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잘해야 하는데…” 20대, 대선 후일담

  • 등록 2022.05.19 21: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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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기자들, 대선부터 취임식까지의 후일담 나눠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있던 지난 5월 10일, ‘20대, 대선’ 필진이자 전·현직 기자들이 모였다. 20대 대통령선거부터 윤석열 정부 출범까지의 후일담을 나눴다.

 

 

치열했던 20대 대통령선거 당일 3월 9일로 돌아가 봤다. 결과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48.56%,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47.83%. 표차는 단 0.73%p였다. 초박빙이었다.

 

 

“어쨌든 (윤석열·이재명) 후보 둘 다 비호감이었는데, 누가 덜 비호감이었냐를 가리는 대선이었다.” 황치웅 전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의장은 이렇게 평가했다.

 

당시 윤석열 후보에 투표한 참석자는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어도 크게 실망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어차피 내 집 마련하지 못할 건데”라고 자포자기하듯 말했다. 우스갯소리로 “‘나중에 (친구들과) 컨테이너 하나씩 사서 거기서 살자’라고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고 덧붙였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 당선을 하던지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는 없겠다는 인식이다. 20대는 정치가 딱히 자기 삶의 도움이 된다는 경험을 하지 못한 탓 아닐까. 정치적 효능감이 적다는 것이다. 이는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불명예를 얻은 후보들 가운데에서 더욱 심화한 양상이다.

 

박서현 동아대학보 편집국장은 “뽑을 만한 인물이 없어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도 지지가 많았다. 막판에 단일화를 하면서 후폭풍이 거셌던 것 같다”며 “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큰 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뚜껑 열어보니…20대 과연 캐스팅 보트였는가

 

이번 대선은 20대가 주목을 받은 선거였다. 20대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정치권의 위기의식이 생긴 셈이다.

 

국민의힘은 20대 남성을 공략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군인 월급 200만 원 등 여러 공약을 내놓았다. 반대급부로, 더불어민주당은 20대 여성을 공략했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 58.7%는 윤석열 후보를 찍었고, 20대 여성 58.0%는 이재명 후보를 택했다. 20대 남녀가 첨예하게 갈라졌다. ‘갈라치기’의 성공이었다.

 

참석자들은 하나 같이 20대는 캐스팅 보트가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심하연 전 대학알리 부대표는 “예상보다 20대가 그렇게까지 바람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늘 있었던 지역별 격차가 심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뻔했다고 말하는 황치웅 전 의장은 “20대 남녀가 갈라져 58%씩 나왔으니까 ‘쌤쌤’이다”라며 “결국 캐스팅 보트는 40·50·60대다”고 전했다.

 

조수근 대학알리 에디터는 20대가 갈라진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이 오히려 잘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석열 당선 이후 모교 여성주의 교지 부원이 3배로 늘었어요. 저항 담론이 결집하는 계기가 된단 말이죠.”

 

윤석열 시대 개막

 

 

박주현 대학알리 편집국장 : 윤석열 당시 후보가 압도적인 격차까진 아니라도 큰 격차로 당선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까 0.73%p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소수점 격차인 데다가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새 정부는 ‘국민통합’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 취임식(10일)을 하면서 계속 ‘자유’만 언급했어요? 그는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언급했다.

 

황치웅 전 의장 : 한국은 이미 자유민주주의 국가고요, 자유시장 경제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건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뜻이죠. 원래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이 크잖아요. 최근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다들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굉장히 기대했는데 재미없었거든요. 그래서 이 정부도 기대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어떤 행보를 보일까.

 

심하연 전 부대표 : 원래 여성가족부 폐지도 보류하겠다고 하니까 표 빠질 것 같아서 꼭 실현하겠다고 얘기했었고, 군인 200만 원 월급도 후퇴했고요. 윤석열 정부가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잖아요. 6.1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어서 표를 의식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것 같긴 해요.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는 6월 1일 이후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서육남’이 공정?

 

박주현 대학알리 편집국장 : 최근에 서육남(서울대 출신·60대·남자)라는 말이 유행됐습니다. 생각해보면 윤석열 당시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에서 ‘공정’이라는 가치를 강조했어요. 오로지 능력만 보겠다고 한 결과가 내각을 서육남 위주로 인선을 발표했단 말이죠. 청년을 강조했는데도 불구하고 내각에 청년이 없는 것도 두드러집니다.

 

박서현 편집국장 : 청년을 위하는 정치를 보여주기식으로조차 하지 않는 게 너무 괘씸하더라고요. 그들이 말하는 공정이 소위 ‘꼰대’들의 사고방식인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심하연 전 대표 : 과연 그들이 공정이라는 가치에 오랫동안 고민을 했을까요. 윤석열 정부가 들고 온 ‘공정’에 1%도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럴 줄 알고 있었다. 오히려 이 정도면 서육남을 자리에 앉히려고 그렇게 이야기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우 허술했습니다.

 

손민기 전주대학교 신문사 기자 : 앞으로 청년 정책을 구상할 때도 과연 50·60대 중장년층이 청년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있어요. 세대 격차가 있으니까 이를 줄이려면 일정 부문을 청년에게 할당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에게 윤석열 정부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모두 정치성향은 달랐지만, ‘잘해야 하는데…’라는 마음이었다. 조수근 에디터는 “어쨌거나 윤석열 정부 실패가 수많은 사람에게 고통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기에 (윤석열 정부가) 책임감을 느끼고 잘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서현 편집국장은 “최소한이라도 ‘갈라치기’는 하지 않고, 제발 혐오를 조장하지만 말아줬으면 한다. 혐오의 시대말고 상생의 시대를 살고 싶다”고 전했다. 손민기 편집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당시 내세웠던 여성가족부 폐지와 같은 주요 공약을 딱 반대로만 해주시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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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기자 parkhyun04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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