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돋구려다 '화'를 부른 대동제 초대가수 섭외 논란

  • 등록 2019.05.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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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년들 다 강간. 난 부처님과 갱뱅. 300만 구찌 가방. 니 여친집 내 안방. 난 절대 안가 깜빵. 내 변호사 안전빵. 내 이름 언급하다간. 니 가족들 다 칼빵"

한림대학교 축제 '대동제'의 초대가수로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래퍼 김효은의 노래 ‘Money Road’ 속 가사이다. 해당 파트는 피처링을 맡은 래퍼 브레딧스트릿이 작사했지만 누리꾼들은 ‘성폭력을 조장하고, 불교계를 모독하는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발매했다’고 지적하며 김효은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결국 김효은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사과문을 게재했고,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음원 사이트 멜론과 엠넷 등에서는 해당 노래가 삭제됐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축제의 초대가수로 김효은이 섭외되면서 학생들은 총학생회와 축제 책임자들에게 이 논란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초대가수 섭외 논란은 비단 올해뿐만이 아니다. 작년 한림대학교 축제 초대가수였던 스윙스는 지난 2010년 여성혐오적 가사와 고 최진실 씨의 유족을 조롱하는 듯한 가사를 써 대중들의 비난을 산 적이 있다. 이를 이유로 래퍼 스윙스 섭외에 대한 일부 학생들의 비판이 있었다.

▲캠퍼스라이프센터 엘리베이터에 부착된 축제 홍보 포스터

 

'사과했으면 됐다' VS '사과는 당연한 것'

한 학생은 “김효은 잘못은 백번 맞지만 바로 잘못 인정하고 피처링 가수와 같이 사과했지 않냐”며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냐”고 사태에 대한 언짢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다른 학생은 “그런 가수를 부르는 데에 내 돈 한 푼이라도 들어가는 게 싫으니까 의사 표현하는 것이다”라며 “강간이라는 말을 가사에 포함시켰다면 대가를 받고 보이콧해야 한다”고 곧바로 반박했다.

또한 8일에 발표한 김효은의 신곡 ‘Money Rain’의 가사 중 “예쁜이 내게 벌려”라는 파트에서 또 다시 논란이 불거지며 “다음 가사인 머니 클립을 벌리라고 하는 것이다”, “머니 클립을 써 놓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냐”라는 등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외에도 “김효은이 누구예요?”, “논란이든 아니든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반이 넘는다”며 대중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초대가수를 섭외하는 기준은 존재하는가

에브리타임에서 한 학생은 래퍼 김효은을 언급하며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성폭력 피해로 평생을 고통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불쾌함을 토로했다. 김효은과 관련한 30개가 넘는 글과 댓글들 중 축제 책임자들에게 해당 사태에 대한 피드백을 요구하는 내용도 상당했다.

이에 한림알리는 김준섭 총학생회장, 박진홍 동연회(이하 동아리연합회) 회장, 성재진 축준위(이하 축제준비위원회) 위원장과 정대민 축준위 부위원장, 박지윤 클럽 팀장을 만나 섭외 과정과 기준에 대해 물어봤다. 김준섭 총학생회장은 “축제가수 섭외에 대한 논의는 축준위 위원장단과 총학생회, 동연회 회장단, 각 팀장들이 모여 이뤄지고, 주 결정은 위원장단과 회장단이 한다”며 “섭외대행사에서 초대가수 리스트를 보내오면 어떤 가수가 좋을지 의논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우선 섭외 기준은 노래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가 많은지, 팬층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또한 정대민 축준위 부위원장은 “범죄가 있었다면 애초에 섭외대행사에서 리스트도 안 왔을 것”이라며 “왜 이런 연예인들 밖에 못 데려왔냐는 말이 도는데 축제가 전국적으로 있는 시즌에는 시간대별로 가격변동률이 심하고, 서울에서도 1학기에 축제가 집중돼서 장소와 시간 효율을 생각하는 가수들로 인해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특정 초대가수에게 있었던 논란을 인지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김준섭 총학생회장은 “전혀 모르고 있다가 에브리타임에서 논란이 된 후 알았다”며 “닐로 같은 경우에는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많고, 첫날 이미지를 발라드로 잡아 그렇게 진행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정대민 축준위 부위원장은 “얼마 전 김효은씨가 사과를 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런 부분이 있다면 양해가 되지 않을까 했다”며 “학생들이 저희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데 그런 것에는 어떠한 비판과 비난적인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에브리타임 익명 글에서 너무 과대화 하는 글이 있을 때는 책임자 입장에서 축제를 준비하는 전부가 욕먹는 것이 안타깝다”며 “일방적인 비난의 글은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섭외를 반대합니다’ 서명운동까지 열렸다

▲초대가수 김효은의 섭외를 반대하는 서명운동 폼

서명운동을 주최하는 원 씨(미디어스쿨, 4년)는 “에브리타임을 보고 여성혐오 가사로 논란이 됐던 김효은이 온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작년 축제 때도 비슷한 이유로 말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작년 총학생회한테 인수인계를 받고 숙지를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한 “실제로 성폭력과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이 한림대에도 있을 지도 모르는데 왜 그런 것들을 간과하는지 묻고 싶고, 이는 또 다른 2차 가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원 씨는 “서명운동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서명운동의 진행상황에 대해 묻자 “지속적인 공론화를 통한 서명운동이 끝나면 커뮤니티에 결과를 공개하거나 총학생회에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신입생인 A 씨(심리학과, 1년)는 “학교에 들어와 처음 맞는 축제인데 이런 가수가 와서 기분이 좋지 않다”며 “교비로 가수를 섭외하는 것일 텐데 논란이 있었던 가수를 섭외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어 서명운동에 동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김준섭 총학생회장은 공식적인 피드백을 준비 중이냐는 질문에 “사람이 당황을 하게 되면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지게 되더라”며 “어떤 글을 올리든 비난의 장이 될까 우려하던 중 한림알리에게 인터뷰 요청이 왔고, 이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마음이 전달됐으면 한다. 절대 눈 닫고 귀 막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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