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월경 공결제

  • 등록 2024.07.21 18:24:11
크게보기

2006년 국가인권위의 시행 권고로 도입되었으나 여전히 정착하지 못한 월경 공결제. 대학 월경 공결 제도의 현황을 짚고, 월경 공결제와 권리를 연결한다.

*이 기사는 2024년 3월 발행한 회대알리 18호 지면에 수록한 기사입니다.

 

한국 월경 공결제의 도입과 현황

‘월경 공결제’는 월경으로 인해 출석이 어려운 경우 출석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지난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에 “학생이 생리로 인해 결석하거나 수업을 받지 못할 경우 출결 상황에 관하여는 병결이나 병조퇴 등으로 처리하고, 생리로 인한 결시의 경우 성적처리에 관하여는 이전 성적의 80%를 인정하는 바, 이는 여학생에 대한 인권침해”라는 진정이 들어왔다. 이후 2005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는 이러한 관행이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결론내리며 “학생이 생리로 인하여 결석하는 경우 여성의 건강권 및 모성보호 측면에서 적절한 사회적 배려를 하도록 관련 제도 등을 보완할 것을 권고한다”고 판결했다. 월경 공결제가 학교에 도입된 건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육부에 시행을 권고하면서부터다.

 

 

현재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월경 공결제는 명시된 제도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3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는 ‘학교장은 초·중·고 여학생 중 생리통이 극심해 출석이 어려운 경우 월 1일 출석인정 결석으로 처리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더하여 ‘생리통으로 인한 결석 시 진단서나 소견서와 같은 의료적 확인을 요구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내용도 별도로 적혀 있다.

 

한편 대학의 상황은 다르다. 서울 지역에 위치한 대학 중 광운대, 서울과학기술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여러 대학이 월경 공결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화여대의 경우 제50대, 51대 총학생회가 월경 공결제 도입을 학교 측에 요청했지만 제56대 총학생회가 당선된 현재까지 도입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전국 10개 거점 국립대학 중에서는 경상국립대, 서울대, 전남대, 제주대 네 곳만 월경 공결제를 시행하고 있다.

 

성공회대 월경 공결제의 명과 암
우리 대학은 2015년 월경 공결제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후 2022년 1학기까지 한 학기당 최대 2회 출석 인정을 유지하다가 2022년 2학기부터 월 1회, 학기당 최대 4회로 공결 사용 가능 횟수를 확대했다. 당시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인권위원회를 비롯한 학생들의 기여도 있었다. 교무처는 “학생들의 요청과 협의를 통해 여학생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취지에서 생리 공결제를 확대하기로 하고 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성공회대 홈페이지 학사 안내에 있는 ‘출석 인정 사유 및 인정 기간’에서 명시된 ‘생리공결’을 찾아볼 수 있다. 진단서나 소견서 등을 별도로 제출할 필요 없이 우리 대학의 종 합정보시스템에서 당일 신청하면 전산 처리되는 방식이다. 교무처는 “타 대학의 사례들을 검토하고 논의한 결과 이같은 방법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학생에게 우리 대학의 월경 공결제 운영 방식에 대한 생각을 묻자, A씨(사회융합자율학부·22학번)는 “한 학기 4회로 확대된 점이 좋고, 종합정보시스템에서 신청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명시된 제도임에도 월경 공결제의 사용이 원활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2023학년도 2학기 교양필수 ‘사회봉사’ 수업에서는 오리엔테이션 기간인 4주 동안 월경 공결을 사용할 수 없으며, 이를 사용할 경우 논 패스 처리됨을 고지했다.

 

사회봉사 수업에서의 월경 공결 사용 금지는 지난 2학기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성공회대학교에서 월경 공결제가 실행된 2015년 이후, 사회봉사 수업에서는 매 학년도 월경 공결 사용을 금지해 왔다. 월경 공결 사용을 금지한 이유에 대해 사회봉사센터는 “월경 공결을 쓴다면 사회봉사 현장에 나가기 전에 필수로 들어야 하는 기본 소양 교육을 듣지 못한 채 학교 밖 현장에서 사회봉사를 하게 되기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답했다. 더하여 월경 공결 사용 금지가 열림교양대학을 포함한 학내 전반에서 승인된 결정이었는지 묻자 “사회봉사센터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학내 부처가 자체적으로 수업에서의 월경 공결 사용 여부를 규정해온 셈이다.

