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가 지난 1일 변경된 송도캠퍼스 운영 계획안을 의결했다. 현재 글로벌캠퍼스(글캠) 소속인 바이오메디컬공학부와 2024년 글캠에 신설 예정인 Finance & AI융합학부 등 2개 독립학부가 이전될 예정이다. 학교 법인(동원육영회)은 이날 2023년 제8차 이사회를 열고 ‘송도캠퍼스 위치변경계획 승인 신청서 변경 제출안’을 의결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송도캠퍼스는 Finance & AI융합학부(Finance학부) 와 바이오메디컬공학부(바메공) 등 2개의 독립학부로 운영된다. 총 정원은 100명이다. Finance학부는 금융 및 ESG, 빅데이터 등을 특화한 학과다. 학교에 따르면 2023년 9월 현재 Finance학부는 2024년 글캠에 신설 예정이지만, 추후 기존 글캠 소속이던 바메공과 함께 이전될 방침이다. 이날 의결된 계획안은 학교가 기존 계획했던 송도캠퍼스 운영안에서 변경된 사항이다.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송도캠퍼스는 3개 독립학부(핀테크학부, ESG학부, 바메공 등 총 인원 100명)로 운영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학교가 교육부에 제출했던 운영안 중 2개 독립학부(ESG학부, 바메공)가 ‘첨단분야 심의위원회’ 사전심의에서 반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광호 기획조정처장에 따르면, 해당 학부들이 첨단분야로 미인정돼 학과 이전 특례를 적용하기 부적합하다는 것이 사유였다. 이에 학교는 이날 의결된 변경안을 교육부에 추후 다시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안건에는 Complex, 기숙사, 부지공사 등 송도캠퍼스에 대한 구체적인 소요비용 계획안도 포함됐다. 학교는 2007년 인천시와 MOU 체결을 시작으로 송도캠퍼스를 제3캠퍼스로 추진해왔다. 최초 계획은 2016년 개교를 목표로 서울캠퍼스 내 대학원 이전과 학부 신설 등이었다. 그러나 캠퍼스 부지 확정과 토지 매매 이후 뚜렷한 진전 없이 시간이 흘렀다. 송도캠퍼스는 2019년 5월에서야 첫 삽을 떴다. 허허벌판이었던 부지에는 이듬해 2월 국제교육센터 건물이 들어섰다. 그러나 해당 건물은 사용되지 않은 채 방치돼왔다. 오기영 기자 (oky98@daum.net)
‘8세 미만 어린이 손님 받지 않습니다’ 일명 ‘노키즈존(No Kids Zone)’이라고 불리는 한 카페의 입구에 걸린 문구다. 노키즈존은 영유아와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업소다. 영업장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아이들이 소리지르거나 뛰어다니는 등 다른 손님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동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특정 연령대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노키즈존만이 아니다. 지난 5월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60대 이상 성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된 카페를 자주 이용한다는 한 누리꾼은 해당 게시물에 "여성 점주가 60세 이상 남성에게 성희롱을 당해 곤혹스러운 경험을 겪었고, 이를 계기로 노시니어존을 지정했다"고 답글을 달았다. 이에 누리꾼들은 “특정 나이대의 출입을 제한하는 건 차별이다” “언젠가 우리 모두 노인이 될 것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사장은 이유 없이 제한하지 않는다” “진상 때문이겠지” 등 노시니어존을 옹호하기도 했다. 최근 노키존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NO존'이 등장하고 있다. NO존은 청소년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틴에이저존’, 특정 직업군의 출입을 막는 ‘노교수존’ 등 다양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사회 곳곳에서 NO존이 등장하며 ‘NO존이 특정 연령대와 집단에 대한 차별이 아닌가’에 대해 많은 갈등이 오가고 있다. "NO존 이해해" 찬성 여론 더 커... '특정 집단 배제' 지적도 지난 5월 한국리서치가 조사(시민 1000명 대상)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73%는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가게는 수용 가능하다”고 답했다. 특히 초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는 응답자 69%가 허용 가능하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각종 NO존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대체로 높았다. 응답자 중 57%는 노시니어존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노스터디존이나 노튜버존등 행위에 따른 입장 제한에 대해서도 72%의 응답자가 허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NO존을 존중 가능하다는 의견이 대체적으로 앞서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NO존이 가게를 운영하는 업주의 자율적인 선택인지, 특정 세대나 직업군 등을 배척하는 차별적 행태인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음식점/카페 등을 방문했을 때, 누군가로 인해 피해를 겪었던 경험이 있나? 10대 A씨) 카페에 공부하러 갔을 때 옆 테이블 노인들이 너무 큰 목소리로 대화를 나눠서 공부에 방해가 된 적이 있다. 당시 카페 음악소리가 굉장히 컸는데, 음악소리보다도 목소리가 더 커서 머리가 아팠다. 40대 E씨) 음식점에서 식사할 때 아이가 너무 크게 울고 보채서 방해를 받은 적이 있다. 그래도 대부분은 부모가 아이를 금방 진정시켜 괜찮았다. 50대 F씨) 옆 테이블에 앉은 아이들이 밥을 먹으며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 상대방과 대화가 잘 안돼 종종 화가 났다. 옆에서 제지하는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데, 어떤 부모들은 이를 방치해서 답답했던 적도 있다. Q. NO존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10대 B씨) NO존을 굳이 만들어야 했을까? 일반적인 부모들은 아이들이 시끄러우면 아이를 데리고 자리를 피한다. 대부분의 중장년층은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만큼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예외적인 상황’ 때문에 NO존을 만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20대 C씨) NO존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일부 공감한다. 다만 노키즈존이나 노시니어존 같이 특정 집단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부모들이 통제할 수 있다. 특정 나이대를 일반화하면서 가게 출입을 막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50대 F씨) NO존은 ‘자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업주의 가장 큰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다. 특정 연령대의 출입을 제한할 경우, 업주는 그만큼 고객을 잃을 수 밖에 없고, 결국 더 큰 이윤을 포기하게 된다. 그 피해를 감수하면서 내린 결정인 만큼 이는 사업주의 권리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안타까운 부분은 ‘왜 지금 이 시대에 이런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가’이다. 지금은 자신의 권리만 찾고 불편은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현재 한국 사회는 ‘자신의 불편을 감수하고 타인의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사회적인 여건이 상당히 악화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NO존? YES존도 있다 최근엔 아이들의 출입을 허용하는 ‘예스키즈존(Yes Kids Zone)’ 매장도 늘고 있다. 예스키즈존은 아이들이 노키즈존으로 인해 사회로부터 배제되지 않고 공공장소 질서와 예절을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강원도 태백에서 예스키즈존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조선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를 데리고 제주도에 방문했다가 가게에서 안 좋은 일을 겪고, 본인은 그들과는 반대로 생각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경험을 계기로 예스키즈존을 운영하게 됐다”며 “커다란 사회 속에서 아이들이 질서를 배우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YES존을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하는 곳도 있다. 서울시는 2022년 9월말부터 아이와 함께 식당을 방문해야 하는 양육자의 부담을 줄이고자 ‘서울키즈 오케이존’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아이와 함께하는 외출이 걱정 없고 즐거운 일상’이라는 목표 아래 현재 500여 개의 업소가 운영 중에 있다. NO존의 반대급부로 생겨난 'YES존', 인터뷰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Q. YES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10대 B씨) YES존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NO존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YES존이 나타난 것이지만, 일반 음식점(특정 연령대를 차별하지 않고 영업하는)과 다른 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YES존은 본인들의 가게를 홍보하려고 이용하는 마케팅 전략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20대 D씨) YES존은 NO존의 반대급부이지 않은가? 굳이 없어도 되는 NO존으로 인해 YES존이 나타났기에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사회라면 NO존과 YES존 둘다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정 나이대의 사람들도 가게에 자유롭게 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YES존을 만들어가면서 당연한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40대 E씨) YES존은 필요하다. 특정한 사람들을 차별하는 NO존에 의해서 아픔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수 있게 한다. 다만 NO존의 완전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50대 F씨) NO존으로 인해 특정한 사람들이 식당을 이용하지 못하다보니 자유롭고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하는 곳이 YES존이다. YES존 식당은 일반 사람들이 타인의 소란에 대해 민원을 넣어도 사업주가 “우리 식당은 YES존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이 부분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자유롭게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타 식당에 비해 YES존을 더 많이 방문할 것이다. 결국 사업주는 NO존이나 YES존 모두 더 높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다만 NO존과 YES존 모두 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매우 안타깝다. 서로 이해와 관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불편함을 조금 감수한다면 이런 논의가 필요없다. Q). NO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YES존이 아닌 다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20대 D씨) 인위적인 대응책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개인의 문제이지, YES존으로 바로 잡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공공장소에서 예절을 지키지 않는 몰상식한 행동은 개개인의 노력으로 충분히 해결가능한 문제다. 40대 E씨) NO존이 생겨난 결정적인 계기는 특정인들의 일탈 때문이다. 개인의 문제를 마치 전체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특정 장소 출입을 막는 것은 옳지 않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NO존을 지양한다면 대응책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 NO존과 관련해 전문가들도 다양한 의견을 내비쳤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톨릭평화신문에 “NO존의 경우, 연령 차별이고 어떠한 형태로든 연령 차별은 바람직 하지 않지만, 이는 동시에 업주 개인의 자유로운 결정”이라면서 “이 문제를 법적 규제 등 강제적으로 시정하도록 해선 안 되며 존중할 필요는 있다”고 언급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파이낸셜뉴스에서 “해당 문제를 차별로 단정 짓고 단순히 법적 해결로 접근하게 되면 갈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인 원인을 살피고 서로의 차이와 다름을 이해하려는 관용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0년 전에도 부모가 제대로 교육하지 않아 식당에서 난동을 부리는 아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때와 달리 ‘왜 지금은 특정 집단의 출입을 배제하는 업소가 많이 생겨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원초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민주 사회의 기본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NO존’은 그 기본에 반하는 개념이다. 특정 집단 전체를 배제하는 NO존은 사실상 ‘극단’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자신의 불편을 감수하고 타인의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사회적 여건이 상당히 악화됐다. 이 사회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협의하고 조정하며 살아간다. 이제 ‘우리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화림 기자(hwalimshin@naver.com) 정현채 기자(good3055@naver.com)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38호 : '청년의 시점으로 바라본 세상은'에 실린 기사로, 2023년 7월에 작성되었습니다.
