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변기를 위대하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을 본뜬 변기솔이 중국에서 인기다. 정장 차림을 한 트럼프의 머리카락이 솔이다. ‘이우의 반격’이라 불리는 이 기묘한 상품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에 대한 중국 저장성 이우시 소비자들의 위트 섞인 저항이자 일종의 문화적 복수다.
이 반발의 불씨는 국경을 넘어, 서울 이문동의 원룸 자취방으로도 번지고 있다. 관세사 1차 시험을 준비 중인 김 모 학우(브라질·22)는 말한다.
“관세로 수출이 줄면, 대기업들도 인턴 같은 신입 채용부터 줄이지 않겠어요?”
그에게 관세는 더 이상 시험지 속의 선택지가 아니다. 관세 문제는 졸업 이후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이자, 대학생의 불안을 유발하고 청년의 취업 기회를 뒤흔드는 구체적인 현실이 되고 있다.
관세의 도미노: 트럼프發 압박, 세계를 흔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다시 한번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취임 첫날부터 캐나다, 멕시코 등 주요 교역국에 보복성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이어 몇 주 만에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145%의 관세를, 한국산 철강과 자동차 부품에는 각각 50%,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전방위적 무역 압박 정책을 가동했다.
특히 지난 4월 5일부터는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10%의 기본 관세를 일괄 부과하는 조치를 시행하면서, 무역 파트너를 가리지 않는 ‘보편관세’ 체계를 선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아메리카 퍼스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이름 아래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예측 불가능하고 일방적이다. 발표 하루 만에 철회되거나, 대상국이 수시로 바뀌는 등 ‘변덕 죽 끓듯’한 관세 전쟁이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월가에서는 이러한 패턴을 풍자한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라는 밈이 돌고 있다. 트럼프가 항상 관세 위협 후 물러서기 때문에 더 이상 그의 말을 믿을 필요가 없고, 관세 위협 직후에 주식 매도 열풍에 동참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다.
미국이 이처럼 강한 압박을 가하면, 다른 나라들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에, 유럽연합은 미국산 철강과 가전 등에 보복 관세로 대응하며 글로벌 교역 전체가 위축되고 있다. 그 결과,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수출은 줄고, 기업의 투자와 고용에도 하방 압력이 가해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흐름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관세는 수치나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 영향은 수출과 고용, 그리고 청년의 일상으로 이어지는 현실적 경로를 만들 수 있다.
닫히는 채용의 문, 트럼프 관세의 끝자락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무역 장벽 하나가 높아진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환경에서 관세는 생산, 투자, 고용, 소비까지 연쇄적인 파급 경로를 따라 영향을 미친다. 그 끝자락에는 청년의 취업 기회와 생활 여건이 놓여 있다.
한국의 수출 구조는 미국으로 직접 향하는 품목뿐 아니라, 중국에서 조립되어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간재까지 포함하는 ‘직접+간접’ 이중 경로 구조를 지닌다.
예컨대 한국산 자동차 부품은 미국의 고율 관세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한편, 한국이 중국에 수출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소재는 중국 기업이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게 되면서 간접적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구조다. 이처럼 고율 관세는 두 경로 모두에 통행세처럼 작용하며 이중 충격을 받는다.
기업들은 수출이 둔화하면 가장 먼저 설비투자와 신규 채용 계획을 재검토한다. 특히 청년층이 주로 진입하는 고용시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의 우선순위로 정해진다. 경기 불확실성이 클수록 채용을 보류하거나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미국의 고율 관세가 모두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GDP가 약 0.5% 감소하고, 이 중 자동차·부품 등 운송장비 산업만으로도 0.3%를 깎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부문은 생산직 비중이 높고, 경기 민감도가 커 고용 조정이 빠르게 이뤄지는 업종이다. 청년층이 진입하려는 채용 창구가 먼저 닫히는 것이다.

관세의 영향은 수출 감소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하 KIEP)에 따르면 미·중 무역 분쟁 이후 한국의 제3국 수출은 품목별로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제3국에 수출하는 소비재는 소폭 증가했지만 산업재는 감소했고, 수출 단가 변화는 거의 없었다. 이는 관세 효과와 비관세 장벽 효과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상쇄하는 결과다.
예컨대,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자 미국 내 기업들은 동일 품목을 제3국에서 수입하려는 ‘관세 회피 수요’의 움직임을 보였다. 높은 관세 부과로 비싸진 중국산 소비재를 피해 더 싼 동일 제품의 소비재 수입을 제3국을 통해 늘린 것이다.
반면 산업재의 경우 미국 측이 안전성 기준 강화, 통관 지연, 인증 요건 상향 등 비관세 장벽을 확대하면서, 수출해도 남는 돈이 줄어들다 보니 납품을 줄이거나 포기하는 품목도 나타났다. 이처럼 관세 정책은 모든 품목에 일률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품목별·경로별로 비대칭적인 복합적 구조를 갖는다는 것이 KIEP의 분석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 내 모든 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무역 환경 변화는 산업재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 전략과 고용 여력과도 직결된다. 중국을 거점으로 미국에 수출하던 구조가 흔들리면서, 기업들은 중국 내 신규 투자나 생산 확대를 유보하거나, 아세안 지역 등 제3국으로 생산 거점을 분산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물류 동선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해외직접투자(FDI)의 방향 전환, 고용 창출 여력 축소, 중장기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청년의 취업 기회가 줄어드는 악순환 구조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무역 불확실성은 거시경제에도 구조적 압력을 가한다. KIEP는 미국의 통상정책 불확실성 확대가 한국의 수출 위축, 환율 급등(원화 약세), 기업 투자 지연 등 복합적 불안 요소를 키운다고 경고한다. 이는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청년층이 진입해야 할 고용시장에 구조적 긴축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흔들리는 고리, 청년”…손종칠 한국외대 교수
외대알리는 이에 관세 문제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에 대응한 우리나라의 현 경제정책, 대학생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하는지를 전문가에게 물었다.
손종칠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30여 분간의 화상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불확실한 시기일수록 신규 채용을 가장 후순위로 미루기 때문에,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청년층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청년들에게 관세와 경제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주문했다.

손 교수에 따르면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가져오는 부작용은 단순한 비용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손 교수는 상호관세가 제도화될 경우, 한국 경제의 대외 민감도가 고스란히 노출되며, 그 여파는 수출 기업의 투자 축소와 신규 채용 위축으로 곧장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기업들이 불확실한 시기일수록 신규 채용을 가장 후순위로 미루기 때문에,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청년층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명휘 기자 (kimjack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