 

같은 해 8월에는 교무처가 학내 공식 언론기관인 ‘미디어센터’에 재학생의 날짜별 월경 공결 사용 통계를 제공하며 논란이 되었다. 당시 기사를 통해 통계 자료를 접했던 B씨(IT융합자율학부·21)는 “학교에서 자료를 제공한 사실이 당황스러웠다. 학생들이 월경 공결을 신청한 데이터를 학교에서 가지고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게 공개될 거라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통계 제공과 관련해 인권 침해를 고려했냐는 질문에 교무처는 “미디어센터의 요청으로 제공한 것은 사실”이나, “교무처 내부 논의를 거쳐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고 통계만 제공했다”고 답했다. 즉 사용한 개개인에 대한 언급 없이 날짜만 제공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월경 공결제의 ‘악용’ 우려?
지난해 우리 대학에서 제기됐던 월경 공결제 오남용 논의에 관한 질문에 재학생 C씨(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22)는 “무엇이 ‘오남용’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며 “공식적으로 보장된 공결 횟수를 전부 사용하는 것이 ‘남용’인가? 특정 날짜에 공결을 사용하는 인원이 많다는 통계를 병결 사용에도 적용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월경 공결제를 도입하지 않은 대학의 관계자들은 제도를 오남용할 우려가 있어 신중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대학은 제도를 도입했으나 월경 공결을 신청하기 위해 진단서 등 증명할 방법을 요구한다. 교수에게 직접 공결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대학 내외의 월경 공결제 오남용 논의에 대한 생각을 묻자, D씨(사회융합자율학부·21)는 “직접 듣지 않은 수업의 진도 보충과 학습 효과 등 여러 내용을 고려한다면 학생 입장에서 월경 공결 사용은 단순한 결정이 아닌 건강 상태와 학습 목표 간의 복잡한 고민 속에 내려지는 결과”라며 공결 사용이 학생에게 있어 단순한 선택이 아님을 이야기했다. 또 “개인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월경 공결제가 악용될 우려를 인정하지만, 악용의 우려만으로 월경 공결이라는 기본적인 권리 보장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모두를 위한 월경 공결제
월경 공결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을 권고한 제도이다. 이는 월경권이 건강권, 즉 권리라는 의미이다. 건강권 차원에서 볼 때 월경 공결제의 오남용 우려는 어색하다. 월경 공결제와 질병 공결제는 같은 목적을 지녔으나, 질병 공결의 오남용을 우려해 이를 도입하지 않는 대학은 없기 때문이다. 월경권과 월경 공결제, 그리고 이를 둘러싼 논의에 대해 더 알아보고자 여성환경연대 안현진 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여성환경연대 여성건강팀 팀장 안현진이라고 합니다. 여성환경연대는 2000년대부터 월경에 대한 의제를 가지고 활동을 시작했고, 2017년에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월경 운동을 더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국내외의 500 종이 넘는 생리대 가격을 비교했고, 해외 10개국과도 가격 비교 조사를 했습니다. 일회용 생리대 광고 모니터링 및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는 여성 1,6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해서 월경 기간의 어려움을 알아보는 활동을 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제가 성공회대 대학원 실천여성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그때 논문이 월경권에 대한 논문이었는데 이렇게 다시 뵈니까 반가운 마음이 들어요.

 

Q. 우선 월경권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리고 싶어요. 월경권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월경권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누구나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할 권리’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요. 월경을 잘할 수 있는 권리라고 이해해도 좋고요. 여성환경연대는 그냥 월경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월경권’을 주장하고 있어요. 인간이 월경을 잘하거나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비인간, 생태계까지 누구나 자유롭고 안전하게 월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예요.