지난 1월 종합일간지 세 곳(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의 간부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사이에서 수억원 상당의 돈거래 정황이 포착됐다. 해당 언론사들은 각각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건 파악에 나섰고, 돈거래를 한 당사자 3명은 모두 기자직을 내려놓게 됐다. 김만배와 세 간부의 공통 분모는 법조기자단이다. <한겨레>가 발표한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법조라는 출입처는 “기자이자 부동산 사업가인 김만배가 20여 년 활동해 온 환경이자 토양”이었다. 실제로 김만배와 금품거래 정황이 있거나 화천대유에 임직원으로 영입되는 등 관련성을 보인 언론인 10명 중 8명은 각 언론사 법조팀장 출신이다. 한겨레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은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법조브로커로 알려진 김만배가 기자단에서 주로 하는 일은 친분 유지였다”면서 "검찰이나 출입처에 있는 사람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 (상호간의) ‘민원’을 해결하는 역할을 했기에, 법조기자단 문제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까다로운 법조기자단 가입 요건 법조기자는 서울 서초동의 대법원과 서울중앙지법,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팀 단위로 근무한다. 법조기자단은 네 곳의 기자실을 총칭한다. 법조기자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법조팀장들이 모여 있는 대법원 기자단에 가입을 신청해야 한다. 이후 6개월 동안 최소 3명의 기자가 법조 관련 기사를 보도하면 요건이 충족된다. 그 다음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서울중앙지법 소속기자단이 재적인원 3분의 2 이상 출석한 가운데 투표를 진행한다. 과반수가 찬성하면 1차 심사를 통과한다. 다만 대법원 기자실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모든 과정은 정성평가로 이루어진다. 취재 편의를 제공하는 법원과 검찰 법조기자단은 취재 과정에서 법원과 검찰청으로부터 편의를 제공받는다. 까다로운 가입 조건과 더불어 폐쇄성을 지적받는 또 다른 이유다. 기자단에 속하지 않으면 기자실을 이용할 수도, 출입증을 발급받을 수도 없다. 2021년 12월 <미디어오늘>과 <뉴스타파>, <셜록> 등은 각각 서울고등검찰청과 서울고등법원에 출입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이들은 모두 법조기자단에 속하지 않은 상태였다. 사실상 취재 요청을 거부한 것과 다름없다. 이후 <미디어오늘>은 서울고법에 <뉴스타파>와 <셜록>은 서울고검에 소송을 제기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022년 12월 1일 최종 패소했고 <뉴스타파>와 <셜록>은 1심 승소 후 2023년 8월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미디어오늘>의 최종 패소 이후 성명을 통해 “대법원 판결이 법조출입처 제도의 문제를 정면으로 대하지 않고 회피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법조기자단의 취재 관행 통신사 기자 A씨는 법조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한 언론사는 어떤 방식으로 취재하냐는 질문에 “많은 불편이 있는 건 사실이다. 기자실에 못 가고 출입증조차 받지 못한다”며 “의미 있는 기삿거리를 찾아내는 게 사실상 어려워 많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답했다. 물론 법조기자단에 속하더라도 모든 취재가 수월하진 않다. 인터넷 매체 기자 B씨는 “수사 주체인 검찰은 기자들이 알아내고자 혈안이 된 정보에 있어 당연히 갑의 위치에 있다. 이런 정보를 ‘미끼’로 검사가 기자를 길들인다는 건데, 단독이나 특종을 위해 기자 입장에서는 검사들이 평소에 보도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에 대해서는 보도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검사의 한마디에 의존하기도 한다. 종합일간지 기자 C씨는 “티타임* 이나 정식 공보를 통해서는 많은 정보가 나오지 않다 보니 친분 있는 검사들이 알려주는 정보에 의존하게 된다”며 “일방의 입장인 검찰발 정보가 비중 있게 담긴 기사를 쓰다 보면, 기사가 검찰이 원하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고 언급했다. *티타임: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에 대해 검찰 중간 간부급인 차장검사가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하는 ‘비공개 정례 브리핑’ 언론사가 자사 법조기자에게 요구하는바 또한 크다. B씨는 “법조팀이라는 게 일반적으로 언론사 내에서 엘리트 기자들만 오는 곳이라서 하나같이 자부심이 강하다”며 기대에 부응할 필요를 느끼고 타사 기자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검찰의 힘이 더욱 강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법조기자단이 경쟁적인 형태는 아니다. A씨는 “법원 같은 경우 (기자) 상호 간 예의를 중시하고 협력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수많은 재판을 모두 들여다볼 수 없기에 법조기자단 내부에서 언론사마다 돌아가며 (재판 내용을) 받아적고 공유한다. 일종의 공조다. 기자단에 속하지 않으면 이런 과정에 참여하기 어렵긴 하다”고 첨언했다. 검찰발 보도가 가지는 딜레마 정보를 가진 자와 캐내려는 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은 편향적 보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박홍기 성균관대 초빙교수(전 서울신문 상무)는 “어느 날 검사가 넌지시 특정 기자에게 수사 상황을 흘린다면, 기자가 다각도로 검증은 하겠지만 검사의 말을 (일단) 신뢰할 것”이라며 “검사가 검찰 조직 차원에서 수사 내용을 흘리면 검찰에 유리하게, 검사의 의도대로 보도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김 “검찰 수사 단계에서의 피의사실은 한 쪽의 주장일 뿐 확정된 진실은 아니다. 그런데 언론이 (검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면 이러한 보도를 접한 다수의 시민들은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피의자를 범죄자로 바라보게 되고, 이는 무죄추정 원칙에 위반된다”며 “피의자가 받게 될 고통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검찰발 보도를 검찰 편향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검사 출신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에 흘려주는 관행이나 티타임은 피의사실 공표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 수사 진척에 대한 객관적인 상황을 알리는 것”이라며 “(검찰이) 말을 하지 않으면 (기자는) 취재를 할 수 없고, 수사 상황이 다르게 보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은주 <한겨레> 법조팀장 역시 “검찰 보도를 단정적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며 복잡한 법조 보도 관행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기자가 압수수색 등의 정황으로 변호사나 검사에게 관련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검찰발 보도가 모두 흘려주는 정보를 받아먹는 형태로 구성되지 않는다. 단순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쉽게 폐지할 수 없는 법조기자단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출입처를 쉽게 없앨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언론사들은 뉴스를 제시간에 제작하고 기자들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분담하기 위해 출입처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법조기자단 역시 주요기관으로부터 뉴스가 될 만한 정보를 상시 공급받을 수 있다. A기자는 “(출입처라는) 폐쇄적인 조직은 단점도 존재하나 어느 정도 순기능도 있다”며 “인터넷이 발전하며 언론사라고 보기 힘든 매체도 많아진 게 현실이다. 이런 매체들이 모두 검찰이나 법원으로 향한다면 혼란이 야기될 공산이 크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법조기자단에 대해 “검찰과 긴장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못 하면 비판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C기자 역시 “출입기자단이 뭉쳐 거대 국가기관의 결정에 항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고 설명했다. 개편 방향은? 이른바 ‘김만배 사건’ 이후 <한겨레>는 자체 진상조사위를 꾸려 돈거래 사건의 발생 원인과 그 영향을 분석한 뒤 재발 방지를 위해 보도 관행의 변화를 약속했다. 정 팀장은 “법조 매뉴얼을 만들고 모니터링도 시작했다. 매달 법조기사가 어떤 식으로 나오고 무슨 장단점을 가졌는지 등 타사와의 차이를 비교한다. 긴 호흡의 사건과 재판 과정을 읽기 쉽게 기사로 만드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한 기자가 한 사건을 전담해 취재하는 방법도 시도하고 있다. 초창기라 성과를 따지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검사와 기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 교수는 “전지적 검찰 시점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 제도와 관행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미국은 페이서(PACER: 연합법원의 소송서류 공개시스템)라는 제도를 통해 사법 정보를 대부분 공개한다. 우리나라도 정보공개법이 있지만 공개성과 투명성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정보공개가 이뤄진다고 볼 수는 없다”며 “정보가 곧 힘이 되는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조기자단의 변화만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교수는 “검찰 권력이 압도적인 이유는 국민과 정치인이 그곳에 가장 큰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을 법으로 끌고 가기도 한다. 한편 현재 우리사회에서 법조계에 대한 신뢰는 매우 낮다. 검찰 수사의 편향성이나 법원 판결의 불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되지만 또 모든 걸 법조계로 가져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며 사회 전반의 자성을 촉구했다. 수십 년간 문제로 제기된 검찰과 언론의 관계, 법조기자단의 폐쇄성이 김만배 사건을 계기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언론계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으며 보도 관행의 변화를 모색하는 긍정적 시도도 돋보인다. 비리의 토양으로 전락한 법조기자단이 어떤 ‘토양’으로 탈바꿈할지는 앞으로의 움직임에 달렸다. 김혜중 기자(khj991222@gmail.com)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38호: '청년의 시점으로 바라본 세상은'에 실린 기사로, 2023년 7월에 작성되었습니다.
