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사장님 ‘Lazy Cloud’라는 가게명이 특이해요. 이렇게 지으신 이유라도 있나요?
저는 천성이 게을러요. 그래서 무조건 Lazy를 가게 이름에 넣고 싶었어요. 사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빠름에 집착해요. 저는 좀 더 게을러졌으면 좋겠어요. Cloud는 간판 캐릭터에서 따왔어요. 많은 사람들이 간판 캐릭터를 보고 ‘지방이’ 같다고 하시지만 사실 그 캐릭터는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자세를 귀엽게 만든거에요. 자세히 보니 하늘의 구름과도 닮았더라고요. 그래서 가게 이름을 Lazy Cloud라고 지었죠.
Q. 여유로움과 보드게임은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요?
보드게임은 일반 PC온라인 게임과 달리 필요조건이 많아요. 여러 명이 동시에 시간을 내고 모두 한 장소에 모여 있어야 해요. 지나치게 바쁜 사람보다는 여유로운 사람만이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어요.
Q. 같이 창업한 친구가 있다고 하셨는데 함께 일하시는 건가요?
원래는 보드게임 개발자를 하려고 했어요. 보드게임을 개발하자고 친구들을 모았죠. 하지만 아무런 수입 없이 보드게임 개발을 하는 것은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어요. 그리고 보드게임을 많이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보드게임을 만드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양한 보드게임도 많이 해보고 돈도 벌고 싶어서 보드게임 카페를 창업했죠. 추가적으로 보드게임을 많이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 후 같이 창업한 친구는 자유를 찾아 떠났어요. 간간히 주변에 사는 친구들이 일을 도와주지만 현재는 저 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죠.
Q. 보드게임 개발자라는 직업을 처음 들어봐요. 자세하게 소개해주세요.
말 그대로 보드게임을 개발하는 직업이에요. 한국에서는 생소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이지만 외국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하루에 한 개꼴로 새로운 게임들이 나올 만큼 보드게임 개발자를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작년에 친구들이랑 독일에서 열리는 보드게임 박람회를 갔다 왔는데, 엄청난 규모에 놀랐어요. 4일 내내 보드게임을 하러 다녔지만 다 하지도 못했어요. 보드게임의 세계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Q. 사장님은 어떤 보드게임을 개발하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이미 개발하신 보드게임이라도 있나요?
아직 개발은 하지 못했어요. 원체 에너지가 부족해서 가게일만 해도 지쳐요. 저는 정치관련 게임을 개발하고 싶어요.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서 이기려고 행하는 추악한 행동들이 현실정치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경각심을 주고 싶어요. 게임이 끝나고 나면 플레이어들은 현실정치를 생각하면서 찝찝한 기분이 들겠죠.
(LAZY CLOUD의 마스코트 '클라우드')
Q. 보드게임에 남다른 열정이 있으신 것 같아요. 언제부터 보드게임을 직업으로 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2년 전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갔어요. 하지만 어학원 친구들이 스페인 사람들이라 영어를 쓰지 못하는 환경이었죠. 영어를 쓰고 싶어서 많이 돌아다녔어요. 마침 보드게임 모임이 있었죠. 호기심에 들어가서 보드게임을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예전엔 아무생각 없이 했던 보드게임이지만 그 순간 보드게임 관련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여유로움을 좋아하는 제 성격과 맞기도 했고요. 그래서 바로 친구들한테 보드게임을 개발하자고 연락을 했었어요.
Q. 2년 전이면 최근이네요. 카페를 외대 앞에 차리셨는데 혹시 외대 앞과 관련된 에피소드라도 있으신가요?
사실 저는 한국예술종합대학 건축학과 08학번이에요. 원래는 압구정, 종로 등등을 알아봤었죠. 하지만 저는 다른 가게와 경쟁하기가 싫었어요. 그래서 주변에 보드게임 카페가 없는 외대 앞에 작년 3월 가게를 차렸죠.
