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탈을 쓴 "법학"

  • 등록 2016.12.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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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전공학부가 바뀐다고?"​

우리학교의 자유전공학부가 2017년 3월부터 법학부로 바뀐 다. 자유전공이란 신입생 1학년 때 학교에서 한정한 학과의 강의들을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듣고 2학년부터 한정된 학과 중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전공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세종대학교의 자유전공학부는 전공이 없는 다른 학교 들과는 다르게 ‘법과 사회’라는 주전공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학과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법학부로 이름이 바꾸게 되었 다. 법학부로 바뀌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세종대신문>에 따르면 자유전공학부 학부장인 이재교 교수는 “본래 법학부를 개설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교육부에서 이에 대한 승인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법학부 대신 자유전공학부라는 명칭을 쓰게 된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들은 왜 자전을 떠나고자 했나"

위의 학과 개편 진행과정에 따른 학생들의 불편 사항을 각 학번 별로 들어보았다. 주로 전과자나 전과 예정자, 혹은 자퇴한 학생들로 학과 내 문제에 실질적으로 불편을 겪은 학생들의 이야기다. 자유전공학부 내에서 그들을 찾기 어렵지 않았다는 점 또한 문제다. 자유전공학부 입학 전, 학과 선택 이유에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작용했는지, 당시 각 학번마다 다른 전공제도는 무엇이었는지, 또 학과 행정상 문제에서 불편을 겪은 점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먼저 자유전공학부(이하 자전) 설립 이후 초대 학번인 12학번의 최주환(현재 경영 학과로 전과, 12)씨는 2학년 때부터 타과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에 자전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가 입학했던 12학년도에는 최소한의 법학 수업을 이수하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었으며, 1학년 2학기가 끝난 후 에는 해당 성적을 바탕으로 전과가 가능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2학년이 되면 자전에 남을지, 전과할지를 선택하는 방식의 흔히 알고 있는 자전의 전공 선택 방식이었다. 이 때, 자전의 전과는 타 과와 다르게 특별 전과전형이어서 전형료를 지불한다거나, 타 과와 같은 성적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 경영대는 학점 3.0 이상이라면 전과 가능하고, 호관대는 3.7이상, 중국통상학과는 아예 학점 기준이 없었다. 최주환씨 는 “저는 법학이 적성에 맞지 않아서 특별 전과 제도를 통해 경영학과로 전과했어요. 자유전공이라고는 하지만 1학년 때 경영 전필 수업을 듣기 어려워서 불편했죠.”라고 말했다. 이러한 방식은 13학년도까지 계속해서 이어졌으나 학생들은 자세한 전공 규정에 대해 잘 모르는 실정이었다.

그러던 중 13학번까지 법과 사회 전공이라는 것이 제대로 공지가 되지 않았음을 학교 측에서 인정하고, 14학년도로 넘어 갈 때, 홈페이지와 학생들에게 제대로 공지하고 학과 내 전공 제도가 개편되었다. 강주혜(현재 국제학부로 전과, 14학번)씨 는 자전의 전공이 법과 사회 전공으로 정해지고 나서 전과한 케이스다. “입학 전에 는 자전에 대한 설명에 법과 사회가 명시되어있지 않아 이름 그대로 생각하고 입학했어요.”라며 입학 후에 학과 제도의 개편 사항에 대해 듣게 되었다고 말했다.이전처럼 전과에 대한 선택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있던 과에 남는 것이 우선이되, 복수전공 필수 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원래 뜻이 있던 어문계열로 전과를 원했기에 타 과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전과 를 준비해 이전 학번들과는 다르게 특별전과 제도도 없이 전과했다.