한국영상대학교 카카오 이모티콘이 9월 11일 (월) 출시 했다. 수시 1차 모집을 맞춰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한국영상대학교 입학홍보팀 카카오 채널을 친구 추가를 하면 "영상이"를 30일간 무료로 사용 할 수 있다. 신입생, 재학생, 졸업생 2024년 들어오게 될 입시 준비생 모두 사용 가능하다. 우리 대학 로고처럼, "ㅎ, ㅅ" 으로 이용하여 학교 로고를 친근하게 보이게 했다. 다양한 움직이는 이모티콘, 감정표현, 한국영상대와 관련된 총 26개 장면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한국영상대학교 수시 모집, 정시 모집 일정은 아래와 같다. ▶수시 1차 모집 : 2023.09.11(월)~10.05(목) ▶수시 2차 모집 : 2023.11.10(금)~11.24(금) ▶정시 모집 : 2024.01.03(수)~01.15(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19년 이후 대학 내 체육대회가 다시 무대로 돌아온다. 이번 체육대회는 단과 학생회장단으로 구성된 제31대 대의원회에서 기획하고 주최하게 되었으며, 학교 내에서 오랜 기간 동안 열리지 않았던 기대감 넘치는 스포츠 축제가 2023년 9월 26일 화요일 오전 9시부터 한국영상대학교 운동장에서 개최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취소되었던 체육대회가 돌아온 것은 학생, 교직원, 학교 커뮤니티 전체에게 큰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사료된다. 이번 체육대회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통해 학우들의 우정과 열정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킬 것으로 사료된다. 행사 일정 및 장소 일시: 2023년 9월 26일(화) 오전 9시부터 장소: 한국영상대학교 운동장 이번 체육대회는 축구, 피구, 줄다리기, 장애물 이어달리기 등 다양한 종목에서 열리며,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스포츠 정신과 활기찬 경기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자세한 체육대회 정보를 위해 체육대회 총기획자 제31대 대의원장 오세미학생을 만났다. Q. 이번 체육대회가 4년 만에 개최되는 것은 어떤 배경이 있는 것인가요? 그 동안 어떤 변화와 노력이 있었나요? 이번 체육대회는 코로나 확진자 감소로 코로나19 사태 관련 교육부 지침 및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됨에 따라 중단되었던 교내 행사들을 부활시키고자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학생 복지 차원에서 여러 가지 행사, 이벤트들이 진행되었으나 코로나 이전의 것들을 되살리는 것 역시 한국영상대학교의 전통을 이어나가는 부분에서, 또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했고, 이에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중단되었던 행사를 갑작스레 다시 진행하게 되면서 교비 지원금이 책정되어 있지 않았고, 학생회비 수급에 어려움이 있어 예산 산정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행사를 진행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비록 규모는 이전보다 작을지라도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체육대회의 주요 목표와 목적은 무엇인가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건가요? 학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활력소가 되어주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며, 궁극적으로는 학과 선후배들 간의 화합, 교직원들과 학생들 간의 화합이 이루어진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영상대 학우들에게 학교생활을 함에 있어 성적을 비롯해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후배, 동기들과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즐거움과 교훈, 추억 역시 소중하다는 것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Q. 체육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학생들과 학교 커뮤니티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나요? 물론 주최 측의 입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승리와 패배가 필연적으로 따라 붙는 것이 스포츠이기 때문에 경기 진행 방식 또는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잘못된 경기 운영으로 학우 여러분의 축제를 망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이렇듯 예외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학교와 학생들이 활기를 띄고 체육활동에 더 관심을 가져 같은 학과 선후배를 넘어 타 학과 학생들과의 친목 도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체육대회 이후에도 학교 내에서 체육 활동을 지속적으로 장려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이 있을까요? 교양 교과목에 스포츠 관련 과목을 개설하는 것, 스포츠 동아리를 개설하는 것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 중입니다. 교양 교과 개설의 경우 지속적인 건의를 통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상황입니다만, 스포츠 동아리 개설은 신청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부디 학우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Q. 대의원회는 앞으로 학교에 어떤 역할을 해나갈 것인가요? 향후 프로젝트 또는 이벤트에 대한 계획이 있나요? 이전까지의 대의원회 선배님들이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를 통해 많은 노력과 수고를 해주셨습니다만, 체육대회 이후 대의원회는 감사기관, 최고 의결기관으로서 그 역할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이번 체육대회는 개강과 동시에 바로 진행되어 총학생회에서 진행하기에는 일정이 촉박했기 때문에 대의원회에서 주최하게 되었습니다. 허나 이후부터는 저희가 맡은 역할에 있어 미흡했던 점을 더 보완해나가는 것에 방점을 두고 감사 결과를 새롭게 개설한 대의원회 인스타그램 계정, 학과 공지방 등을 통해 학우 여러분과 공유하고, 학우 여러분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방면의 건의와 사업 추진에 집중하려 합니다. 이에 대한 내용 역시 대의원회 인스타그램에 게시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앞으로의 모든 교내 행사는 총학생회에서 주최하게 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추가로 현재 학생회비 납부액이 현저히 낮은 실정입니다.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도움 간곡히 기다리며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2일 '0902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가 국회의사당 일대에서 진행됐다. 숨진 서이초등학교(이하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맞이해 진행된 이번 집회는 주최 측 추산 30만여 명이 참여했다. 5000여 명으로 시작한 첫 집회 이래 역대 최다 인원이다. 이는 교원 전체 규모(약 50만 명)의 60%에 해당한다. 현장에선 추모와 더불어 교권 보호를 위한 정책과 법안 개정 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집회는 △묵념 및 추모 영상 시청 △전·현직 교사들의 자유발언 △현장 교사 정책 TF 연구팀 정책요구안 발표 △성명문 낭독 △‘꺾인 꽃의 행진’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숨진 서이초 교사의 대학원 동기, 함께 근무했던 동료 교사, 지도교수였던 홍성두 서울교대 교수도 자유발언으로 함께했다. 발령 전 함께했던 故 서이초 교사의 동료 교사 A씨는 "고인은 서이초 발령을 받은 뒤, '이름이 참 예쁜 학교'라고 좋아했다. 고인의 설레는 시작이 쓸쓸한 죽음으로 끝나 마음이 아프다"면서, "모든 선생님이 운에 기대어 1년을 버티기보다, 교사들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울타리 안에서 행복한 교육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서울교육대학교 교육전문대학원 초등미술교육전공 심우민씨는 “소중한 동기였음에도 서로 챙겨주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고, 슬프고 미안하다”면서, “고인은 삶을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와 축복으로 여겼던 사람이었다. ‘서이초 교사’로 표현되는 고인의 이름을 잊지 않겠다”고 추모했다. 집회 참여 교사들은 특히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에 대한 개정을 요구했다. 발언대에 오른 현장 교사 정책 TF 연구팀은 “교사에 대한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 정서적 학대 행위의 무분별한 적용으로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학생은 책임과 배려, 절제를 배우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에게 공동체 규범을 가르칠 수 있고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동학대가 되지 않기 위해 법 개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이행을 촉구했다. 대전광역시 교육청 소속 12년 차 교사 B씨는 “교육부가 제시한 교권 회복 방안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라며 “현재 방향은 문제 사안의 발생 원천을 차단하기보다는, 문제 상황 발생 후 교사를 돕겠다는 ‘사후처방약’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공교육 상황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현직 초등교사 C씨는 “순수한 마음으로 교실에서 교육하고 싶어도 손발이 묶여있는 게 현실이다. 공교육은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데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교육부와 정부에 “진정한 의미의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며 변화를 촉구했다. 교사를 꿈꾸는 예비 교사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집회 후, 예비 교사로서 참여한 성예림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이하 교대련) 의장은 “많은 현장 교사분이 공교육 정상화와 교권 회복을 집중적으로 외치는 이날에, 예비 교사들도 함께 목소리를 내면 좋겠다고 생각해 나오게 됐다”며 교대련은 9월 2일을 ‘예비 교사 집중 참여의 날’로 정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교권 회복 및 보호 종합 방안에 대해서는 “교대련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예비 교사 4명 중 3명, 약 70%가 '지금 교육부와 교육청이 내놓은 대책이 해결책이 아니다'고 응답했다”면서,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가 ‘공교육 멈춤의 날’ 참여자와 학교에 대해 징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그는 “지금 교육 현장이 바뀌어야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질 것이라 생각해서 행동한 것”이라면서, “교사가 교육할 권리, 학생이 수업받을 권리를 얻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탄압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지역으로 교생실습을 3번 나가면서, 선생님 한 명이 맡는 학생 수가 많아 한 아이를 온전히 봐줄 수 없는 환경임을 실습학교 선생님들의 목소리와 교생실습으로 느꼈다”면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교육부와 정부가 진정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정부와 교육부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의 49재인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하고 국회 앞 집회 등 추모를 예고했다. 교육부가 이를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현직 교사들의 반발이 커질 전망이다. 경기도 교육청 소속 3년 차 초등교사 D씨는 교육부의 엄정 대응에 “교육부만큼은 교사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해 줘야 하지 않냐”며 “교사의 편은 없는 거냐”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지난달 교육부는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와 「유치원 교원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안)」를 발표했으며, ‘여‧야‧정‧시도교육감 4자 협의체’는 교권보호 관련 입법 법안소위에 합의한 상태다. 관련 사안은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글: 권민제 기자, 박원주 기자 취재: 권민제 기자, 박원주 기자 사진: 권민제 기자 권민제 기자 (writming0314@gmail.com) 박원주 기자 (dnjswn0320@gmail.com)