Q. 보드게임 카페를 창업하시고 나서는 보드게임을 개발할 시간이 없어서 아쉬우시겠어요.
아쉽긴 하지만 저는 보드게임 카페 일도 재미있어요. 손님들이 오면 보드게임을 설명해주는데 제가 원래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설명을 하다보니까 재미있었어요. 설명을 잘 들어주시고 재미있게 게임을 하시는 손님들 보면 보람을 느껴요. 그리고 진상이라고 불릴만한 손님이 없어요. 대부분의 손님들이 별다른 문제없이 게임을 재미있게 하세요.
Q. 제가 왔을 때도 게임을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는데 인상이 깊었었어요. 혹시 이벤트를 기획하신 적 있나요?
크리스마스 때 솔로들을 위한 이벤트를 기획한 적이 있어요. 크리스마스 때 솔로들이 오면 무료로 보드게임을 할 수 있게 이벤트를 기획했었죠. 1인용 보드게임도 있어요.(웃음) 하지만 크리스마스 때 커플들 사이에 있을 솔로들을 생각하면 실행에 옮길 수 없었어요. 저도 솔로고요..(눈물) 또 벽에 걸 수 있는 대형 체스를 이용한 이벤트를 기획했었어요. 보드게임을 다하고 돌아가는 손님한테 한 수씩 기회를 줘서 손님들끼
리 승패를 가리는 이벤트에요. 승패가 결정되고 기보를 분석해 체크메이트의 수를 둔 손님과 최고의 수를 둔 손님에게 소정의 상품을 제공할 예정이었어요. 게을러서 못했지만요.(웃음)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혹시 외대에 보드게임 동아리가 있나요? 있다면 연락 한 번 주세요. 저희가 보드게임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요. 가능하면 저도 그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어요. 그리고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보드게임 자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앞서 말했듯이 보드게임의 세계는 무궁무진해요. 생각보다 규모도 커요. 저희가 300개 정도의 보드게임을 보유하고 있는데, 다른 곳에 비하면 작은 규모예요. 매달 수익의 대부분을 신작을 사는데 써요. 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손님들이 하시는 게임은 50~60개 정도죠. 전 이 부분이 아쉬워요. 보드게임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이 아셨으면 해요.
(부록) 보드게임 체험기
보드게임이라고는 할리갈리, 부르마블 밖에 몰랐던 편집장과 신입기자 둘은 색다른 보드게임을 해보기 위해서 Lazy Cloud에 한번 더 방문했다. 3가지 게임을 추천 받았다.
1. 카멜업
2인에서 8인까지 가능한 게임이다. 사람이 많을수록 재미있다. 카멜업은 낙타경주 게임이다. 5마리의 낙타가 경주를 하는데, 어떤 낙타가 1등을 하고 어떤 낙타가 꼴지를 할지를 잘 맞추면 이길 수있다. 한 마디로 운빨X망겜이다.(하스스톤이 떠오른다. 운빨X망겜) 주사위가 게임을 지배한다.
※Warning : 가끔 꼴등하고 있던 말이 1등으로 바뀌는 더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조심하도록 하자.
2. 오니타마
2인용 실력게임이다. 체스를 모토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체스와 달리 플레이어들에게 부여되는 카드가 말의 움직임을 결정한다. 상대방의 마스터를 먼저 잡아내거나 상대방 마스터의 최초 위치에 자신의 마스터가 도달하면 이긴다.
Tip. 롤처럼 밴 픽을 활용하면 재미있다. 재미요소를 반감시키는 '사기캐’ 카드를 제외하자!
3. 콰트로
2인용 순수 실력게임. 오니타마가 자신과 맞지 않는 카드가 나오면 말릴 수 있는 것에 비해콰르토는 순도 100% 실력 게임이다. 오니타마가 체스랑 비슷했다면 콰르토는 오목과 비슷하다. 하지만 오목과 달리 색, 높이, 구멍의 유무, 모양 이 4가지 속성 중 하나라도 충족시키면 된다.
Tip. 시간제한을 두면 박진감 넘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꼭 콰르토를 외치자. 콰르토를 외치는 것을 깜빡하고 턴을 넘기면 게임에서 진다.
권진희 기자 kjhne1031@naver.com
하태웅 기자 hasd10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