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등록금 인상 및 학내요구 인식조사> 결과 발표 및 ‘공간 찾기 프로젝트’ 선포 기자회견이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본관 앞에서 개최됐다. 한국외대 등록금 인상 반대 실천단 ‘BOOSTER’(이하 부스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한 달간 진행된 등록금 인상 관련 설문 조사 결과 및 ‘공간 찾기 프로젝트’ 계획을 보고했다. 부스터는 지난 9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외대 학우 1,131명을 대상으로 등록금 인상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응답한 학우들 중 90%는 등록금 인상에 반대했으며, 85.6%는 ‘등록금 낸 만큼의 수업, 시설, 복지가 충분치 않다’고 응답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배귀주(국제통상⋅20)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은 “한국외대의 등록금 의존도는 타대학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편”이라며 “정부는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대학에 대한 지원과 예산을 편성해야 하며, 대학 법인은 재정위기를 위해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할 태도를 갖출 것”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 6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대학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선 이후 등록금 인상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김서진 기자(seojin1122@naver.com)
지난 5일, '이준석의 학내 초청 강연을 강력 규탄하는 숭실대학생 연합'(이하 숭실대학생 연합)은 같은 날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회가 주최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 초청 강연'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숭실대학교 학생회관 앞 분수대에서 17시 20분부터 40분간 진행됐다. 학생들 앞에 선 숭실대학생 연합은 "이준석은 혐오정치의 선두 주자이자 약자 갈라치기로 세력을 확장해 왔다"며 강연에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근거로 여성혐오와 성차별을 '망상에 가까운,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갖게 된 근거 없는 피해의식'으로 지칭한 것과 여성가족부의 제도에 대해 '수명을 다했고 업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들었다. 이어서 숭실대학교에 이 전 대표가 초청 강연을 온 것이 2020년, 2022년에 이어 세 번째라며 "숭실대학교가 더 이상 혐오정치의 장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 이후 연대 단체의 발언이 이어졌다.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는 "이준석은 불평등한 사회구조로부터 기인하는 차별과 폭력을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며 사회적 소수자들을 악의적으로 배제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는 "과거 이준석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투쟁에 대해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구분 짓는 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회는 교내 구성원의 강연 반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강연에 대한 비판 의도가 느껴지는 질문에는 답변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한편 지난 2일, 이 전 대표는 SNS에 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의 강연 반대 성명을 공유하고 "강연에 오시면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이준석을 혼내줄 기회를 마련해 놓겠다. 이 기회를 설마 외면하거나 회피하지는 않으시겠지요?"라는 글을 올렸다. 손 글씨로 이름을 적은 초대권도 함께 게시했다. 이에 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도 이 전 대표의 글을 공유하고 "조롱과 비방을 위한 초대는 정중히 거절하겠다"고 했다. 또한 태도가 무례함을 지적하며 "진심으로 토론하고 싶다면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공식적인 경로로 제안을 줬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해당 게시물에 "준비해야 되면 지적부터 싸지르지 마세요"라는 댓글을 달며 응수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 초청 강연'은 5일 18시 한경직기념관 대예배실에서 진행됐다. 단상에 오른 이 전 대표는 가장 먼저 강연에 반대한 단체들이 왔는지 확인했다. 뒤이어 지난 2일 SNS에 공유했던 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의 글을 띄우고 강연에 반대한 근거가 부족함을 지적하는 내용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10월 4일,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이하 미콘학부) 2023학년도 2학기 정기총회가 무산됐다. 미콘학부 제6대 학생회 '닿음'(이하 닿음)이 이천환기념관 시청각실에서 정기총회를 소집했으나 정족수에 미치지 못했다. 윤영우 미콘학부 정학생회장의 인원 총화에 따르면 미콘학부의 재학 인원은 279명, 총회 성사 인원은 140명, 등록된 위임장은 93장이다. 현장에는 최소 47명이 참석해야 했다. 하지만 당일 현장에 34명만이 참석했다. 오후 6시 30분 시작으로 예정되어 있던 인원 총화를 오후 7시까지 미뤘지만 결국 13명이 부족했다. 닿음은 ▲권리연대국, 소통복지국, 홍보디자인국 국장 인준을 각각 인준 안건으로 준비했다. 보고 안건은 ▲1학기 사업 보고 ▲2학기 활동 계획 보고, 심의 안건은 ▲결산안 심의 ▲예산안 심의 ▲디콘전공 졸업전시위원회 예결산안 심의 ▲실습비운영위원회 예결산안 심의를 올릴 예정이었다. 이중 실습비운영위원회 예결산안 심의는 학교 본부의 일정 지연으로 인해 자료를 전달받지 못해 원안을 삭제하고 임시총회로 넘길 예정이었으나, 당일 정기총회가 무산되며 다른 안건들과 함께 이월됐다. 닿음은 임시총회 무산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참석한 학우를 위해 정기총회에서 다룰 예정이었던 내용들을 보고했다. 의결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각 사업에서 바뀐 지점과 이유 등을 상세히 설명했고, 미콘학부 학우들은 피드백과 함께 "많은 사업을 진행하느라 고생이 많으셨다"는 등의 응원을 전했다. 미콘학부의 신민철 학우는 휴학생임에도 권리회복을 하고 이번 정기총회에 참석했다. 그는 "휴학생이라도 여전히 학부 소속이고, 이에 권리를 행사하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라는 참석 이유를 전했다. 정기총회 무산에 관해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학생회가 이렇게 일을 열심히 잘하고 있구나를 알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이렇게 마음을 내서 모인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있어 좋았다"고 답했다. 자리가 마무리된 후 인터뷰에 응한 윤영우 학생회장은 "아쉽게 무산돼서 더욱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한 예정된 임시총회에서는 회칙 개정을 포함한 중요한 안건들을 다루게 됐다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10월 13일 소집된 임시총회에서 미콘학부는 정기총회의 안건과 함께 ▲전공대표 선거권과 피선거권 ▲디콘 졸업전시위원회 시행 세칙 개정 ▲전공 신설 ▲학부명 개편 등의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미콘학부의 정기총회 무산으로 모든 학부의 2학기 정기총회가 무산됐다. 사회융합자율학부(이하 사융학부)를 제외한 각 학부 학생회는 오는 10월 13일 금요일 오전 11시에 임시총회를 열 예정이다. 사융학부는 장소 문제로 오전 10시에 시작한다. 임시총회 당일 학부생 대상 교양필수 강의가 예정되어 있으나 총회 참석으로 출석이 대체된다. 윤영우 학생회장은 이외의 강의를 수강하는 학우들을 위해 해당 강의의 교수에게 요청서를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각 학부는 임시총회 성사를 위해 위임장을 받고 있다. 취재 : 권동원 기자, 장채영 기자, 정인욱 기자, 황바우 기자 글 : 권동원 기자 사진 : 정인욱 기자, 황바우 기자 디자인 : 권동원 기자