제24회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지난 7월 1일 을지로 2가 일대에서 개최됐다. 지하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세종대로에서는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종교·보수 단체들이 대규모로 모였다. 퀴어들의 축제에 반대세력은 빠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퀴어축제지만 그들은 스스로 '초대받지 못한 손님'을 자처한다. 특히 보수 개신교는 '동성애 = 죄악'을 외치며 퀴어 및 퀴어를 지지하는 일부 진보 개신교에 극구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25개 단체가 모인 '무지개예수'는 서울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하는 등 성소수자 개신교도 및 성소수자와 연대한다. 외대알리는 무지개예수 소속의 섬돌향린교회 백순재 교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어릴 적부터 개신교 신자였나요? 제 모태신앙은 천주교예요. 엄마가 저를 임신하고 나서 성당을 다니기 시작하셨거든요. 천주교 집안까지는 아니었지만, 배경을 갖고 있었죠. 저도 초등학교 때까지는 성당을 다녔어요. 그런데 성당에 발길을 끊게 된 일이 있어요. 뚜렷한 에피소드는 없지만, 제가 9살쯤 '게이'로서 정체화를 시작했거든요. 동시에 본능적으로 '나는 성당에 있으면 안 되는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첫 영성체를 모시고 난 후에 발길을 끊었어요. 입대 전후로는 불교 내지 한국 무속 신앙에 심취했어요. 국악을 좋아했거든요. 무당이나 악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전통예술 공연단체에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전도됐어요. 알고보니 개신교 신자들이 중심에 있는, 조금은 특별한 팀이었거든요. 이후 섬돌향린교회를 만나기까지는 10여 년이 더 걸렸어요. 가톨릭 신자로 태어나 열 살부턴 무교(無敎), 스물 들어 무교(巫敎). 20대 중반에 개신교를 만나 30대 중반인 지금 섬돌향린교회에 정착했죠. 이게 제 신앙 발자취예요. Q. 어떤 계기로 한국 무속 신앙에 매력을 느끼셨나요? 한국 전통 공연 중에 가장 멋있고 고난도인 음악과 춤은 다 무속에서 나왔거든요. 가장 높게 쳐주기도 하고 학교 다닐 때 경험과도 관련이 있어요. 서울예대 극작과에 다녔는데 우연한 계기로 기생, 무당 할머니들에게 반했어요. 그들 모습에서 소수자로서, 나와 닮은 그들의 삶에 공명하게 됐던 게 컸죠. 이를 계기로 한국 전통 공연 예술에 매혹됐어요. Q. 20대 시절 전통예술 공연단체에서 전도되셨다고요? 이 단체는 생활 양식 자체를 과거에 유랑했던 광대패처럼 만들어가자는 모토를 갖고 있어요. 6살짜리 꼬마부터 60살 할머니까지 2~30명 정도가 합숙을 하는 엄청 옛날 방식의 도제식 공동체였죠. 그렇게 밀접하게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레 전도가 되었던 것 같아요. 특히 전통예술계에서 사제 관계는 부모와 자식 관계만큼 의미를 갖잖아요. 그러다 보니 커밍아웃을 먼저 했고, 이후 개신교 관점에서 사부님과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속 깊은 얘기도 나누면서 저절로 마음의 문이 열렸던 것 같아요. 재밌는 건, 이 교단은 보수 개신교에서도 오랫동안 이단 시비가 있었던 굉장히 특이한 소수 교단이었죠. 제가 있던 공연단체는 개신교보다 불교 및 무속과 밀접한 전통 예술을 하는 팀이라는 이유로 그 안에서조차 소수자성을 띠었어요. 그리고 저는 '퀴어' 당사자로서 또 한 겹 더 소수자인, 쉽지 않은 위치에 있던 것 같아요. Q. 깊이 몸 담았던 공연단체에서의 에피소드가 있나요? 신앙을 처음 고백한 날이에요. 사부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는데, 제가 딱 두 가지 질문을 했어요. 하나는 "그동안 제가 해 온 건 다 사랑이 아니고 죄였나요? 기쁘고, 슬프고, 애틋했던 그 마음들은 그저 사탄에게 놀아난 것뿐인가요?"였어요. 다른 하나는 "자살한 제 퀴어 친구들, 개신교도가 아닌 채로 삶을 마감한 가족들은 다 지옥에 가 있는 건가요? 전 이제 하나님의 자녀가 됐으니 그들을 다시는 볼 수 없나요? 그럼 저는 천국 가기 싫어요. 그냥 지옥으로 갈래요"였죠. 이 얘기를 하면서 20분 가까이 울었던 것 같아요. 사부님은 절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보다가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딱 한 마디 해 주시더라고요. 모호하고 막연한 답변이었죠. 하지만 그 대답을 듣고 이 길을 가보자고 결심하게 됐어요. 제게 종교는 기본적으로 알 수 없는 신비의 영역이에요. 인간의 마음과 머리로 감당하기 어려운 것을 채워주는 게 종교라고 생각해서,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일단 믿어보자 싶었죠. 9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정체화했고 아웃팅을 당하기도 하면서, 지방 소도시 온 동네에 소문이 퍼진 채 청소년기를 보냈어요. 가족으로부터 처절하게 버림받기도 했고요. 제 존재에 대해 회의뿐이었지만 사부님과의 대화 속에서 위로와 사랑을 느꼈고, 내가 어쩌면 교회 안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Q. 교회 내에서 동성애에 대한 박해를 받으신 경험이 있나요? 섬돌향린교회를 만나기 전, 모교회(母敎會)에서 겪은 일이에요. 그 교회는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거리가 멀었고, 코로나 전에도 이미 온라인 예배가 활성화돼 있어서, 믿게 된 지 7년 만에야 처음으로 대면 예배에 갔어요. 두려우면서도 벅차고 설레는 맘으로 난생처음 예배당 안에 들어가 본거예요. 근데 하필 그날 저를 환영이라도 하듯, 목사가 설교를 하며 동성애에 대한 온갖 혐오 발언을 늘어놓았어요. 욕만 안 했지 내용이나 표정이 적나라했죠. 천 명이 들어간다는 으리으리한 홀에서 울리는 그 소리를 라이브로 듣고 있자니 한숨이 푹 나오더군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일까?', '아직 때가 아닌가 보다'하고 그냥 기다렸어요. '왜 이렇게 번거롭게 태어났고 수고롭게 살게 되는지 등에 대해 다 이유가 있겠지' 하면서요. Q. 성경이 동성애를 적대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인간이, 세상이 그렇게 납작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게 있어 개신교 신앙은 이게 핵심이에요. '어떤 신이 있는데, 우리를 정말 사랑하신다. 살아가는 데에 있어 힘들 수 있어도 서로 다투고 괴롭히게 내버려 두실 때가 있어도, 그 또한 귀하게 쓰기 위해 강하게 키우시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아직까지는 이렇게만 믿고 있으려해요. Q. 정체성과 종교적 신념의 갈등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믿어도 된다' 이거요. 하나님의 사랑을 믿어도 된다. 그래서 하나님이 네게 주시는 생각과 마음들, 너를 인도하는 곳, 만나는 사람들 모두에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요. Q. 다수 개신교가 퀴어를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요? 당사자로서 깊이 고민했던 내용이에요. '저 사람들은 나를 왜 이렇게 미워하지?'하면서 내가 진짜 잘못한 게 있나 필사적으로 찾게 되거든요. 그래서 되게 고통스러운 질문이기도 해요. 종교는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되려 더 몰두하고 눈멀기 쉬운 것 같아요. 여호와의 예수와 성령의 존재를 해석하고 믿는 방식이 모두 다르잖아요. 같은 교회 안에서 조차도요. 그런 점에서 개신교는 늘 어딘가를 향해 폭력을 가장 잔인하게 퍼부어온 종교 중 하나였고, 그런 면이 취약점이자 이유라고 생각해요. Q. 본인의 인생에서 퀴어와 개신교란 무엇인가요? '나'다. (살을 꼬집으며) 이게 개신교고 퀴어에요. Q. 마지막 한 마디는요? 아멘. 백 교우는 "퀴어와 개신교는 나 자체이자 내 존재"라며 "신은 날 사랑한다"고 말했다. 교회 안팎에서 퀴어라는 이유로 아픔을 겪은 그였지만, 그가 환영받을 곳이 없던 건 아니었다. 그는 20대 시절 공연단체에서 만난 개신교도들과 함께 땀 흘리며 꿈을 키웠지만, 개신교 신자가 된 후 처음으로 나간 교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갖은 말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교회에서 교우들과 함께 기도할 수 있었다. 퀴어와 개신교는 누군가에겐 괴리지만 그에겐 순리다. 기하늘 기자(sky41100@naver.com) 박원주 기자(dnjswn0320@gmail.com)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38호: '청년의 시점으로 바라본 세상은'에 실린 기사로, 2023년 7월에 작성되었습니다. *취재원의 '자살'이라는 표현은 데스킹 과정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수정되어 지면 기사와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3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세간의 화제가 됐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사이비 종교 단체들은 성폭행, 노동 착취, 현금 갈취 등 여러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었다. 특히 대학가에서 여대생 위주로 포교하는 방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방영 이후 대학생들은 각자의 피해 경험을 여러 커뮤니티에 공유하며 사이비 단체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외대알리는 대학가에서 사이비 단체의 포교를 당한 경험이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Q.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접촉했나? <20대 A씨> 두 번 경험했다. 우선 작년 5월경 한 청년 무리가 홍대입구역 앞에서 설문조사를 하겠다며 아이패드를 들고 접근했다. 본인들을 N잡 관련 연합 동아리라고 소개했다. 인터뷰를 원한다며 번호를 요구했고, 동아리는 대학생, 휴학생, 직장인 등으로 이뤄져 있다고 했다. 또 작년 여름에 낯선 이가 홍대 엑시트몰 교보문고에서 책을 추천해 달라며 말을 걸고 번호를 가져갔다. 밥 한번 먹자며 이성적 호감이 있는 듯이 접근했다. <20대 B씨> 학교가 한 사이비 단체 지부와 가까운 부산 남포동 근처였다. 2016년 4월경 정문 부근에서 책상을 펼쳐 두고 캠페인을 하고 있었다. 사회적 약자를 돕자며 참여를 유도했고, 당연히 학교 주최 행사인 줄 알고 참여했다. <20대 C씨> 작년 4월경 학교 후문에서 접촉했다. 한국어가 어눌한 외국인이 처음에는 길을 물으며 친근하게 접근했다. 바로 길을 알려줬는데도 지속적으로 따라붙으며 말을 걸었다. Q. 무슨 활동을 했는가? <20대 A씨> 일정을 잡고 N잡 관련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대표처럼 보이는 사람이 밥을 사주겠다며 다음 약속을 잡았다. 이후 두 번의 만남에서 내게 심리테스트를 요구했다. 나는 완강한 거부 의사를 보였지만 끝내 설득당했다. 심리테스트를 진행한 사람은 자신을 이화여대 대학원생이라고 소개했다. 집과 인물 그려보기 등 테스트를 진행했다. 후자의 경우, 홍대 KFC 안쪽 골목에 있는 커피빈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는데, 친한 친구에게 전해줄 게 있다며 자리에 불렀다. 한 여자가 자리에 합류해 사이비 종교에서 다룰 법한 음양오행 이론 등을 설명했다. 말이 엄청 많아 혼을 쏙 빼놓는 것 같았다. “조상에서 지은 죄가 많아 그걸 풀어야 한다” “죄를 풀려면 우리를 따라와서 물을 떠놓고 기도를 해야 한다”며 설득했다. <20대 B씨> 수업을 마치고 정문을 빠져나가는 도중 목격했다. 남녀 모두 정장을 입고 있었고 승무원처럼 머리도 단정하게 묶어서 눈길이 갔다. 학교 앞에서 사이비 단체명이 적힌 홍보 팸플릿을 나눠주며, 손가락에 초록색 물감을 묻혀 나무를 그리는 캠페인을 하고 있었다. <20대 C씨>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토익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영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니 함께 가자고 했다. 나는 거절했는데 계속 뒤쫓아왔다. 영어 실력이 빨리 늘 수 있다며 가까운 거리에 교회가 있으니 같이 가자고 요구했다. 사이비 단체들은 대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 성인이 된 이후 새로운 활동을 체험하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악용한다. 3명의 인터뷰이에게 접근한 포교 수법은 모두 달랐지만 그들은 친목 활동을 미끼로 학생들에게 접근했다. 설문조사를 한다며 전화번호를 가져가고 지속적인 만남을 주선하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본인의 정체를 감추고 접근한다는 것이다. 한편 친인척 중 사이비 교인이 있다고 밝힌 B씨는 “(사이비 교인들은) 사이비 활동이 잘못됨을 알아도 듣지 않는다”며 “사이비 활동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사람이라고 인식한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포교 수법을 미리 알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과 사이비 교인들을 구제할 방법은 없을까? 현대종교 탁지원 소장의 말을 들어봤다. Q. 이단 단체가 대학생에게 접근하는 방식 중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가? A. 