 

Q. 한국에서 월경권이 사회적 의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언제인가요? 한국의 월경권과 관련된 역사가 궁금해요.
월경권은 한국과 국제사회 모두에서 대두된 지 얼마 안 된 이슈예요. 한국에서는 2016년 깔창 생리대 사건 이후로 월경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많이 시작됐어요. 월경은 세계적으로 굉장히 터부시되는 일이었고 여전히 전 세계가 월경 터부 문화의 영향권 아래 있어요. 한국의 경우 광고에서 생리라는 말을 처음 쓴 게 2017년인데, 사실 생리라는 것도 생리 현상을 에둘러서 표현하는 말이잖아요. 그전까지는 월경을 부르지도 못하고 다양한 은어를 사용했고요. 이처럼 여성이 자기 경험을 수치스럽게 여기도록 하고 월경하는 자신의 몸까지 혐오하게 만드는 문화가 이 사회에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월경권이 더 많이 발달하고 보장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현재 한국의 월경권 보장 수준은 세계적으로 어떠한 편인가요? 한국의 월경 용품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이 있기도 하더라고요.
이걸 단편적으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가격의 경우에는 한국이 정말 비싸요. 2015~16년에 OECD 국가 중 한국의 생리대 가격이 제일 비싸다는 통계가 있었고요. 작년에 저희가 조사했을 때도 여전히 한국이 제일, 외국보다 39% 이상 비쌌습니다.


대신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시민 사회와 여성들의 끊임없는 문제 제기를 통해 다른 나라보다 먼저 도입된 제도가 있기도 해요. 대표적으로 생리대 전성분표시제가 도입되지 않은 나라가 대단히 많아요.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지점에서는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낫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Q. 한국과 다른 국가의 월경권 보장 사례가 궁금해요. 월경 용품은 지속적인 구매가 필요한 소모품으로 이를 마련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존재하잖아요. 복지 차원에서 월경 용품을 제공하는 나라도 있나요?
이를 월경 빈곤이라고 지칭하는데 한국뿐 아니라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를 포함해 외국의 많은 나라에서도 여전히 문제인 지점이에요. 호주 같은 경우 월경 용품을 구하지 못해서 학교에 결석한 적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20%나 나와 문제가 되기도 했어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미국은 뉴욕시를 시작으로 공립학교나 청소년이 가는 시설에 월경 용품 자판기를 비치하기 시작했고 22년도까지 16개 주에서 이를 시행했어요. 또 일본이랑 호주는 코로나 이후 일시적으로 3년 정도 청소년 월경 용품을 지급하는 사업을 진행했고요. 영국도 청소년의 월경 빈곤 문제로 시위까지 일어나면서 월경 용품 부가세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렸어요. 서구 국가 중 스코틀랜드가 굉장히 이례적인데요. 청소년뿐 아니라 모든 연령 여성에게 월경 용품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법안이 통과됐고 지금 실행되고 있어요. 월경은 인간이 태어날 때 할지 말지를 선택하는 게 아니잖아요. 당연한 기본권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형편에 상관없이 누구나 안전하게 월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장되며 제도가 마련되고 있는 현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국은 2021년 3월 국회에서 청소년 월경 용품 보편 지급 법안이 통과됐지만 예산을 반영하지 않아서 시행되지 않고 있어요. 대신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 개별적으로 모든 청소년에게 월경 용품을 지급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어요.

 

Q. ‘모두를 위한 월경권’ 같이 월경권을 의제로 한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월경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터부시되고 있어요. 월경권 역시 ‘권리’와 잘 연결되지 않고, 기본적인 권리라는 걸 인지하기도 어려운 것 같아요.
월경을 포함하여 여성의 일들이 개인적인 문제로 여겨지는 일은 오랫동안 있었어요. 거기에 월경 터부까지 더해지면서 깔창 생리대 사건 및 2017년 생리대 안전성 문제 제기 이전에는 일상에서 월경을 언급하는 것조차 어려운 분위기였죠. 그렇기 때문에 월경이 정치 사회적 의제라는 것, 그리고 월경에도 권리가 있다는 것이 아직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권리라고 하니까 더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당연한 일인 거잖아요. 누구나 당연히 안전할 수 있어야 하고, 내가 선택하지 않았지만 발생한 몸의 차이로 인해서 차별받지 않아야 하죠. 그런 사실이 여전히 잘 인식되지 않는 것 같아요.

 

Q. 한국의 경우 직장에서 월경 공결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잖아요. 대학은 상황이 천차만별이고요. 이렇게 한국에서 월경 공결제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른 국가의 월경 공결제 도입 및 보장 현황도 궁금해요.
다른 나라는 월경 공결 보장이 잘 되고 있는지 질문하려면 그 사회의 분위기와 문화, 교육에 대한 태도가 어떤가를 같이 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먼저 ‘그 나라는 다른 몸으로 인한 차이를 잘 보장하고 있는가?’를 살펴야 해요. 장애를 가진 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공결을 사용하든 아니든 아플 때 잘 쉴 수 있는지, 또 학교에서 발화될 수 있는 여러 다양성에 대해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등을요.


