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속 대학생들의 생계형 아르바이트 이야기
“○○씨 당분간 좀 쉬어야 겠는 걸”, “알바 필요하면 다른 곳 알아보는 게 좋을 듯 싶다.”
지난해 3월부터 종로 치킨집에서 서빙 알바를 하던 대학생 A는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자 지난 2월 사장님으로부터 휴무를 통보 받았다. 그 당시에는 종로 주변에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잠시 일을 쉬는 것을 이해했지만 ‘당분간’이라는 시간은 어느새 3개월 째 지속되고 있다. A는 “오래 일을 했지만 다시 일을 나와 달라는 말씀이 없으셔서 시간이 갈수록 (사장님께) 실망스럽고 다른 알바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착잡하다”고 말했다.
(자료제공 : 대학생 B)
새로 구한 일자리에서 일을 한지 나흘 만에 잠정적 해고를 당한 사례도 있다. 대학생 B는 편입 학원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연희동의 작은 일식집에 알바를 구했다. 그러나 일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라”는 문자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손님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임금조차 받지 못했다. 4일 동안 일한 만큼의 임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사장님이 요즘 힘드셔서…” 뿐이다. 대학생 B는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이어 임금체불이라는 또다른 문제와 마주하게 되었다. 코로나19 사태 속 불안정한 고용 시장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례이다.
"월세 지출하면 한 달 월급이 끝나요.”, “돈 아끼기 위해 집에만 있어요. 고독사 할 뻔”
신천지 교회, 콜센터,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사태 등 계속되는 집단 감염으로 사람들이 문화 생활을 자제하면서 극장은 텅 비었다. 국내 멀티플렉스 3사 모두 올 상반기 2400억 원 이상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서 임직원의 급여 반납과 무급 휴가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영화관에서 근무하는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의 사정은 어떨까. 영화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학생 C를 인터뷰했다. (답변 내용을 바탕으로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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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입사하셨고, 무슨 업무를 주로 하셨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대학생 C : 2018년10월에 입사해서 영화관에서 고객 응대, 매점 음식 조리 및 제공, 그리고 관객 입장/퇴장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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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인한 아르바이트 관련 피해 사례가 있나요?
대학생 C : 네, 코로나 확산 이전에는 근무 일수를 최소 주 3회에서 최대 주 5회 범위 내에서 선택할 수 있었는데 확산 이후 모든 사람이 주1회 근무로 변경되었습니다. 주 1회 근무 마저도 (회사로부터) 휴무 요청이 들어왔어요. 휴무하게 되면 돈은 원래 임금의 70% 지급되는 형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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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시간 단축으로 인해 일상 생활에서 겪게 된 문제 및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대학생 C : 한 달에 100만원 가까이 벌다가 근무 시간 단축으로 수입이 20-30만원으로 줄었어요. 월세 내고 나면 한 달 월급이 끝나요. 커피 값도 줄이고, 밖에서 잘 안 사 먹으려고 해요. 돈을 최대한 아껴 쓰기 위해 집에만 있으려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도 안 만나게 되고, 혼자 있다 보니 우울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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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알바를 구할 계획이 있나요?
대학생 C : 다른 알바를 구해보려고 20 군데나 지원했지만 모두 불합격이었어요. 코로나로 인해 알바 경쟁률이 너무 높아진 것 같아요.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의 고민은 비단 경제적 문제만은 아닌 듯 보인다. 경제 사정 악화와 더불어 청년들의 심리적 불안감도 크게 높아졌다.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인간관계 기피에서 오는 우울함 등 심리적인 요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경북도가 도내 청년들을 대상으로 코로나 19 확산 여파 등과 관련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76%의 청년이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불안을 느끼고, 74%가 감염병 전염 우려로 인한 대인기피를, 70%가 사회 생활 축소로 인한 무기력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코로나 19가 낳은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 청년들의 생계 뿐만 아니라 정서도 불안하다. 일상 생활이 흔들리고 있다.
경쟁률 최대 200:1(연합뉴스, 2020.07), 알바 구하기 전쟁
고용 시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생계형 아르바이트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국내 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고용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살) 고용률은 40.9%으로, 전년 대비 2.0%p 하락했다. 청년층 고용률이 모든 연령 가운데 가장 크게 하락했다는 점은 고용 시장 내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바로 청년들임을 보여준다.
코로나 19가 이러한 경제 위기를 불러오면서 아르바이트 경쟁률은 점점 치솟고 있다. 아르바이트 자리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부당한 해고를 당하더라도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 대학생 A는 알바 구직 사이트에서 단기 알바에 여러 차례 지원했지만, “보통 경력자가 아니면 편의점이나 카페 같은 곳은 자리를 구하기 힘들고 이력서를 넣어도 연락조차 오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 라며 구직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다수의 기업이 코로나 여파에 공채를 연기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것도 청년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고용정보원이 공공 취업 포털 ‘워크넷’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신규 채용 규모가 전년 동월 대비 24.5% 하락하면서 4월 취업자 수 역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청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취준생들은 당장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단기 일자리에 전전하는 상황이지만 일을 구하기도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월세 등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생계를 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은 ‘생계형 알바’라고 불린다. 지난해 알바몬이 아르바이트생 3239명을 대상으로 ‘생계형 알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3%가 ‘나는 생계 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응답했다. 물론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든 연령을 포함한 결과이기에 대학생 및 청년들의 입장만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학업과 직장 업무를 병행하기 어려운 대학생이 단기 아르바이트를 많이 찾는다는 점에서 대학생들의 경제적 불안감을 대변할 수 있는 유의미한 수치라고 생각된다.
코로나 19는 생계형 알바, 비정형 근로자와 같은 사회 및 경제 취약 계층부터 가장 빠르게 퍼지는 전염병인 듯 하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경제 침체, 고용 쇼크는 취약 계층에게 가장 큰 타격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 사회의 불안정한 고용 시장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고,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고용 대책의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 집회, 교회 모임 등으로 코로나 19 집단 감염이 다시 늘어나면서 한동안 조용하던 재난문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고 있다. 또 한 번의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구직난, 임금체불 등 고용 시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생계형 아르바이트 대학생, 취준생, 청년 비정규직은 여전히 위태로워 보인다. 학업과 생계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대학생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