캠퍼스에서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포교가 이뤄지고 있다. 메타버스나 에브리타임, 봉사 활동, 어학 등 청년들이 관심 갖는 어떤 분야든 예외를 두지 않는다. 심지어 최근엔 당근마켓 등을 통해 접근하기도 한다. Q. 대학생들이 포교를 당하지 않기 위한 예방법이 있는가? A. ‘비종교인이니까, 지혜로우니까, 우리 가족은 절대로 휘둘리지 않을 거야’ 등 자만은 절대로 금물이다. 청년들이 속한 어느 곳도 사이비 단체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다. 사이비 단체들은 청년들이 아르바이트하는 곳조차 예외로 두지 않는다. 청년들이 평소 보이스 피싱이나 스미싱에 경각심을 갖는 것처럼, 사이비 단체의 영적인 보이스 피싱과 스미싱을 경계해야 한다. 부디 외대 학우들도 관심가져 주길 바란다. Q. 대학생들이 포교를 당했을 경우, 제도적 차원의 대책은 무엇이 있는가? A. 그동안 수없이 같은 사이비 피해가 반복돼왔다. 그러나 정부는 한 번도 구체적인 대책을 세운 적이 없다. 이제는 종교 문제를 넘어 반사회적⋅국가적 문제가 됐다. 정부는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해결이 어렵다면 종교계나 뜻있는 이들이 목소리를 내어 대책을 논하고 실행해야 한다. Q. 사이비 단체가 대학생을 상대로 포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아마 똑똑하고 지혜로운 이들이 한 번 사이비에 손대면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따라서 사이비 단체는 청년들을 포기할 수 없을 테고, 청년에게서 열정 페이를 얻는 것이 쉽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Q. 주변에 사이비 피해자가 있을 때 어떤 방식의 도움이 필요한가? A. 우선 경계와 예방이 중요하다. 만약 가족이나 지인이 사이비에 빠지게 되면, 그곳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담소 등이 있으니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으면 한다. 탁 소장에 따르면 청년들이 속한 어느 곳도 사이비 단체로부터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이는 대학교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현대종교의 가장 많은 상담과 문의는 여전히 청년, 그중에서도 캠퍼스 내 사이비 단체 문의가 제일 많다”며 아래 사건들을 언급했다. 전남대학교 신천지가 장악한 동아리연합회 탄핵 사건 공주대학교 신천지가 동아리연합회를 4년 간 장악했던 사건 충남대학교 가스펠이라는 동아리의 신천지 침투 사건 대전 4개 대학교 기독 동아리실 분뇨 등의 테러 사건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 캠퍼스 JMS 위장동아리 영어성경공부반 제명 사건 위 사건들은 모두 동아리 내부에서 일어났다. 만약 우리 학교 동아리에서 사이비 활동이 발각되면 어떤 절차를 거칠까? 글로벌캠퍼스 동아리 연합회(이하 동연회)에 따르면 동아리가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동연회의 행사 허가가 필요하다. 동연회 측은 활동보고서를 통해 동아리 활동을 확인한다. 부적절한 활동이 적발될 시, 해당 동아리에 대한 징계조치 및 학교에 보고하는 절차를 거친다. 동연회는 “내부적으로 사이비 단체 활동이 적발될 시 운영규정 제13조 1항에 의거 ‘학교의 명예를 실추하는 경우’에 해당함으로 동아리 등록을 취소하며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동아리가 아니더라도 양캠퍼스 안팎에서 사이비 단체의 포교 활동이 포착되고 있다. 학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따르면 올해 초 서울캠퍼스 정문과 후문에서 포교활동이 목격됐다. 일부 글로벌캠퍼스 학우들은 외대알리에 디저트39 앞, 정문과 기숙사 사이, 어문관 등에서 포교를 당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이비 단체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단체 내부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그들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졌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많은 사이비 단체에서 범죄 행위를 자행하고 주변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이비 단체로부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외대생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김서진 기자(seojin1122@naver.com) 박찬빈 기자(nova_aetas@naver.com)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38호 : ‘청년의 시점으로 바라본 세상은’에 실린 기사로, 2023년 7월에 작성되었습니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무덥다. 매해 여름 날씨가 더욱 뜨거워지는 것은 느끼지만 올해는 정말 살벌한 더위가 찾아왔다. 그래서 나는 대부분의 날을 실내에서만 보냈다. 집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즐기는가 하면 외출을 해도 야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했다. 나름 즐거운 나날이었지만 계속해서 똑같은 일상을 보내다 보니 문득 울적함을 느꼈다. 울적함이 쌓이니 생각이 많아지고 걱정이 늘어갔다. 이 부정적인 감정을 날리기 위해 나는 굳은 마음으로 여행을 결심했다. 함께 갈 친구들을 모았고 그렇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도시 부산으로 떠났다. 이 여행기는 지난 8월 17부터 18일까지 있었던 이야기이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장소, 교통수단, 식사 메뉴 등 모든 요소를 룰렛을 돌려 랜덤으로 결정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재밌을 것 같았다. 장소 룰렛에는 제주도, 강릉, 속초, 부산 등 다양한 곳들이 있었고 그중에 부산이 당첨됐던 것이다. 교통수단 역시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지만, 그중에 랜덤으로 KTX가 선택됐다. 그렇게 KTX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했다. 시간은 오후 두 시였다. 역시나 부산의 날씨는 뜨거웠다. 그럼에도 부산역 광장은 여행을 온 것 같은 차림의 사람들로 붐볐다. 우리 중 한 친구의 아버님은 부산 동래구에서 양식 레스토랑을 운영하신다.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아버님의 가게로 향했다. 3년 전 겨울, 친구들과 부산으로 여행을 왔을 때 이 가게에 왔었다. 3년 만에 다시 방문한 것이었다. 가게 입구에는 능소화가 예쁘게 피어있었다. 겨울에 왔을 때와는 다른 외관이었다. 맛있는 식사를 대접받고 아버님께 오랜만에 인사도 드렸다. 3년 전 기억들도 새삼 떠올랐다. 추억을 입가심하고 우리는 숙소를 잡아둔 광안리로 옮겨 갔다. 동래에서 시내버스를 40분 정도 타고 달려 가니 숙소 앞에서 하차했다. 숙소는 광안대교가 바로 보이는 해안가 앞에 붙어있었다. 숙소의 창문 밖으로 광안대교와 광활한 바다가 보였다. 우리는 휴식을 취하다가 해가 질 무렵이 돼서 저녁거리를 사러 나갔다. 메뉴는 회와 치킨으로 결정했다. 음식을 포장해 와 창밖으로 야경을 보며 술자리를 가졌다. 술을 마시며 진솔한 대화가 오갔다. 우리는 모두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이제 취업을 준비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이렇게 시간을 맞춰 여행을 오는 게 더 힘들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새삼 그런 사실이 아쉽게도 느껴졌다. 그렇기에 여러모로 이번 여행이 더욱 소중해졌다. 시간이 흐르고 직접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나이가 다가올수록 많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극도로 고도화된 사회에서 해야 하는 선택과 실행은 하나하나 그 압박감이 굉장한 것 같다. 하나의 잘못된 선택이 내 미래를 망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갑작스레 룰렛을 돌려 떠난 이 여행이 맘 편히 즐거울 수 있었다. 그저 재밌을 것 같아서 시도해 본 랜덤 여행이 무작위의 미학을 느끼게 해줬다. 우리는 룰렛이 정해주는 대로 그저 따르기만 하면 됐고 선택된 루트에서 온전히 즐길 거리에만 신경 쓸 수 있었다. 고민이 한결 정리되는 편안한 여행이었다. 그렇게 깊은 밤이 지나갔고 다음 날 우리는 서울로 돌아오는 열차를 탔다. 여름 볕의 더위는 지나간다. 이 여행도 지나간다. 즐거움도 지나가고 불안함도 지나갈 것이다. 시간은 어떤 차별 없이 언제나 지나가기 마련이다. 사회로 나가기 직전에 느끼는 이 걱정들도 언젠가 지나가길 바란다. 모든 게 다 지나가고 난 나의 모습은 부산의 야경처럼 찬란하게 빛나길 바란다. 선택과 고민의 늪에 빠져있는 당신, 랜덤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꿈드림엔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있다. 자퇴 학생은 휴식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거나 가정에서 진로를 탐색하고 대입을 준비한다. 꿈드림은 학교를 대신해 학생들의 길잡이가 돼주는 곳이다. 꿈드림은 한국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과 여성가족부 등 여러 기관과 협력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주로 △진로 프로그램 안내 △검정고시 및 학습 지원 △대학 입시 지원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꿈드림에선 모든 프로그램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학생은 자퇴를 선택하면 자퇴 숙려기간을 갖게 된다. 그 기간이 끝나면 일부 학생은 자발적으로 꿈드림에 등록한다. 등록 가능 연령은 9~24세다. 초등학생부터 등록이 가능한 것이다. △초등학교 및 중학교를 3개월 이상 가지 않은 청소년 △취학 의무를 유예한 청소년 △고등학교 제적 및 퇴학 처분을 받거나 자퇴한 청소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청소년이면 등록이 가능하다. 꿈드림은 전국적으로 221개소가 마련돼 있다. △경기 32개소 △서울 26개소 △전남 23개소 △부산 17개소 △충남 16개소 △경북 15개소 △충북 13개소 △강원 12개소 △전북 10개소 △대구 9개소 △인천 9개소 △광주 6개소 △울산 5개소 △대전 3개소△제주 3개소 △세종 1개소가 있다. 2021학년도 기준 초, 중, 고 전체 학생 수는 약 533만 명이다. 그중 학업 중단 학생은 4만2,755명이다.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이 두 학급에 한 명꼴로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전국에 있는 고등학교는 총 2,373개로 꿈드림보다 10배가량 많다. 전국에 있는 중학교는 3,258개로 꿈드림보다 약 15배 정도 많다. ▲송파구 꿈드림 공간. 학교 밖 청소년들이 편하게 와서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이다. 사진=한윤진 기자 꿈드림 등록을 원하면 상담이 먼저 진행된다.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심리 상담 △교육지원 △진로 및 직업지원 △자립 지원 등을 제공한다. 이후 학업 복귀를 원할 경우엔 검정고시 및 복학 지원이 이뤄진다. 사회 진입을 희망하면 △취업 지원 △자격증 공부 지원 △인턴십 참여 지원 등의 도움을 제공한다. 송파구 꿈드림에 다녔던 박(18)씨는 “내 모습이 꿈드림을 다니기 전과 후로 크게 달라졌다”며 “대인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꿈드림을 다니며 극복하고 도전정신도 기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꿈드림에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기에 다시 돌아가도 꿈드림을 택하겠다”고 답했다. “고등학교에선 주로 수능 위주의 수업이 이뤄지는데 꿈드림에선 학교에서 경험하기 힘든 프로그램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좋았다”며 학교와 꿈드림의 차이점을 언급했다. 송파구 꿈드림에 다녔던 김다연(19)씨도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가 쌓여 자퇴를 하게 됐지만 꿈드림에 들어오니 공부뿐만 아니라 기타, 요리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더 넓어졌다”고 전했다. 꿈드림은 방과후 수업처럼 진행된다. 프로그램이 개설되면 신청자에 한해 이뤄진다. 나이대가 다양한 청소년들이 하나의 반으로 형성돼 활동을 같이하는 것이다. 송파구 꿈드림에 다니는 조경원(18)씨는 “담임 선생님과 마찰이 심해져 학교를 그만두는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또 “어머님이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학교폭력을 당하기도 했다”는 사연을 밝혔다. 이처럼 꿈드림에 다니는 학생들이 자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다양하다. 자퇴 후 그는 “학교에 다닐 때보다 꿈드림에서의 삶이 나를 더 긍정적으로 변화시켰고, 꿈드림 담임 선생님께서 맡는 학우의 수가 학교보다 적다 보니 오히려 상담도 자주 받고 문제가 지속되기 전에 해결된 적이 많았다”며 꿈드림 생활에 대해 언급했다. 꿈드림 담당 선생님은 청소년들이 신청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개개인의 흥미, 적성 등을 알 수 있다. ▲프로그램과 휴식 등이 이루어지는 송파구 꿈드림의 내부 모습이다. 