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학생의 목소리가 무섭습니까?

  • 등록 2016.10.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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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너무 무서워하는 군자동 S대학의 이야기

 

 학교 게시판에 붙어있는 게시물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 학교는 규정상 학교에 게시물을 부착하기 위해서 학생지원처의 도장을 받아야 합니다. 그 도장을 받기 위해서는 내용을 검열 받아야 하고, 그 검열 기준은 때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서 저희 세종알리가 직접 게시물 게시에 도전해 학교의 정확한 기준이 어떤지 알아봤습니다.

 

그래서 기준이 뭐예요?

 세종알리 기자가 신입 회원 모집을 위한 포스터를 붙이기 위해서 학생지원과에 찾아가 도장을 찍어달라고 했다. 학생지원과 직원은 ‘회의 후 대답을 주겠다’고 답변했다. 며칠 후 학생지원과에서 세종알리 측에 전화로 “게시물 게시를 허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승인되지 않은 언론 기관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학교에서 인가된 단체가 아니라면 도장을 찍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 ‘홍보게시물 관리 내규’에 이 내용이 명시되어 있고 세종알리 뿐이 아닌, 다른 개인도 인가되지 않은 단체인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게시물을 붙일 수 없다며 “어떤 학생이 개인적인 의견을 표현하고 싶다(고 해도), 그런 부분에서는 우리는 승인은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인가된 단체는 ‘이 대학 총학생회 및 총학생회 부서 산하에 있는 단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단체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이다. 하지만 홍보게시물 관리 내규를 찾아봐도, 인가된 단체에서만 게시물을 붙일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다만 학생과에서 결정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이다. 즉 세부적인 기준 없이 학생지원과에서 임의로 그때그때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 후 세종알리 기자임을 밝히지 않은 채 전화해서 들은 답변은 달랐다. 

 개인도 상관없지만, 그 게시물의 내용을 검열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인가된 단체만 가능하다는 며칠 전 답변을 완전히 뒤집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혹시나 해서 세 차례나 “단체가 아닌 개인이어도 가능한거냐”고 물어봤으나, “단체든 개인이든 상관없이 내용의 확인만 받으면 된다”고 재차 대답했다. 정확한 기준이 없이, 학생들의 게시물을 제한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화나비 세종대 지부

 이런 문제는 세종알리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평화나비 세종대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순익 씨(경영학과, 15학번) 역시 홍보 게시물을 붙이는 데 허가를 받지 못 했다.평화나비는 학내에서 인가된 단체가 아니므로 전에는 동아리 측의 도움을 받아 도장을 받았으나 이제 그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생지원과에서 게시물의 내용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허가를 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홍보 게시물을 붙이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그는 허가받지 못 한 홍보물을 붙이고 있다. 그는 “그냥 경비원 아저씨랑 같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붙이는 게 일이고, 경비원 아저씨는 떼는 게 일이죠. 경비원 아저씨께 붙이다가 혼나는 일도 많아요.”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세종 폐강지킴이

 세종폐강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이정문 씨(행정학과, 11학번) 역시 “학교가 학교를 비판하는 대자보나 게시물을 허가해주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학생지원과 직원은 대자보를 승인받으러 온 이정문 씨에게 “총학생회를 통해서 학교에 요구를 해야지, 이런 걸 붙이겠다는 건 공개적으로 학교를 비판하겠다는 건데”라며 승인을 거부했다. 학생이 학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왜 잘못됐다는 건지 의문이다. 학생지원과 직원은 이정문 씨에게 자신들은 인가된 단체의 게시물에만 도장을 찍어주는 것이니, 학생 개인이 붙이고 싶으면 그냥 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비원은 이정문 씨에게 도장이 없는 게시물을 붙이지 말라고 말한다. 학생지원과에 이 문제를 항의해도 “아니, 떼는 것까지 우리가 어떻게 책임지란 말이야”라는 대답밖에 들을 수 없었다. 게시물 허가를 담당하면서도, 도장이 없는 게시물은 철거된다는 사실을 모르나 보다.


▲ 세종폐강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이정문 학우가 학교에 대자보를 붙였다. 그러나 학생지원과의 승인도장을 받지 못했고, 이내 철거당했다.

 

 결국, 우리 학교 내에는 학생이 대자보조차 마음대로 붙일 수 없다. 만약 학교에서 승인하지 않는 대자보를 붙이면, 떼어 버린다. 붙이는 장면을 경비원이 보기라도 한다면 “학생, 그거 허가 받은 거야? 그런 걸 왜 붙이고 다녀!”하는 타박을 듣게 된다. 대학 사회에서 대자보에는 학문의 전당인 학교에서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인 곳에 이야기하면서 공론의 장을 열고 토론하고 소통하는 문화를 만든다는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자보, 다른 학교에서도 규제할까?

 

연세대  “대자보는 허가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세종대를 포함한 서울 소재 10개 대학에 전화를 걸었다. 학교생활에 관련된 대자보를 붙이려고 하는 데 허가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내용에 대한 확인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문의했다. 성균관대학교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이 존재하며, 건물에 붙일 때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를 포함한 5개 대학(건국대학교, 홍익대학교, 국민대학교, 숭실대학교)에서는 내용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대, 고려대, 경희대, 성공회대의 경우 내용은 확인하지 않고 게시하는 날짜만 명시하면 게시할 수 있다. 연세대 담당자는 “대자보는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지난 8월, 이화여자대학교에서는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을 반대하는 집회가 일어났다. 학교 곳곳에 포스트잇, 반납된 졸업장들 등 많은 대자보가 붙었다. 그 누구도 붙이는 사람에게 잘못됐다는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학생 들 뿐 아니라, 관리자인 경비원 역시 그 모습을 어떤 규제 없이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너무 당연한 모습이지만,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세종대  ‘대놓고 학교를 비판하겠다고?’

학생지원과 권용대 과장 : 문제가 될 수가 있죠. 사실 언론이라고 하는 게 학생들한테 정보를 제공하는 입장이고, 모든 사람에게 알리는 게 있잖아요. 그런 부분서 여러 가지 검증이라든지 절차라든지 그런 부분들이 다른 소모임이나 그런 데보다는 조금 더..

세종알리 기자 : 언론에서 나오는 거에 대해서 검증 자체를 학교에서 한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요.

- 통화 녹취록 중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사실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언론이기 때문에 더욱 학교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학교 학칙은 이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 세종대학교에서도 자유롭게 대자보를 붙이고, 스스로 철거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세종알리 기자 : 왜 (허가된) 학생단체가 아니면은 게시물을 게시할 수가 없죠?

학생지원과 권용대 과장 : 왜냐면 학교의 모든 게시물에 어떤 관련된 내규가 없이 아무나 붙인다고 생각해봐요.

세종알리 기자 : 그게 정상 아닌가요?

학생지원과 권용대 과장 : 아니죠. 질서가 없는 거죠.

세종알리 기자 : 최소한 재학생이면 그냥 붙일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학생지원과 권용대 과장 : 재학생이라 그래도 그게 다가 아니죠. 재학생이라면 학교의 규칙을 따르는 게 맞죠.

-통화 녹취록 중

 

이게 과연… 옳은 걸까?

 

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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