*[알못 주제에]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섣불리 기사를 쓰지 말자는 마음에서 기획했습니다. 저희는 어설픈 '잘알'보다는 '알못'이 되기로 했습니다. 한 번의 경험에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겠지만, 한 번의 취재로도 당사자와 외부인의 어려움을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알못 주제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놓쳤던 것들을 만나고 체험합니다. 이 기사를 통해 지금까지는 몰랐지만 조금이나마 알아가며 공감할 수 있도록 저희가 느낀 현장 그대로를 전달하겠습니다. 인천시는 지난해 247대로 운영되던 현금 없는 버스를 지난 7월부터 951대로 확대했다. 인천시 현금 승차 비율은 지난해 1.68%로, 현금 요금함 유지·관리 비용은 연간 3억6000만원에 달한다. 더불어 2009년 도입한 현금 요금함 교체 시기가 도래해 약 85억6000만원이 교체 비용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시는 현금 없는 버스 확대로 현금 요금함 교체 및 각종 유지·관리 비용인 89억원의 예산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현금 대체 탑승 방안으로 요금 납부안내서를 읽고 계좌이체를 하거나 모바일 앱으로 간편 충전해 사용하는 모바일 교통카드 구입, 차량 내 비치된 교통카드 구매 등을 제시하고 있다. 현금 없는 버스에 이어 현금 없는 매장까지, 우리 사회에서 현금 사용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를 대신해 '카드'가 우리의 지갑을 꿰찼다. 어릴 적 한두 장 들어있던 만 원짜리 지폐는 이제 두세 장의 카드가 대신한다. 이에 외대알리는 현금만으로 하루를 살아보기로 마음먹고 통학길에 올랐다. 인천에서 이문동까지 현금으로 버스를 타기 위해 은행에 들러 30,000원을 인출했다. 현금 인출을 해본 게 몇 년 만인지 조금은 어색했다. 카드를 꽂자 보이스피싱을 조심하라는 몇 줄의 문구가 나타났고, 카드번호를 누른 후 인출한 현금을 지갑에 꽂아 넣었다. 수수료로 1,000원을 가져가는 ATM이 조금은 괘씸하기도 했다. 시작부터 편치 않았다. 출근과 등교로 북적북적한 버스 정류장에서 기사님께 말을 어떻게 건네야 하는지만 머리에 맴돌았다. '현금 없는 인천버스'라는 문구와 함께 부평역으로 향하는 버스가 들어왔다. 버스에 타니 카드를 찍을 수 있는 단말기만 있었고, 현금을 넣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기사님께 "혹시 계좌이체 되나요?"라는 말 한마디를 건넸다. 기사님께 버스회사의 계좌번호가 담긴 종이 한 장을 건네받았다. 얼마를 보낼지 몰라 현금 가격인 1,600원을 보냈다. 알고 보니 계좌이체 가격은 1,300원이었다. 부평역에 내리자 새로운 난관에 봉착했다. 평소라면 버스에서 지하철로 갈아탈 때 같은 카드로 환승했겠지만, 오늘은 일회용 교통카드를 구매해야 했다. 지하철에 70분간 몸을 맡기고 외대앞역에 도착했다. 일회용 카드를 개찰구 단말기에 대니 "보증금을 환급받으세요"라는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1번 출구로 나가는 길에 보증금 환급기를 찾을 수 있었다. 500원을 돌려받았고 카드와 명함만 꽂혀있던 카드지갑은 잔돈으로 부풀어 갔다. 식당·카페서도 현금 결제 가능해..."키오스크 이용하세요" 수업이 끝난 후 가장 걱정되는 건 식당과 카페 이용. 키오스크 도입이 확대된 상황에서 혹여나 '현금을 안 받지 않을까?' 우려했다. 후문에 위치한 '밀플랜비'로 향했다. 본래 키오스크로 결제하는 곳임을 알아 현금 결제가 되냐고 물을 참이었다. 예상외로 돌아온 대답은 "키오스크에서 현금 결제돼요"였다. 키오스크에 지폐를 넣는 건 처음이라 어색했다. 결제가 됐다는 알림과 함께 영수증과 잔돈이 나왔다. 지갑은 현금을 사용하는 만큼 두툼해졌다. 집 안 어딘가 놓여있는 저금통을 다시 꺼내야겠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식사 후 역 앞 공차로 향했다. 5,800원짜리 음료를 구매하기 위해 10,000원을 냈고 잔돈 3,200원을 받았다. 1,000원을 덜 받았다고 말하자 웃음과 함께 나머지를 받을 수 있었다. 카드로 결제할 땐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이 반가웠다. 외대앞역 현금 이용 시 불편해...보증금 환급기는 1층에만 학교에서 다시 집으로 향하려니 막막했다. 50km가 넘는 거리를 '만능템' 카드 없이 다니려니 고려할 사항들이 많아졌다. 인천행 열차를 타려면 2층을 통해 가는 것이 수월하다. 2층에서 부평행 승차권을 끊고 개찰구로 향했다. 2층 역사를 둘러보니 승차권 발매기만 있고 보증금 환급기는 없었다. 의정부나 소요산에서 외대 방면으로 올 때는 2층 역사에서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통해 나가는 게 편하다. 하행선 열차를 탄 경우 보증금 환급을 위해 2층에 올라왔다 다시 1층으로 내려가야 하는 점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부평역에 도착해서 보증금을 환급받고 버스를 탄 뒤에는 '현금 없는 인천버스' 문구가 보임과 함께 다시 계좌 이체가 가능하냐는 말을 뱉어야 했다. 보증금 제외해도 현금보다 카드가 저렴해 카드를 사용하면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3,900원이 든다. 현금을 사용했을 땐 보증금 500원을 제외해도 6,500원이다. 버스에서 지하철을 갈아탈 때 환승이 되지 않는 점이 가장 번거로웠다. 현금으로 하루를 보내는 동안 버스나 지하철, 식당, 카페 등에서 현금을 쓰는 경우는 없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카드를 더 애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하철은 일회용 카드를 뽑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버스는 계좌이체로 요금을 지불해야 했고,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계좌번호가 붙어있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 그러나 계좌이체 등 모바일을 이용한 결제 방식이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편리한 방안이라고 할 수 없다. 경기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천시 관계자는 "요즘 노인들도 카드를 많이 쓰지만 여전히 디지털 취약계층이 있다는 사실은 시도 고민했던 부분"이라며 "현재까지 대체 방안은 찾지 못했지만 더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금 사용의 감소로 캐시리스(Cashless) 사회의 도입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대체 방안으로 모바일을 이용한 결제가 대두함에 따라 디지털 취약계층은 대중교통 이용, 상품 결제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금 없는 버스⋅매장 확대에 앞서 취약계층 등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하늘 기자(sky41100@naver.com)
