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어답터] 파견학생에서 한류 실무관으로, 한국문화원 나예린 실무관 이야기

  • 등록 2026.02.02 17: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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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체감할 수 있어”
“7+1 파견학생, 나 자신을 위했던 유일한 시기... 후배들에게 추천하고파”
“한국을 넘어 세계의 공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목표”

*[알리어답터는] ‘외대알리’와 ‘얼리어답터’의 합성어로, 외대알리의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많은 외대생들이 궁금해 했지만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인물들을 인터뷰하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인터뷰이의 진솔한 목소리를 왜곡없이 전하겠습니다.

 

다들 한번쯤은 해외에서 길거리를 걷다가 K-POP을 접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 세계를 강타하는 K-문화의 지배력은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그 힘의 원천에는 누구보다 우리 문화를 사랑하고 용감하게 해외 취업에 도전한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한국외대) 동문들이 굳건히 존재한다.

 

이에 외대알리는 비상의 끝을 모르는 한류의 원천이자 해외 취업의 길라잡이가 되어줄 나예린 실무관(프랑스학∙19)을 만났다. 나 실무관은 현재 주벨기에 유럽연합 한국문화원에서 온라인 홍보와 케이팝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Q.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외대에서 프랑스학과 BRICs학을 전공했고, 현재 주벨기에 유럽연합 한국문화원(이하 브뤼셀 한국문화원)에서 근무 중인 나예린 실무관입니다. 온라인 홍보와 케이팝을 담당하고 있고,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는 유럽의 수도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국 문화를 올바르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한국문화원'을 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파리에서 파견학생으로 지내던 당시 자취를 했는데, 파리 한국문화원이 집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책을 종종 빌려 공원에 가서 읽으며, 자연스럽게 한국문화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알게 됐습니다. 그때는 이렇게 한국문화원에서 일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 경험이 지금의 저를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문화원이 익숙지 않을 독자들에게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브뤼셀 한국문화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으로, 유럽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한국과 벨기에 사회를 문화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벨기에’ 하면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국가일 수 있지만, 유럽 사회의 관점에서 그리고 한국 문화를 홍보하는 측면에서 벨기에는 매우 중요한 국가입니다. 실제로 브뤼셀에는 유럽연합(이하 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NATO)가 위치해 있으며, 브뤼셀 시 인구의 약 40%가 외국인일 정도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제가 맡았던 프로젝트 하나를 소개하자면, 종합 한국 문화 축제인 〈언박싱 코리아(Korea Unboxed)입니다. 이 행사는 K-컬처, K-푸드, K-관광, K-뷰티를 아우르는 대규모 한국 문화 축제로, 제가 행사 전반의 홍보를 담당했습니다.

 

2024년에 1회, 2025년에 2회가 개최됐으며, 브뤼셀 시 전역에 깃발을 설치해 홍보를 진행했고 넷플릭스 EU와 협업해 〈케이팝 데몬 헌터스〉 테마 존을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행사 기간 이틀 동안 약 3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현장에서 어린이 관람객들이 다가와 이런 행사를 열어줘서 고맙다고 말해줬을 때 가장 뿌듯했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만 해도 해외 여행 중 만난 외국인들에게 ‘한국이 어디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했는데,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한국의 위상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했고, 제 직업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Q. 선배님은 어떤 대학생이었나요?


 A. 요즘 흔히 말하는 ‘갓생’ 사는 대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성격이 비교적 조용한 편이라 동아리나 학생회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고, 심지어 축제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학점이나 대외활동 같은 이른바 ‘스펙’에도 크게 집착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신 제가 좋아하는 것에는 분명하게 집중했던 학생이었습니다. <프랑스어 회화>, <프랑스어 스피치와 에세이>처럼 흥미를 느낀 과목들은 성실하게 공부했고, 발표도 많이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교수님들과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었고, 덕분에 최근 대학원 지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수님께서 추천서를 써주시기도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학교 안에서의 활동보다는 학교 밖의 세상에 더 큰 관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을 자주 다녔고, 인턴십도 세 차례 경험했습니다.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고민도 많았던 시기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그리고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Q. 대학 생활 중 몸담았던 활동과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ex. 동아리, 대외 활동, 교환학생 등)과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 및 팁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으로는 프랑스 파리에서의 ‘7+1 파견학생’ 프로그램을 꼽고 싶습니다. 파견학생으로 보낸 한 학기는 ‘만약 이 경험이 없었다면 내가 과연 해외에서 일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고, 동시에 스스로를 시험해 보는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해외에서의 삶은 막연한 기대와는 달리 현실적인 어려움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실제로 살아보며 환상이 깨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국하는 날, ‘언젠가는 유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해서 다시 오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짐이 지금의 저를 이곳으로 이끌어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외대는 해외 교류 프로그램이 매우 잘 갖춰진 학교입니다. 해외 진출에 관심이 없더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한번은 도전해 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한국인들은 정말 늘 정말 성실하고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본인이 꿈꾸는 삶을 성찰하는 데는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게 있어 파견학생 시절은 근심, 걱정에 얽매이지 않고,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유일한 시기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경험을 후배님들께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Q. 선배님의 한국외대 생활에는 어떤 감상이 남아 있나요?