사진=한윤진 기자 학교와는 달리 시간표를 학생이 직접 계획할 수 있는 꿈드림의 체계에 만족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씨는 “초등학교에선 주로 영어만 배우지만, 어머님이 일본 분이라 일본어를 더 배우고 싶었다”며 “자퇴 후 영어 대신 일본어를 더 공부하는 등 내가 원하는 분야를 깊이 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꿈드림은 학교처럼 매일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니기에 오고 싶을 때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박씨도 “대학에 입학하기 전 사회생활을 먼저 경험할 수 있는 인턴십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취재원 모두, “자퇴를 고민하고 있다면 꿈드림 센터를 추천한다며 이곳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성장할 수 있게 만든다”고 전했다. 군산 꿈드림에 다녔던 임건우(20)씨는 취업 후 꿈드림에서 나오게 됐다. 꿈드림은 대학 입학 및 취업을 하거나 24세가 넘으면 다닐 수 없다. 그는 꿈드림에선 좋은 기억밖에 없지만 사회에선 학교 밖 청소년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분위기에 대해 느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택시를 타고 꿈드림에 가던 중 기사님께서 '여기는 문제아만 가는 곳이 아니냐'며 적응하기 괜찮은지 물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하루빨리 바뀌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일본 대사관 건물에 진입해 기습 시위를 시도했던 대학생 16명에 대한 폭력진압 규탄 시위가 지난 25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엔 체포된 시위자들이 소속된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반대 대학생 원정단(이하 원정단)’과 ‘진보대학생넷(이하 진대넷)’의 대학생 200여 명이 참여했다. 원정단과 진대넷 소속 대학생 16명은 지난 24일 일본 대사관이 있는 트리타워 건물에 진입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즉각 중단’을 요청하다가 기습 시위 혐의로 체포됐다. 25일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경찰규탄’ 팻말과 함께 시위자가 폭력 진압당하는 사진 피켓을 들고 발언문 낭독 및 성명문 발표를 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대학생 폭력 진압 규탄 △일본 정부의 오염수 투기 즉각 중단 △일본 대사관 항의 방문 대학생 16명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체포됐던 대학생 16명은 이틀간 조사를 받은 후 지난 26일 무혐의로 풀려났다. ‘행동하는 경기 대학생연대’ 유매연 대표는 이날 “선동되지 말고 과학을 믿으라 했지만, 오염수를 방류하고 5분이 지나자 바다의 색이 노랗게 바뀌던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며 “국민의 85%가 반대해도 반대한다 말 한마디 못 하고, 심지어 한국의 정치 일정이 있으니 빨리 투기해달라 부탁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여전히 일본의 속국인가 싶었다”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진대넷 봉준희 지회장은 강동경찰서로 연행된 시위자의 이야기를 전하며 “여경이 여성을 연행한다는 기본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고, 연행 과정에서 버스 손잡이에 얼굴을 부딪치기도 했으며 팔이나 코 등에 멍이 들었다”고 말했다. 뒤이어 일본 대사관 방문에 대해 “기자회견이었음에도 미신고 집회다, 건물 침입이다 하며 죄를 끼워맞출 생각 말라”고 체포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평화나비’ 중앙대지부 이희수씨는 “손피켓 하나 펼쳐 오염수 방류 반대 구호를 외쳤다고 저의 여자 동료들이 남자 경찰들에게 폭력적으로 제압당해 손발이 들려 끌려 나갔다”며 “금천경찰서와 서초경찰서로 연행된 언니들의 팔다리에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동시에 “도대체 그렇게 폭력적으로 진압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냐”며 “비폭력 시위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정부가 옳은 정부냐”고 반문했다. 일본 대사관 건물에서 열렸던 기습 시위 진압 과정을 담은 영상은 트위터 등의 SNS에 널리 공유됐다. 영상에서 경찰들은 대학생의 사지를 잡아 건물 밖으로 끌어냈으며, 남경이 여성 시위자의 몸을 붙잡아 연행하기도 했다. 원정단 및 진대넷 측은 성명문을 통해 “(경찰이) 손피켓을 무리하게 뺏으려다 (시위자의) 목을 조르기도 했다”며 “경찰은 일본 대사관 보호를 위해 대학생들을 폭력적으로 과잉 진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29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한 차례 다시 기자회견을 열며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편, 경찰은 시위 주최자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조사해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이 열광한 <엘리멘탈> 픽사가 새롭게 선보인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2023년 여름, 그야말로 독보적인 화제작이었다. 6월 14일 개봉한 이후, 현재까지 약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가 ‘700만’이라는 수치를 돌파한 것은 독보적인 기록이다. 디즈니의 '겨울왕국2' 개봉 이후 최초다. 외신은 ‘엘리멘탈’의 존재감이 한국에서 더욱 빛났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관객들이 ‘엘리멘탈’에 열광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적 정서’다. 엘리멘탈의 제작을 총괄한 피터 손 감독은 다름 아닌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는 1970년대, 한국 땅을 떠나 미국에 정착하고 살아온 부모님과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 속에 녹여냈다. 적재적소에 담긴 자잘한 한국적 요소들은 한국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공감을 끌어냈다. 유독 한국에서도 20대 여성이 ‘엘리멘탈’에 애정을 표한 점이 흥미롭다. CGV의 집계에 따르면 엘리멘탈을 예매한 관객의 69%는 여성이었고, 세대별로는 20대가 38.5%로 1위를 차지했다. ‘엘리멘탈’은 서로 다른 네 가지 원소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로, 상반되는 속성을 지닌 ‘불 여자’와 ‘물 남자’의 모험과 로맨스가 그 중심에 있다. 하지만 20대 여성들은 ‘엘리멘탈’에서 다른 이야기를 읽어냈다. 바로 불 여자인 딸 ‘엠버’의 서사다. 가부장적 질서 아래 갈등하면서도 부모님의 희생에 부채감을 느끼며 ‘착한 딸’로 살아가는 엠버의 솔직한 내면에 공명한 것이다. 매번 따듯한 가정과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던 디즈니이기에, ‘엘리멘탈’이 보여준 ‘불 속성 효녀’의 행보는 독보적이다. 엘리멘탈에 녹아든 ‘유교’ 픽사의 애니메이션에서 ‘유교의 향기’를 느꼈다면, 틀리지 않았다. 고향을 떠나 엘리멘트 시티에 새로운 터전을 꾸린 엠버의 부모님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파이어 타운에 작은 가게를 차렸다. 그리고 부모님은 그 가게를 딸 엠버가 이어받기를 소망한다. 그 소망은 ‘이제는 은퇴를 하고 싶으니, 딸인 네가 어서 준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러한 부모님의 꿈은 때로 억압이 되기도 한다. 가정이 정하는 룰은 아름다운 질서를 구축하기도 하지만, 족쇄처럼 우리를 가두기도 한다. 엘리멘탈에는, 그 꿈 아래 갈등하며 살아가는 ‘엠버’가 있다. 사소한 일에 발끈하곤 하는 그녀는 부모님의 바람을 거부하지 못한 채 속에 화만 쌓였던 ‘외동 장녀’의 삶을 대변한다. 엠버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담과 피로를 느끼면서도 ‘자신을 위해 온 삶을 바친’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으려 애쓴다. '착한 딸'로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착한 딸이란, 부모님이 원하는 삶에 충실한 존재다. 그 프레임에서 벗어 나는 건, 도덕성을 떠나 관성을 거스르는 일이다. 그래서 엠버는 무의식적으로 ‘효녀’의 길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그 마음을 부정하고 자책한다. 엠버는 자신의 가정을 사랑한다. 늙어 가는 아버지는 애틋하다. 어서 더 훌륭한 어른이 되어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하지만 마음의 소리를 외면할 수는 없다. 픽사는 이렇게 부모님의 은혜와 자신의 욕구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딸들의 존재를 입체적으로 발화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엠버의 ‘유리 공예’라는 고유한 재능을 보여주며,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의 세계를 욕망하는 멋진 '불효녀'들의 삶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착한 딸로 살지 않아도 괜찮아! 대한민국의 딸들이라면 누구나 빠져들 이야기다. 엘리멘탈, K-장녀를 조명하다 엘리멘탈을 시청한 20대 여성, 특히 ‘장녀’의 목소리가 궁금했다.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에 재학 중인 24세 ‘K씨’를 만났다. 그는 집안의 첫째 딸로, 두 살 어린 동생이 있다. K씨가 엘리멘탈을 관람하게 된 큰 이유는 ‘독특한 소재’였다. “개인적으로 디즈니, 픽사의 영화들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현실과는 거리가 멀고 제작진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장르들에 끌리는데요, 이런 취향이 ‘엘리멘트 시티’로 저를 이끈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원소들이 공존하는 도시라니, 너무 매력적인 소재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영화를 보며 어느새 ‘엠버’와의 교집합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저는 엠버의 희생적인 부분과는 거리가 있는 편입니다. 엠버만큼 가족에 애틋함을 느끼는 편도 아니고, 하고 싶은 건 어떻게 해서든 다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 때문에... (웃음) 하지만 엠버에게 정말 많이 공감했고, 마지막에 엠버와 엠버의 아버지인 ‘아슈파’가 맞절을 하는 장면에 서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도 부모님께 부담이 될까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말씀 드리지 못했던 적이 있고, 최대한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으려고 노력한 시간이 길었기 때문입니다. 엠버 역시 가게를 이어받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정말 하고 싶은 게 있었지만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것이 부담스러워 한참을 망설였던 저를 겹쳐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에게 ‘엘리멘탈’이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불완전이 완전으로 향해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일입니다. 엠버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착한 딸’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스스로를 갉아 먹었지만, 그걸 벗어나 스스로의 꿈을 위해 한 발 내딛는 서사는 그녀가 성장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성장 서사를 여성캐릭터를 통해 보여 준다는 점에서 많은 여성 관객이 호감을 표했다고 생각합니다. 엠버의 상황과 자신의 상황이 닮아있는 데에서 오는 공감을 넘어, 저는 개인적으로 여성 캐릭터의 성장을 담은 영화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작년에는 K-장녀를 주제로 칼럼 과제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는 ‘K-장녀’라는 개념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저는 ‘K-장녀’라 하면 ‘책임감’이 가장 많이 떠오릅니다. ‘너 보고 동생(들)이 배운다’, ‘엄마 아빠 없으면 네가 동생의 엄마다’, ‘네가 길을 잘 닦아놔야 동생(들)이 그대로 따라간다’ 같은 말들, K-장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 아닌가요? 이런 말을 듣고 자란 탓에 ‘K-장녀’는 맡은 바를 반드시 다 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잘’ 해내야 하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커요. 