1M 남짓한 책상은 한 인간의 세계다. 책상은 전자기기, 여러 책, 자질구레한 도구 따위로 빠듯이 채워져 있는데 각 물건의 쓰임이 잇대어져 사람의 필요를 적확하게 만족시킨다. 그 덕에 업무, 취미, 식사, 취침(쪽잠), 대화(SNS)를 아우르는 인생사가 책상 위에서 흐른다.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하는 책상과 친하려면 몸을 움츠리는 법을 익혀야 한다. 손가락으로 플라스틱 키보드를 건드리고, 오래 앉아 습해진 엉덩이를 들썩이는 행위는 허락되지만, 힘차게 팔이나 다리를 내젓는 행위는 벽면에 부딪혀 얼얼한 고통으로 경고받는다. 머리도 책상과 친하도록 훈련 받아 직사각형 노트북을 쳐다보며 직사각형 사고를 하는 식이다. 사고가 직사각형 너머로 뻗어가면 책상에 머물기 어려워서다. 장시간 동일한 자세로 있으면 압박 부위에 욕창이 생기듯, 몸과 머리가 오래 억눌려서 둔하면 탈이 난다. 뼈를 지탱하는 근육이 야위어 앉은 자세가 오그라들었고, 주어진 테스크(task) 안에서만 생각이 맴돌아 사람 됨됨이가 편협하고 안쓰러웠다. 테스크(task)와 데스크(desk)의 음성적 유사성이 필연인 듯 절묘하다. 책상에 얽매인 몸과 머리가 빈약해지면서 책상의 세계와 대척점에 있는 세계로 건너가는 상상을 자주 했는데 도착지가 항상 바다였다. 바다는 갈망의 크기와 비례해 점점 가까워졌다.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던 게 숙소와 비행기 편을 잡기에 이르렀다. 한 학기의 종료 후, 다음 학기의 시작 전 틈바구니에 부산광역시 해운대구로 갔다. 해운대해수욕장은 활달하다. 신식 건물과 구식 건물이 땅이 비지 않도록 복잡하게 얽혀 사람 사는 냄새가 진하고, 바다에서 밀려오는 열기, 짠 내음, 소리 등이 풍부하다. 긴 해안선을 따라 빈틈없이 맞물려 있는 숙박시설은 해가 뜨면 바다를 향해 일제히 사람을 쏟아낸다. 바다로 밀려간 사람과 육지로 밀려온 바닷물이 넘나들며 흥겨움으로 소란했다. 덩어리진 사람을 잘게 쪼개면 각각의 고유한 행위가 보인다. 어린아이들은 바다와 멀어지지 않으려 튜브를 끼고 더 깊은 물로 몸을 내던졌고, 어른들은 모래사장에 몸을 누인 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태양열이 후끈해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웠는데 하의만 입은 채 뜀박질을 하는 노인, 청년이 곁을 스쳐 갔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살피느라 움츠러든 이가 없고 도리어 무섭도록 스스로한테 몰입해 즐거움을 탐색했다. 그러면서도 옆 사람과 쉽게 접촉하고 나아가 바다를 오감으로 느껴, 타자, 자연과 맞닿음에 어색함이 없었다. 포구는 배가 드나드는 곳이라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안겨있다. 포구에서 포구(미포-청사포)로 걸으니 자연히 모든 걸음이 바다와 가까웠다. 발을 딛는 내내 고개가 바다가 있는 측면으로 고정돼 어깨가 가볍게 뻐근했다. 육지와 바다의 경계에 얕은 돌담이 솟았고, 그 위에 사람과 마찬가지로 바다와 가까워지려는 고양이가 배를 깔고 누웠다. 지근거리엔 먹다 만 사료 그릇이 놓였다. 흔히 밥을 얻어먹는 동물은 사람에게 속하는데 고양이는 밥을 얻어먹으면서 사람을 반기지도, 따르지도 않았다. 사료가 넉넉해도 배부를 정도만 요기했다. 사료가 없으면 알아서 먹고 살길을 찾으니 행동거지가 자유롭고 거침없다. 사람은 슬프게도 고양이를 닮지 못해 배가 불러도 밥줄에 매달려 욕심이 성실하고, 나아가 밥줄이 삶을 쥐고 흔들어 행동거지를 사린다. 고양이는 여전히 남은 밥과 밥을 내준 사람한테 미련이 없었고, 유일한 관심사는 촘촘한 털을 부드럽게 훑는 해풍이었다. 동백섬은 삼 면이 바다와 면하고 한 면이 땅과 이어진 육계도다. 동백나무와 소나무가 주요 식생이다. 동백나무는 10월부터 4월까지 꽃을 피우는데 철을 맞춰 가지 않아 소나무와 더불어 푸른빛만 무성했다. 섬 가장자리에 둘린 산책로를 따르면 시야에 숲과 바다가 번갈아 걸려 어디에 주저앉아도 풀이며 물이며 가깝다. 엉덩이를 붙이니 동백섬의 경치 대신 어머니의 어설픈 똥머리가 눈에 찼다. 긴 머리카락을 반으로 접어 동여맸는데 묶은 자리가 헐거워 끈은 금방 사라질 듯하고,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쳐 혼란했다. 똥머리를 단단하게 묶는 법을 시범하자 어머니의 손이 머리께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어머니의 어설픈 똥머리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지만, 관심을 두지 않은 탓에 한참이 지나서야 그 형상과 구체성을 깨달았다. 사람을 안다 말하는 건 무지가 낳은 속단이다. 어머니의 어설픈 똥머리를 보며 어머니의 지워진 부분에 관해 생각했다. 수영구와 인접한 해운대구 바닷가에선 업체들이 요트 관광업을 벌인다. 수영구에 위치한 광안대교를 보기 용이해서다. 업체 수가 어림잡아 50을 넘고, 업체마다 요트를 보유해 선착장이 배와 부표로 빼곡하다. 요트는 해운대구 선착장에서 출발해 수영구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물을 가르며 나아가다, 광안대교가 보이는 지점에 일정 시간 머무르고 선착장으로 돌아간다. 코스를 마치는 데 1시간이 소요된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요트 위에서 낮바다, 노을바다, 밤바다를 모두 볼 수 있는 7시 배표가 가장 인기다. 손에 쥔 게 8시 배표라 육지에서 낮바다, 노을바다, 밤바다를 건너다봤다. 해가 수평선 아래로 내려가면서 붉은빛의 영역과 농담이 시시각각 달라졌다. 다양한 색감이 비정형적으로 어울린 덕에 해 질 녘 아름다움은 풍부하다. 고개 숙여 돌바닥을 보고는 발붙이고 사는 곳이 해 질 녘을 닮길 바랐다. 다양한 존재가, 비정형적으로 어울려, 그래서 풍부한. 경치에 매료된 육지 사람들이 선착장에 삼삼오오 자리를 틀었다. 여느 관광객처럼 부산 엽서와 자석을 손에 쥐고 돌아왔다. 냉장고 표면에 엽서를 얹고 자석을 포갰다. 문을 여닫을 때마다 엽서와 자석이 몸을 부비며 쓱싹이는 마찰음을 낸다. 엽서가 냉장고 표면 한켠을 차지하듯 여행 장면이 머릿속 여백을 줄이고, 쓱싹이는 소리를 닮은 자극이 획일적인 패턴에 미세한 균열을 낸다. 사소한 변화가 반갑다. 지인 추천으로 찾은 북카페의 여행 코너 소개 문구가 생각난다. “여행: 행복할 결심”. 삶이 행복의 반대 방향으로 흘러 견디기 어렵다면 저마다의 바다를 여행해 보면 어떨까. 사소한 변화를 마주할 수 있을 거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제57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도약’이 지난 27일 19시 사회과학관 509호에서 하반기 정기 공청회를 개최했다. 지난 3월 이후 6개월 여만에 두 번째로 열린 이번 공청회였지만, 오프라인 참가자는 총학생회 관계자를 포함해 5명에 불과했다. 배귀주(국제통상⋅20) 총학생회장과 황유리(영어교육⋅20) 부총학생회장이 주관한 공청회에서는 ▲중앙집행위원회 기조 및 정책 이행 상황 ▲중앙집행위원회 활동 및 활동 계획 ▲2023학년도 상반기 총학생회 결산안 ▲2023학년도 하반기 총학생회 예산안 등 4개 안건이 다뤄졌다. 총학생회 “학우들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총학생회 되겠다” 총학은 진로⋅교육, 총장 선출, 생활⋅복지⋅시설, 재정, 문화, 소통⋅자치, 인권⋅연대 등 총 8개 분야별 공약 이행 상황을 보고했다. 배 회장은 세부적으로 훕스어빌리티(HUFSAbility) 애플리케이션 개발, 졸업학점 축소, 총장선출규정개선위원회 정례화, 국제학사 남녀 휴게실 재개방, 대천수련원 재정비 등을 언급했다. 특히 AI융합대학 준비 과정에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수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비군으로 인한 결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 신청을 통한 수업 자료 제공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반기 활동 및 활동 계획에서는 교육정책국, 디자인소통국, 문화기획국, 복지기획국, 인권연대국, 재정사무국, 국제연대국 등 7개 국서의 주요 사업을 다뤘다. 지난 학기와 달리 Global Cooporation team은 국제연대국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황 부회장은 세부 내용으로 HUFS CAREER DESIGN, 융합전공 커리큘럼 개선, 해외문화 탐방 프로그램, 인권문화제 진행 상황 등을 언급했다. 이어 총학은 2023학년도 상반기 총학생회 결산안과 하반기 예산안을 공유했다. 지난 상반기 총학은 자치회비로 7,328,904원, 기부금으로 28,613,030원, 그리고 교비로 17,483,353원을 지출했다. 하반기 예산안으로는 157,419,549원을 편성했다. 사전 질문은 없어…“등록금 인상 반대 저지법 개정을 목표로 하겠다” 총학생회 공식 홈페이지상 국제연대국과 인권연대국 국⋅차장 이름 미반영에 대한 외대알리의 질문에 황 부회장은 “차장을 선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공청회 이후 빠르게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등록금 인상 반대 대학생 한국외대 실천단 ‘BOOSTER’ 진행 상황에 대한 외대알리의 질문에 배 회장은 “27일 마감된 설문조사 모집 이후 결과를 분석해 다가오는 총선에서 등록금 인상 반대 저지법 개정을 목표로 11월 4일 공동 행진 및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학생회장단과 마주하는 자리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지난 3월 공청회에 이어 이번 공청회도 학생 참석률은 저조했다. 공청회 등 총학 주관 사업에 대한 학생 참여가 저조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외대알리의 질문에 배 회장은 “2018년 이후 정기총회 대신 공청회로 변경된 이후 학생들의 무관심이 이어졌다”며 “다음 총학생회 인수인계에 있어서는 공청회를 총학생회장단과 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황 부회장도 “공청회가 학생과 총학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면서 “팬데믹 이후 이어진 온라인 참여 또한 하나의 소통 창구가 생겨난 것”이라고 답변했다. 기하늘 기자(sky41100@naver.com) 한담희 기자(hdhi1728@naver.com)