생각보다 월경 공결제가 있는 나라는 많이 없어요. 한국이나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 있고 2023년에 스페인이 유럽 최초로 월경 공결제를 도입했어요. 하지만 아플 때 학교를 잘 쉴 수 있는 분위기라면 월경 공결제가 없어도 되겠죠. 반면 한국은 근면 성실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월경 공결제가 있는 나라가 별로 없으니 한국도 없어야 된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럼 개근을 중요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얼마나 있나?’라는 질문을 해볼 필요도 있어요. 아프면 쉬는 게 당연하다고 하는 문화권의 학생과 학교를 어떻게 빠지냐고 하는 문화권의 학생에게 공결제는 전혀 다른 의미겠죠.

 

Q. 일각에서는 월경 공결제가 형평성에 어긋나며 ‘역차별’이라고 이야기해요. 이러한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
형평성과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는 건 경쟁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똑같이 결석했는데 나는 결석 인정을 못 받고 쟤는 공결 인정을 받으면 성적에서 차이가 날 것이고, 그럼 나중에 취업에서의 차이가 날 것이고… 그랬을 때 내가 더 손해다. 내 월급의 손해를 쟤가 미리 월경 공결로 만들고 있다.’ 이런 확장된 인식 속에서 잠재적인 이익이 침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또 한국 사회 전체가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하고 아플 때 돌봄 받기보다는 질타를 받는 사회라는 것을 짚어봐야 해요. 경쟁을 강조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누구도 쉴 수 없는 거죠. 그래서 공결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도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아파서 쉬어야 한다고 했을 때 공감하기보다 안 좋은 감정으로 바라보는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Q. 월경 공결제를 도입하지 않은 대학의 관계자들은 제도를 오남용할 수 있어 우려하는 입장이라고 해요. 그러나 성공회대 학생들을 인터뷰해 보니 ‘공결을 사용하면 해당 차시 수업을 듣지 못한다’며 오히려 수업을 빠지는 걸 아까워하는 학생이 대다수였어요. 대학은 학습을 위한 공간이고, 수업을 빠지면 학생 개인의 ‘손해’인데도 왜 이런 오남용 우려가 제기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런 손해로 보는 관점이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월경 공결을 보장받지 못하면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지만, 아파서 수업을 듣지 못함으로써 교육권이 침해당하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월경 공결 및 병결의 경우 결석은 인정해 주더라도 보강은 해주지 않고요. 역차별을 지적하는 이들은 그런 반대로의 생각은 왜 하지 않을까 싶어요.


엄밀히 말하면 대학은 공교육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제가 필라테스 학원을 하루 빠졌을 때 ‘저 사람은 지금 월경이라고 필라테스 빠지는데 나도 빠지게 해주세요’라고 아무도 안 할 거예요. 학교마다 등록금 차이는 있겠지만 세 시간에 3~5만 원짜리 교육을 누구도 환불해 주지 않는데, 개인적으로는 도대체 왜 오남용 걱정을 하냐는 당연한 질문이 들어요.

 

Q. 우리 대학에서도 월경 공결제가 ‘오남용·악용된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존재합니다. 일부가 주장하는 논리대로라면 질병 공결과 같은 다른 공결도 ‘악용’ 가능성이 있음에도 질병 공결을 보는 시각과 월경 공결을 보는 시각은 사뭇 다른 듯한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여성의 사회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에 역차별 문제 등이 굉장히 많이 제기돼요. 나와 다른 성별, 다른 몸에 대한 이해와 객관적인 정보 전달이 부족하고, 여성의 몸, 월경하는 몸이 어떤 몸인지 고찰하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월경 공결제는 월경하는 것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예요. 우리나라의 월경 공결제 도입 논리를 살펴보면 ‘모성보호’라는 말이 나오는데, 여성의 타고나는 생리적, 신체적인 특질을 고려하고 그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개념이에요. 내가 임신할지 말지와 상관없이 그렇게 태어난 몸으로써 가지고 있는 신체적인 차이가 이 사회에서 살아갈 때 차별이나 배제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추가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 월경 공결제를 도입하게 된 논리의 시작이에요. 월경하지 않는 몸과 월경하는 몸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사회가 인정하고 그 차이를 보장하기 위해 공결제를 도입한 것이죠.