그리고 실제로 제가 겪어 온 저와, 제가 만나온 K-장녀들은 대부분 책임감이 큰 사람들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K-장녀 레이더 마냥 또 다른 장녀들을 곧바로 알아채곤 합니다.” 그는 밖에 나가면 세상만사에 책임감을 느끼고 자신을 희생하는 데 충실한 딸들의 모습을 금방금방 알아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엠버’의 캐릭터가 한국의 딸들과 공유하는 특징이 ‘참을성’이라고 짚었다. “극 중에서 엠버는 화를 잘 참지 못합니다. 무리한 요구를 서슴없이 하는 손님을 참다못해 가게를 태워 먹기도 하고, ‘레드닷 세일’ 때는 밀려드는 손님들을 받아내다가 화가 터져 집의 파이프를 터뜨리기도 하죠. 엠버는 스스로 이렇게 화를 낼 때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해 봐야 한다’, ‘참아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기 자신을 반복해서 설득합니다. 한국의 딸들은 대부분 집에서 한 번쯤은 네가 참아, 라는 말을 듣습니다. 동생이 있다면 네가 언니, 누나니까 참고 동생에게 양보하란 말을 듣고, 아빠와 싸울 때면 자식이니까 네가 참으란 얘기를 듣게 됩니다. 남들이 화를 해소하는 방법을 배우는 동안 딸들은 참으라고 세뇌당합니다. 이것 때문에 참다못해 감정이 터지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엠버와 ‘아슈파’의 사이가 좋게 그려짐에도, 아슈파가 엠버에게 엠버의 화보다 손님들의 입장을 먼저 이해해 보라고 하는 말이 원망스럽게 다가왔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극 중에서 엠버는 결국 부모님이 물려주는 가업을 거부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여정을 떠난다. 이 모습이 어쩌면 ‘불효녀’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 그는 어떤 이유에서 엠버의 ‘착하지 않은 ’선택을 지지하게 되었을까. “저는 엠버의 선택을 응원합니다. 엠버는 지금까지 부모님이 일궈 오신 가게 ‘파이어플레이스’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엠버가 자신의 꿈을 좇아 파이어플레이스를, 부모님의 곁을 떠나는 이유는 엠버가 ‘불효녀’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이제는 자신을 위해 타오를 때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엘리멘탈’ 같은 인기 애니메이션에 ‘딸’의 정체성이 부각되는 것의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가정 내 ‘딸’의 위치를 보면 영화 <엘리멘탈>이 세상의 모든 ‘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해집니다. 대체로 ‘딸’은 가정 내에서 가장 약자입니다. 부모님보다 어리기에 저자세를 요구받고, 여자이기에 돌봄노동에 대한 기대치를 부여받습니다. 이는 가정에 대한 애정과 책임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이를 잘 반영한 것이 영화 초-중반부의 엠버입니다. 어쩌면 수백 번 고민을 반복한 끝에 엠버가 자각한 사실은 다름 아닌 ‘나는 가게를 이어받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엠버에게 곧 가게는 부모님이고, 가정이고, 집입니다. 그것을 평생 자신의 책임이라고 여겼던 생각이 깨지면서 엠버는 방황합니다. 하지만 결국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부모님께 고백하게 되고, 꿈을 찾아 집을 떠나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영화가 ‘딸’에게 강박에 메여있지 않아도 된다, 고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영화 <엘리멘탈>은 세상의 딸들에게 해방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엠버가 여성이자 ‘딸’로 그려져야만 했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엠버의 성장, 딸들의 성장 ‘엘리멘탈’은 로맨스에 그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물 남성 웨이드’를 만나 ‘엠버’가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1차원적인 이야기로 비추어질 수 있겠지만, 영화를 주도하는 인물은 그 누구도 아닌 엠버다. 영화의 전개는 내내 엠버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이루어진다. 부모님의 희생에 보답하려 스스로를 얽매던 모습과, ‘파이어플레이스’ 너머의 세계에 두려워하면서도, 모험을 통한 성장을 일구는 것도 엠버의 몫이었다. 결국에는 자신의 꿈을 따라 여정을 떠나는 그녀의 모습에 무엇보다 여성 관객들은 깊은 공감을 느꼈던 것이다. ‘딸’을 대변한 엠버의 이야기는, 스크린을 넘어 ‘딸’로 살아가는 많은 여성에게 위로로 다가갔다. ‘엘리멘탈’은 갈등하고 망설이는 딸의 존재를 인간적으로 그려내며, 애틋한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누군가의 ‘자녀’로 살아가는 데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따르라는 응원을 전한다. 그리고 그런 메시지는 ‘참으며 살아가는 삶’에 익숙했던 여성들에게 큰 용기가 되었을 것이다. 20대 여성들이 ‘엘리멘탈’의 흥행을 견인할 수 있었던 힘은 여기서부터 온다. ‘엘리멘탈’의 주인공은 바로 그들이었기에. 영화사에서 남성 캐릭터의 성장과 모험 서사에 여성 캐릭터들은 쉽게 묻히고, 수단으로 소비되어 왔다. 혹은 ‘로맨스’의 한계에 갇혀, 남성 캐릭터와의 만남을 거쳐야만 구원이 가능했다. 하지만 ‘엘리멘탈’은 달랐다. 인간으로서의 ‘딸’, 즉 잊히고 억압받았던 많은 여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엘리멘탈’이 쏘아 올린 불꽃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소외되었던 여성들의 진솔한 삶을 그리는 영화들이 새롭게 등장하길 바라본다.
지난 8월 1일부터 9일까지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보통 일본에 열흘 가까이 머무는 일은 드물지만, 가고 싶은 장소가 많아 욕심을 부렸던 것이다. 교토, 오사카, 도쿄 세 도시를 방문했고, 첫 여행지는 교토였으며, 이 이야기는 교토 2일 차에 있었던 일이다. 첫째 날 밤 저녁, 막내 이모의 연락을 받았다. 이모는 여행사 직원이시다. 말 그대로 ‘여행 만렙’. 하나뿐인 조카가 어른이 되고 처음 가는 해외 여행이니 마음을 써 주신 것일 테다. “여행은 잘하고 있니? 여기 이모 교토 최애 장소야. 친구랑 맛있는 거 사 먹어~” 이모는 채팅창으로 한 초콜릿 가게의 주소를 보내셨다. 용돈 십만 원도 함께 송금해 주셨다. 어머니에게도 과자를 사 오라는 부탁을 받은 터라, 그걸 보고 아, 이모도 일본에 간 김에 초콜릿을 사 오라고 완곡하게 부탁을 하시는구나, 짐작했다. 둘째 날은 일정이 정말 빽빽한 날이라 예상치 못한 행선지에 잠시 걱정이 스쳤지만, 다행히도 가게는 여행 동선에 포함되어 있던 헤이안 신궁 근처였다. 헤이안 신궁에서 철학의 길로 넘어가기 전, 잠깐 들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8월 2일, 헤이안 신궁에 들른 뒤 이모가 알려주신 주소를 구글 맵에 입력했다. 현 위치부터 가게는 도보 9분. 그날은 무척이나 더웠다. 긴 민소매 원피스를 입었는데 땀 때문에 다리에 치맛단이 척척 달라붙었다. 지친 채로 초콜릿 가게 앞에 도착했다. ‘open’ 팻말을 확인하고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문턱 안쪽은 공기가 바깥보다 3도 정도는 낮은 듯했다. 작은 마당에 나무가 빽빽했다. 향냄새가 진해 머리가 아찔했다. 가게의 문이 열려 있어 안을 슬그머니 들여다봤지만 드리워진 천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분위기가 많이 독특하네. “아노-스미마셍” 벨을 눌러 보았지만 답변이 없었다. 밖으로 나가 다시 한번 팻말을 확인했다. ‘open’이 맞는데.. 떠나야 하나, 생각한 찰나 가게 주인이 천을 들치며 나오셨다. 날 맞이한 건 뜻밖에도 나이가 지긋하신 서양인 사장님이셨다. 조금 마른 몸, 긴 금발 머리에 타비 양말. 목소리가 굉장히 나긋하셨다. “come in” 느릿한 첫인사였다. 가게 주인장의 인사일 뿐이었지만, 나는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는 듯 발걸음을 옮겼다. 다다미 마루가 매끈하게 밟혔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다. 사장님께서 이쪽으로 앉으라는 듯 손짓을 하셨다. 두꺼운 방석 위에 무릎을 모으고 앉았다. 사장님이 안쪽으로 들어가셔서 메뉴판을 가져오셨다. 많이 해진 종이, 필기체로 적힌 메뉴. 모든 것이 신비롭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16개짜리 세트를 고르고, 테이크아웃을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사장님께서는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you can try this chocolate. Please wait a moment…” 테이크아웃을 하는데 초콜릿을 매장에서 따로 챙겨주신다고..? 놀랐다. 한편으로는 당황했다.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빨리 가야 하는데, 다음 일정이 있는데.. 마음이 초조해졌다.(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수제 초콜릿집이었고, 제조까지 시간이 걸리는 구조였다) 아, 여기 와 있다고 이모에게 말씀드려야지, 전화를 걸었다. “이모 초콜릿을 사러 왔는데요..” 뜻밖에 이모는 웃음을 깔깔 터트리셨다. “어머 이 더운 날씨에 무슨 초콜릿을 사 와. 그냥 맛있는 거 먹고 오라고. 거기에 아마 쉐리 언니도 있을걸~” 그렇게 통화가 끝났다. 얼마 안 되어 사모님께서 초콜릿이 담긴 큰 쟁반을 들고나오셨다. 그 쟁반을 보고 나와 일행은 적잖이 놀랐는데, 장미꽃과 해바라기가 곁들여진, 말도 안 되게 아름답고 정성스러운 모습이었다. 우습지만, 그 꽃들 사이 정갈하게 놓인 두 개의 초콜릿과 자그마한 포크를 마주한 순간, 초조했던 마음이 온데간데없었다. 이렇게나 정성스러운 대우 앞에, 얼른 목적을 달성하고 이곳을 떠나고자 했던 계획을 세운 스스로에게 죄책감이 들 정도였다. 탐스러운 그 꽃들은 나에게 ‘머무르라’ 말했다. 편히 쉬다 가라고. 일행에게 은각사의 입장 시간이 언제까지인지 속삭여 물었다. ‘5시’. 시간은 이미 6시를 넘기고 있었다. 헛웃음이 나왔다. 난 뭘 서두른 걸까. “나 철학의 길도 은각사도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우리 여기 있자.” 사모님은 곧 차를 두 잔 내오셨다. 입술을 적셔 보니 볶은 콩 향이 올라왔다. 사모님은 우리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셨지만, 용기 내 물었다. “당신의 이름은 쉐리인가요?” (이하 사모님을 ‘쉐리’라고 칭한다) 맞다고 하셨다. 아, 이모가 말한 그 분이 맞다. 어디서 오셨나요? 캐나다 사람이에요. 그게 긴 대화의 시작이었다. 난 영어를 잘 못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 다정하고 말씨가 여유로운 분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것뿐. “한국에서 오셨죠. 어느 동네에서 왔나요?” “네. 서울 근처에서 왔어요. 경기도라는 지방인데, 하남시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단순히 출신을 묻고자 건넨 질문이 아닌 듯했다. 쉐리는 자신의 추억을 느릿느릿 회상했다. “한국.. 부산에 가 봤어요. 불꽃놀이를 보러 갔었는데(광안리 불꽃축제를 말씀하시는 듯했다), 정말 크고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어요.” “저도 부산에서 불꽃축제를 본 적이 있어요. 정말 멋지죠.” “광주에도 가봤어요. 음, 한국에는 광주가 두 개 있더군요. 이름이 같아서 엉뚱한 동네로 찾아갔던 기억이 있어요.” “이런. 저희가 사는 동네 옆이 바로 그 ‘광주’에요. 묶어서 ‘광주하남’이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신기하네요. 어쨌든.. 부산에 갔을 때 바다가 정말 아름다웠어요. 물이 주는 힘이라는 게 있죠.” 휴대폰 사집첩을 열어 부산에서 요트 투어를 다녀온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사장님은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교토에도 종종 보이는 하천들이 정말 아름다운 것 같아요. 제 생각에 교토는 정말 여유롭고 멋진 동네 같아요.” 쉐리는 이야기가 길어지자 주방에서 아이스바 두 개를 꺼내왔다. 이건 덤이에요. 안에 팥이 든 녹차 맛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말했다. “한국에서는 이런 여유를 누리기 어려워요. 한국 청년들은, 저희도 마찬가지고, 정말 바쁜 삶을 살아요. 모두가 열정적이에요.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서요. 교토라는 동네가 참 부러워요.” 내가 이런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니. 한국 청년의 고충을 교토의 초콜릿 집에서 넋두리하고 있다니. 사모님께서는 친분이 있는 한국의 치과 의사 이야기를 해 주시며 그들의 자식들도 영어 공부를 치열하게 하더라, 이야기해 주셨다. “다들 영어를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제 남편도 그렇고(쉐리의 남편은 일본인이다) 저를 보면 다들 영어를 쓰는 게, 사실 여기서는 ‘신기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해요.” 뜻밖의 이야기였다. 보통 영어를 잘하는 것이 우리 사이에서는 자랑인데, 또 어떤 사회에 살아가는 외국인에게는 영어란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것을 확인시키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마음이 싸르르, 했다. 