9월 27일, 인문융합자율학부(이하 인문학부)와 IT융합자율학부(이하 IT학부)의 정기총회가 무산됐다. 두 학부 모두 금일 오후 6시에 정기총회를 소집했으나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지우 인문학부 '한울' 정학생회장의 성원 확인에 따르면 인문학부의 재적인원은 493인, 인정 가능 위임장은 164장, 작성된 위임장은 89장이다. 박희민 IT학부 'It's' 비상대책위원장의 성원 확인에 따르면 IT학부의 재적회원은 542인, 정족 인원은 271인, 위임인은 90인, 총회 성사 인원은 181인이다. 당일 두 학부의 정기총회 현장에는 인문학부는 출석 회원 8인, IT학부는 출석 인원 7인이 참여해 총회가 무산됐다. 두 학부 모두 총회가 무산됐지만, 현장에 출석한 학우를 위해 보고로 대체해 정기총회에서 다뤘어야 할 내용들을 설명했다. 인문학부는 ▲인문학부 하반기 사업 및 활동 보고 ▲ 결산안 심의 ▲ 하반기 예정 사업 및 활동 심의 내용을 설명했다. 기타 안건은 현장 발의자가 없었다. IT학부는 ▲ 비상대책위원회 소개 ▲IT학부 하반기 활동 보고 ▲ IT학부 하반기 사업계획안 심의 ▲ IT학부 하반기 예산안 심의 내용을 설명했다. 박서연 인문학부 부학생회장은 인문학부는 정기총회 무산 이후 한 달 이후 임시총회를 소집해야 한다며, 인문학부 운영위원회에서 시간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희민 IT학부 비상대책위원장은 정기총회 무산으로 해당 안건들은 임시총회로 넘어가게 된다며, 빠른 시일 내에 임시총회 일정을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오늘 두 학부의 정기총회 무산으로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를 제외한 모든 학부의 정기총회가 무산됐다.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의 정기총회는 10월 4일, 다음 주 수요일에 소집됐다. 한편 각 학부들은 학부제 개편에 따른 회칙 개정을 논의 중이다. 취재, 글 : 권동원 기자 사진 : 권동원 기자, 인문융합자율학부 <한울> 제공 디자인 : 장채영 디자이너
27일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도서관 내·외 일부 유리벽에 금이 간 것으로 확인됐다. 총학생회는 이날 학교 유관부처와 현장을 확인하고 시설 보수를 요구했으며, 추석 연휴 이후 수리 및 교체가 진행될 예정이다. 금이 간 유리벽은 도서관 1층 외벽 한 곳과 3층 엘리베이터 내벽 등 총 두 곳이다. 1층 외벽의 경우 도서관 외부에서 건물을 바라보는 기준 좌측 3개의 강화유리가 금이 가거나 파손됐으며, 3층 내벽의 경우 강화유리 한 개가 전체적으로 파손된 상태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이날 학교 담당 부처 관계자와 현장을 확인한 뒤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배귀주(국제통상⋅20) 서울캠 총학생회장은 이날 외대알리와의 통화에서 “이날 오전에 학교 건설기획팀장 및 시설관리팀장과 현장 답사를 마쳤다”면서 “(강화유리 업체의 휴무일인 추석 연휴 이후) 수리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배 회장은 3층 유리벽에 대해 “시공 당시 설치한 강화유리가 불량품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명절 이후 바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층 유리벽에 대해 “(깨진 부분을 확인해 보니) 강화유리 문제가 아닌 외압으로 인한 손상인 것으로 파악했다”며 “누군가에 의해 고의적으로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위험성이 있으니 빠르게 교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교내 익명 커뮤니티 일각에서 제기된 ‘도서관 붕괴 징조’에 대해서는 “강화유리가 건물 하중을 받치는 구조가 아니며, 유리는 일종의 차단막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유리 손상이 건물 붕괴의 징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총학생회와 시설관리팀은 이날 오후 3층 엘리베이터 내부 유리벽이 깨질 위험에 대비해 1층 엘리베이터 옆 로비 좌석에 진입금지 라인을 설치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스마트도서관은 지난 2020년 4월 개관했다. 스마트도서관은 기존 노후화된 구 도서관 건물을 전면 폐기하지 않고, 외관과 내부 시스템을 개선하는 ‘그린 리모델링’ 건축 방식을 반영했다. 그러나 교내 익명 커뮤니티 등에서는 과거 구 도서관이 건물 정밀안전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구 도서관의 건물 안전 위험성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배 회장은 “명절 이후 중앙운영위원회 산하 안전관리특별위원회 차원에서 유리벽 파손과 더불어 건물 내·외벽의 손상 여부를 전수조사하여, 관련 부처에 건물 유지 보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ggj05398@naver.com) 오기영 기자 (oky98@daum.net)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글캠)가 지난 20일과 21일 양일간 대동제 ‘Fall in HUFS : 외대에 빠지다’를 개최했다. 이번 축제는 지난 3월 총학생회 사퇴 이후 운영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에서 진행됐다. 축제 기간 캠퍼스에는 강한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학우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축제를 즐겼다. 축제는 비대위와 각 단과대학 및 학과의 부스 운영, 학생회관 앞 푸드트럭, 세계민속문화축전(세민전), FBS가요제, 초청 연예인 공연 등으로 구성됐다. 이틀간 진행된 부스에서 각 단위는 이색적인 콘텐츠를 준비하기도 했다. 사학과의 경우 “을사오적 물풍선 맞추기” 등을 통해 인기를 끌었고, 아프리카학부는 “아프리카 타로 점술”을 진행하는 등 각 학과는 자신만의 특색을 살려 부스를 운영했다. 당초 첫날인 20일에는 노천극장에서 세민전이 진행될 계획이었지만, 강우로 인해 공연이 21일로 연기됐다. 이튿날 열린 세민전에서는 마주르카(폴란드어과), 로스호베네스(스페인어통번역학과), 샨다르(인도학과), 깔리나(우크라이나어과), 트윔보(아프리카학부), 오니로빼야(그리스불가리아학과), 폴카(체코슬로바키아어과), 텝티다(태국어통번역학과), 나빌렐라(한국학과) 등 9개 학회가 참여해 각 나라의 전통 의상과 무대를 선보였다. 이어 죠지, 이바다, 유라, 히코 등 초청 가수 공연과 FBS(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교육방송국)가 주관한 ‘FBS 가요제’가 진행됐다. 빗속에서 진행된 축제였지만, 참가자들은 저마다 축제를 즐겼다. 축제에 참여한 강모(루마니아어⋅20) 학우는 “처음에는 비도 오고 안 좋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분위기가 좋고 다들 활발하게 열심히 참여해서 좋은 것 같다”고 축제 소감을 전했다. 김모(우크라이나어⋅23) 학우는 “비가 오는데도 학우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면서 “신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스 운영을 담당한 사학과 A학우는 “비가 오는 걸 감안하더라도 학우들이 많이 와줘서 좋았다”며 “(지난해에 비해) 과별 부스에 즐길 거리가 많아졌다고 느꼈다”고 호평했다. 악천후 속에도 상인들은 학생들의 많은 관심에 미소를 보였다. 한 푸드트럭 상인은 “손님이 많이 왔다”면서 “비가 와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말했다. 