A. 돌이켜 보면 참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가끔 캠퍼스나 교수님, 수업, 동기들 생각이 날 때가 있습니다. 그 시절의 저 자신까지도요!

 

이중 전공으로 <인도 산업 발전> 수업을 들었을 때, 교수님께서 조별 과제를 내주시면서 “사회에 나가보면 같은 과뿐만 아니라 다른 과의 선후배, 동기들을 아는 것이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이번 수업을 기회로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조별 과제를 한다는 생각에 그저 부담스럽기만 했는데, 취업 후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그 말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는 말을 체감할 정도로 해외에서 활동하시는 많은 외대 동문들을 만나뵈며 반갑기도 했고, 자연스레 대학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종종 연락하는 친구들 후배들 역시 모두 한국외대에서 만난 인연들이기에, 더욱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다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학교생활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후회는 아니지만, 그 시기에만 즐기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해외 취업을 위해 선배님께서 걸어오신 길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여행을 좋아하시는 부모님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다양한 나라와 문화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어른이 되면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일해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전공도 프랑스어와 BRICs학(이중전공)을 선택했고, 7+1 파견학생도 다녀왔습니다..

 

파견학생에 다녀오니 어느덧 마지막 학기에 취업 준비를 해야 할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해외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언어도 부족했고 해외 학위나 비자 없이 해외 취업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음을 분명히 느꼈습니다.

 

현실과 타협하여 한국에 있으면서도 가능한 한 글로벌한 환경에서 일하고자 했습니다. 주한덴마크대사관에서 공공외교·정무과 인턴으로 근무했고, 당시 공관 차석의 추천을 받아 졸업 유예 기간 중 주한싱가포르대사관에 정직원으로 취업할 수 있었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는 목표를 놓지 않고 꾸준히 프랑스어 학원도 다녔고 해외 취업 공고를 찾아보던 중, 브뤼셀 한국문화원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합격 후에도 실제로 해외로 나가는 것이 과연 맞는 선택일지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선택에 전혀 후회 없이 매우 만족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Q. 이 순간에도 해외 진출을 꿈꾸는 외대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A. 프랑스어 속담 중 ‘Le français est une chance.(프랑스어는 기회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언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AI가 등장했다고 해도 언어는 인생을 폭넓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기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외대인으로서 영어 이외의 자신만의 전공어를 수준 높은 교수님들께 배울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아직 프랑스어가 어색합니다. 하지만 유창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경쟁력입니다.

 

또 진심으로 해외 진출을 꿈꾼다면, 사회가 규정한 방향과 속도에 구애받지 않는 도전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습니다. 젊은 나이에 해외에서 살아보는 경험은 개인적으로도, 커리어적으로도 분명 큰 자산이 된다고 확신합니다. 물론 해외 생활에 있어서 득과 실이 모두 존재하지만, 스스로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과 잘 맞는 환경을 찾아 도전하는 경험은 앞으로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Q. 한국문화원 소속으로서의 목표와 선배님의 개인적 목표를 말씀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A. 먼저 한국문화원 소속으로서의 목표는, 올해에는 벨기에의 네덜란드어권 지역인 겐트*와 안트베르펜** 등에서도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고, 이를 통해 벨기에 전반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저변을 보다 균형 있게 넓히는 데 초점을 두고 싶습니다.

 

*Ghent, 벨기에 북서부의 위차한 대표적 학생 도시. 영어로 Gent

**Antwerpen, 벨기에 중북부에 위치한 벨기에 최대 항구 도시. 만화 ‘플란더스의 개’의 배경지. 영어로 Antwerp

 

아시다시피 벨기에는 공용어만 세 가지(네덜란드어, 프랑스어, 독일어)일 정도로 언어와 문화가 매우 다양한 국가라는 점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문화원이 프랑스어를 주로 사용하는 브뤼셀에 위치해 있고, 문화원 내 실무관들이 모두 프랑스어를 구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네덜란드어권 지역에 대한 문화적 접근과 영향력이 약한 편이라고 느낍니다. 그렇기에 브뤼셀을 넘어 더 광범위한 벨기에 문화권에 접근하는 사업을 기획해 보고자 합니다.

 

개인적인 목표와 관련해서는,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국제기구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한국의 공익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범위를 넓혀 세계의 공익을 위해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기 위해서, 지금보다 더 많은 경험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문화원에서의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고 있습니다.

 

 

오세권 기자(dhwlddj0518@naver.com)

오세권 기자 dhwlddj0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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