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신문 김규민 편집국장은 최근 기사를 잃었다. 대구대학교(이하 대구대)가 발행을 승인하지 않아서다. 총장과 면담까지 했지만 소용없었다. 노트북에 잠든 기사가 하나 더 늘었다. 한 달가량 진행된 칼럼 발행 논쟁은 대학알리에 게재됐다. 그러나 김 편집국장은 단순히 겪은 일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학교와 대학 언론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돼야 하는가. 그는 일련의 경험을 근본적인 물음까지 묵직하게 밀고 갔다. 그와 대구대 칼럼 발행 거부 논쟁을 보다 깊게 들여다봤다.
취재 활동 중 어떤 일을 겪었나
학내 논란이 있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취재처를 찾았다. 공교롭게 대구대신문의 행정과 재정 지원을 담당하는 부서였다. 인터뷰를 하는데 교직원 A씨가 반말로 “사실관계를 확인한다는 말이 기분 나빴다”며 “네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해봐”라고 말했다. 그래서 재차 학내 논란이 사실인지 물었다. 그러자 A씨는 불쾌해하면서 “너랑 나랑 무슨 관계가 있었나”라고 했다. 나는 이런 식으로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내가 “잘잘못을 따지기 위한 것도 아니고 단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쭤보러 온 게 아니냐”고 설명하니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어야지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말을 써도 되는 거냐”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거랑 사실관계 확인이랑 무슨 차이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다양한 취재원을 만났지만 이렇게 학생 기자를 하대하고 혼내는 취재원은 처음이었다.
교직원의 태도를 주제로 편집국장 기명 칼럼을 작성한 동기가 궁금하다
교직원이 학생을 대할 때 조심성을 지녔으면 했다. 또 기자를 혼내는 잘못된 언론 문화를 바로잡고 싶었다. 우리 학교 총장님은 기자 임명식에 직접 오셔서 언론과의 소통 의지를 보여주셨다. 그 뜻이 무색해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제가 생긴 취재원이 속해 있는 부서는 대구대신문의 시스템을 관리하고 지원 및 발행을 담당하는 곳이다. 비판의 주체가 칼럼 발행을 승인할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학교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우리(대구대신문)를 성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우리는 취재원이 소중하고, 그들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 궁극적으로는 취재원과 기자 간의 상호 존중이 있어야 올바른 언론 소통 문화를 만들 수 있단 말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칼럼을 작성했다.
칼럼 발행은 승인됐는지
칼럼 발행이 어렵다고 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다. 한 달 가까이 내부적으로 칼럼 발행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학생처장님과 총장님을 만나 면담을 했고, 대구대신문 발행인인 총장님께는 손 편지까지 전해드렸다. 근데 A씨와 해결하길 원한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A씨와 두 차례 대면해서 이야기를 나눴지만 결국 칼럼 발행이 무산됐다. 난 학교 측이 무단으로 발행을 거부했다고 생각한다.
심정이 어떤가
학생들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 이번 일을 통해서 학내에서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걸 깨달았다. 만약 학생들이 학교에서 피해를 겪고 정말 용기 내서 학생처장님과 총장님을 만났는데 해결이 안 되면 학생 입장에서 얼마나 억울하고 회의감이 들겠나. 누구를 믿고 대학에 다니고 누구한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독자에 대한 걱정도 있을 듯하다
한 달가량 학생처장님, 총장님, A씨를 만나고 여러 번 연락하면서 내부적으로 칼럼 발행을 위해 노력했다. 근데 하나도 해결된 게 없다. 학생 기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학교 신문에 할 수 없다. 대구대신문을 믿고 응원해 주는 학생 독자들이 얼마나 허탈하고 충격적일지 걱정스럽다. 독자에게 죄송한 마음이 크다. 결국 우리가 이거밖에 안 된다는 거에 부끄럽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거 자체가 안타깝다.
이번 일이 대구대 학생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하나
대학 언론 활동과 학내 민주주의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본다. 학보사 편집국장이 기사 발행을 위해 총장과 면담을 했지만 결국 담당 부서의 승인을 받지 못해 발행이 거부됐다. 학교가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오해하고 착각할까 봐 두렵다. 학생을 수동적인 존재로 보는 관점은 대학 내 활발한 언론 활동과 건강한 민주주의 형성을 어렵게 한다.
학교가 학보사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보는지
그렇다. 기사 주제 선정, 취재 및 기사 작성, 보도 여부 결정 등과 관련한 권한은 학보사에 있다. 학보사의 활동은 온전히 존중받아야 하고, 편집국장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사안에서 학교는 학보사의 권한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학교가 대학 언론 활동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기사에 대해선 팩트체크와 맞춤법 오류 수정 등 최소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학보사 활동을 위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학교는 대학 언론인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성장 기회를 마련하는 서포터다. 기사를 평가하는 건 학교의 몫이 아니다. 그 권한은 온전히 독자에게 있다.
학교와 마찰을 겪는 대학언론인이 많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도 3년 동안 학생 기자로 활동하며 학교와의 마찰로 많은 기사를 잃었다. 유사한 문제를 겪는 학생 기자들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꼭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활동이 쌓이다 보면 나중에 우리가 학생들을 대표하는 대학 언론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