한편 축제 기간 중 운영 주체인 비대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A학우는 “그들(총학생회)의 빈자리가 너무나도 컸다”면서 “비대위밖에 없는 상황이라, 마치 선장 없는 배에서 선원들끼리 똘똘 뭉쳐 항해를 나선 느낌이었다”며 총학생회 부재를 아쉬워했다. 그는 또 “아무리 비대위라도 책임질 수 있는 사람들이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면서 “작년보다 차량 통제가 허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과별 부스 운영이나 전체적인 진행 상황에 대해 사전 공지도 부족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일부 학우들 사이에선 축제 기간 교내 차량 통제와 관련해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축제 첫날인 20일 오전 10시 학교 측은 한국외대 앱을 통해 차량 통제와 함께 통행 가능 차량을 명시했지만, 부스 운영 학우들은 계속된 차량 진입 때문에 오히려 위협이 된다고 일갈했다. 이날 교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차량 통제한다더니 셔틀과 차들이 왜 다니냐” “차량통제를 안 하면서 어떻게 축제를 즐기냐”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학우는 “중간에 차가 지나가거나 학우들이 이동할 때 통제가 쉽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박찬빈 기자 (nova_aetas@naver.com) 오기영 기자 (oky98@daum.net) 장유민 기자(kell1786@naver.com)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2023 대동제 퀸쿠아트리아'가 열렸다. 팬데믹 이후 두 번째로 열린 대면 축제다. 이번 가을 대동제는 당초 9월 20~22일까지로 예정돼 있었으나, 22일 진행된 2학기 학생 예비군 훈련으로 하루씩 앞당겨졌다. 대동제의 시작을 알리는 첫날에는 13시부터 잔디광장과 미네르바 광장에서 '적록(赤綠): 가을의 붉음과 초록을 기록하다'가 진행됐으며, 19시부터는 잔디광장에서 영화 상영이 이어졌다. 서울캠 총학생회 '도약'은 '적록' 행사에서 학생들의 신청곡을 받고, 19시부터는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상영했다. 이튿날인 20일에는 각 학과와 동아리가 주간 부스를 운영했다. 우천에도 이어진 부스 운영은 기상 악화로 예정 시간보다 이른 17시에 마감했다. 축제에 참여한 임하늘(스페인어·22) 학우는 "모두가 웃고 떠들며 부스를 즐기는 모습에 저까지 설레였다"며 "비가 와서 힘이 조금 빠졌지만 다 함께 준비한 축제가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연우(영미문학·문화학과·23) 학우는 "첫 축제라 기대를 많이 했고 재밌어서 기분이 좋다, 다만 비가 와서 좀 아쉬웠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적록' 행사는 오전부터 이어진 우천으로 이날 취소됐다. 17시 30분부터는 DJ SARAH의 레드불 DJ PARTY를 시작으로 운동장에서 공연이 이어졌다. HUFS' GOT TALENT와 FBS 가요제, 가수 적재, 그리고 LOCO의 공연으로 이튿날 축제는 막을 내렸다. 축제 마지막 날인 21일에는 17시 30분부터 HUFS' GOT TALENT가, 20시부터는 한국외대 응원단 '아이기스'와 중앙 밴드 동아리 '외인부대'의 합동 공연인 응원제가 진행됐다. 이어 가수 윤하(일본어학과·07)와 아이기스의 합동 공연과 윤하,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ZICO의 단독 공연이 뒤따랐다. 작년에 이어 올해 가을 대동제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튿날 내린 비로 인한 아쉬움은 마지막 날 공연으로 해소되는 듯했다. 배귀주 총학생회장(국제통상·20)은 "2018년도부터 이어진 대동제 퀸쿠아트리아를 통해 외대인의 자긍심을 고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하늘 기자(sky41100@naver.com) 김서진 기자(seojin1122@naver.com)
'킥라니'. 공유 킥보드와 고라니를 합성한 용어로, 이른바 공유 퍼스널 모빌리티(이하 공유 킥보드)로 주행하면서 행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공유 킥보드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가천대학교(이하 가천대)에서 공유 킥보드 학칙 제정 후 '킥라니'로 인한 다발적 사고와 피해가 줄어 교직원 및 학생들이 만족스러워한다는 후문이다. 가천대에서 공유 킥보드를 이용하는 학생 중 일부는 공유 킥보드를 무단 방치해 교직원의 주차 공간을 침해하고 도로에 갑자기 침입해 교내 셔틀버스와 충돌사고를 일으켰다. 가천대 셔틀버스 '무당이' 운전자 A씨는 "공유 킥보드와 충돌할 뻔한 적이 많았다. 학생들을 태우는 차량이라 안 그래도 조심해서 운전하는데 공유 킥보드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공유 킥보드와의 충돌 위험에 관한 경험을 설명했다. 지난해 5월, 가천대 학생복지처는 공유 킥보드의 교내 이용금지에 대해 제정한 학칙을 공고했다. 내용은 교내 구성원의 안전을 위해 공유 킥보드의 교내 이용을 5월 이후부터 금지한다는 것이다. 시행 사유는 △이용자 운전미숙으로 인한 빈번한 사고 발생 △교내 도로 협소 및 자전거 도로 미비 △교내 급경사 도로가 공유 킥보드 주 이용도로로 방지턱 및 요철로 인한 사고 위험 △안전 장구 미착용으로 인한 안전사고의 위험 △도로교통법상의 적용 법규 미준수 운행 다수 △차도 및 주차장 불법주차로 인한 사고 위험이다. 가천대 학생복지처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공유 킥보드로 인한 사고 빈도가 높고 교내 주차 공간이 너무 적어져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중 작년에 공유 킥보드 이용자와 차량 충돌 사고가 크게 난 사건을 계기로 학칙을 개정하게 됐다"며 "학칙을 만든 후 공유 킥보드로 인한 문제가 상당수 줄고 사고가 아예 없어졌다"고 학칙 개정 후 결과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가천대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 내 학생들은 "제멋대로 주차해 보행을 방해하거나 갑자기 튀어나와 위험한 사고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줄어 만족스럽다"며 학칙 개정에 우호적인 반응이다. 가천대는 공유 킥보드와 별개로 개인 킥보드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학교 측에서 별도로 안내와 안전교육을 시행해 철저히 관리한다. 가천대 학생복지처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헬멧 착용 권고, 주행속도 제한, 주차 방법 등 사전 안내를 해놨더니 공유 킥보드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더라. 형평성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도 없었다"고 밝혔다. 최근 4년간(2018~2021) 공유 킥보드 관련 사고는 2018년에 225건, 2021년 1,735건으로 7배 넘게 증가했다. 공유 킥보드는 2021년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는다. 안전모 착용은 필수며 한 대에 2명 이상이 타면 안 된다. 공유 킥보드 이용 시에는 가급적이면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고, 차도를 이용할 시에는 가장자리를 활용해 조심히 운전해야 한다.