사실 이곳에 와서 내가 여행을 온 한국인처럼 보이기보다는, 전혀 눈에 띄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존재이길 원했다. 그 마음이 조금 이해가 갔다. 쉐리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포장하겠다 말했던 초콜릿 준비가 다 되었다. 쉐리는 정성스럽게 초콜릿을 포장하고 또 보관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꼭 호텔 프런트에서 냉동 보관을 해 달라고 말을 해야 해요.” 가야 하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가면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용기를 내 한마디를 건넸다. 초콜릿 가게 사장님께 건네기엔 낯부끄럽고, 손님인 내가 이런 말을 하기엔 너무 낭만에 취한 게 아닐까. 우리가 무슨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라도 된 것처럼. 하지만 꼭 하고 싶었고, 대답을 듣고 싶었다. 나에게 행복했고 애틋했던 시간이었던 만큼 쉐리에게도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I will remember our time ever. I hope you feel the same.” “well.. we can’t hold on to every moment, but I think I can remember this time.” 그 말 한마디에 행복감을 견딜 수 없었다. 가슴 속에서 따뜻한 물이 차오르는 것처럼. 목이 메었다. 도쿄에서, 두 이방인이 나눈 마음이었다. “bye. See you again.” “bye” 대문을 넘자, 꿈에서 깬 것 마냥 멍했다. “은각사도 철학의 길도 가지 못했지만, 나 하나도 마음에 걸리지 않아.” “쉐리도 조금은 들떠 보였어. 계속 대화를 하고 싶은 것처럼 보였어. 들려줄 이야기가 많아 보였고, 어떻게 처음 만난 사람과 이렇게 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 모든 아쉬움을 단번에 압도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교토의 초콜릿 집이 알려주었다. 왜 이모가 ‘그 집 초콜릿’이 아닌 ‘그 초콜릿 집’을 사랑한다 하셨는지 이해했다. 쉐리와 나눈 이야기가 그 어떤 관광지의 매력보다 진했다. 지친 마음은 처음 만난 푸른 눈의 외국인과 쉬어갔다. 세상만사가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만날 수 있는 기적 같은 순간들도 있다. 난 아마 오랫동안, 세상의 속도에 치일 때마다 느리고 나직한 쉐리의 목소리를 기억할 것이다. 뉘엿뉘엿 지는 아름다운 노을 아래, 호텔까지 40분을 걸어 돌아왔다. 그 40분 동안 교토의 풍경을 눈에 곱씹어 담았다. 입안에서 천천히 녹아내렸던 생초콜릿처럼.
'대학언론인 아카데미 시그니처 코스 4기'가 오는 9월 4일부터 27일까지 4주간 연다. 대학언론인 아카데미는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생과 대학언론인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대학알리와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이하 대언넷)가 아름다운재단과 구글 뉴스이니셔티브의 지원으로 진행한다. 현직 기자, PD, 구글 뉴스랩 티칭펠로우가 강사진으로 참여한다. 대학알리 김연준 대표는 "대학언론인 아카데미는 언론인의 기초 소양 증진부터 디지털 저널리즘 활용까지 실무 중심이라는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강생들에게 무상 제공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규민 대언넷 의장은 "대학 언론인 대상 아카데미가 다시 열리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양질의 대학 언론인 교육을 위해 대언넷도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다. 기사 작성 및 기획, 탐사보도 방법론, 데이터 저널리즘, 구글 뉴스랩 강의 등이 매주 차례대로 진행된다. 강의 세부 정보는 아래와 같다. 강의는 4주간 평일 저녁과 토요일 오전에 열린다. 전면 온라인 방식이다. 수강 희망자는 단체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신청해야 한다. 모든 강의 이후엔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돼 있어 강사와 자유롭게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다. 수강 신청 및 자세한 설명은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공연에 진짜 꿀벌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제가 꿀벌이 등장한다고 말하면 꿀벌이 등장하지만, 그것은 보이지 않는 꿀벌입니다. 그럼 공연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꿀벌이 등장한다.” 여기, 꿀벌을 연기하려는 한 명의 인간 배우가 있다. 이 인간 배우는 서울시민이자 누군가의 딸이며, 불혹의 비혼 여성이다. 이제 곧 꿀벌을 연기해야 하는 인간 배우의 사방에는 트램펄린과 플레잉 요가를 위한 해먹, 공중에 달린 마이크, 꿀벌 무늬를 연상시키는 프릴치마와 날개옷 같은 것들이 비치돼 있다. 배우는 어떻게 하면 인간인 내가 인간이 아닌 꿀벌을 연기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중력을 거스르는 연습을 하기 위해 트램펄린 위를 방방 뛰며 마이크에 대고 대사를 외치기도 하고, 해먹에 매달려 꿀벌 자세를 취해보기도 한다. 벽에 걸려있는 와이어를 몸에 연결해 극장 천장까지 붕 뜨며 ‘비(Bee)-’ 하고 울기도 한다. 인간인 이 배우는 왜 굳이 비인간인 꿀벌을 연기하려고 하는 것일까.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배우의 질문과 사유를 그린 실험극, ‘B BE BEE(비비비)’가 배우 성수연과 함께 서울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8월 9일부터 19일까지 공연된다. ‘인간 중심적’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연습’ ‘인간 중심적’ 사고란 세상을 이루는 모든 구성물을 인간을 중심으로 이해하려는 사고방식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를 쉽게 대상화하곤 한다. 성별이나 인종, 나이 등이 다른 인간을 대상화하기도 하지만, 아예 종이 다른 무언가를 대상화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꿀벌은 그저 꿀을 좋아하기 때문에 쉴 새 없이 꿀을 모으지만, 인간은 그 모습을 보고 ‘부지런함의 대명사’라고 일컫는다. 배우가 인터넷 검색창에 ‘꿀벌’을 검색하면 뜨는 기사 헤드라인을 나열하는 장면도 있다. 헤드라인에 쓰인 단어들은 모두 인간이 꿀벌에게 어떤 일을 했는지,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은 어떻게 될 지 등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처럼 모든 존재는 각자의 주체성과 당사자성을 지니고 살아가지만, 인간은 그런 점을 망각하고 쉽게 누군가를 타자화, 약자화한다. 배우는 이런 ‘인간 중심적’ 사고가 만들어 낸 생각의 틀 안에 서서, 어떻게 하면 그 틀을 깨고 앞으로의 세계를 살아갈 수 있을지를 관객 앞에서 ‘연습’하기 시작한다. “너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야” 무대 위에 등장하는 인간 배우는 오직 한 명이다. 그러나 그 인간 배우에게 조언하거나 야유를 보내고, 연기에 필요한 음향을 내보내 주는 비인간 배우들이 있다. 바로 ‘코러스’와 ‘코러스장’이다. 6개의 스피커와 1개의 확성기는 무대 위를 채우는 또 다른 배우가 돼, 인간 배우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코러스들은 꿀벌을 연기하려는 인간에게 끊임없이 ‘이동’할 것을 요구한다. 몸의 중심을 이동하라, 무대의 중심에서 이동하라, 생각의 중심에서 너 자신을 이동시켜라. 이 비인간 코러스들은 인간 배우에게 계속하여 “너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코러스는 배우에게 ‘너에게 가장 중요한 이가 누구인가’를 물은 다음, 지금 그 옆에 있을 것 같은 누군가를 말하라고 한다. 그리곤 지금부터 그가 너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런 식으로 계속하여 ‘소중한 사람의 곁에 있는 사람의 곁에 있는 것…’을 말하게 한다. 처음 시작할 때 배우의 가장 소중한 사람은 ‘엄마’였지만, 일련의 과정을 거쳐 어느새 배우의 가장 소중한 사람은 ‘미역을 따는 해녀’가 돼 있다. 또한 공연의 대사는 관객이 기존의 사고체계를 벗어나도록 유도한다. 코러스에서 랜덤한 단어들이 빠르게 쏟아져 나오면, 배우는 그 단어를 듣고 속도에 맞춰 생각나는 대로 말을 내뱉는다. 빠른 템포의 배경음악과 정신없이 점프하며 대사를 외치는 배우의 몸짓은, 우선 관객들의 머릿속을 분주하게 만든다. 그에 더해 배우는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나를 중심으로 말하지 않기’ 연습을 한다. “나는 물을 마신다” “물이 나에 의해 마셔진다” “물이 텀블러에서 한 인간의 몸속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배우는 스스로를 타자화하는 방법을 연습한다. 이 모습을 보던 관객들은 자연스레 공연을 보고 있는 자신의 행동 역시 타자화 시켜보기 시작한다. 어쩌면 그 시도는 무대가 끝나고 공연장을 나온 후에도 계속될지 모른다. 연습의 전시 이 연극은 관객과 배우가 함께하는 하나의 연습이다. 극장 밖을 나가 한 명의 인간, 혹은 '한 인간의 군락'으로서 어떻게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연습 말이다. 배우는 “꿀벌을 세는 단위는 한 마리가 아닌 한 군락”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한 개인인가, 한 군락인가. 군락이라면 그 규모는 어디까지 넓혀질 수 있는가. 배우는 무대에서, 관객은 객석에서 공연이 주는 무수히 많은 질문들을 앞에 두고 함께 고민한다. 배우는 1막 초반에서 “이 공연에서는 연습을 ‘뿌비뽕’이라 칭하겠다”고 선언한다. ‘연습’은 어렵고 지겨운데, 지겨울 때는 환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공연에서 ‘꿀벌’과 ‘비(Bee)’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뿌비뽕’이 됐다. 인권 문제나 환경 문제, 개인의 가치관이나 윤리, 도덕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복잡한 시대에 ‘질문’은 어렵고 지겹다. 우리는 모두 이 시대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살아가는 것이기에, 질문을 깊이 생각할 시간도, 이 시대를 ‘연습’ 삼아 살아볼 수도 없다. 이에 연극은 연습의 장소로 무대를 선택했다. 무대는 공연 시간 동안 외부로부터 단절되며, 오롯이 독립된 하나의 세계가 되기 때문이다. 그 세계 안에서 배우와 관객은 잠시나마 세상을 살기 위한 연습을 해본다. 75분 동안 존재하는 이 세계의 이름은 ‘뿌비뽕’이다. 또한 배우는 이 무대 위에서 캐릭터로 존재하지 않는다. 배우 겸 창작자인 성수연은 배우로서, 창작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자신이 가진 생각과 질문을 관객 앞에 내놓는다. 성수연 배우는 공연 팸플릿에 실린 인터뷰에서 ‘척추동물이 아닌 존재, 인간과는 다른 구성 방식의 몸을 갖고 있는 존재를 연기함으로써 인간을 바라볼 수 있는 다른 관점을 가져보고 싶었다’며 꿀벌 연기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공연 중 죽은 꿀벌 사체를 무대에 가지고 나올까 고민했던 이야기를 하며, ‘고양이나 인간의 시체는 당연히 가지고 나오면 안 되는데, 꿀벌 사체로는 이런 고민을 했던 것 자체가 이상했다’라고도 털어놓는다. 이 공연이 ‘뿌비뽕’인 또 하나의 이유이다. 이날 공연을 관람했던 무대예술가 지망생 A씨(20)는 인간이 ‘인간 중심적’이지 않아야 할 이유에 대해 “지구에는 인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린 모두 거대한 생태계에 속해있다. 그런데 인간 중심적 사고는 인간이 유추하고,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것들로만 세상을 재단한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면, 더욱 넓게 사고할 수 있을 것”이라 답했다. 이어 “실험 연극을 본 건 처음인데, 배우의 행동 지문을 관객에게 직접 언어로 전달하는 게 새로웠다. 배역이 아닌 배우 그 자체가 연극에 나온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 배우의 인생과 가치관이 연극에서 그대로 보인다”며 공연의 전체적인 소감을 밝혔다. 한편 연극 ‘B BE BEE’는 우란문화재단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 예매 페이지에 ‘접근성 안내’ 영상을 게시해 두고 있다. 휠체어 이용 관객이 원활하게 공연장을 다닐 수 있도록 1층 로비에 ‘접근성 매니저’를 배치해 두었으며,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및 수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공연 시작 전 주의사항과 배우의 대사, 배경음악에 대한 설명은 모두 자막이 동반 제공되며, 배우의 복장이나 무대의 풍경 같은 모습도 배우가 직접 대사를 통해 설명한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느끼는 마음과 달리 몸은 에어컨을 틀게 되는 요즘, 인간으로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연극 ‘B BE BEE’를 추천한다. ‘B BE BEE’는 우란문화재단과 인터파크 홈페이지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나는 꿀벌을 바라본다. 꿀벌이 어떤 인간의 눈에 한순간 존재한다. 만남이 진동이 되어, 새로운 길! B! BE! BEE! 꿀벌이, 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