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의 행복. 일상에서의 즐거움. 일상에서의 여유. 우리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은 많다. 그런데 당신은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는가? 우리가 느끼기에 농담도 장난도 아니고, 그렇다고 화를 내기에는 애매한 것들. 즉, 아직까지는 크게 공론화되지 못한 여러 가지 불편함을 다뤄보고자 한다.
몇 달 전, 에브리타임에 한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나는 진지충, X선비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은 무조건 믿고 거른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사람이 진지한 건 나쁜 게 아니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사람으로서의 기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글은 25개의 높은 추천을 받아 학우들의 공감을 얻었다. 높은 공감을 얻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다수 사람이 이 표현들에 거리낌 없는 것을 보면, 이러한 언행은 이미 우리의 무의식 속에 깊숙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일상 속 애매한 불편함’ 콘텐츠의 첫 번째 주제인 ‘진지충’이라는 단어를 살펴보고자 한다.
진지충이라는 말은 무엇인가?
진지충이라는 단어는 진지하다는 뜻의 ‘진지’와 벌레를 의미하는 ‘충’이 결합된 신조어다. 즉, 갑자기 진지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에게 주로 쓰이는 말이다. 또한, ‘충’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이 다른 사람을 벌레에 비유하며 비하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이는 인터넷상에서 유행을 타고 급속도로 퍼진 단어여서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진지충이라는 말이 어린 초등학생부터 젊은 청년층 사이에서 자주 사용되면서 어느새 우리 일상 속에 자리를 잡았다는 점이다.
이 단어는 언제 사용될까?
진지충이라는 말이 쓰이는 것은 비일비재하지만 크게 둘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농담이 오가는 자리에서 진지한 투로 말을 했을 때. 두 번째로는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말을 했을 때. 후자의 경우가 주된 상황이지만 전자의 경우에도 후자에 못지않게 많이 쓰인다. 이런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은 깔깔대며 웃지만, 정작 말한 사람은 기분 나쁘기 마련이다. 또한, 말한 사람은 저절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되며 심지어는 부끄러움과 상당한 불쾌함까지 느낀다. 여기서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점은, 정작 이러한 언행을 하는 대다수가 그 언행의 문제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단어가 부적절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엄연한 ‘헤이트스피치’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헤이트스피치란 단어 그대로 ‘혐오 발언’이다. 더 정확하게는 ‘편파적인 발언이나 언어폭력’이다. 그리고 상대방을 향한 의도적인 폄하 발언은 모두 헤이트스피치에 해당하는데, 이는 국적, 인종, 성, 정치 성향 등을 불문하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단어가 헤이트스피치라는 것도 문제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바로 ‘타자화’이다. 타자화는 집단 내의 특정 대상을 다른 존재로 인식하게끔 부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이 단어를 내뱉음으로써 타인을 타자화하여 집단에서 분리하거나 배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담이 섞인 대화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한 사람은 “뭐야, 진지충이네.”라는 말을 들으며 타자화 당한다. 이 말을 들은 순간 말한 사람은 집단 내에서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이렇게 타자화 당한 사람은 집단에서 목소리를 낼 기회를 잃고, 더 나아가 소외되거나 이탈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농담으로 하는 말을 이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까?
“‘진지충’이라는 말은 그냥 유행어일 뿐이야. 이게 왜 나빠?”, “왜 농담으로 못 받아들여” 몇몇 사람들은 필자의 글을 읽으며 이런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거꾸로 타인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가해자가 의도하지 않았어도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고 불편함을 느꼈다면, 그것은 명백한 피해 사실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이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단어 한마디에도 적용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점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농담일지라도 상대방이 불편함을 느꼈다면 언어폭력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자. 또한, 우리가 뱉은 농담이 정말 농담으로 성립될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농담을 툭 던졌는데 상대방이 불쾌해한다면, 그것은 상대방이 농담을 못 받아들여서가 아니라 농담이 아닌 말을 들었기 때문에 불쾌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상대방의 치부를 건드리는 언행은 아닌지,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 언행은 아닌지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고 말을 꺼낼 필요성이 있다.
우리는 왜 진지해지면 진지충이라는 말을 들어야 할까? 이 언행은 듣는 사람이나 집단에 피해를 주는 틀림없이 부적절한 행위이다. 필자는 이 기사를 보고 있는 여러분들이 이러한 언행을 들었을 때, 불편해했으면 한다. 아니, 불편해해야 한다. 또한, 우리부터 이 같은 언행의 사용을 자발적으로 줄여나가는 작은 움직임을 만들어보자. 이런 언행을 자제하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보이며 대화를 하면 더욱 효과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