전북대학교(이하 전북대)는 6년 전 한옥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대학 위상의 발전을 위해 ‘한옥 캠퍼스 조성사업’을 실행했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하기 전, 학생들 사이에서 예산을 오래된 학과 건물의 보수에 사용됐어야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리고 이 문제는 6년이 흐른 지금도 언급되고 있다. 2017년, 전북대에서는 본교를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로 탈바꿈하자는 취지에서 ‘전북대학교 한옥 캠퍼스 조성사업’을 실행했다. 이남호 총장은 전통 한옥 양식과 현대 건축 기술의 조화를 통해 전북대 캠퍼스에 품격을 더하고, 캠퍼스를 전북대만의 명품 브랜드로 만들어 지역 시민과 공유해 나갈 것을 계획했다. 한옥화 된 건물은 △국제컨벤션 센터 △한옥 정문 △한옥학당 △문회루(文會樓)라는 이름의 한옥루가 있는 건지광장 등이다. 수백억의 예산이 투입됐고, 대학의 예산뿐만 아니라 국가의 지원까지 동원됐다. 그러나 사업 추진 당시, 몇몇 재학생들 사이에서 캠퍼스 한옥화의 예산 사용이 비합리적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주된 비판은 캠퍼스 한옥화 사업보다 노후화된 단과대 건물의 보수가 시급하다는 의견이었다. 진행되는 사업으로 대학 시설 보수에 쓰일 예산이 부족해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전북대 의류학과 김유빈(21)씨는 “한옥화 사업으로 새롭게 단장된 일부 건물이나 시설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각 단과대 건물들을 살펴보았을 때, 학생들이 이 변화를 실질적으로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양한 단과대에서 시설 문제, 악취, 해충 유입, 화장실 상태 등으로 다양한 애로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씨의 우려가 실제로 눈에 띄게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각 단과대를 조사했다.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서 가장 언급이 많은 △인문대학 2호관 △사회과학대학 △농업생명대학 △자연과학대학 3호관 △제1공학관 등을 방문했다. 자연과학대학 3호관은 학생들과 교직원이 생활하기에 현실적인 불편함이 있다. 일부 천장 조명은 고정이 잘되지 않은 채로 고장 나 있었다. 건물의 전체 공사가 시행되지 않더라도 단과대 내부공사를 해 1층 로비나 복도를 보수하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자연과학대학 3호관은 전체적으로 보수나 리모델링이 부족했다. 제1공학관은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언급이 잦은 건물이다. 이곳에 들어왔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복도에 늘어져 있는 낡은 사물함들이다. 사물함은 걸쇠가 녹이 슬어서 만지기만 해도 손에 녹이 묻어나왔다. 비위생적이고 관리가 부족했지만, 학생들은 실제로 이 사물함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복도의 마감이 미흡해 천장의 전선들과 일부 배관이 그대로 노출됐다. 법전원과 마주 보고 있는 인문대학 2호관은 학생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낡은 건물로 꼽힌다. 현재 법전원은 주로 로스쿨 학생들의 수업과 연구를 위해 사용하는 건물로, ‘캠퍼스 한옥화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됐다. 전액 국비(190억 원)가 투입됐으며 전체면적 8,798㎡에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로 첨단 시설을 겸비했다. 비교적 새로 지어진 법전원과는 다르게 마주하고 있는 인문대학 2호관은 건물 전체가 노후됐다. 다른 학과 건물들은 외관을 개선 시키기 위해 창문을 한옥 풍으로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문대학 2호관은 옛날식의 낡은 창문 그대로였다. 또한, 내부의 복도와 문 그리고 화장실은 현대식이 아닌 과거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 학생들이 머물기에 불편해 보였다. 이 밖에도 사회과학대학 건물 외관이 낡았다는 지적이 있었고, 본관 강의실의 창문이 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깨진 창문은 사용 시 부상의 위험을 겪을 수 있고, 강의실 단열에도 불편함이 있다. 추가로, 농업생명과학대학과 예술대학 3호관, 생활과학대학 외관의 노후화 그리고 글로벌인재관의 해충 문제 등도 있다. 이에 김씨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캠퍼스의 분위기를 바꿔 지역민과 재학생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이미지를 조성한 데에는 기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각 단과대 건물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학생들의 건의 사항에 기반하여 명백하게 개선됐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문제를 장기간 지속한다면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학교에 여러 불만을 품게 될 것이고, 학생 유출을 만들어 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글로컬30 사업으로 한국교통대학교(이하 교통대)와 통합이 예정된 충북대학교(이하 충북대)에서 재학생을 중심으로 통합을 반대하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일부 재학생이 비공식적으로 조직한 ‘충북대학교 통합반대 학생연합’ 에서 주도적으로 시위를 벌여 재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시위가 끝난 직후 직접 해당 단체의 관계자를 만나 통합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Q. 오늘 이렇게 시위에 나서게 된 이유는? A. 우리 학교는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을 대표할 수 있는 총학생회가 부재한 상태인 것이다. 그렇다 보니 통합에 대해 논의할 때도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줄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다. 학생들 사이에선 통합을 반대하는 여론이 대체로 우세한 상황이다. 이러한 여론을 묶어줄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충북대 통합반대 학생연합’을 구성하게 됐고, 시위까지 나서게 됐다. Q. 이렇게 독자적인 조직을 구성한 이유는?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 A. 견해 차이가 조금 있다고 생각한다. 비상대책위원회나 중앙운영위원회의 경우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비상대책위원회의 경우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과 통합 내용의 수정을 바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현 상황에선 완강히 통합을 반대하겠다는 입장이다. Q. 한국교통대학교와의 통합을 반대하는 것은 글로컬30 사업에 대한 반대와 동일한 것인가? A. 그렇지 않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학교가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30 사업을 추진했다는 것에 있다. 통합이라는 전제를 깔고 가지만 않았어도 이토록 학생들의 반대가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글로컬30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교통대와 통합을 한다는 소식을 우리 재학생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 그 이전까지 학생들에게 어떠한 일언반구도 없었다. 재학생과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통합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Q. 통합 찬반 투표에 관한 내용 중 ‘세 주체(교수, 교직원, 재학생) 중 두 주체가 반대하면 통합을 하지 않겠다’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논란이 상당하다. A. 지난 7월에 통합 관련 설명회를 개최했을 때, 총장님께서 세 주체 중 한 주체라도 반대를 한다면 통합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명회였던 만큼 공식적인 자리에서 하신 말씀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추후 투표 방식 합의 과정에서 이 말씀을 뒤집으셨다. 세 주체 중 두 주체가 반대해야 (통합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말을 바꾸니 학교에 대한 재학생의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또 대학은 교수와 교직원, 학생이 모여 운영되는 곳이다. 한 주체의 의견이 다르다고 그 주체만 빼고 운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학교 측의) 납득이 가능한 설명이 필요하다. Q. 