,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등 대안기구 설치가 제안됐지만 모두 부결됐다.
송 전 중앙대 성평등위원장은 지난 2021년 중앙대에서 성평등위원회가 폐지된 이후 다수 매체에서 학내 인권 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해왔다. 현재 중앙대 사회학과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송 전 위원장은 지난 9월 한국여성학회가 주관한 <성평등 민주주의 포럼: 함께 만드는 성평등 민주주의>에서 “총여-성평위-여가부 폐지 이데올로기를 넘어”라는 주제로 발제하며, 형식적 민주주의에서 벗어난 성평등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 전 위원장은 고려대 여위와 성평위, 성균관대 정정헌이 폐지된 과정이 중앙대 성평위 폐지 과정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대학가에서 연달아 벌어진 인권기구 폐지의 근본적 원인은 '백래시'와 '대학사회의 구조' 때문이라고 짚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Q. 중앙대 성평위 폐지와 올해 발생한 고려대 소인위-여위 통폐합, 성균관대 ‘정정헌’ 준강등 사건의 유사점은?
“공통점은 ‘단체가 학생 사회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고 소수만을 대변하는 기구의 존재 의미가 없다’는 것이 폐지 근거로 제기됐다는 점이다. 또 총학생회, 동아리 연합회 등 권위를 가진 학생회나 단체에서 특정 단체를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추궁했다는 점, 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사전에 전제하고 나서 단체의 활동 목적이나 존재 의의를 물어본다는 점, 활동 목적성을 근거로 대며 ‘단체의 존재 의미가 학생 사회 전체를 대변할 수 없지 않느냐’하는 질문들을 던진다는 점이 유사하다. 중앙대 성평위 또한 ‘페미니즘을 기조로 활동한다는 점’과 ‘여성을 우선시하는 기구의 존재가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Q. 대학가 인권기구 중징계가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지?
“우선 다수주의에 입각한 학생 사회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다. 총학생회, 동아리 연합회 등 주요 학생 기관의 의사 결정은 주로 다수주의에 기반한 표결로 이뤄진다. 하지만 학생 사회의 다수가 누군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생각했을 때 누군지 생각해 봤을 때, 그 다수는 페미니즘, 성소수자 인권, 기후 위기 등의 진보적인 의제들에 동의하지 않는 주류인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현재의 대학 사회의 구조 자체가 인권 기구들에게 억압적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총학생회는 7,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세력이었던 총학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인데 그 당시의 (조직) 구조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당시 대학 내 진보적 정치 세력으로 기능했던 총학의 역할은 지금의 특별기구, 인권기구가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구들이 총학 위주의 다수결 투표로 인준, 사업 결정, 회계권, 인사권 등 중대한 권한들을 할당받는 구조가 문제적이다.”
Q. 학내 공감대가 사라지고 있음에도 인권 기구들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 사회 내에서도 개인의 이익만을 위한 단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성폭력 사건’ 등 모두의 공동 대응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일에 대응할 기구가 필요하다. 인권 기구들이 대학 사회의 공동체적인 삶을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Q 이러한 사건들을 대학 내 ‘탈정치화’라고 봐도 되겠는가?
“‘탈정치화’는 아니다. 탈정치화는 ‘억압 세력들이 정치에서 벗어나는 과정’인데, 해당 사건들은 ‘공격적인 정치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보수적인 의제들의 정치화 과정’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나 생각한다.”
Q 학내 인권 기구를 지키기 위해 어떤 움직임이 필요할까?
“(다소 이상적이긴 하지만)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다. 지금은 총여나 성평위 등의 대학사회 내 구조적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억압을 받고 있는 기구들이 대학을 넘어 대학사회 구조 자체에 저항하는 공동 대응도 필요하다고 본다.”
김수영 기자 (suyoung864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