한 학년 아래인 15학번은 또 이와 는 사정이 다르다. 15학년도에 들어서 자전은 또 한 번 학과 과정을 개편했다. 복수전공 필수제도를 없앤 것이다. 이로써 자전은 이제는 다른 과와 다를 것 없이 이름만 자유전공 일 뿐, 괄호 안의 ‘법과 사회’로 과의 전공이 명확해졌다. 이렇게 명확해진 전공은 기존 법학을 계속 공부 하고자 하던 학생들에게는 희소식이나 여전히 학과 이름을 보고 선택한 학생들에게는 혼란스러운 소식이었 다. 자전에서 전과를 희망하는 박채은(자전, 15)씨도 마찬가지다. 그 또 한 입학 전 진로를 명확하게 설정하 지 못한 상태였기에 여러 과목을 들 어보며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기 위 해 자전을 선택했다.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봤는데, 많은 친구들이 과의 자세한 커리큘럼을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전과를 희망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많은 학생들이 전과를 희망하고 있으나, 이미 자전은 타 과와 동일하게 전과, 복수전공 제도밖에 없다. 타 학과 와 마찬가지로 학과의 최소 인원이 유지되기 위해서 학기 당 전과가 가능한 인원은 제한되어 있다. 타 과에 비해 전과 희망 인원은 많을 수밖에 없는데, 타 과와 제도가 같으니 성적이 뛰어나게 높지 않은 이상 전과를 시도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 자전 15학번이었던 타 대생 A씨 또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 또한 자유전공이라는 메리트에서 학과를 선택했으며, 법학을 배 울 생각이 없었던 점을 학교를 그만 두게 된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과 이름은 과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홈페이지에 적혀있으니 모르는 것이 잘못’과 같은 말은 행정미스의 핑계 일 뿐이다.”고 말하며, 다른 학교의 자전과는 달리 설립 목적부터 법학을 전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과였다면 법을 배운다는 점을 알 수 있는 과 이름을 선택했어야 한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또 계속해서 바뀌는 학과 전공 제도로 인해 선배와 전공제도가 달랐고, 따라서 선후배 관계가 학생회 선배들 정도로 한계가 있었다. “자유전공이라면 응당 전공 선택이 자유로워야 하는데, 행정이 자유로워서 학생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말로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제는 법학부, 여전히 문제는 현재진행"

올해인 16학년도에 들어서는 15학년도의 전공제도를 유지하고 17학년도부터 ‘법학부’로 학부 이름을 변경하는 것을 추진했다. 그 결과 현재 학교 홈페이지에는 이미‘법학부’라 는 명칭으로 학부 소개가 게시되어있고, 17학번 신입생 또한 법학부의 모집 단위로 선발되고 있다. 이제 17년도부터는 학부 이름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는 학생은 없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 있어서 너무나도 많은 학생들이 자유전공학부라는 명칭과 학부 내 전공 과정 개편 때문에 많은 혼란을 겪어왔다. 게다가 학교 홈페이지의 ‘법학부’ 커리큘럼 소개는 자전의 14년도에 개편되었던 전공 과정 설명에 머물러있다. 17학번들도 정확히 알고 들어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여전히 행정상의 처리나 학생들에 대한 공지는 늦다. 그리고 전과를 원하는 다수의 학생들 또한 이 제도에 의해 피해를 입고 발묶여있어 문제는 아직 현재진행이다. 학교에서 법학부를 만들고자했던 취지가 인터뷰에서 밝힌 바 와 같이 명확하다면, 또 애초부터 법학이라는 커리큘럼을 넣고자 한 것이 명확했다면, 이런 식의 혼선은 불필요했다. 물론, 학과 이름이 법학부로 바뀐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더 이상 전공 문제에 큰 변화도 생기지 않을 것이며, 학부 명칭 때문에 전공 과정에 불만을 품는 신입생도 없어질 것 이다. 또 지금껏 불안하기만 했던 학내 위치 또한 공고히하여 단대가 아니더라도 학생회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과정 속에 불필요한 혼선이 존재했다는 점을 학교에서 인지하고, 더 이상 학과 내 전공 문제로 비슷한 불편을 학생들이 겪게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지호 기자 rlawlgh486@naver.com

박채원 기자 itsmechae@sejongalli.com

박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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