세 주체 중 재학생만 투표 방식이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던데. A. 비상대책위원회 측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오프라인으로 투표를 진행하게끔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세 주체의 투표 방식이 모두 동일해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Q. 현재 통합 논의에 대한 학생들의 여론은 어떠한가? A. 우리 단체에서 파악한 바로는 통합 반대가 압도적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교육 장소가 바뀔 가능성도 있고, 반드시 찬성을 해야 할 어떠한 이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론이 그대로 반영된다면) 찬반투표에서도 반대가 많지 않을까, 우리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Q. 지난 수차례의 설명회와 토론회에서 고창섭 충북대학교 총장이 다소 문제시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고 제기한 적이 있다. 어떤 내용인가? A. 총장님께서 학생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만한 발언을 좀 하셨다. 예를 들어, 토목공학과 학생이 질의했을 때 ‘노가다’라는 단어를 사용해 비아냥처럼 들릴 수 있게 말씀하신다든지. 그리고 조금 전에 이야기했던 ‘세 주체 중 한 주체가 반대하면 (통합 추진을) 하지 않겠다’라고 말씀하신 것을 한 사범대 재학생분께서 확답을 받고자 재차 질문했는데, 이때 ‘사범대는 교수와 학생이 이렇게 소통이 안 되느냐’, ‘한국말 못 알아듣느냐’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외에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신 자극적인 발언 때문에 교통대와도 상호 간 존중을 훼손하는 불필요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 Q. 학교 측은 통합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 통합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보는지. A. 우리 단체는 (교통대와의) 통합 시도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지, 통합되고 난 뒤 어떤 식으로 운영될지에 대해선 논하고 있지 않다. 일단 당장은 통합을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하다. 그 뒤에 만약 통합이 결정된다면 그때부터 통합 방법 등에 관해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학교에서 제시한 방법이 과연 옳을지는 더 오랜 시간 고민과 논의를 거치고 나서 (교통대와)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 학교 내부에서만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으로나, 과정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Q. 학교 측에서 설명회나 토론회를 열고 있는데, 그럼에도 학생들의 여론이 쉽사리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A. 우선 우리 단체는 지금까지 열렸던 모든 설명회와 토론회에 참여했다. 하지만 (우리 단체가 보기에) 여러 문제가 있다. 사실 첫 번째 설명회의 경우, 사업에 관한 내용을 하나도 알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이를 충실히 설명해 줘서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이후 재차 설명회를 했을 때, 새로운 내용이 아닌 기존 내용을 다시 되풀이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또 학생들에게 충분한 질의응답 시간을 보장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만약 재학생의 의견이 반영됐다면 이후 있을 설명회에서 유의미한 내용 변화가 있었어야 했는데 그런 점은 전혀 없었다. 재학생으로선 ‘우리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Q. 교통대 재학생들과 적지 않은 부분에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두 학교 간 소통을 시도하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나? 혹은 소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A. 우리 단체에선 없었다. 우리 단체는 비공식적인 단체인 만큼 학교를 대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 단체가 파악하기엔) 비상대책위원회 측에서도 교통대 학생들과 소통을 따로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두 학교 간 소통을 위해선 공식적인 채널이 필요하다. Q. 통합 찬반투표 직전까지 추가적인 행동 계획이 있는지. A. 지속적으로 학생들의 여론을 파악해 재학생 사이에서 구심점을 모을 수 있는 역할을 계속 담당할 것이다. 또 대자보나 현수막을 통해서 우리 입장을 계속해서 전할 생각이다. 다음 주 찬반 투표 전에 할 수 있는 추가적인 행동에 대해선 논의 중이다. Q. 추가로 하고 싶은 말씀은? A. 우리가 내는 목소리가 학교 측이 추진하는 계획에 더 반영됐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가 이 ‘충북대 통합반대 학생연합’을 구성하고 활동하게 된 이유다. 앞으로도 우리 충북대학교가 역사를 이어가면서 충청북도의 대표 학교로서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로컬 30 사업으로 한국교통대학교(이하 교통대)와의 통합이 예정된 충북대학교(이하 충북대)에서 재학생이 주도하는 통합 반대 시위가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12일 ‘충북대 통합반대 학생연합’은 충북대 개신 캠퍼스 대학 본부 앞에서 교통대와의 통합을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날 시위엔 주최 측 추산 150여 명의 재학생이 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위에 참여한 충북대 재학생들은 △통합 이후 교명을 변경하지 말 것 △동일 졸업장을 수여하지 말 것 △타 캠퍼스로 학과 이전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학교 측의 통합 추진 시도를 규탄했다. 이날 재학생들은 대학 본부 앞에서 교통대와의 통합을 추진하는 학교 측을 규탄하는 구호를 수차례 외쳤다. 또 주최 측은 충북대의 로고가 담긴 사진을 걸어두고 분향 퍼포먼스를 펼쳤다. 대학 본부 앞에서 예정된 계획이 모두 끝나자 재학생들은 줄을 지어 개신문화관 옆까지 느린 속도로 행진을 벌였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충북대 재학생 A씨는 “대학의 주인은 학생인 만큼 통합 과정에서 학생의 목소리가 반영되길 바라는 마음에 오늘 행사에 참여했다”며 “(학생들의) 목소리가 더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 참여하고 싶다”고 소감을 남겼다. 시위를 주최한 충북대 통합반대 학생연합 관계자는 “이날 시위에 참여한 재학생 외에도 반대 서명을 통해 의견을 내주신 분이 많이 계신다”라며 “계속해서 통합 반대 활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반대 학생연합 측은 찬반투표 전날인 18일에 추가적인 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충북대에선 교통대와의 통합을 두고 재학생들의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충북대 중앙운영위원회는 지난 6일부터 피켓 시위와 묵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학교 측은 재학생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글로컬30 사업 및 통합 설명회와 토론회를 열고 있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여론 뒤집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창섭 충북대 총장은 지난 13일 학교 공식 블로그에 담화문을 게시했다. 