월경은 평균적인 것은 있지만 동일하지 않아요. 월경 주기가 평균 5일이라고 하지만 10일, 15일 월경하는 사람도 있어요. 첫째 날, 둘째 날에 통증이 가장 심하다고 하지만 월경하기 전 PMS나 배란통이 훨씬 심각해서 오히려 그때 쉬어야 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렇기에 월경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면 월경하지 않는 날인데도 월경 공결이 필요할 수 있고, 통증에 개인차가 있는 것이 월경의 특징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겠죠. 월경 공결제라는 게 반드시 월경 기간에 생리대 보여주고 써야 하는 게 아니고, 몸에서 호르몬 작용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피가 나지 않더라도 아플 수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오남용과 역차별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는 월경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하고 있고 이 사회는 월경의 다름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충분한 교육을 제공했는지, 그리고 월경 공결제에서 더 나아가 고용할당제, 출산 휴가, 육아 휴가 같은 제도가 왜 도입되었고 왜 필요한지. 이런 사회적 맥락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지난 학기 성공회대 ‘성과 문화’ 수업에서 ‘권리는 나눠 가지는 파이가 아니라 점점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는 내용을 배웠어요. 양이 딱 정해져 있고 서로 뺏고 뺏기는 게 아니라요. 백래시와 역차별 논의, 혐오가 만연한 시대에서 ‘우리의 권리’를 확대해 나가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권리가 확대되는 것이 어떤 모습이고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주 5일제를 도입할 때를 생각해 보면 학생들에게 쉴 권리가 필요하다고 열심히 싸웠을 거예요. 근데 지금 주 5일만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휴식권이라는 개념이 머릿속에 있나요? 주말에 쉬는 게 당연한 거죠. 그것처럼 월경할 때 쉬는 게 당연한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일단은 증빙을 요구하지 않아야 해요. 증빙을 요구하는 건 대법원 판례, 학생인권조례 지침, 교육부 지침 등에 여러 차례 나오듯 위법이고 학생의 인권, 특히 개인 정보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사안이기도 해요.


그리고 학생들도 월경 공결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썼으면 좋겠어요. 쓰는 사람도 눈치 보면서 쓸 때가 많잖아요. 그동안 우리 모두 어떻게 하면 월경을 숨길 수 있는지만 교육받아 왔기 때문에 일상에서 월경하는 몸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월경을 인식할 수 있는 문화가 마련되어야 월경 공결제도 당연한 것처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는 우리보다 조금 더 지난 세대가 입학하면 대학 분위기가 어떨지 상상해요. 예를 들어 생리대 보편 지급 받았던 청소년들이 대학교에 오면 월경에 대한 문화, 개념 자체가 너무너무 다를 거잖아요. 언젠가는 월경 공결제를 못 쓰게 하거나 오남용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이상한 취급 당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너무 어렵겠지요. 그래도 당당하게, 열심히, 야무지게 썼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 사회가 바라는 학생의 기준 자체가 잘못되지 않았는지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프지 않고 장애가 없는 20대 남성의 몸을 학생이라고 상상하고 있지 않나? 성공회대 월경 공결제의 경우에도 한 학기에 두 번이었다가 점점 늘어난 거잖아요. 그럼 월경하는 몸이 성공회대 학생일 거라는 전제가 학칙에는 담겨 있지 않았던 거죠. 이런 고민을 해 보면서 우리 사회가 혹은 성공회대가 강요하고 만들고 있는 학생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몸의 정상성을 내려놓아야 해요.


인권과 평화의 대학이잖아요. 인권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다양성이라고 생각해요. 나와 다른 사람됨을 존중하고, 나와 다른 몸, 다른 인종이나 배경, 연령을 가진 학생이 이 학교에서 교육권과 여러 권리를 보장받으면서 공동체를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지 학교도 학생들도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월경 공결제에서 더 나아가 나와 다름이 이 사회에서 차별이나 배제, 소외의 원리로 작동하지 않도록 우리는 어떤 제도를 더 도입하면 좋을지 잘 고민해 보면 좋겠어요.

 

 

 

취재, 글 = 유지은 기자

디자인 = 유지은 기자

유지은 기자 ujieun0231@gmail.com
<저작권자 ⓒ 대학알리 (http://www.univall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