고 총장은 “통합논의와 사업계획서 준비 내용에 대해 소상히 알려 드리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며 “대학 간 통합은 매우 민감하고 어려운 일이기에 통합 과정에서 많은 논란과 갈등, 아픔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충북대는 오는 19일 교수, 교직원, 재학생을 대상으로 통합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충북대와 교통대는 해당 투표 결과를 10월 글로컬30 사업 본계획서에 담아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여름방학에 가족과 함께 제주도로 떠났다. 호텔과 비행기 표만 예약하고 무작정 비행기에 올라탔다. 3명 이상 여행을 갈 땐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나기 쉽지 않다. 사람마다 여행 취향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계획을 짜다 의견이 충돌하면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이유로 여행 전부터 걱정이 앞섰다. 첫날에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다음 목적지를 정했다. 계획이 없는 게 불안해선지 핸드폰으로 근처 카페를 찾기 바빴다. 우리는 카페에 도착해 음료가 나오기도 전에 바다로 갈지 또 카페에 갈지 찾았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해가 졌고 우리 가족은 호텔에 도착했다. 그래도 여행의 묘미는 취침 전 시간이 아닐까 싶다. 수학여행에서 자는 척하며 수다 떨던 밤, 기숙사에서 사귄 친구들과 밤새 떠들던 날 등등. 나이가 든 후엔 식구 4명이 한 방에서 다 같이 자는 날은 여행이 유일한 것 같다. 이날도 밤을 지새워 하하 호호 수다 떨다 웃음소리에 잠을 청했다. 우리 가족은 방학마다 제주도에 간다. 1년에 2번 정도 말이다. 6년 전에는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 가족은 한 달 살기 이후 “모든 제주도 해수욕장의 짠 맛이란 짠 맛은 다 보고 왔다”고 장난삼아 얘기한다. 수영이 지루해지면 하루는 수영 대신 낚시를 했고 하루는 바다 앞에서 그림을 그렸다. 이 여행 덕분에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넓어졌다. 낯선 곳에서 한 달 동안 적응하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그래서 제주도를 자주 찾게 된다. 평소 나는 현실을 반영한 그림만 그렸는데, 이때 그린 그림을 보면 인물화보다 풍경화와 추상화가 많다. 그림에서 달라진 심리상태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여행을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 그림이든 영상이든 기록물로 남기면 차후에 봤을 때 그 당시 심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날엔 우도에 갔다. 우리 가족이 뽑은 제주도 바다 1위는 우도 산호해수욕장이다. 그러나 우도에 갈 계획이 없었기에 바다에서 놀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바다에서 놀게 되면 숙소가 없어서 공용 샤워실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빠는 다 큰 딸들을 공용 샤워실에 보낼 수 없다며 하루 종일 우도 민박과 펜션을 찾아봤다. 결국 하나 남은 곳을 예약할 수 있었다. 다만 예약한 곳이 산호해수욕장과 거리가 멀어서 숙소와 가까운 우도 하고수동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계획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며 우울해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좋았다. 하고수동해수욕장은 지나가다 본 적만 있지 물놀이를 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나 그리고 동생은 물을 정말 좋아한다. 예를 들어 풀빌라에 가면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수영을 한다. 그만큼 물놀이를 좋아한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바다 물놀이는 야외이기에 어려움이 있다. 피부가 약한 편이라서 살이 타지 않고 화상을 입거나 피부가 벗겨진다. 그래서 해녀분들처럼 입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물놀이용 신과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바지 수영복, 손까지 내려오는 긴 팔 래시가드, 얼굴을 가려주는 챙 모자까지. 게다가 그 위에 티 하나를 더 입는다. 얼굴에는 선크림을 2종류 이상을 바른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해야 편하게 놀 수 있다. 주로 물고기를 구경하고 조개를 잡고 튜브를 타는 등 그냥 물에 둥둥 떠다니며 논다. 3시간 정도 놀았을까. 물을 마실 겸 나와서 쉬고 있었다. 뒤에서 투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말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말 주인과 함께 목욕을 즐기는 듯했다. 갑자기 똥을 싸더니 그 물에서 다시 신나게 목욕을 했다. 주인 분은 슬리퍼로 똥을 으깨고 계셨다. 뒤에서 또 말 우는 소리가 들려서 돌아봤다. 망아지가 엄마한테 빨리 나오라고 소리치듯 발길질하고 있었다. 바다 안에 있던 말은 어미 말이었는지 물 밖으로 나와 망아지와 함께 나란히 걸어갔다. 처음 보는 장면이어서 그랬을까? 그림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계획했던 산호해수욕장에 갔더라면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가족은 말들의 뒷모습이 작아질 때까지 쳐다봤다. 셋째 날은 아버지의 버킷리스트인 국밥집에 갔다. 하루에 100그릇만 파는 집이라서 오픈런을 했다. 아버지는 아이 같은 미소를 보이며 가게가 문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우리 가족은 1등으로 들어가서 주문을 했다. 아버지는 기대한 것보다 더 맛있다며 밥을 2공기 드셨다. 그리고 우뭇가사리로 만든 푸딩 가게인 ‘우무’ 본점도 오픈런을 했다. 맛별로 2개씩 골랐더니 거의 10만 원 정도 나왔다. 부모님께서 맛별로 드시더니 “내일도 꼭 오자”며 2호점을 찾아보셨다. 사람들이 오픈런을 하면서까지 일찍 일어나고 줄을 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해 봤다. 듣기론 남들보다 먼저 산다는 성취감이 크다고 한다. 우리 가족은 그것보다도 호기심이 큰 것 같다. 얼마나 맛있길래 줄까지 서서 먹는지 확인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지루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먹은 음식들은 다 맛있어서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넷째 날은 카트를 타러 갔다. 카트를 타면 동시간대 경주한 사람들과 경쟁한 순위가 나온다. 1등을 하고 싶었던 나머지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전력 질주를 했다. 코너를 돌다가 죽을 뻔했다. 사실 과장이다. 위험할 뻔했다. 결국 3번 만에 3등을 거머쥐고 나왔다. 내가 이렇게나 경쟁심이 강한 사람이었는지 몰랐다. 이처럼 여행은 일상에서 몰랐던 나 자신을 조금씩 보여준다. 여행을 마치고 비행기에 타니 편안함이 온몸에 뿌리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번 여행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다 같이 여행을 가도 누구는 힘들었을 수도 있고 누구는 좋았을 수도 있다. 우리 가족은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이번 여행은 여행다웠다고 말이다. 계획을 짜고 간 여행이라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기면 그 기억이 더 오래 남게 되는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호기심, 사랑, 미움, 기쁨, 슬픔, 욕망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왔다.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만으로도 소중한데 계획하지 않아서 발생한 일들과 일상생활에서 몰랐던 나 자신까지 깨닫게 돼서 더 값진 추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